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냇치 업(Snatch up)
작가신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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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인물, 지역, 기업명, 설정은 픽션으로 실제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인생이 얼마나 바닥이면, 나 같은 새낄 좋아해.” “그건 저도 인정해요.” “이거 사람 묘하게 엿먹이네?” 불법 심부름 업체를 운영하는 지영원은 어느 날 찾아온 유 한을 의뢰인으로 맞이한다. “죄송한데 의뢰비는 후, 후불로 가능할까요?” 전 연인에게 재산을 몽땅 털려 당장 줄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이상한 의뢰인, 유 한. 지영원은 얼렁뚱땅 사무실에 눌러앉은 유 한이 고깝고 우습지만, 큰 그림을 위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사무실에서 먹고 자면 양심적으로 밥값은 해야 할 거 아냐.” 영원은 유 한의 평범하고 순진한 외모를 미끼 삼아 골치 아팠던 의뢰를 차례로 해결해 나간다. 한편, 어른 남자의 보호를 받아 본 적 없는 유 한은 지영원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손 쓸 도리 없이 시작된 사랑은 고달프고 마음이 닿는 일도 요원해 보이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는 수밖에. * “돈도 없이 찾아와서 시간 축내고 커피 축낸 건 너야. 그러니까 같잖게 상처받은 얼굴 집어치우고 표정 똑바로 해.”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으나, 상처받은 표정을 같잖다 취급하는 건 심한 악담이었다. 유 한은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트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의뢰는 물 건너갔고, 더는 이곳에서 모욕적인 말을 들을 이유도 없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유 한을 지영원의 음성이 또 한 번 잡아끌었다. “그리고, 남의 돈 훔친 새끼들이 원금을 그대로 갖고 있을 리가 없는데. 저축이라도 해 놨을까 싶어 그래? 설마 그런 거야?” 허를 찔린 유 한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네가 김민재인지 뭔지한테 뺏긴 500만 원은 수중에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 뺏긴 돈으로 착수금을 내겠다는 발상은 등신들이나 하는 짓이라 이거야.” 사실만을 나열하는데도 인격이 통째로 말살당하는 기분이었다. 유 한의 흔들리는 동공이 지영원의 눈동자를 향했다. 하다 하다 이젠 등신이라니.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다. 유 한이 더는 참지 못하고 마지막 발악을 뱉어냈다. “안 해 줄 거면 자, 잔소리도 하지 마세요!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지영원이 재밌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입술을 끌어올렸다. “어라? 누가 안 해 주겠대?” 놀려먹는 것도 가지가지다. 유 한이 씩씩대며 지영원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 가슴팍이 맞닿을 듯 가까이 있었다. “안 해 준다고. 아까 말장난하지 말고 꺼지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근데 마음이 바뀌었어.” “그리고! 네?” 감정을 토해 내려던 유 한의 눈이 순간 커졌다. “의뢰비는 필요 없으니까 이거나 받아.” 대기하고 있던 부하가 유 한의 앞으로 종이와 펜을 들이밀었다. 유 한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받아 들고 다시 지영원에게 눈을 돌렸다. “의뢰비를… 안 받는다구요? 제 의뢰를 아저씨가, 아니 사장님이 왜요?” “다른 걸로 받아 내면 되니까.” 유 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일인데요?” “벨튀.” “네? 벨튀요…? 그 벨튀라는 거 어, 언제까지 해야 하는데요?” 지영원은 당연한 걸 묻는 유 한의 이마를 검지로 툭 쳤다. “네 의뢰 건 해결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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