예비 세자빈 한유설, 일생을 세자의 그림자로 살아온 소녀. 그녀는 억울하게 역적 낙인을 받았다. 그리고 떠밀리듯 향한 유배지에서 의문스러운 사내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무영이었다. 그는 사약으로 죽을 뻔한 그녀를 살게 해 주었고, 살아갈 이유를 주었고, 미묘한 시선을 주었다. 처음엔 거부했던 그녀는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와는 어긋날 수밖에 관계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 버린 후였다. 일러스트 : 이랑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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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왕국 사람들은 늑대들을 강한 전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늑대들은 적에게 살기를 드러내고 있어도, 머릿속으로는 집에 있는 부인이 넘어져 다칠까 봐 걱정 중인 얼간이들이랍니다.” 늑대들은 애처가로 유명한 반면 외지 여인에게는 유독 가혹하다. 가문의 생활고와 정조 위협을 견디다 못해, 가혹한 늑대 소굴에 발을 들인 외지 여인 헤르세. 그녀는 과연 노예 신분을 극복하고 혈기 왕성한 늑대들을 길들일 수 있을까.
“여기 막, 그런 데지? 퇴폐 업소 같은… 그 뭐라고 하지, 회원증 같은 거 있어야 들어오는 곳.” “…….” “아무튼 좋은 구경시켜 줘서 고맙네. 근데 이거 진짜 금이야? 도금인가?” 화연이 순금처럼 보이는 벨을 검지로 톡톡 쳤다. 그때 옆에서 나지막한 물음이 들려왔다. “남자랑 좁은 방에 같이 있는데 그게 궁금해?” “어? 응?” “여기 모텔 같은 곳이래요. 술 먹으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대, 다른 거 하러 오지.”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곳에 함께 온 걸까. 왜 자꾸 오묘한 말을 하는 걸까. 검은색의 무심한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하긴 근 10년간 카메라 앞에 서 왔으니 감정을 숨기는 건 그에게 쉬울 것이다. 화연은 늘 그랬듯이 수습을 자처했다. “직원이 밖에서 문도 잠가 줘?” “그러지는 않을걸요.” “다행이다, 찌정윤이 찌찌 보여 주려고 하면 도망가야지.” 긴장감 있는 관계로 지내면서도 경계선을 넘지 않는 건, 정윤과 그녀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그녀가 밀면 정윤은 다시 경계선 안으로 들어간다.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술집 맞아요, 여기.” 그가 발을 빼면 화연은 당분간은 그가 선을 넘을 수 없게끔 더 멀리 밀어내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도 분위기는 괜찮은데? 나도 남자 친구 생기면 다시 와야지.” 이러면 한동안은 잠잠하겠지. 화연이 물을 마시며 그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무심했던 그의 눈은 오늘따라 미묘하게 달궈져 있었다. “그럼 저랑 만나야겠네요.” “…….” “여긴 아무나 못 들어오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남자. 혜주는 그가 행방불명된 지난 첫사랑과 몹시 닮았음을 느낀다. 의아한 기분으로 남자를 집에 들였다. 그 후로 시작된 아찔한 꿈, 서서히 살아나는 기억의 저편. 그리고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는 남자.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때 혼미한 머릿속으로 나직한 부탁이 들어왔다. “나 밀쳐 내지 마. 그게 제일….” “…….” “겁나.” *** 남자의 탐욕스러운 입술이 여자의 목을 무는 광경이 거울에 비쳤다. 혜주가 목덜미로 엄습하는 전율을 느끼며 거울에 닿은 시선을 서서히 내렸다. 그러자 핏줄이 불거진 남자의 손이 거추장스러운 재킷 앞섶을 거둬 젖히는 광경이 보였다. 뒤이어 회색 셔츠와 벨트가 보였다. 흥분한 숨이 이어졌고, 셔츠 가슴팍이 야하게 들썩거렸다. 남자의 목덜미에 굵게 선 핏대는 요란하게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하얀 혜주의 손이 어찌할 줄 모르고 남자의 팔뚝을 쥐었다. 그대로 밀어내려던 순간이었다. “나 밀쳐 내지 마. 그게 제일….” “…….” “겁나.” 남자가 입술로는 연약하게 말하며 손으로는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귓구멍으로는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맞닿은 남자의 몸은 품 안의 여자를 집어삼킬 것처럼 탐욕스러웠다. “…읏, 하지 마세요.” 적갈색 눈동자는 여자를 씹어 삼킬 것처럼 사나워진 상태였다. 하지만 입술만은 눈을 배반하듯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알았어.” 흥분을 억누른 잇새에서 나직한 사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짐승의 하체는 미안하다는 말과 달리 그녀의 다리 사이에 질척하게 엉겨 붙었다. 몇 분 전까지는 싸우는 중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혹시 남자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몸으로 밀어붙이는 중인 걸까. 그가 정말로 감추고 싶은 진실은 뭘까…. “지금 어떤 생각으로 이러는 건가요…. 위기를 탈출하려고?” 혜주가 다리의 힘을 빼며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팬티 위를 헤집다가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찾아 문지르며 대답했다. “네 안을 느끼고 싶어서. 아주 깊숙한 곳까지 세세하게.” 아찔하게 움직이던 손이 앞섶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빠져나오자 굵다란 기둥이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었다. 이미 흉물스러울 정도로 붉어져서는 투명한 선액을 흘려 대는 것을 보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때 남자가 선액을 귀두에 발라 번들거리게 만들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이걸 넣어서 네 여기가 부드럽게 젖을 때까지 흔들고.” 남자는 분홍빛 속살을 보란 듯이 타액으로 적시고서야 입술을 뗐다. 그러곤 흡족한 중저음을 흘렸다. “유청현 걸로는 만족도 안 되게. 하면 할수록 내가 생각나서 다리 사이가 축축하게 젖고, 내 걸 떠올리고… 계속 박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만. 아, 읏. 그만요.” “왜…. 근본이 더러운 나는 너와 섞일 수 없어서?” 열등감이 묘하게 깃든 물음이 들려왔다. 누구를 상대로 느끼는 열등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남자가 몸을 부드럽게 애무해 주며 자신을 누구보다 좋아해 달라고 몸부림치는 느낌이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흣….” 흥분감을 숨기려 손등을 지그시 깨무는 찰나였다. 그녀를 보던 남자가 짧게 대답했다. “괜찮아.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광적인 숨결이 허벅지를 쉴 새 없이 덮쳐 왔다. 버거워지는 순간 평안을 갈구하는 시선이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그냥 다뤄 봐. 마음대로.” “…….” “노예처럼 써도 돼.”
JS전자 공태헌 전무는 자신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결혼을 원했다. 비서 최혜설에게로 향하는 감정은 억누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대주주 딸과의 약혼은 순리적인 절차였다. 그 소식을 들은 비서는 혼란스러워하던 끝에 담담히 그를 축하했다. “약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는 야근이 좀 줄겠네요.” 그녀는 공태헌이 모두에게 축복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실연당한 듯했던 표정을 지우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행복하게 살라는 눈인사를 덧붙이고는 하얗게 웃었었다. 한데 행복을 빌어 주는 최혜설을 본 순간 그는 극도의 불행을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의 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최혜설이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 “사직서입니다. 인사과에는 오후에 알리려 합니다.” “…….” “건강 문제입니다.” 태헌의 입매가 차갑게 휘었다. “체육 대회 때 팔팔하게 돌아다니더니.” “내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럴 리가요. 내가 봤는데.” 무려 세 시간 동안 너만. 태헌은 입 밖으로 나가려는 말을 삼켰다.
에스테의 영주 마리안느는 반역자로 몰리며 많은 시련을 겪은 후 미래를 바꿔 보고자 한다. “저, 마리안느 에스테와의 혼인을 저하께 청합니다. 그리고…… 아이도 말이지요.” “나를 종마로 쓰겠다는 말이군.” 그 방법은 다름이 아닌 대공가의 후계자 바샤리안과 거래를 하는 것. 기억을 잃은 그에게 계약 결혼과 아이를 요청하고, “한데 어제 어떠셨나요? 정말로 그분께서 영주님을 기억하지 못하셔요?” 자신을 잊어버린 첫사랑 바샤리안을 볼 때면 10년도 더 지난 상처가 욱신거린다. “어차피 나는 괜찮은 사내를 만난다고 해도 행복하지는 못할 거야.” “그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왠지 비슷한 미래를 보고 온 것 같거든.”
“지, 지상 씨는 어떤 걸 원하는데요…?” 담담한 반문에 그가 작게 웃은 것도 같다. 목을 감싸 쥐었던 그의 손은 어느새 하얀 슬립을 걷어 올리고 있었다. “뭐겠어.” 작게 말한 그가 커다란 몸으로 그녀를 완벽하게 가로막으며 브라의 어깨끈을 내렸다. 유정이 눈을 살짝 떴다. 그러자 남자의 탄탄한 전신이 어슴푸레 보였다. 옆구리는 근육으로 두툼했고, 복근은 잘 다져 놓은 진흙판 같았다. 음란하게 발달된 장골을 보던 끝에 불거진 앞섶을 응시했다. 아까보다 더 도드라진 앞섶은 아내에게 발정한 게 확실해 보였다. 그의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어떻게 그는 3개월 동안이나 참다가 침실을 찾은 걸까. “이러면 플라토닉 러브 못 해요.” 잠자리를 피하는 듯한 말에 그가 그녀의 뒷머리칼을 바싹 쥐었다. 그러곤 응징하듯이 뒤로 살짝 젖혔다. 하얀 목덜미에 코를 박고 살냄새를 맡는 입매가 즐겁게 올라갔다. “그런 말을 잘도 하네.” “…….” “어제는 내 방을 실컷 훔쳐봐 놓고.” 그의 끈적한 혼잣말에 그녀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3층에서 그의 방을 훔쳐보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던 거다.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본 그는 어쩐지 더 흥분한 듯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앞섶이 허벅지에 빈틈없이 달라붙어서는 미적미적 비벼졌다. 그의 몸이 아내에게 여전히 성적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유정은 조금 안도가 됐다. 들뜬 눈으로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는 그에게 물었다. “그동안은, 읏, 참았던 거예요?” 그는 곧 그녀의 발목을 쥐고서 종아리를 핥았다. 그러다 발등에 귀두를 느릿느릿 문지르며, 종아리를 가볍게 물었다. “아니, 혼자서 했어.” 달아오른 숨결이 종아리에 스멀스멀 퍼졌다. 그녀의 발끝이 오므라들었다. 그가 곧 종아리에 입술을 맞췄다. “더 얘기해 줄까.” 집요하게 자극되는 오감에 정신이 없었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그가 맨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을. 몽롱하게 풀린 눈꺼풀과 음란한 언행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아마도 저번처럼 반수면 상태겠지. “너를 안는 상상을 하면서 쥐고 흔들었어. 사정은 못 했어. 상상력이 워낙 부족해서.” 그가 괴로운 듯이 인상을 쓰며 종아리를 빨던 입술을 뗐다. 곧 자신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는 중심부를 점점 다리 안쪽으로 옮겼다.
19세 이상 이용가 조슈아는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진을 연모한다. 하지만 그녀는 조슈아를 그저 제 동생, 혹은 소유물로 볼 뿐이었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조슈아를 상처 입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노예였던 조슈아가 황위에 오르게 되고, 진의 가문은 반역죄로 몰락하여 그녀도 옥살이를 하게 된다. 순식간에 모든 걸 다 잃게 된 진은 그제야 조슈아를 그리워하며 제 잘못을 후회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4년 후, 진의 사형식. 하루아침에 천민이 된 귀족 영애 ‘진’의 앞에, 그녀에게 상처받은 젊은 황제 ‘조슈아’가 나타났다.
폐위된 공주, 매음굴 잡역부. 그리즈 베네딕트. 그리즈는 운 좋게 매음굴을 빠져나왔다. 조건은 바이렌하그 가문의 영애로 사는 것. 살기 위해 그리하기로 했다. 보름 정도는 살 만했다. 가짜 오라버니인 바이렌하그 대공에게서 작고 귀여운 동물을 선물 받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인 줄 알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더 큰 선물을 가져다줬다. 마침내 그가 그 자신을 주려 했을 때, 그리즈는 이 관계가 파국으로 끝나리란 걸 예감했다. *** “저를 괴롭히는 게 즐거우신가요. 그래서 어제도 그렇게….” 혀를 야하게 굴리며 나른한 신음을 내던 사내가 지금도 입술에 남아 있다. 그가 불가촉천민의 무력함을 조롱한 것이라고 여기면서도 설레는 스스로가 싫다. “저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러다 디르크와의 혼사를 망칠지도 모릅니다.” “그거 괜찮겠네.” 나지막이 말한 그가 모호하게 미소 지었다. “그냥 내가 가질까. 이렇게 피 말리느니.” 그리즈는 그대로 호흡을 멈췄다. 가지다니… 대체 무엇을. “무엇을요?” 그의 시선은 거침없었다. 파란 눈이 목 부근을 훑었다. 일러스트: 몬스테라
-컨디션 제로- 완전 개정판! 납치당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명의 남자를 만났다. 그녀는 한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는 내가 널 걱정하는 걸 포기하지 않도록 섹스 하자고 해. 네 유혹에 내가 맥을 못 추는 걸 이용하는 거지.” 그 남자는 어딘가 모르게 광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집착적으로 원하기도 했다. “네가 나를 짐승 보듯이 보니까, 정말 짐승처럼 굴고 싶어지네. 다짜고짜 박고, 싸고 그런 짐승처럼 말이야.” 설핏 웃은 남자는 팬티를 끌어 내리려 했다. 서연은 팬티를 꽉 잡고서 남자를 응시했다. 정말 모르겠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온 것인지. “나한테 제대로 말하기 전까진 이럴 생각 하지 말아요. 소리 지를 거니까.” 그녀의 말에 남자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는 여유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는 조금 다른 부류라는 것.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남자는 짐작을 확신시켜주듯 여유롭게 웃었다. 그리고 곧 서연의 목덜미를 핥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람의 숨소리를 들으면 말이야. 느껴져……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남자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가셨다. 생글생글 웃던 가면 뒤에는 아주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네 숨소리를 들으니까.” “…….” “꼬리를 다리 밑으로 숨긴 강아지처럼 보여. 아주 귀여운.” 뻔하디뻔한 치정극에 휘말린 줄로만 알았다. 늦게나마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그의 품 안에 갇혀버린 후였다.
※본 소설은 다소 강압적인 관계를 포함하여 호불호가 나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무인도의 건물에 감금된 이수. 가진 게 없다. 기억도 없다. 없는 것만 잔뜩. 비행기 추락 사고로 무인도에 떠밀려온 생존자 중, 한 명에게 구조되었다. 헤이든 와이트. 영국의 젊은 신사. 보안 회사 대표. 그를 만난 건 축복일지 모른다. 악랄한 범죄자에게서 벗어날 기회. 새 삶을 살아갈 기회를 주겠다고 그의 눈이, 입술이, 온몸이 속삭였다. *** “나는 내 이름도, 나이도 몰라요. 어떤 위험에 빠진 건지도 잘 몰라서 남자랑 넋 놓고 오붓하게 지내기에는 고민이 많아요.” 이수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나와 엮이면 헤이든 씨도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뜻이에요.” 바다에서 미온의 바람이 불어왔다. 모래가 날리기 시작하자 헤이든이 셔츠로 이수의 얼굴을 가려 주며 대답했다. “그럼 보수를 올릴게. 몸으로 갚으라는 뜻은 아니니 안심하고.” 일상적인 그와는 달리 이수는 좀처럼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장성한 몸을 스스로 달래며 신음했던 어젯밤의 그가 눈앞에 스쳤기 때문이다. 그의 푸른 눈이 이수를 선명히 바라봤다. “더러운 짐승 보듯 보네.” 이수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그 순간 이어 들려온 물음이 숨통을 격렬히 쥐어짰다. “자는 척하면서 흥분시킨 게 누군데?” 어젯밤 모든 걸 지켜봤다는 걸 그가 알고 있던 것이다. 일러스트: 몬스테라
무심한 시선 속에 날 선 야망을 숨긴 한린 그룹 후계자 권태정. 일찍이 어머니를 잃은 그의 세상이 차갑고 냉혹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룹 회장인 할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미국에 다녀온 후 어느 날, 학교에서 침울한 장미향을 풍기는 소녀를 만났다. 바스라질 듯한 소녀의 눈빛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점차 변하고 있었다. 무심한 가면은 허물어져 내렸고 집요한 본성이 소녀를 좇았다. “이번 주까지 네가 나한테 뭘 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해서 전화해. 시시한 거면 전교생이 네 소설을 보게 될 거야.” 소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싶었다. 그런데 어지럽히려 할수록 혼란스러워지는 건 그 자신이었다. “맞아. 너 보러 온 거. 나오면 채 가려고.” 거세게 내리는 폭우가 목소리를 좀먹었다. 한여름의 매미 떼가 울부짖는 것 같았다. “채 가기 전에 스스로 차에 탈 생각은 없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소녀가 야윈 발을 내디뎠다. 그는 메마른 다리를 보며 생각했다. 소녀가 꺾일 위기에 처한 꽃이라면, 굵고 날카로운 가시가 되고 싶다고.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그리 힘든 일은 아니야. 그냥 내 밤 시중을 들어 주면 돼. 내가 원할 때까지. 다만… 사랑 타령은 하지 마. 나는 네 몸을 빌린 거다. 창부를 빌리듯이.” 그의 말에 라헬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 또한 언제 잔혹하게 돌변할지 모르는 사내와 사랑 놀음을 할 생각은 없었다. “알았어요. 사랑 타령은 저도 사양입니다.” 테안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숫처녀 같은 여인의 입에서 나올 만한 대답이 아니었다. 괜히 심기가 불편해졌다. 순진한 척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요망한 모습에.
19세 이상 이용가 “왕국 사람들은 늑대들을 강한 전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늑대들은 적에게 살기를 드러내고 있어도, 머릿속으로는 집에 있는 부인이 넘어져 다칠까 봐 걱정 중인 얼간이들이랍니다.” 늑대들은 애처가로 유명한 반면, 외지 여인에게는 유독 가혹하다. 가문의 생활고와 정조 위협을 견디다 못해, 가혹한 늑대 소굴에 발을 들인 외지 여인 헤르세. 그녀는 과연 노예 신분을 극복하고 혈기 왕성한 늑대들을 길들일 수 있을까.
“짐의 몸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인가.” “그, 그렇지 않아요.” 시에라는 화들짝 놀라 숨을 크게 삼켰다. 그리고 손을 칸의 앞섶으로 가져가자 그의 허벅지가 돌덩이처럼 단단히 굳었다. “…….” 사아악― 옷깃과 살결이 스치는 묘한 소리가 방 안에 감돌았다. 그 찰나의 소리 뒤에 위로 건장하게 솟은 그의 수컷이 시에라의 시야에 들어왔다. “읏―” 그 순간 그녀는 그의 물건을 만진 손이 몹시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뜨겁고 부드러운 감촉에 비해 딱딱한 느낌이 생경해서 머릿속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각인되었던 탓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내의 하체에 그녀의 혼이 쏙 빠졌다. 그저 두 볼을 붉힌 채 허공을 응시하자 칸이 희미한 보조개를 드러냈다. “이제, 짐을 즐겁게 만들어 보라.”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녀가 헤세의 방에서 음서를 보았다는 사실이다. 여인 ‘라체’와 그녀의 정인인 ‘펠리체’의 일대기였는데, 음서의 중간 부분쯤에 리체가 펠리체를 만족시켜 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에라는 우연히 음서를 보고는 남녀의 정사를 상상하며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음서를 끝까지 정독했다. 그때는 자신의 호기심을 책망하며 스스로를 음란한 여인이라고 탓했었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음서를 본 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음서를 보지 않았다면 사내 경험이 없는 제가 황제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부, 불편하시다면 알려주세요. 폐하.” “그리하겠다.” 시에라가 무릎을 꿇고는 몸을 일으켰다. 앉아 있는 칸과 시선을 잠시 마주친 뒤, 그의 목덜미로 입술을 옮겼다. 사내는 잘 모르지만 음서에 적혀 있던 대로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시에라의 빨간 혀가 칸의 피부에 살짝 닿았다. 그에 반응하듯 그의 눈매가 가늘게 떠졌다. 시에라의 혀 놀림에 맞춰 그가 간간히 낮은 숨을 내뱉고 복부를 움찔 떠는 것을 보면 그녀의 미숙한 스킨십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하아…….” 그의 반응으로 하여금 시에라가 용기를 얻었다. 처음엔 그의 살결 위에 혀끝만 몇 번 대는 것을 반복하다가 본격적으로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혀로 핥기 시작했다. “하.” 그 순간 칸이 짧은 탄성을 터트리며 시에라의 허리를 꽈악 잡았다. “시에라…….” 시에라가 제 이름을 부르는 사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얹었다. 조금 망설이다가 탄탄한 살결을 문지르며 손을 천천히 내려 복부로 가져갔다. “…손길이 부드럽군.” ***** “오늘은 그대가 짐의 밤 시중을 들라.” 깨지면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앗아가는 거울을 지키기 위해, 평생 폭설과 추위가 몰아치는 얼음성에 홀로 살아야 하는 시에라. 어릴 적 만난 남자와의 추억을 유일한 위안 삼아 자유를 꿈꾸던 그녀 앞에, 페스터라고 하는 악마가 나타난다. 거울을 깨는 대신 자유를 주겠다는 거래에 그녀는 응하지만, 냉혈왕이라 불리는 황제만이 거울의 영향을 받지 않고, 거울 가루를 먹여 거래를 완료하기 위해 시에라는 그를 유혹하기로 하는데……. 메르헨노블 Marchen Novel숙녀에게도 꿈꾸던 동화-메르헨이 있다 新 한국 TL 기획! 기념비적인 한국 작품! 매월 1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도서 몰락 가문의 아씨를 원하면 외전(후일담)은 성인 이용가 콘텐츠이므로 해당 화수 이용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예비 세자빈 한유설, 일생을 세자의 그림자로 살아온 소녀. 그녀는 억울하게 역적 낙인을 받았다. 그리고 떠밀리듯 향한 유배지에서 의문스러운 사내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무영이었다. 그는 사약으로 죽을 뻔한 그녀를 살게 해 주었고, 살아갈 이유를 주었고, 미묘한 시선을 주었다. 처음엔 거부했던 그녀는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와는 어긋날 수밖에 관계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 버린 후였다. 일러스트 : 이랑
-컨디션 제로- 완전 개정판! 납치당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명의 남자를 만났다. 그녀는 한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는 내가 널 걱정하는 걸 포기하지 않도록 섹스 하자고 해. 네 유혹에 내가 맥을 못 추는 걸 이용하는 거지.” 그 남자는 어딘가 모르게 광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집착적으로 원하기도 했다. “네가 나를 짐승 보듯이 보니까, 정말 짐승처럼 굴고 싶어지네. 다짜고짜 박고, 싸고 그런 짐승처럼 말이야.” 설핏 웃은 남자는 팬티를 끌어 내리려 했다. 서연은 팬티를 꽉 잡고서 남자를 응시했다. 정말 모르겠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온 것인지. “나한테 제대로 말하기 전까진 이럴 생각 하지 말아요. 소리 지를 거니까.” 그녀의 말에 남자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는 여유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는 조금 다른 부류라는 것.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남자는 짐작을 확신시켜주듯 여유롭게 웃었다. 그리고 곧 서연의 목덜미를 핥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람의 숨소리를 들으면 말이야. 느껴져……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남자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가셨다. 생글생글 웃던 가면 뒤에는 아주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네 숨소리를 들으니까.” “…….” “꼬리를 다리 밑으로 숨긴 강아지처럼 보여. 아주 귀여운.” 뻔하디뻔한 치정극에 휘말린 줄로만 알았다. 늦게나마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그의 품 안에 갇혀버린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