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누리게 해줄까?” “...” “이때까지 너를 파양했던 양부모들. 왕따 시키며 괴롭혔던 고아원 애새끼들한테 복수해줄까?” 그러니까 이건, 나를 데려왔던 그의 어머니에게 들었던 것과 같은 유혹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절대 내가 거부할 수 없는 미끼를 들이밀고서 스스로 바늘을 입에 꽂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 어느 사람이라도 고개를 내저을 수 없도록, 오히려 잡고 늘어지도록. 그는 실실 웃으며 근처에 있던 은빛의 나이프 하나를 건넸다. 차가운 재질의 나이프를 오른손에 쥐여주며 가르쳐주기라도 하는 듯 두꺼운 책 위에서 한번 드륵 하고 그었다. “이정도.”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마치 그의 상처가 나려면 이 정도쯤 되는 행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그의 마음이 변해 쫓겨나기라도 할까봐 두려웠던 마음과, 진짜 그가 나의 오빠가 되어 나를 지켜주기를 바랬던 마음.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욕심이 손을 움직였다. 어서 해보라며 종용하는 눈빛을 보기도 전에 망설임 없이 나의 손목에는 핏빛이 비췄다. 조윤은 만족감이 차오른 얼굴을 하며 진득한 피가 내뿜는 나의 손목을 엄지로 문지르다 혀끝으로 할짝거리며 그를 맛보았다.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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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오직 청하만을 따르던 태강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어수룩하던 열여덟의 백강현은, 흠잡을 데 없는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 “선생님. 당신의 제자로서, 한 가지 가르쳐 드릴까요.” “…….” “남자가 혼자 사는 집에 오라고 하면, 의심부터 해요. 똑똑한 여자가 왜 이렇게 순진하게 굴어.” 한때 청하는 백강현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결벽증에 피 공포증, 사람을 꺼려 하면서도 자신을 볼 땐 수줍게 볼을 붉히던 소년을. 그러나 “궁금하지 않아요? 이 새낀 뭘까, 어디서 뒹굴던 개새끼이길래 백강현의 낯짝으로 여기 있는 걸까?” “…무슨 말을.” “맞춰 봐요. 나는, 누구일까?” 이 남자는, 백강현이 아니다. 백강현의 탈을 쓴 이방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나를 가르쳐요. 서툰 내가, 완벽한 백강현이 될 수 있도록.” 표지 일러스트 : 김비비
※폭력적인 장면, 선정적인 단어, 비도덕적인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구매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말을 하고 싶어. 목소리를 내고 싶어. 어설프게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할 수 있을 텐데, 왜 아직도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는 거야. 왜, 왜……. 조급한 마음에 유진의 목구멍에서는 연신 기괴한 음성이 흘렀다. 유진이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리자 그 모습을 안쓰럽게 살피던 남자가 손을 뻗었다. 흑룡 문신이 휘감긴 오른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쥔 남자는 커다란 상체를 숙였다. “말 못하니까 좆같지.” “흐……, 으, 아으.” “할 줄 알았으면 지금 나한테 뭐라도 빌었을 거 아니야. 제발 도와줘, 도와줘. 하고.” “……아, 에으, 으…….” “목구멍이 꽉 막혀서 그래. 내가 뚫어줄까?” 음탕한 유혹이었다. 옥상에서 맛있는 걸 사줄까, 하고 물어봤던 순간이 떠오른 유진은 이건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또한 그에게 잘 보여야 부모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리라는 걸 직감했다. 남자는 일각에서 낯선 여자에게 시킨 그 행동을 원하는 거다.
“너도 누리게 해줄까?” “...” “이때까지 너를 파양했던 양부모들. 왕따 시키며 괴롭혔던 고아원 애새끼들한테 복수해줄까?” 그러니까 이건, 나를 데려왔던 그의 어머니에게 들었던 것과 같은 유혹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절대 내가 거부할 수 없는 미끼를 들이밀고서 스스로 바늘을 입에 꽂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 어느 사람이라도 고개를 내저을 수 없도록, 오히려 잡고 늘어지도록. 그는 실실 웃으며 근처에 있던 은빛의 나이프 하나를 건넸다. 차가운 재질의 나이프를 오른손에 쥐여주며 가르쳐주기라도 하는 듯 두꺼운 책 위에서 한번 드륵 하고 그었다. “이정도.”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마치 그의 상처가 나려면 이 정도쯤 되는 행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그의 마음이 변해 쫓겨나기라도 할까봐 두려웠던 마음과, 진짜 그가 나의 오빠가 되어 나를 지켜주기를 바랬던 마음.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욕심이 손을 움직였다. 어서 해보라며 종용하는 눈빛을 보기도 전에 망설임 없이 나의 손목에는 핏빛이 비췄다. 조윤은 만족감이 차오른 얼굴을 하며 진득한 피가 내뿜는 나의 손목을 엄지로 문지르다 혀끝으로 할짝거리며 그를 맛보았다.
※폭력적인 장면, 선정적인 단어, 비도덕적인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구매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말을 하고 싶어. 목소리를 내고 싶어. 어설프게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할 수 있을 텐데, 왜 아직도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는 거야. 왜, 왜……. 조급한 마음에 유진의 목구멍에서는 연신 기괴한 음성이 흘렀다. 유진이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리자 그 모습을 안쓰럽게 살피던 남자가 손을 뻗었다. 흑룡 문신이 휘감긴 오른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쥔 남자는 커다란 상체를 숙였다. “말 못하니까 좆같지.” “흐……, 으, 아으.” “할 줄 알았으면 지금 나한테 뭐라도 빌었을 거 아니야. 제발 도와줘, 도와줘. 하고.” “……아, 에으, 으…….” “목구멍이 꽉 막혀서 그래. 내가 뚫어줄까?” 음탕한 유혹이었다. 옥상에서 맛있는 걸 사줄까, 하고 물어봤던 순간이 떠오른 유진은 이건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또한 그에게 잘 보여야 부모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리라는 걸 직감했다. 남자는 일각에서 낯선 여자에게 시킨 그 행동을 원하는 거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사 및 행동은 작가의 사상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무당의 업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친 죄일까. 신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다 달동네에 자리를 잡은 해원. 죄책감에 허우적거리는 그녀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기신재가 나타난다. 혹할 만큼 아름답지만, 동시에 섬찟할 만큼 검은 기운에 둘러싸인 기묘한 남자. “갑자기, 왜 귀를…….” “어디까지 빨개지나 궁금해서요.” 느닷없이 제 귓불을 짓씹고. “순한 게, 개 같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남자에 바짝 경계심을 세웠지만. “혼자 감당하기엔 벅찰 텐데. 내가 도와줄까요?” “하지만, 신재 님께 신세를 질 수…….” “좋은 뜻은 돌고 도는 거예요. 그쪽이 선의로 내 기운을 살펴 준 것처럼.” 단 한 번 내민 온정의 손길에 속절없이 휘둘리고 마는데. 숨죽여 살던 해원의 삶에 찾아온 불청객. 그는 신이 저를 위해 보낸 구원자일까, 혹은 악귀의 속삭임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해원은 천수교에 머물기로 하는데. 붉은 손바닥이 내려앉고 이 또한 천명이니. 천수교, 그곳은 안락하고, 경이로운. 극락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