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지 10년, 문제의 동창생들을 다시 만났다. 정우현에게는 학창시절 내내 골치를 썩였던 ‘두 명의 개새끼’가 있다. 한 명은 중앙지검 검찰 정윤재, 또 한 명은 재벌 3세로 신헌핀테크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도경. 그들과 헤어진 지 10년이 흐르고, 경찰이 된 정우현은 종종 업무 과정에서 검찰인 정윤재와 마주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해 온 정우현으로서는 이 만남이 괴로운 한편 신경 쓰인다. 어느 날 정우현은 정보국장의 지시에 따라 김도경의 뒷조사를 맡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같은 사건을 담당 중인 정윤재와 본격적으로 엮인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벌어진 문제의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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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은 자유지만 귀가에 대한 최소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지.” 금융관리위원회 사무관 성백윤은 난데없는 사내 비리에 휘말려 정체불명의 국무총리 직속TF ‘특수정책팀(특정팀)’에 파견된다. 팀장을 맡은 범윤호 경정은 철저한 목적주의자로 각종 무리한 특수임무를 성백윤에게 강요하고, 성백윤은 사이코나 다름없는 범윤호의 업무방식에 반감을 느껴 하루가 멀다 하고 그와 대립한다. 두 사람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어진 기간은 3개월, 범윤호를 필두로 성백윤, 강우태, 신기준, 서해신 등 특정팀 소속 5급 공무원 5명은 일명 ‘코드네임V’로 불리는 대통령 탄핵작전을 완수해야 한다.
#비운의귀공자수 #조각외모공 그에게 나는 신이었고, 동시에 추락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여당의 신망 받는 국회의원 차유신은 자신의 '개'를 자처하며 들어온 수수께끼의 보좌진 우태원의 계략에 빠져 금배지를 반납한다. 차유신이 야인(野人)생활을 하는 사이 서울 최대의 우범지역 '역현구갑'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우태원은 차유신이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해둔 '역현구을'을 망가뜨리려 한다. 차유신은 복수를 꿈꾸며 제1야당인 신진화당과 손을 잡아 정계에 복귀하고, 우태원은 태연하게도 그런 차유신을 도발해오는데…. “그 동안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선배.” 우태원이 은은하게 물었다. 차유신은 무표정으로 답했다. “응.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X발 새끼야.” [미리보기] “선배는 제 고향을 망쳤어요.” 바로 선 컵이 차유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안에는 여전히 찰랑이는 물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니 벌을 받아야죠.” 손이 차유신의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차유신의 속눈썹이 방어적으로 들렸다. “내가 역현구를 망쳐? 말이 되는 소리를 좀…!” “모르겠으면 잘 생각해봐요.” 우태원이 표정 없이 읊조렸다. 차유신의 낯이 멍해졌다. 우태원이 허리를 굽었다. 차유신의 옆얼굴에 제 뺨을 기댄 그가 입을 열었다. 속삭이는 음성에 솜털이 곤두섰다. “차유신이 역현구에 잘못한 게 뭔지.” 돌연 위에서 차디찬 물이 낙하했다. 정수리를 흠뻑 적신 냉수가 얼굴을 타고, 턱 선을 미끄러져 뚝뚝 떨어졌다. 차유신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불씨 하나 남기지 않고 숨을 죽였다. 입술 틈에서 젖은 숨이 샜다. “선배 똑똑하잖아요. 할 수 있을 거예요.” 텅 빈 컵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탁, 소리 나게 잔을 세운 우태원이 손을 내밀었다. 축축해진 차유신의 턱을 움켜쥔 뒤 감상하듯 눈으로 훑어왔다. 차유신의 얼굴이 제대로 식었다. 우태원이 조롱했다. “보기 좋네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예요.” “우태원. 너 돌았구나.” “화내게요? 얼마든지 해요.” 우태원이 흡족하게 눈매를 접었다. “나는 그러면 더 좋아요.” 그의 목소리가 더없이 황홀해졌다. “내가 선배 뒤통수 친 거 알고 나서 X같은 우태원 생각 많이 했죠? 앞으로 더 해요.” 차유신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두근거리는 망막에 만족감에 젖은 우태원의 표정이 걸렸다. 목구멍 안에서 꿀꺽, 허망한 언어가 삼켜졌다. 정말로, 엄청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독어택 외전: 포인트제로] 서로에 대한 단단한 애정으로 함께하는 나날을 보내던 태원과 유신. 하지만 그런 유신에게 태원을 미끼로 한 청탁이 들어온다. 태원에게는 비밀로 그 청탁을 들어주는 유신. 하지만 태원 또한, 유신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로 바쁜 듯한데…. [독어택 외전 2: 미드나잇슬립] ‘차유신 죽이기’. 유신을 노리는 신진 정치인의 모략으로 유신이 공들여 준비한 법안이 어그러질 위기에 처한다. 그 사실을 눈치챈 태원은 유신을 돕고 싶지만, ‘차유신’이 원치도 않는 일을 섣불리 할 수는 없다. 태원은 여전히 유신이 어렵다.
#비운의귀공자수 #조각외모공 그에게 나는 신이었고, 동시에 추락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여당의 신망 받는 국회의원 차유신은 자신의 '개'를 자처하며 들어온 수수께끼의 보좌진 우태원의 계략에 빠져 금배지를 반납한다. 차유신이 야인(野人)생활을 하는 사이 서울 최대의 우범지역 '역현구갑'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우태원은 차유신이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해둔 '역현구을'을 망가뜨리려 한다. 차유신은 복수를 꿈꾸며 제1야당인 신진화당과 손을 잡아 정계에 복귀하고, 우태원은 태연하게도 그런 차유신을 도발해오는데. “그 동안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선배.” 우태원이 은은하게 물었다. 차유신은 무표정으로 답했다. “응.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씨발 새끼야.” [미리보기] “선배는 제 고향을 망쳤어요.” 바로 선 컵이 차유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안에는 여전히 찰랑이는 물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니 벌을 받아야죠.” 손이 차유신의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차유신의 속눈썹이 방어적으로 들렸다. “내가 역현구를 망쳐? 말이 되는 소리를 좀…!” “모르겠으면 잘 생각해봐요.” 우태원이 표정 없이 읊조렸다. 차유신의 낯이 멍해졌다. 우태원이 허리를 굽었다. 차유신의 옆얼굴에 제 뺨을 기댄 그가 입을 열었다. 속삭이는 음성에 솜털이 곤두섰다. “차유신이 역현구에 잘못한 게 뭔지.” 돌연 위에서 차디찬 물이 낙하했다. 정수리를 흠뻑 적신 냉수가 얼굴을 타고, 턱 선을 미끄러져 뚝뚝 떨어졌다. 차유신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불씨 하나 남기지 않고 숨을 죽였다. 입술 틈에서 젖은 숨이 샜다. “선배 똑똑하잖아요. 할 수 있을 거예요.” 텅 빈 컵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탁, 소리 나게 잔을 세운 우태원이 손을 내밀었다. 축축해진 차유신의 턱을 움켜쥔 뒤 감상하듯 눈으로 훑어왔다. 차유신의 얼굴이 제대로 식었다. 우태원이 조롱했다. “보기 좋네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예요.” “우태원. 너 돌았구나.” “화내게요? 얼마든지 해요.” 우태원이 흡족하게 눈매를 접었다. “나는 그러면 더 좋아요.” 그의 목소리가 더없이 황홀해졌다. “내가 선배 뒤통수 친 거 알고 나서 좆같은 우태원 생각 많이 했죠? 앞으로 더 해요.” 차유신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두근거리는 망막에 만족감에 젖은 우태원의 표정이 걸렸다. 목구멍 안에서 꿀꺽, 허망한 언어가 삼켜졌다. 정말로, 엄청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단단한 애정으로 함께하는 나날을 보내던 태원과 유신. 하지만 그런 유신에게 태원을 미끼로 한 청탁이 들어온다. 태원에게는 비밀로 그 청탁을 들어주는 유신. 하지만 태원 또한, 유신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로 바쁜 듯한데….
#비운의귀공자수 #조각외모공 그에게 나는 신이었고, 동시에 추락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여당의 신망 받는 국회의원 차유신은 자신의 '개'를 자처하며 들어온 수수께끼의 보좌진 우태원의 계략에 빠져 금배지를 반납한다. 차유신이 야인(野人)생활을 하는 사이 서울 최대의 우범지역 '역현구갑'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우태원은 차유신이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해둔 '역현구을'을 망가뜨리려 한다. 차유신은 복수를 꿈꾸며 제1야당인 신진화당과 손을 잡아 정계에 복귀하고, 우태원은 태연하게도 그런 차유신을 도발해오는데. “그 동안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선배.” 우태원이 은은하게 물었다. 차유신은 무표정으로 답했다. “응.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씨발 새끼야.” [미리보기] “선배는 제 고향을 망쳤어요.” 바로 선 컵이 차유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안에는 여전히 찰랑이는 물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니 벌을 받아야죠.” 손이 차유신의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차유신의 속눈썹이 방어적으로 들렸다. “내가 역현구를 망쳐? 말이 되는 소리를 좀…!” “모르겠으면 잘 생각해봐요.” 우태원이 표정 없이 읊조렸다. 차유신의 낯이 멍해졌다. 우태원이 허리를 굽었다. 차유신의 옆얼굴에 제 뺨을 기댄 그가 입을 열었다. 속삭이는 음성에 솜털이 곤두섰다. “차유신이 역현구에 잘못한 게 뭔지.” 돌연 위에서 차디찬 물이 낙하했다. 정수리를 흠뻑 적신 냉수가 얼굴을 타고, 턱 선을 미끄러져 뚝뚝 떨어졌다. 차유신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불씨 하나 남기지 않고 숨을 죽였다. 입술 틈에서 젖은 숨이 샜다. “선배 똑똑하잖아요. 할 수 있을 거예요.” 텅 빈 컵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탁, 소리 나게 잔을 세운 우태원이 손을 내밀었다. 축축해진 차유신의 턱을 움켜쥔 뒤 감상하듯 눈으로 훑어왔다. 차유신의 얼굴이 제대로 식었다. 우태원이 조롱했다. “보기 좋네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예요.” “우태원. 너 돌았구나.” “화내게요? 얼마든지 해요.” 우태원이 흡족하게 눈매를 접었다. “나는 그러면 더 좋아요.” 그의 목소리가 더없이 황홀해졌다. “내가 선배 뒤통수 친 거 알고 나서 좆같은 우태원 생각 많이 했죠? 앞으로 더 해요.” 차유신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두근거리는 망막에 만족감에 젖은 우태원의 표정이 걸렸다. 목구멍 안에서 꿀꺽, 허망한 언어가 삼켜졌다. 정말로, 엄청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단단한 애정으로 함께하는 나날을 보내던 태원과 유신. 하지만 그런 유신에게 태원을 미끼로 한 청탁이 들어온다. 태원에게는 비밀로 그 청탁을 들어주는 유신. 하지만 태원 또한, 유신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로 바쁜 듯한데….
#곱게자라진않았공 #수를위해변하공 #수회사덕후공 #사람싫수 #창업자수 너의 테두리는 달콤한 만큼 위험했다. 스무 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살아온 윤현준은 모든 학생들을 자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최우겸을 만난다. 조금씩 완성돼가던 그들의 연결고리는 어느 치기 어린 날의 사건을 계기로 끊어지고 마는데. “내가 너와 그럴 이유가 없는 사이야?” 팔 년 후.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 ‘엣지핀’을 창업한 윤현준은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 도선인베스트먼트에 투자를 받기 위해 나섰다가 그곳의 대표가 된 최우겸과 다시 얽힌다. “기억 찾은 기념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았어요? 그날 나하고 잤던 거.” 여전히 최우겸이 불편한 윤현준과 그런 그에게 팔 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최우겸. 두 사람의 테두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친구>연인 #첫사랑 #재회물 #다정공 #대형견공 #헌신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사랑꾼공 #순정공 #짝사랑공 #상처공 #절륜공 #존댓말공 #까칠수 #단정수 #무심수 #상처수 #능력수 #대학생 #오해/착각 #리맨물 #정치/사회/재벌 #단행본 #삽질물 #일상물 #시리어스물 #사건물 [미리보기] 윤현준의 목구멍으로 꿀꺽 침이 넘어갔다. 다분히 냉랭한 최우겸의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 살짝 눈을 감았다 뜬 윤현준이 몸을 일으켰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의자가 밀려났다. 재빨리 가방 안에 노트북을 집어넣은 윤현준이 발을 내디뎠다. 그대로 최우겸을 지나쳐가며 한 마디 했다. “죄송한데 제가 대표님은 좀 불편해서 어렵습니다. 대신 실망시키지 않게끔, 송 팀장과 함께 전반적인 일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내뻗어진 손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돌리기 무섭게 다가온 손아귀가 손목을 잡아챘다. 움칠한 윤현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던 최우겸의 입가에 언뜻 헛웃음이 걸렸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치지 마. 윤현준. 우리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잖아.” [저스트 비즈니스] 둘이서 같이 할 위시리스트를 꼽으며 관계를 공고히 다져나가던 우겸과 현준. 하지만 우겸이 미국으로 출장을 간 사이, 현준은 우겸이 결혼을 할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현준은 불편한 마음으로 우겸에게 메세지를 보내지만, 우겸은 나중에 다 설명해준다며 현준의 입에 사탕을 물리는 것에 그치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지 10년, 문제의 동창생들을 다시 만났다. 정우현에게는 학창시절 내내 골치를 썩였던 ‘두 명의 개새끼’가 있다. 한 명은 중앙지검 검찰 정윤재, 또 한 명은 재벌 3세로 신헌핀테크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도경. 그들과 헤어진 지 10년이 흐르고, 경찰이 된 정우현은 종종 업무 과정에서 검찰인 정윤재와 마주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해 온 정우현으로서는 이 만남이 괴로운 한편 신경 쓰인다. 어느 날 정우현은 정보국장의 지시에 따라 김도경의 뒷조사를 맡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같은 사건을 담당 중인 정윤재와 본격적으로 엮인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벌어진 문제의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본문 중] “안 아파?” 망설이다가 질문을 건넸다. 정윤재는 말이 없었다. 참다못한 정우현이 보다 정윤재를 똑바로 바라봤다. “안 아프냐고 내가 물었….” “너, 반말한다. 나한테.” 기묘하게 나긋한 대꾸였다. 정우현의 턱 끝이 움찔했다. “이번이 열 번째지. 10년 만에 만나고 나서 서로 마주친 거.” 정윤재의 팔꿈치를 감싸고 있던 천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정우현의 고개가 서서히 수그러들었다. 가느다랗게 한숨을 쉬며 구급상자를 뒤졌다. 입을 꾹 다문 채 포비돈요오드를 꺼내 정윤재의 팔꿈치를 적셨다. 딱딱한 가슴 근육이 움칠하는 게 보였다. 지금까지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놈이, 이건 제법 아팠던 모양이다. “가만히 있어.” “정우현.” “일단 약 좀 바르고.” “잘 지냈냐. 10년 동안.” 약을 바르던 손가락에 지긋이 힘이 들어갔다. 안 그래도 어둑한 차 안이 부쩍 가마득했다. 고개를 가로저은 정우현이 중얼거렸다. “너하고 상관없어.” “난 자주 궁금했는데.” 정윤재가 피식 웃었다. 정우현의 눈가에 힘이 들어갔다. 웃어. 네가 감히. 지금 이 순간, 정우현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차마 꺼내지 못한 이유는, 그 모든 것들을 표출하기에는 사람의 언어력이 한없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자퇴하기 직전 정윤재에게 느꼈던 서운함과 배신감, 거기서 나비 효과처럼 파생되다 완성된 과거의 응어리. 그런 것들은 단순히 몇 마디 말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이제 더 이상 정우현과 정윤재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 아니라는 거다. 동시에 지금 그들이 있는 곳도 그때의 교실이 아니다. 정윤재가 10년 전에 비해 더 커진 키와 어깨, 흉곽을 지니는 동안 정우현 역시 많은 측면에서 변했다. 남성다운 외관이야 지금의 정윤재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할지 몰라도,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 변화 중 하나는 아버지의 부재였다. 정우현은 더 이상 집에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밥을 주지 않을까 봐 눈치를 봐야 하는 서늘한 거실도, 쫓겨날까 봐 가슴 조이며 지새우던 밤도 없다. 단지 그 변화만으로 정우현은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반쪽짜리 병신이 아니라. “내가 밉지. 정우현.” 탁한 음성이 들려왔다. 정우현의 고개가 올라갔다. 차분한 정윤재의 낯이 보였다. 목구멍이 텁텁했다.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이런 얘기 하면 너는 웃기겠지만.” 담담한 말이 이어졌다. “나도 네가 미웠어. 잠깐.” 정우현의 목덜미가 경련했다. 정윤재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조차 없었다. * ‘쿨럭.’ 피를 토한 한세진이 바닥을 굴렀다. 한숨을 쉰 정윤재가 김도경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래, 알았고. 일단 그만하면 됐어.’ ‘아니. 지금 패는 건 한세진 개새끼 때문이 아닌데.’ 김도경이 태연하게 웃었다. 정윤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몸을 꼿꼿하게 세운 김도경이 힐긋 나를 한 번 보고, 다시 정윤재를 봤다. 정윤재에게 시선을 꽂은 시간이 유독 길었다. ‘방금 전에 아주 좆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좆같은 예감이 들어서. 기분이 좆같아서 패는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라. 윤재야.’ 김도경의 어깨에 올라가 있던 정윤재의 손에 불끈 힘이 실렸다. 손목에 두드러지는 힘줄이 현현했다. 헛헛하게 웃은 김도경이 몸을 돌렸다.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둘 사이가 미묘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한 게.
#곱게자라진않았공 #수를위해변하공 #수회사덕후공 #사람싫수 #창업자수 너의 테두리는 달콤한 만큼 위험했다. 스무 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살아온 윤현준은 모든 학생들을 자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최우겸을 만난다. 조금씩 완성돼가던 그들의 연결고리는 어느 치기 어린 날의 사건을 계기로 끊어지고 마는데. “내가 너와 그럴 이유가 없는 사이야?” 팔 년 후.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 ‘엣지핀’을 창업한 윤현준은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 도선인베스트먼트에 투자를 받기 위해 나섰다가 그곳의 대표가 된 최우겸과 다시 얽힌다. “기억 찾은 기념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았어요? 그날 나하고 잤던 거.” 여전히 최우겸이 불편한 윤현준과 그런 그에게 팔 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최우겸. 두 사람의 테두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친구연인 #첫사랑 #재회물 #다정공 #대형견공 #헌신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사랑꾼공 #순정공 #짝사랑공 #상처공 #절륜공 #존댓말공 #까칠수 #단정수 #무심수 #상처수 #능력수 #대학생 #오해/착각 #리맨물 #정치/사회/재벌 #단행본 #삽질물 #일상물 #시리어스물 #사건물 [미리보기] 윤현준의 목구멍으로 꿀꺽 침이 넘어갔다. 다분히 냉랭한 최우겸의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 살짝 눈을 감았다 뜬 윤현준이 몸을 일으켰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의자가 밀려났다. 재빨리 가방 안에 노트북을 집어넣은 윤현준이 발을 내디뎠다. 그대로 최우겸을 지나쳐가며 한 마디 했다. “죄송한데 제가 대표님은 좀 불편해서 어렵습니다. 대신 실망시키지 않게끔, 송 팀장과 함께 전반적인 일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내뻗어진 손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돌리기 무섭게 다가온 손아귀가 손목을 잡아챘다. 움칠한 윤현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던 최우겸의 입가에 언뜻 헛웃음이 걸렸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치지 마. 윤현준. 우리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잖아.” 저스트 비즈니스 둘이서 같이 할 위시리스트를 꼽으며 관계를 공고히 다져나가던 우겸과 현준. 하지만 우겸이 미국으로 출장을 간 사이, 현준은 우겸이 결혼을 할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현준은 불편한 마음으로 우겸에게 메세지를 보내지만, 우겸은 나중에 다 설명해준다며 현준의 입에 사탕을 물리는 것에 그치는데….
#거칠공 #복수는나의힘공 #수이용하려했공 #관계역전후회공 #약한듯약하지않수 #몸도마음도순진수 #과거국민스타수 #증오만받는개아가서브공 [팬옵티콘] 얼음인형처럼 아름다운 타깃과 기묘하게 엮였다. 20년 전 국민 키즈스타 ‘서지하’였던 서아인은 이정우 TJ금융 사장으로부터 특별보너스와 고액의 선물을 받는 ‘신의 보직’ TJ금융 전담기자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세간에는 이정우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정우도 서아인도 서로 사랑을 나눈 적이 없다. 그런 서아인에게 금융관리위원회의 ‘브레인’ 태민우가 접근한다. 그는 TJ금융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업 TF 업무를 도와달라며 서아인을 유혹하고, 서아인은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태민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TJ금융 작업 후 서아인을 함께 구속시키려 했던 태민우는 일부러 서아인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서아인의 과거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며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팬옵티콘 외전: 그레이존] 태민우는 서아인이 가고 싶어 한 아이슬란드로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민우의 야근이 점점 잦아지고, 서아인은 그런 태민우가 자신과의 잠자리를 피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함을 느낀다. 서아인은 태민우의 태도가 변한 것이 여행지에서 생긴 사고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 서아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리보기] “전 싫어요. 제 얘기하는 거.” “그러면 저는 왜 불렀어요? 본인 얘기할 것도 아니면서.” 태민우가 한 번 더 와인을 머금었다. 무게감 있는 액체가 입안에서 텁텁하게 굴러갔다. 목울대에 힘을 줬다. 오크향과 과실향으로 점철된 액체가 밀물처럼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장까지 짜릿해졌다. “제가 태 사무관님하고….” 서아인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을 짚은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표면을 두드렸다. 태민우는 입안에 남은 타닌감을 혀로 쓸며 생각했다. 꼭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인데,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저 모양새가 너무도 예뻐서. “친구가 됐다고 생각해서요.” 말의 끄트머리가 자못 조심스러웠다. 입을 꼭 다문 서아인이 태민우의 눈치를 봤다. 무덤덤하던 태민우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와. 친구요?” “네. 안… 안 되나요.” “아니요. 난 좋은데.” 미소 지은 태민우가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딱, 소리를 내며 바닥과 표면이 마찰했다. 천천히 숙인 태민우의 상반신이 서아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치켜뜬 서아인의 속눈썹이 미동했다. “고마워요. 내가 친구라고 해줘서.” *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태 사무관님한테.” 짙은 숨소리가 들렸다. 피로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 올린 태민우가 몸을 틀었다. 서아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높고 넓은 등이 그저 두려웠다.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손을 가볍게 털고 난 태민우가 말했다. “나중에 하시죠. 지금 얘기하는 거,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 사무관님.” 서아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민우가 발을 뻗었다.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태민우의 실루엣에 서아인의 망막이 아려왔다. 바들거리는 손가락이 얼굴을 짚었다. 얼음장처럼 차다. 얼굴에 부딪쳐오는 빗줄기가 아까보다 훨씬 더 굵고, 매섭다. 쏟아붓는 빗줄기가 서아인을 연신 내리쳤다. 머리카락, 얼굴, 목덜미, 손. 어디 하나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장까지도. 쿵쿵 울리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흉부를 꾹 눌러가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흐트러지는 시야에서 점점 더 작아지는 태민우가 보였다. 경련하던 목덜미가 푹 꺾였다. 비를 맞아 젖어든 눈망울에서 문득 뜨거운 물방울이 터졌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피부를 엘 것처럼 날카롭다. 머리는 울고 싶지 않은데, 심장이 울었다. 모든 것이 단절돼간다. 머리와 심장, 의지와 현실, 서아인과 태민우. 도저히 붙일 수가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어긋나는 불우한 인연. 척척해지는 바닥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아인의 얼굴을 타고 낙하한 눈물이 빗물과 함께 바닥을 적셨다. 서아인은 알고 있었다. 다음은 없다는 걸. 지금 이렇게 태민우를 보내면, 이대로 끝이라는 걸. 서아인은 그대로 거짓말쟁이로 남고 만다는 걸. 기껏 찾은 친구를 배은망덕하게도 내친 인물이 되고 만다는 걸. 그래서 서아인은 지금의 상황이 싫다. 태민우가 떠나가는 게, 정말로 싫다. 진눈깨비가 완연한 소나기로 전환됐다. 추적하게 내리붓는 빗줄기에 얼굴이 녹아내릴 것처럼 눅눅해졌다. 체념한 채 눈을 감고 무력한 숨을 내뱉었다. 젖어있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추스르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눈과 뺨을 훔쳤지만, 여전히 물기투성이였다. 젖은 것으로 젖은 것을 닦았는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끝내 툭 떨어진 서아인의 손목이 사납게 휘어 잡혔다. 서아인의 얼굴이 가쁘게 들렸다. 물방울이 송글송글한 속눈썹을 깜박이며 위를 올려다봤다. 서아인 못지않게 젖은 태민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들거리는 서아인의 얼굴에 시선을 맞춘 태민우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딱딱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집 어디야. 너.”
#재벌공 #유도선수수 #배틀연애 #존댓말연상공 #능글능욕공 #덤덤무던수 #짝사랑수 #입덕부정공 #후회공 #복수 #애증 #오해/착각 #쌍방구원 “그쪽 경기 잘 봤어요. 그때. 더럽게 못 하더라고.” “…그렇게 됐습니다.” “우는 거 보여줘요. 내가 그때 못 봤으니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유도계를 은퇴한 신우민은 해당 사고의 원인에 KJT그룹 2세인 권민형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신우민은 권민형을 무너뜨릴 목적으로 모종의 계약을 맺은 뒤 그의 운전기사 겸 경호원으로 채용되고, 자기중심적이며 비뚤어진 권민형은 신우민에게 비정상적 흥미를 보이는데. “사장님께서는 남의 불행이 즐거우십니까.” “그럼요. 안 즐거울 이유가 없잖습니까.” “혹시 변태세요?” “설마 아닌 줄 알았습니까.” 약점을 알면서 노골적으로 건드리며 자극해 오는 권민형에게 치를 떨면서도 신우민은 그를 떠나지 못하고, 위태로운 감정적 줄타기를 반복하길 한 달 반. 증오뿐이었던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제가 현재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권 사장님이 아닙니다. 사장님 따위를 좋아하는 저입니다. 좆같으면 좀 고쳐요. 사람 갖고 놀지만 말고.” ***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왔어요?” 태연한 질문이 찾아들었다. 신우민은 싸늘하게 받아쳤다. “소원 하나 들어주려고요.” 다리가 뻗어 나갔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마지막 오른발은 다리 사이에 넣어 감고, 손은 상대방의 어깨를 내려 붙일 것. 정석대로 안다리를 후리자마자 권민형의 몸이 넘어갔다. 신우민은 신속하게 권민형의 머리통만 손으로 받쳤다. 쿵. 머리만 빼고 전부 바닥에 부닥친 권민형이 하, 소리를 냈다. 신우민은 권민형의 위에 올라타 그의 넥타이를 잡았다. “일전에 기술 걸어 달라면서요. 그래서 했습니다.” 잠잠한 권민형의 눈길이 신우민을 머금었다. 잘생긴 눈초리가 일순 휘었다. 신우민의 눈살이 찡긋거렸다. “웃음이 나옵니까.” “네. 나옵니다.” 권민형의 웃음이 진해졌다. “어디 더 해 봐요. 어차피 내일부턴 못 할 테니까.” 신우민이 이를 갈았다. “실컷 해 드리죠. 씨발 새끼야.”
#거칠공 #복수는나의힘공 #수이용하려했공 #관계역전후회공 #약한듯약하지않수 #몸도마음도순진수 #과거국민스타수 #증오만받는개아가서브공 [팬옵티콘] 얼음인형처럼 아름다운 타깃과 기묘하게 엮였다. 20년 전 국민 키즈스타 ‘서지하’였던 서아인은 이정우 TJ금융 사장으로부터 특별보너스와 고액의 선물을 받는 ‘신의 보직’ TJ금융 전담기자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세간에는 이정우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정우도 서아인도 서로 사랑을 나눈 적이 없다. 그런 서아인에게 금융관리위원회의 ‘브레인’ 태민우가 접근한다. 그는 TJ금융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업 TF 업무를 도와달라며 서아인을 유혹하고, 서아인은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태민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TJ금융 작업 후 서아인을 함께 구속시키려 했던 태민우는 일부러 서아인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서아인의 과거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며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팬옵티콘 외전: 그레이존] 태민우는 서아인이 가고 싶어 한 아이슬란드로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민우의 야근이 점점 잦아지고, 서아인은 그런 태민우가 자신과의 잠자리를 피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함을 느낀다. 서아인은 태민우의 태도가 변한 것이 여행지에서 생긴 사고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 서아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대물 #동거/배우자 #첫사랑 #재회물 #애증 #계약 #신분차이 #서브공있음 #헌신공 #강공 #냉혈공 #능욕공 #능글공 #까칠공 #집착공 #개아가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후회공 #사랑꾼공 #상처공 #절륜공 #천재공 #존댓말공 #미인수 #다정수 #순진수 #소심수 #호구수 #헌신수 #외유내강수 #단정수 #짝사랑수 #상처수 #굴림수 #도망수 #복수 #질투 #오해/착각 #전문직물 #정치/사회/재벌 #할리킹 #단행본 #삽질물 #시리어스물 #피폐물 #사건물 #애절물 #3인칭시점 [미리보기] “전 싫어요. 제 얘기하는 거.” “그러면 저는 왜 불렀어요? 본인 얘기할 것도 아니면서.” 태민우가 한 번 더 와인을 머금었다. 무게감 있는 액체가 입안에서 텁텁하게 굴러갔다. 목울대에 힘을 줬다. 오크향과 과실향으로 점철된 액체가 밀물처럼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장까지 짜릿해졌다. “제가 태 사무관님하고….” 서아인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을 짚은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표면을 두드렸다. 태민우는 입안에 남은 타닌감을 혀로 쓸며 생각했다. 꼭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인데,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저 모양새가 너무도 예뻐서. “친구가 됐다고 생각해서요.” 말의 끄트머리가 자못 조심스러웠다. 입을 꼭 다문 서아인이 태민우의 눈치를 봤다. 무덤덤하던 태민우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와. 친구요?” “네. 안… 안 되나요.” “아니요. 난 좋은데.” 미소 지은 태민우가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딱, 소리를 내며 바닥과 표면이 마찰했다. 천천히 숙인 태민우의 상반신이 서아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치켜뜬 서아인의 속눈썹이 미동했다. “고마워요. 내가 친구라고 해줘서.” *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태 사무관님한테.” 짙은 숨소리가 들렸다. 피로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 올린 태민우가 몸을 틀었다. 서아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높고 넓은 등이 그저 두려웠다.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손을 가볍게 털고 난 태민우가 말했다. “나중에 하시죠. 지금 얘기하는 거,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 사무관님.” 서아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민우가 발을 뻗었다.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태민우의 실루엣에 서아인의 망막이 아려왔다. 바들거리는 손가락이 얼굴을 짚었다. 얼음장처럼 차다. 얼굴에 부딪쳐오는 빗줄기가 아까보다 훨씬 더 굵고, 매섭다. 쏟아붓는 빗줄기가 서아인을 연신 내리쳤다. 머리카락, 얼굴, 목덜미, 손. 어디 하나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장까지도. 쿵쿵 울리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흉부를 꾹 눌러가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흐트러지는 시야에서 점점 더 작아지는 태민우가 보였다. 경련하던 목덜미가 푹 꺾였다. 비를 맞아 젖어든 눈망울에서 문득 뜨거운 물방울이 터졌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피부를 엘 것처럼 날카롭다. 머리는 울고 싶지 않은데, 심장이 울었다. 모든 것이 단절돼간다. 머리와 심장, 의지와 현실, 서아인과 태민우. 도저히 붙일 수가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어긋나는 불우한 인연. 척척해지는 바닥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아인의 얼굴을 타고 낙하한 눈물이 빗물과 함께 바닥을 적셨다. 서아인은 알고 있었다. 다음은 없다는 걸. 지금 이렇게 태민우를 보내면, 이대로 끝이라는 걸. 서아인은 그대로 거짓말쟁이로 남고 만다는 걸. 기껏 찾은 친구를 배은망덕하게도 내친 인물이 되고 만다는 걸. 그래서 서아인은 지금의 상황이 싫다. 태민우가 떠나가는 게, 정말로 싫다. 진눈깨비가 완연한 소나기로 전환됐다. 추적하게 내리붓는 빗줄기에 얼굴이 녹아내릴 것처럼 눅눅해졌다. 체념한 채 눈을 감고 무력한 숨을 내뱉었다. 젖어있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추스르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눈과 뺨을 훔쳤지만, 여전히 물기투성이였다. 젖은 것으로 젖은 것을 닦았는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끝내 툭 떨어진 서아인의 손목이 사납게 휘어 잡혔다. 서아인의 얼굴이 가쁘게 들렸다. 물방울이 송글송글한 속눈썹을 깜박이며 위를 올려다봤다. 서아인 못지않게 젖은 태민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들거리는 서아인의 얼굴에 시선을 맞춘 태민우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딱딱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집 어디야. 너.”
#곱게자라진않았공 #수를위해변하공 #수회사덕후공 #사람싫수 #창업자수 너의 테두리는 달콤한 만큼 위험했다. 스무 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살아온 윤현준은 모든 학생들을 자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최우겸을 만난다. 조금씩 완성돼가던 그들의 연결고리는 어느 치기 어린 날의 사건을 계기로 끊어지고 마는데. “내가 너와 그럴 이유가 없는 사이야?” 팔 년 후.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 ‘엣지핀’을 창업한 윤현준은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 도선인베스트먼트에 투자를 받기 위해 나섰다가 그곳의 대표가 된 최우겸과 다시 얽힌다. “기억 찾은 기념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았어요? 그날 나하고 잤던 거.” 여전히 최우겸이 불편한 윤현준과 그런 그에게 팔 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최우겸. 두 사람의 테두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친구연인 #첫사랑 #재회물 #다정공 #대형견공 #헌신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사랑꾼공 #순정공 #짝사랑공 #상처공 #절륜공 #존댓말공 #까칠수 #단정수 #무심수 #상처수 #능력수 #대학생 #오해/착각 #리맨물 #정치/사회/재벌 #단행본 #삽질물 #일상물 #시리어스물 #사건물 [미리보기] 윤현준의 목구멍으로 꿀꺽 침이 넘어갔다. 다분히 냉랭한 최우겸의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 살짝 눈을 감았다 뜬 윤현준이 몸을 일으켰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의자가 밀려났다. 재빨리 가방 안에 노트북을 집어넣은 윤현준이 발을 내디뎠다. 그대로 최우겸을 지나쳐가며 한 마디 했다. “죄송한데 제가 대표님은 좀 불편해서 어렵습니다. 대신 실망시키지 않게끔, 송 팀장과 함께 전반적인 일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내뻗어진 손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돌리기 무섭게 다가온 손아귀가 손목을 잡아챘다. 움칠한 윤현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던 최우겸의 입가에 언뜻 헛웃음이 걸렸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치지 마. 윤현준. 우리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잖아.” 저스트 비즈니스 둘이서 같이 할 위시리스트를 꼽으며 관계를 공고히 다져나가던 우겸과 현준. 하지만 우겸이 미국으로 출장을 간 사이, 현준은 우겸이 결혼을 할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현준은 불편한 마음으로 우겸에게 메세지를 보내지만, 우겸은 나중에 다 설명해준다며 현준의 입에 사탕을 물리는 것에 그치는데….
#거칠공 #복수는나의힘공 #수이용하려했공 #관계역전후회공 #약한듯약하지않수 #몸도마음도순진수 #과거국민스타수 #증오만받는개아가서브공 [팬옵티콘] 얼음인형처럼 아름다운 타깃과 기묘하게 엮였다. 20년 전 국민 키즈스타 ‘서지하’였던 서아인은 이정우 TJ금융 사장으로부터 특별보너스와 고액의 선물을 받는 ‘신의 보직’ TJ금융 전담기자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세간에는 이정우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정우도 서아인도 서로 사랑을 나눈 적이 없다. 그런 서아인에게 금융관리위원회의 ‘브레인’ 태민우가 접근한다. 그는 TJ금융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업 TF 업무를 도와달라며 서아인을 유혹하고, 서아인은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태민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TJ금융 작업 후 서아인을 함께 구속시키려 했던 태민우는 일부러 서아인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서아인의 과거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며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팬옵티콘 외전: 그레이존] 태민우는 서아인이 가고 싶어 한 아이슬란드로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민우의 야근이 점점 잦아지고, 서아인은 그런 태민우가 자신과의 잠자리를 피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함을 느낀다. 서아인은 태민우의 태도가 변한 것이 여행지에서 생긴 사고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 서아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대물 #동거/배우자 #첫사랑 #재회물 #애증 #계약 #신분차이 #서브공있음 #헌신공 #강공 #냉혈공 #능욕공 #능글공 #까칠공 #집착공 #개아가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후회공 #사랑꾼공 #상처공 #절륜공 #천재공 #존댓말공 #미인수 #다정수 #순진수 #소심수 #호구수 #헌신수 #외유내강수 #단정수 #짝사랑수 #상처수 #굴림수 #도망수 #복수 #질투 #오해/착각 #전문직물 #정치/사회/재벌 #할리킹 #단행본 #삽질물 #시리어스물 #피폐물 #사건물 #애절물 #3인칭시점 [미리보기] “전 싫어요. 제 얘기하는 거.” “그러면 저는 왜 불렀어요? 본인 얘기할 것도 아니면서.” 태민우가 한 번 더 와인을 머금었다. 무게감 있는 액체가 입안에서 텁텁하게 굴러갔다. 목울대에 힘을 줬다. 오크향과 과실향으로 점철된 액체가 밀물처럼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장까지 짜릿해졌다. “제가 태 사무관님하고….” 서아인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을 짚은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표면을 두드렸다. 태민우는 입안에 남은 타닌감을 혀로 쓸며 생각했다. 꼭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인데,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저 모양새가 너무도 예뻐서. “친구가 됐다고 생각해서요.” 말의 끄트머리가 자못 조심스러웠다. 입을 꼭 다문 서아인이 태민우의 눈치를 봤다. 무덤덤하던 태민우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와. 친구요?” “네. 안… 안 되나요.” “아니요. 난 좋은데.” 미소 지은 태민우가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딱, 소리를 내며 바닥과 표면이 마찰했다. 천천히 숙인 태민우의 상반신이 서아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치켜뜬 서아인의 속눈썹이 미동했다. “고마워요. 내가 친구라고 해줘서.” *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태 사무관님한테.” 짙은 숨소리가 들렸다. 피로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 올린 태민우가 몸을 틀었다. 서아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높고 넓은 등이 그저 두려웠다.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손을 가볍게 털고 난 태민우가 말했다. “나중에 하시죠. 지금 얘기하는 거,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 사무관님.” 서아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민우가 발을 뻗었다.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태민우의 실루엣에 서아인의 망막이 아려왔다. 바들거리는 손가락이 얼굴을 짚었다. 얼음장처럼 차다. 얼굴에 부딪쳐오는 빗줄기가 아까보다 훨씬 더 굵고, 매섭다. 쏟아붓는 빗줄기가 서아인을 연신 내리쳤다. 머리카락, 얼굴, 목덜미, 손. 어디 하나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장까지도. 쿵쿵 울리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흉부를 꾹 눌러가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흐트러지는 시야에서 점점 더 작아지는 태민우가 보였다. 경련하던 목덜미가 푹 꺾였다. 비를 맞아 젖어든 눈망울에서 문득 뜨거운 물방울이 터졌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피부를 엘 것처럼 날카롭다. 머리는 울고 싶지 않은데, 심장이 울었다. 모든 것이 단절돼간다. 머리와 심장, 의지와 현실, 서아인과 태민우. 도저히 붙일 수가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어긋나는 불우한 인연. 척척해지는 바닥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아인의 얼굴을 타고 낙하한 눈물이 빗물과 함께 바닥을 적셨다. 서아인은 알고 있었다. 다음은 없다는 걸. 지금 이렇게 태민우를 보내면, 이대로 끝이라는 걸. 서아인은 그대로 거짓말쟁이로 남고 만다는 걸. 기껏 찾은 친구를 배은망덕하게도 내친 인물이 되고 만다는 걸. 그래서 서아인은 지금의 상황이 싫다. 태민우가 떠나가는 게, 정말로 싫다. 진눈깨비가 완연한 소나기로 전환됐다. 추적하게 내리붓는 빗줄기에 얼굴이 녹아내릴 것처럼 눅눅해졌다. 체념한 채 눈을 감고 무력한 숨을 내뱉었다. 젖어있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추스르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눈과 뺨을 훔쳤지만, 여전히 물기투성이였다. 젖은 것으로 젖은 것을 닦았는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끝내 툭 떨어진 서아인의 손목이 사납게 휘어 잡혔다. 서아인의 얼굴이 가쁘게 들렸다. 물방울이 송글송글한 속눈썹을 깜박이며 위를 올려다봤다. 서아인 못지않게 젖은 태민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들거리는 서아인의 얼굴에 시선을 맞춘 태민우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딱딱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집 어디야. 너.”
#비운의귀공자수 #조각외모공 그에게 나는 신이었고, 동시에 추락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여당의 신망 받는 국회의원 차유신은 자신의 '개'를 자처하며 들어온 수수께끼의 보좌진 우태원의 계략에 빠져 금배지를 반납한다. 차유신이 야인(野人)생활을 하는 사이 서울 최대의 우범지역 '역현구갑'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우태원은 차유신이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해둔 '역현구을'을 망가뜨리려 한다. 차유신은 복수를 꿈꾸며 제1야당인 신진화당과 손을 잡아 정계에 복귀하고, 우태원은 태연하게도 그런 차유신을 도발해오는데…. “그 동안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선배.” 우태원이 은은하게 물었다. 차유신은 무표정으로 답했다. “응.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씨발 새끼야.” #현대물 #소꿉친구 #첫사랑 #재회물 #하극상 #라이벌/열등감 #애증 #강공 #냉혈공 #능욕공 #집착공 #광공 #복흑/계략공 #절륜공 #존댓말공 #연하공 #강수 #까칠수 #단정수 #군림수 #우월수 #연상수 #상처수 #능력수 #질투 #오해/착각 #조직/암흑가 #전문직물 #정치/사회/재벌 #시리어스물 #피폐물 #사건물 #3인칭시점 [미리보기] “선배는 제 고향을 망쳤어요.” 바로 선 컵이 차유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안에는 여전히 찰랑이는 물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니 벌을 받아야죠.” 손이 차유신의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차유신의 속눈썹이 방어적으로 들렸다. “내가 역현구를 망쳐? 말이 되는 소리를 좀…!” “모르겠으면 잘 생각해봐요.” 우태원이 표정 없이 읊조렸다. 차유신의 낯이 멍해졌다. 우태원이 허리를 굽었다. 차유신의 옆얼굴에 제 뺨을 기댄 그가 입을 열었다. 속삭이는 음성에 솜털이 곤두섰다. “차유신이 역현구에 잘못한 게 뭔지.” 돌연 위에서 차디찬 물이 낙하했다. 정수리를 흠뻑 적신 냉수가 얼굴을 타고, 턱 선을 미끄러져 뚝뚝 떨어졌다. 차유신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불씨 하나 남기지 않고 숨을 죽였다. 입술 틈에서 젖은 숨이 샜다. “선배 똑똑하잖아요. 할 수 있을 거예요.” 텅 빈 컵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탁, 소리 나게 잔을 세운 우태원이 손을 내밀었다. 축축해진 차유신의 턱을 움켜쥔 뒤 감상하듯 눈으로 훑어왔다. 차유신의 얼굴이 제대로 식었다. 우태원이 조롱했다. “보기 좋네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예요.” “우태원. 너 돌았구나.” “화내게요? 얼마든지 해요.” 우태원이 흡족하게 눈매를 접었다. “나는 그러면 더 좋아요.” 그의 목소리가 더없이 황홀해졌다. “내가 선배 뒤통수 친 거 알고 나서 좆같은 우태원 생각 많이 했죠? 앞으로 더 해요.” 차유신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두근거리는 망막에 만족감에 젖은 우태원의 표정이 걸렸다. 목구멍 안에서 꿀꺽, 허망한 언어가 삼켜졌다. 정말로, 엄청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독어택 외전: 포인트제로] 서로에 대한 단단한 애정으로 함께하는 나날을 보내던 태원과 유신. 하지만 그런 유신에게 태원을 미끼로 한 청탁이 들어온다. 태원에게는 비밀로 그 청탁을 들어주는 유신. 하지만 태원 또한, 유신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로 바쁜 듯한데…. [독어택 외전 2: 미드나잇슬립] ‘차유신 죽이기’. 유신을 노리는 신진 정치인의 모략으로 유신이 공들여 준비한 법안이 어그러질 위기에 처한다. 그 사실을 눈치챈 태원은 유신을 돕고 싶지만, ‘차유신’이 원치도 않는 일을 섣불리 할 수는 없다. 태원은 여전히 유신이 어렵다.
*본 작품에 나오는 인물, 지명, 단체, 기관, 기업, 사건 등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혐관 #티격태격이아니라진짜싸움 #FM공 #목적지향적공 #미친개수 #반골기질수 #엘리트공수 #경찰공 #사무관수 #정치/사회/재벌근데이제당사자가아니라그걸엎어버리는공수 “가출은 자유지만 귀가에 대한 최소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지.” “지랄하네. 좆이나 까, 씹새끼야.” 금융관리위원회 사무관 성백윤은 난데없는 사내 비리에 휘말려 정체불명의 국무총리 직속TF ‘특수정책팀(특정팀)’에 파견된다. 팀장을 맡은 범윤호 경정은 철저한 목적주의자로 각종 무리한 특수임무를 성백윤에게 강요하고, 성백윤은 사이코나 다름없는 범윤호의 업무방식에 반감을 느껴 하루가 멀다 하고 그와 대립한다. 두 사람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어진 기간은 3개월, 범윤호를 필두로 성백윤, 강우태, 신기준, 서해신 등 특정팀 소속 5급 공무원 5명은 일명 ‘코드네임V’로 불리는 대통령 탄핵작전을 완수해야 한다. [미리보기] “그냥 패십시오. 아무리 유감이라고 말로 해봐야 경정님 기분 나아지지 않을 테니까. 지금은 카메라도 녹취도 없습니다. 편하게 하십시오. 몇 대 맞아 줄 각오쯤 충분히….” “야.” 불쑥 다가온 손이 성백윤의 옆얼굴을 스쳤다. 뺨이라도 후릴 줄 안 몸이 얼어붙었다. 예상과 달리 건드리는 손길은 느껴지지 않았다. 상체를 낮춘 그가 성백윤의 뒤에 있는 벽을 짚었다. “일단 첫 번째. 회사에서 2개월 정직을 요구했고 나는 차라리 1계급 강등을 해 달라 했어. 정직을 받으면 특정팀에 남을 수 없지만, 강등은 상관없으니까.”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계급이 하향되면 경정님은 특정팀에 있을 수 있는 요건이….” “난 지난해 말 총경 특진을 받았어. 동일 직급 인사 적체가 심해 임용이 일 년 밀린 거고, 내부 인사 기록상 4급이야. 한 단계 내려가면 그때 5급이고.” 성백윤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숨을 들이켠 범윤호가 또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 그런 이유로 네가 얘기한 ‘승진 때문에 국민들 벼랑 끝에 내모는 일마저 기꺼이 한다’는 사실이 아니야. 특정팀 특진 요건은 5급에서 4급으로 올라가는 건데, 나는 이미 4급이었기에 해당 사항이 없었으니까.” 그의 숨소리가 짙어졌다. 굵은 울대뼈가 쿨렁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눈앞의 얼굴이 다가왔다. 한 치의 간격을 두고 두 사람의 눈이 맞았다. 범윤호가 중얼거렸다. “다치게 한 건 미안하다.” 시트를 덮은 성백윤의 손이 뜰썩였다. 제대로 얽힌 두 사람의 눈길 밑에서 각자 숨 고르는 소리가 번졌다. 밝아지는 창 너머의 빛이 목전의 낯을 희게 물들였다. 성백윤은 점점 드러나는 잘 만든 면상을 말끄러미 봤다. 아무래도 자신은 이 남자와의 인연이 꽤나 질긴 것 같다. 그렇게 치고받고 했어도, 결국은 안심하고 있지 않은가.
불미스러운 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지 10년, 문제의 동창생들을 다시 만났다. 정우현에게는 학창시절 내내 골치를 썩였던 ‘두 명의 개새끼’가 있다. 한 명은 중앙지검 검찰 정윤재, 또 한 명은 재벌 3세로 신헌핀테크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도경. 그들과 헤어진 지 10년이 흐르고, 경찰이 된 정우현은 종종 업무 과정에서 검찰인 정윤재와 마주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해 온 정우현으로서는 이 만남이 괴로운 한편 신경 쓰인다. 어느 날 정우현은 정보국장의 지시에 따라 김도경의 뒷조사를 맡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같은 사건을 담당 중인 정윤재와 본격적으로 엮인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벌어진 문제의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본문 중] “안 아파?” 망설이다가 질문을 건넸다. 정윤재는 말이 없었다. 참다못한 정우현이 보다 정윤재를 똑바로 바라봤다. “안 아프냐고 내가 물었….” “너, 반말한다. 나한테.” 기묘하게 나긋한 대꾸였다. 정우현의 턱 끝이 움찔했다. “이번이 열 번째지. 10년 만에 만나고 나서 서로 마주친 거.” 정윤재의 팔꿈치를 감싸고 있던 천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정우현의 고개가 서서히 수그러들었다. 가느다랗게 한숨을 쉬며 구급상자를 뒤졌다. 입을 꾹 다문 채 포비돈요오드를 꺼내 정윤재의 팔꿈치를 적셨다. 딱딱한 가슴 근육이 움칠하는 게 보였다. 지금까지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놈이, 이건 제법 아팠던 모양이다. “가만히 있어.” “정우현.” “일단 약 좀 바르고.” “잘 지냈냐. 10년 동안.” 약을 바르던 손가락에 지긋이 힘이 들어갔다. 안 그래도 어둑한 차 안이 부쩍 가마득했다. 고개를 가로저은 정우현이 중얼거렸다. “너하고 상관없어.” “난 자주 궁금했는데.” 정윤재가 피식 웃었다. 정우현의 눈가에 힘이 들어갔다. 웃어. 네가 감히. 지금 이 순간, 정우현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차마 꺼내지 못한 이유는, 그 모든 것들을 표출하기에는 사람의 언어력이 한없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자퇴하기 직전 정윤재에게 느꼈던 서운함과 배신감, 거기서 나비 효과처럼 파생되다 완성된 과거의 응어리. 그런 것들은 단순히 몇 마디 말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이제 더 이상 정우현과 정윤재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 아니라는 거다. 동시에 지금 그들이 있는 곳도 그때의 교실이 아니다. 정윤재가 10년 전에 비해 더 커진 키와 어깨, 흉곽을 지니는 동안 정우현 역시 많은 측면에서 변했다. 남성다운 외관이야 지금의 정윤재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할지 몰라도,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 변화 중 하나는 아버지의 부재였다. 정우현은 더 이상 집에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밥을 주지 않을까 봐 눈치를 봐야 하는 서늘한 거실도, 쫓겨날까 봐 가슴 조이며 지새우던 밤도 없다. 단지 그 변화만으로 정우현은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반쪽짜리 병신이 아니라. “내가 밉지. 정우현.” 탁한 음성이 들려왔다. 정우현의 고개가 올라갔다. 차분한 정윤재의 낯이 보였다. 목구멍이 텁텁했다.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이런 얘기 하면 너는 웃기겠지만.” 담담한 말이 이어졌다. “나도 네가 미웠어. 잠깐.” 정우현의 목덜미가 경련했다. 정윤재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조차 없었다. * ‘쿨럭.’ 피를 토한 한세진이 바닥을 굴렀다. 한숨을 쉰 정윤재가 김도경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래, 알았고. 일단 그만하면 됐어.’ ‘아니. 지금 패는 건 한세진 개새끼 때문이 아닌데.’ 김도경이 태연하게 웃었다. 정윤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몸을 꼿꼿하게 세운 김도경이 힐긋 나를 한 번 보고, 다시 정윤재를 봤다. 정윤재에게 시선을 꽂은 시간이 유독 길었다. ‘방금 전에 아주 좆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좆같은 예감이 들어서. 기분이 좆같아서 패는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라. 윤재야.’ 김도경의 어깨에 올라가 있던 정윤재의 손에 불끈 힘이 실렸다. 손목에 두드러지는 힘줄이 현현했다. 헛헛하게 웃은 김도경이 몸을 돌렸다.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둘 사이가 미묘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한 게.
※본 작품에는 근친, 강제적 관계, 범죄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니 구매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형제근친 #국회의원공 #사람다루는게제일쉽공 #천재공 #킹메이커공 #모브공주의 #속았수 #트라우마있수 #사람들에게시달리수 내 형제들의 핏줄에는 나에게 욕정 하는 저주받은 유전자가 흐른다. 나는 3년 전 지옥에 살았다. 지옥이 자리한 한남동의 대형 저택. 그곳에는 동복형제인 오윤민과 오윤혁, 오윤성이 있었다. 이유도 모른 채 그 들로부터 강간당한 지 삼 개월. 형은 나에게 말했다. 윤수야. 피는 속일 수 없는 거야. 나는 그들로부터 그렇게 취급될 수밖에 없는 핏줄을 타고 났다.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그래서 목숨을 담보삼아 도망쳤다. 3년이 흘렀다. 메이저 언론사인 전국일보의 기자가 된 나는 오윤수로 살던 시절을 청산하기 위해 강윤수로서의 삶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러던 나에게 편집국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국회의원 오윤민, 그 괴물의 가면을 내 손으로 벗기라고. 오윤민을 사임시키기 위한 전담 TF가 꾸려졌다. 그 TF에서 맞선임인 차원혁과 본격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강윤수. 오윤민 극복하고 싶으면, 네 손으로 오윤민을 잘라.” “나하고 섹스하면서 형제들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 왜 말을 안 들어.” “강윤수. 사귀자. 나하고.” 내 구원자가 되길 원하는 차원혁과 “윤수야. 형이 얘기했지. 차원혁하고 자도 된다고. 한 번쯤은. 대신 형한테 꼭 얘기해야 한다고.” “윤수 너는 해야 해. 형을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전부 너만 할 수 있으니까.” “윤수 너하고 관계된 일에 나쁜 짓, 좋은 짓이 어디에 있어. 너한테 해코지하려는 개새끼하고 아직 하지 않은 개새끼가 있을 뿐이지.” 무조건적으로 나를 갈망하는 오윤민 사이에서, 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현대물 #첫사랑 #재회물 #배틀연애 #애증 #금단의관계 #서브공있음 #미인공 #다정공 #냉혈공 #능욕공 #집착공 #광공 #개아가공 #복흑/계략공 #후회공 #사랑꾼공 #순정공 #짝사랑공 #상처공 #천재공 #미인수 #호구수 #단정수 #무심수 #상처수 #굴림수 #도망수 #능력수 #복수 #질투 #오해/착각 #감금 #리맨물 #전문직물 #정치/사회/재벌 #키잡물 #단행본 #시리어스물 #피폐물 #사건물 #성장물 #3인칭시점 [미리보기] “그 새끼는 일단 오늘로 끝난 거야.” 목덜미가 순식간에 싸해졌다. 윤수는 오윤민이 저런 표정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절대 예사롭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검은 수면을 닮아 묵묵한 얼굴이 망가뜨릴 대상을 곱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선을 돌린 윤민이 옭아매고 있던 팔목을 풀었다. 이내 윤수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열심히 피해 다니라고 했는데, 내가 보고 싶어서 안 되겠네. 조만간 볼 일 있을 거야. 쉽게 넘어갈 걸 네가 어렵게 만들었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손길이 찼다. 온몸이 송연해졌다. “얘기 다 끝났냐.” 저편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윤민과 윤수의 얼굴이 동시에 돌아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로비 카페에 앉아있던 원혁이 까딱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씨발 무슨 경찰청이 아주 판문점이야. 이산가족은 여기서 다 만나고 있네.” 벌떡 몸을 일으킨 원혁이 저벅저벅 이쪽으로 다가왔다. 윤수를 일별한 얼굴이 윤민을 향했다. “네 동생이랑 얘기 좀 하자. 오윤민.” 윤민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깨 위로 올라온 손아귀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었다. 그 강도가 다소 세서 눈가가 절로 경련했다. 윤민의 적막한 시선이 원혁을 훑었다. 굳게 다물려 있던 원혁의 입가가 미소를 머금었다. “공무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자기 회사에 정치인 들락거리는 거다. 위화감 조성하지 말고 빨리 여의도로 복귀해라. 오윤민.” “너 원래 출근을 여기로 하냐.” “기자한테 출근지가 어디 있어. 일단 출근하면 다 출근지지. 방금 전까지 광화문 10차선로 출근했다. 차 존나 막히더라.” “윤수는 왜.” “이 새끼가 나한테 잘못한 게 좀 있어서. 혼 좀 나야 하겠더라고.” 원혁이 곁눈질로 윤수를 봤다. 윤수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낫배드 동거한 지 한 달. 각방을 쓴 지 한 달. 윤민은 윤수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윤수에게는 하루 같았던 한 달. 윤수의 마음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 윤민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호텔에서 보자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날, 전 경찰청장이 윤민에게 공천 로비를 시도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마감을 마친 윤수가 호텔에서 윤민을 기다리고 있지만, 윤민은 나타나는 대신 전화로 당분간 떨어져 있자고 하는데…. 굿나잇 동생에게 비밀이 생겼다. 자신이 모르는. 여당의 한 유력 국회의원 영입문제를 두고 윤수와 갈등을 빚던 윤민은 자신이 모르는 동생의 모습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생소한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윤민은 무의식 속에서 지난 33년의 시간여행을 하는데. 그러면서 깨달은 한 가지 사실, 동생은 언제나 윤민의 안에 있었다.
#거칠공 #복수는나의힘공 #수이용하려했공 #관계역전후회공 #약한듯약하지않수 #몸도마음도순진수 #과거국민스타수 #증오만받는개아가서브공 [팬옵티콘] 얼음인형처럼 아름다운 타깃과 기묘하게 엮였다. 20년 전 국민 키즈스타 ‘서지하’였던 서아인은 이정우 TJ금융 사장으로부터 특별보너스와 고액의 선물을 받는 ‘신의 보직’ TJ금융 전담기자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세간에는 이정우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정우도 서아인도 서로 사랑을 나눈 적이 없다. 그런 서아인에게 금융관리위원회의 ‘브레인’ 태민우가 접근한다. 그는 TJ금융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업 TF 업무를 도와달라며 서아인을 유혹하고, 서아인은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태민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TJ금융 작업 후 서아인을 함께 구속시키려 했던 태민우는 일부러 서아인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서아인의 과거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며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팬옵티콘 외전: 그레이존] 태민우는 서아인이 가고 싶어 한 아이슬란드로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민우의 야근이 점점 잦아지고, 서아인은 그런 태민우가 자신과의 잠자리를 피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함을 느낀다. 서아인은 태민우의 태도가 변한 것이 여행지에서 생긴 사고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 서아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리보기] “전 싫어요. 제 얘기하는 거.” “그러면 저는 왜 불렀어요? 본인 얘기할 것도 아니면서.” 태민우가 한 번 더 와인을 머금었다. 무게감 있는 액체가 입안에서 텁텁하게 굴러갔다. 목울대에 힘을 줬다. 오크향과 과실향으로 점철된 액체가 밀물처럼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장까지 짜릿해졌다. “제가 태 사무관님하고….” 서아인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을 짚은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표면을 두드렸다. 태민우는 입안에 남은 타닌감을 혀로 쓸며 생각했다. 꼭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인데,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저 모양새가 너무도 예뻐서. “친구가 됐다고 생각해서요.” 말의 끄트머리가 자못 조심스러웠다. 입을 꼭 다문 서아인이 태민우의 눈치를 봤다. 무덤덤하던 태민우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와. 친구요?” “네. 안… 안 되나요.” “아니요. 난 좋은데.” 미소 지은 태민우가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딱, 소리를 내며 바닥과 표면이 마찰했다. 천천히 숙인 태민우의 상반신이 서아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치켜뜬 서아인의 속눈썹이 미동했다. “고마워요. 내가 친구라고 해줘서.” *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태 사무관님한테.” 짙은 숨소리가 들렸다. 피로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 올린 태민우가 몸을 틀었다. 서아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높고 넓은 등이 그저 두려웠다.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손을 가볍게 털고 난 태민우가 말했다. “나중에 하시죠. 지금 얘기하는 거,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 사무관님.” 서아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민우가 발을 뻗었다.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태민우의 실루엣에 서아인의 망막이 아려왔다. 바들거리는 손가락이 얼굴을 짚었다. 얼음장처럼 차다. 얼굴에 부딪쳐오는 빗줄기가 아까보다 훨씬 더 굵고, 매섭다. 쏟아붓는 빗줄기가 서아인을 연신 내리쳤다. 머리카락, 얼굴, 목덜미, 손. 어디 하나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장까지도. 쿵쿵 울리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흉부를 꾹 눌러가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흐트러지는 시야에서 점점 더 작아지는 태민우가 보였다. 경련하던 목덜미가 푹 꺾였다. 비를 맞아 젖어든 눈망울에서 문득 뜨거운 물방울이 터졌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피부를 엘 것처럼 날카롭다. 머리는 울고 싶지 않은데, 심장이 울었다. 모든 것이 단절돼간다. 머리와 심장, 의지와 현실, 서아인과 태민우. 도저히 붙일 수가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어긋나는 불우한 인연. 척척해지는 바닥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아인의 얼굴을 타고 낙하한 눈물이 빗물과 함께 바닥을 적셨다. 서아인은 알고 있었다. 다음은 없다는 걸. 지금 이렇게 태민우를 보내면, 이대로 끝이라는 걸. 서아인은 그대로 거짓말쟁이로 남고 만다는 걸. 기껏 찾은 친구를 배은망덕하게도 내친 인물이 되고 만다는 걸. 그래서 서아인은 지금의 상황이 싫다. 태민우가 떠나가는 게, 정말로 싫다. 진눈깨비가 완연한 소나기로 전환됐다. 추적하게 내리붓는 빗줄기에 얼굴이 녹아내릴 것처럼 눅눅해졌다. 체념한 채 눈을 감고 무력한 숨을 내뱉었다. 젖어있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추스르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눈과 뺨을 훔쳤지만, 여전히 물기투성이였다. 젖은 것으로 젖은 것을 닦았는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끝내 툭 떨어진 서아인의 손목이 사납게 휘어 잡혔다. 서아인의 얼굴이 가쁘게 들렸다. 물방울이 송글송글한 속눈썹을 깜박이며 위를 올려다봤다. 서아인 못지않게 젖은 태민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들거리는 서아인의 얼굴에 시선을 맞춘 태민우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딱딱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집 어디야. 너.”
#재벌공 #유도선수수 #배틀연애 #존댓말연상공 #능글능욕공 #덤덤무던수 #짝사랑수 #입덕부정공 #후회공 #복수 #애증 #오해/착각 #쌍방구원 “그쪽 경기 잘 봤어요. 그때. 더럽게 못 하더라고.” “…그렇게 됐습니다.” “우는 거 보여줘요. 내가 그때 못 봤으니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유도계를 은퇴한 신우민은 해당 사고의 원인에 KJT그룹 2세인 권민형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신우민은 권민형을 무너뜨릴 목적으로 모종의 계약을 맺은 뒤 그의 운전기사 겸 경호원으로 채용되고, 자기중심적이며 비뚤어진 권민형은 신우민에게 비정상적 흥미를 보이는데. “사장님께서는 남의 불행이 즐거우십니까.” “그럼요. 안 즐거울 이유가 없잖습니까.” “혹시 변태세요?” “설마 아닌 줄 알았습니까.” 약점을 알면서 노골적으로 건드리며 자극해 오는 권민형에게 치를 떨면서도 신우민은 그를 떠나지 못하고, 위태로운 감정적 줄타기를 반복하길 한 달 반. 증오뿐이었던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제가 현재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권 사장님이 아닙니다. 사장님 따위를 좋아하는 저입니다. 좆같으면 좀 고쳐요. 사람 갖고 놀지만 말고.” ***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왔어요?” 태연한 질문이 찾아들었다. 신우민은 싸늘하게 받아쳤다. “소원 하나 들어주려고요.” 다리가 뻗어 나갔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마지막 오른발은 다리 사이에 넣어 감고, 손은 상대방의 어깨를 내려 붙일 것. 정석대로 안다리를 후리자마자 권민형의 몸이 넘어갔다. 신우민은 신속하게 권민형의 머리통만 손으로 받쳤다. 쿵. 머리만 빼고 전부 바닥에 부닥친 권민형이 하, 소리를 냈다. 신우민은 권민형의 위에 올라타 그의 넥타이를 잡았다. “일전에 기술 걸어 달라면서요. 그래서 했습니다.” 잠잠한 권민형의 눈길이 신우민을 머금었다. 잘생긴 눈초리가 일순 휘었다. 신우민의 눈살이 찡긋거렸다. “웃음이 나옵니까.” “네. 나옵니다.” 권민형의 웃음이 진해졌다. “어디 더 해 봐요. 어차피 내일부턴 못 할 테니까.” 신우민이 이를 갈았다. “실컷 해 드리죠. 씨발 새끼야.”
“뭐 하고 지냈어? 나 없는 10년 동안.” 10년 전 버린 동생, 주혜성이 문성하를 찾아왔다. 과거의 죄책감을 잊지 못한 문성하는 주혜성의 제안에 따라 동거를 시작하고, 전에 없던 감정을 느끼며 그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그 선택은 동생의 쳐놓은 거대한 덫의 일부였는데. “주혜성은 내가 죄악을 저질러 가며 선택한 내 연인이니, 그 어떤 고통을 감수한다 해도 상관없었어.” “형.” “나에게 지옥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혜성아.” 거짓처럼 찾아온 동생은 정말로 거짓만 남긴 채 사라지고, 또다시 5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사고처럼 재회한 그의 이름은 더 이상 동생이 아니었다. “형과 보는 게 오늘이 마지막일 일은 없을 거야. 그게 오늘의 진실이야. 형이 원치 않아도, 앞으로 우리는 종종 보게 될 거야.” [미리보기] “또 뵙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문성하가 딱딱하게 말했다. 주혜성의 가슴이 잠시 부푼 끝에 가라앉았다. 입을 다신 그가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레 풍성해진 체향에 놀란 문성하가 물러났다. 개의치 않고 눈높이를 맞춘 주혜성이 깍듯하게 말했다. “키 줘요.” 문성하는 잠자코 쏘아봤다. 그럴 줄 알았다는 양 한숨 쉰 주혜성이 팔을 뻗었다. 저도 모르게 풀린 문성하의 손에서 키가 떨어졌다. 주혜성은 몸을 숙여 굴러다니는 키를 주웠다. “키는 제가 맡겠습니다. 제 차로 가십시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키를 주머니에 넣으며 몸을 세운 주혜성이 말했다. 문성하의 눈길이 넘어갔다. 저편에서 대기 중인 고급 외제 세단이 보였다. 운전석에 전용 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를 질근거린 문성하가 입을 열었다. 격양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내가 분명히 다시 볼 일 만들지 말자고….” “문 대표님.” 허리를 짚은 주혜성이 짙은 숨을 몰아쉬었다. 문성하의 얼굴에 닿는 밤공기가 자못 뜨거웠다. 꼼짝달싹하던 손이 등 뒤로 숨었다. 갈수록 호흡이 달뜬다. 결이 다른 오싹함에 왼발이 간질거린다. 주혜성과 닿은 적이 없는데, 이미 닿은 것처럼 맥박이 벅차 온다. “저와 살 맞대는 것 싫잖아요.” 주혜성이 재차 상체를 숙였다. 다가온 얼굴이 문성하의 옆얼굴에 겹쳐졌다. 곤두선 솜털이 그의 입술에 스쳤다. 문성하의 눈꺼풀이 파들거렸다. 주혜성이 묵직한 종용을 했다. “안아서 옮겨 버리기 전에 알아서 차로 가 달란 얘기야. 응? 형.”
#곱게자라진않았공 #수를위해변하공 #수회사덕후공 #사람싫수 #창업자수 너의 테두리는 달콤한 만큼 위험했다. 스무 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살아온 윤현준은 모든 학생들을 자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최우겸을 만난다. 조금씩 완성돼가던 그들의 연결고리는 어느 치기 어린 날의 사건을 계기로 끊어지고 마는데. “내가 너와 그럴 이유가 없는 사이야?” 팔 년 후.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 ‘엣지핀’을 창업한 윤현준은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 도선인베스트먼트에 투자를 받기 위해 나섰다가 그곳의 대표가 된 최우겸과 다시 얽힌다. “기억 찾은 기념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았어요? 그날 나하고 잤던 거.” 여전히 최우겸이 불편한 윤현준과 그런 그에게 팔 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최우겸. 두 사람의 테두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친구>연인 #첫사랑 #재회물 #다정공 #대형견공 #헌신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사랑꾼공 #순정공 #짝사랑공 #상처공 #절륜공 #존댓말공 #까칠수 #단정수 #무심수 #상처수 #능력수 #대학생 #오해/착각 #리맨물 #정치/사회/재벌 #단행본 #삽질물 #일상물 #시리어스물 #사건물 [미리보기] 윤현준의 목구멍으로 꿀꺽 침이 넘어갔다. 다분히 냉랭한 최우겸의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 살짝 눈을 감았다 뜬 윤현준이 몸을 일으켰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의자가 밀려났다. 재빨리 가방 안에 노트북을 집어넣은 윤현준이 발을 내디뎠다. 그대로 최우겸을 지나쳐가며 한 마디 했다. “죄송한데 제가 대표님은 좀 불편해서 어렵습니다. 대신 실망시키지 않게끔, 송 팀장과 함께 전반적인 일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내뻗어진 손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돌리기 무섭게 다가온 손아귀가 손목을 잡아챘다. 움칠한 윤현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던 최우겸의 입가에 언뜻 헛웃음이 걸렸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치지 마. 윤현준. 우리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잖아.” [저스트 비즈니스] 둘이서 같이 할 위시리스트를 꼽으며 관계를 공고히 다져나가던 우겸과 현준. 하지만 우겸이 미국으로 출장을 간 사이, 현준은 우겸이 결혼을 할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현준은 불편한 마음으로 우겸에게 메세지를 보내지만, 우겸은 나중에 다 설명해준다며 현준의 입에 사탕을 물리는 것에 그치는데….
#곱게자라진않았공 #수를위해변하공 #수회사덕후공 #사람싫수 #창업자수 너의 테두리는 달콤한 만큼 위험했다. 스무 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살아온 윤현준은 모든 학생들을 자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최우겸을 만난다. 조금씩 완성돼가던 그들의 연결고리는 어느 치기 어린 날의 사건을 계기로 끊어지고 마는데. “내가 너와 그럴 이유가 없는 사이야?” 팔 년 후.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 ‘엣지핀’을 창업한 윤현준은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 도선인베스트먼트에 투자를 받기 위해 나섰다가 그곳의 대표가 된 최우겸과 다시 얽힌다. “기억 찾은 기념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았어요? 그날 나하고 잤던 거.” 여전히 최우겸이 불편한 윤현준과 그런 그에게 팔 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최우겸. 두 사람의 테두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친구>연인 #첫사랑 #재회물 #다정공 #대형견공 #헌신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사랑꾼공 #순정공 #짝사랑공 #상처공 #절륜공 #존댓말공 #까칠수 #단정수 #무심수 #상처수 #능력수 #대학생 #오해/착각 #리맨물 #정치/사회/재벌 #단행본 #삽질물 #일상물 #시리어스물 #사건물 [미리보기] 윤현준의 목구멍으로 꿀꺽 침이 넘어갔다. 다분히 냉랭한 최우겸의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 살짝 눈을 감았다 뜬 윤현준이 몸을 일으켰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의자가 밀려났다. 재빨리 가방 안에 노트북을 집어넣은 윤현준이 발을 내디뎠다. 그대로 최우겸을 지나쳐가며 한 마디 했다. “죄송한데 제가 대표님은 좀 불편해서 어렵습니다. 대신 실망시키지 않게끔, 송 팀장과 함께 전반적인 일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내뻗어진 손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돌리기 무섭게 다가온 손아귀가 손목을 잡아챘다. 움칠한 윤현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던 최우겸의 입가에 언뜻 헛웃음이 걸렸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치지 마. 윤현준. 우리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잖아.” [저스트 비즈니스] 둘이서 같이 할 위시리스트를 꼽으며 관계를 공고히 다져나가던 우겸과 현준. 하지만 우겸이 미국으로 출장을 간 사이, 현준은 우겸이 결혼을 할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현준은 불편한 마음으로 우겸에게 메세지를 보내지만, 우겸은 나중에 다 설명해준다며 현준의 입에 사탕을 물리는 것에 그치는데….
#거칠공 #복수는나의힘공 #수이용하려했공 #관계역전후회공 #약한듯약하지않수 #몸도마음도순진수 #과거국민스타수 #증오만받는개아가서브공 [팬옵티콘] 얼음인형처럼 아름다운 타깃과 기묘하게 엮였다. 20년 전 국민 키즈스타 ‘서지하’였던 서아인은 이정우 TJ금융 사장으로부터 특별보너스와 고액의 선물을 받는 ‘신의 보직’ TJ금융 전담기자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세간에는 이정우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정우도 서아인도 서로 사랑을 나눈 적이 없다. 그런 서아인에게 금융관리위원회의 ‘브레인’ 태민우가 접근한다. 그는 TJ금융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업 TF 업무를 도와달라며 서아인을 유혹하고, 서아인은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태민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TJ금융 작업 후 서아인을 함께 구속시키려 했던 태민우는 일부러 서아인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서아인의 과거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며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팬옵티콘 외전: 그레이존] 태민우는 서아인이 가고 싶어 한 아이슬란드로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민우의 야근이 점점 잦아지고, 서아인은 그런 태민우가 자신과의 잠자리를 피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함을 느낀다. 서아인은 태민우의 태도가 변한 것이 여행지에서 생긴 사고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 서아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대물 #동거/배우자 #첫사랑 #재회물 #애증 #계약 #신분차이 #서브공있음 #헌신공 #강공 #냉혈공 #능욕공 #능글공 #까칠공 #집착공 #개아가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후회공 #사랑꾼공 #상처공 #절륜공 #천재공 #존댓말공 #미인수 #다정수 #순진수 #소심수 #호구수 #헌신수 #외유내강수 #단정수 #짝사랑수 #상처수 #굴림수 #도망수 #복수 #질투 #오해/착각 #전문직물 #정치/사회/재벌 #할리킹 #단행본 #삽질물 #시리어스물 #피폐물 #사건물 #애절물 #3인칭시점 [미리보기] “전 싫어요. 제 얘기하는 거.” “그러면 저는 왜 불렀어요? 본인 얘기할 것도 아니면서.” 태민우가 한 번 더 와인을 머금었다. 무게감 있는 액체가 입안에서 텁텁하게 굴러갔다. 목울대에 힘을 줬다. 오크향과 과실향으로 점철된 액체가 밀물처럼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장까지 짜릿해졌다. “제가 태 사무관님하고….” 서아인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을 짚은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표면을 두드렸다. 태민우는 입안에 남은 타닌감을 혀로 쓸며 생각했다. 꼭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인데,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저 모양새가 너무도 예뻐서. “친구가 됐다고 생각해서요.” 말의 끄트머리가 자못 조심스러웠다. 입을 꼭 다문 서아인이 태민우의 눈치를 봤다. 무덤덤하던 태민우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와. 친구요?” “네. 안… 안 되나요.” “아니요. 난 좋은데.” 미소 지은 태민우가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딱, 소리를 내며 바닥과 표면이 마찰했다. 천천히 숙인 태민우의 상반신이 서아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치켜뜬 서아인의 속눈썹이 미동했다. “고마워요. 내가 친구라고 해줘서.” *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태 사무관님한테.” 짙은 숨소리가 들렸다. 피로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 올린 태민우가 몸을 틀었다. 서아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높고 넓은 등이 그저 두려웠다.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손을 가볍게 털고 난 태민우가 말했다. “나중에 하시죠. 지금 얘기하는 거,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 사무관님.” 서아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민우가 발을 뻗었다.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태민우의 실루엣에 서아인의 망막이 아려왔다. 바들거리는 손가락이 얼굴을 짚었다. 얼음장처럼 차다. 얼굴에 부딪쳐오는 빗줄기가 아까보다 훨씬 더 굵고, 매섭다. 쏟아붓는 빗줄기가 서아인을 연신 내리쳤다. 머리카락, 얼굴, 목덜미, 손. 어디 하나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장까지도. 쿵쿵 울리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흉부를 꾹 눌러가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흐트러지는 시야에서 점점 더 작아지는 태민우가 보였다. 경련하던 목덜미가 푹 꺾였다. 비를 맞아 젖어든 눈망울에서 문득 뜨거운 물방울이 터졌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피부를 엘 것처럼 날카롭다. 머리는 울고 싶지 않은데, 심장이 울었다. 모든 것이 단절돼간다. 머리와 심장, 의지와 현실, 서아인과 태민우. 도저히 붙일 수가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어긋나는 불우한 인연. 척척해지는 바닥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아인의 얼굴을 타고 낙하한 눈물이 빗물과 함께 바닥을 적셨다. 서아인은 알고 있었다. 다음은 없다는 걸. 지금 이렇게 태민우를 보내면, 이대로 끝이라는 걸. 서아인은 그대로 거짓말쟁이로 남고 만다는 걸. 기껏 찾은 친구를 배은망덕하게도 내친 인물이 되고 만다는 걸. 그래서 서아인은 지금의 상황이 싫다. 태민우가 떠나가는 게, 정말로 싫다. 진눈깨비가 완연한 소나기로 전환됐다. 추적하게 내리붓는 빗줄기에 얼굴이 녹아내릴 것처럼 눅눅해졌다. 체념한 채 눈을 감고 무력한 숨을 내뱉었다. 젖어있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추스르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눈과 뺨을 훔쳤지만, 여전히 물기투성이였다. 젖은 것으로 젖은 것을 닦았는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끝내 툭 떨어진 서아인의 손목이 사납게 휘어 잡혔다. 서아인의 얼굴이 가쁘게 들렸다. 물방울이 송글송글한 속눈썹을 깜박이며 위를 올려다봤다. 서아인 못지않게 젖은 태민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들거리는 서아인의 얼굴에 시선을 맞춘 태민우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딱딱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집 어디야. 너.”
#곱게자라진않았공 #수를위해변하공 #수회사덕후공 #사람싫수 #창업자수 너의 테두리는 달콤한 만큼 위험했다. 스무 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살아온 윤현준은 모든 학생들을 자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최우겸을 만난다. 조금씩 완성돼가던 그들의 연결고리는 어느 치기 어린 날의 사건을 계기로 끊어지고 마는데. “내가 너와 그럴 이유가 없는 사이야?” 팔 년 후. 초기 핀테크 스타트업 ‘엣지핀’을 창업한 윤현준은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 도선인베스트먼트에 투자를 받기 위해 나섰다가 그곳의 대표가 된 최우겸과 다시 얽힌다. “기억 찾은 기념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았어요? 그날 나하고 잤던 거.” 여전히 최우겸이 불편한 윤현준과 그런 그에게 팔 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최우겸. 두 사람의 테두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친구>연인 #첫사랑 #재회물 #다정공 #대형견공 #헌신공 #집착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사랑꾼공 #순정공 #짝사랑공 #상처공 #절륜공 #존댓말공 #까칠수 #단정수 #무심수 #상처수 #능력수 #대학생 #오해/착각 #리맨물 #정치/사회/재벌 #단행본 #삽질물 #일상물 #시리어스물 #사건물 [미리보기] 윤현준의 목구멍으로 꿀꺽 침이 넘어갔다. 다분히 냉랭한 최우겸의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 살짝 눈을 감았다 뜬 윤현준이 몸을 일으켰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의자가 밀려났다. 재빨리 가방 안에 노트북을 집어넣은 윤현준이 발을 내디뎠다. 그대로 최우겸을 지나쳐가며 한 마디 했다. “죄송한데 제가 대표님은 좀 불편해서 어렵습니다. 대신 실망시키지 않게끔, 송 팀장과 함께 전반적인 일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내뻗어진 손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돌리기 무섭게 다가온 손아귀가 손목을 잡아챘다. 움칠한 윤현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던 최우겸의 입가에 언뜻 헛웃음이 걸렸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치지 마. 윤현준. 우리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잖아.” [저스트 비즈니스] 둘이서 같이 할 위시리스트를 꼽으며 관계를 공고히 다져나가던 우겸과 현준. 하지만 우겸이 미국으로 출장을 간 사이, 현준은 우겸이 결혼을 할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현준은 불편한 마음으로 우겸에게 메세지를 보내지만, 우겸은 나중에 다 설명해준다며 현준의 입에 사탕을 물리는 것에 그치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지 10년, 문제의 동창생들을 다시 만났다. 정우현에게는 학창시절 내내 골치를 썩였던 ‘두 명의 개XX’가 있다. 한 명은 중앙지검 검찰 정윤재, 또 한 명은 재벌 3세로 신헌핀테크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도경. 그들과 헤어진 지 10년이 흐르고, 경찰이 된 정우현은 종종 업무 과정에서 검찰인 정윤재와 마주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해 온 정우현으로서는 이 만남이 괴로운 한편 신경 쓰인다. 어느 날 정우현은 정보국장의 지시에 따라 김도경의 뒷조사를 맡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같은 사건을 담당 중인 정윤재와 본격적으로 엮인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벌어진 문제의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비운의귀공자수 #조각외모공 그에게 나는 신이었고, 동시에 추락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여당의 신망 받는 국회의원 차유신은 자신의 '개'를 자처하며 들어온 수수께끼의 보좌진 우태원의 계략에 빠져 금배지를 반납한다. 차유신이 야인(野人)생활을 하는 사이 서울 최대의 우범지역 '역현구갑'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우태원은 차유신이 '서울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해둔 '역현구을'을 망가뜨리려 한다. 차유신은 복수를 꿈꾸며 제1야당인 신진화당과 손을 잡아 정계에 복귀하고, 우태원은 태연하게도 그런 차유신을 도발해오는데. “그 동안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선배.” 우태원이 은은하게 물었다. 차유신은 무표정으로 답했다. “응.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씨발 새끼야.” [미리보기] “선배는 제 고향을 망쳤어요.” 바로 선 컵이 차유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안에는 여전히 찰랑이는 물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니 벌을 받아야죠.” 손이 차유신의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차유신의 속눈썹이 방어적으로 들렸다. “내가 역현구를 망쳐? 말이 되는 소리를 좀…!” “모르겠으면 잘 생각해봐요.” 우태원이 표정 없이 읊조렸다. 차유신의 낯이 멍해졌다. 우태원이 허리를 굽었다. 차유신의 옆얼굴에 제 뺨을 기댄 그가 입을 열었다. 속삭이는 음성에 솜털이 곤두섰다. “차유신이 역현구에 잘못한 게 뭔지.” 돌연 위에서 차디찬 물이 낙하했다. 정수리를 흠뻑 적신 냉수가 얼굴을 타고, 턱 선을 미끄러져 뚝뚝 떨어졌다. 차유신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불씨 하나 남기지 않고 숨을 죽였다. 입술 틈에서 젖은 숨이 샜다. “선배 똑똑하잖아요. 할 수 있을 거예요.” 텅 빈 컵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탁, 소리 나게 잔을 세운 우태원이 손을 내밀었다. 축축해진 차유신의 턱을 움켜쥔 뒤 감상하듯 눈으로 훑어왔다. 차유신의 얼굴이 제대로 식었다. 우태원이 조롱했다. “보기 좋네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예요.” “우태원. 너 돌았구나.” “화내게요? 얼마든지 해요.” 우태원이 흡족하게 눈매를 접었다. “나는 그러면 더 좋아요.” 그의 목소리가 더없이 황홀해졌다. “내가 선배 뒤통수 친 거 알고 나서 좆같은 우태원 생각 많이 했죠? 앞으로 더 해요.” 차유신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두근거리는 망막에 만족감에 젖은 우태원의 표정이 걸렸다. 목구멍 안에서 꿀꺽, 허망한 언어가 삼켜졌다. 정말로, 엄청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단단한 애정으로 함께하는 나날을 보내던 태원과 유신. 하지만 그런 유신에게 태원을 미끼로 한 청탁이 들어온다. 태원에게는 비밀로 그 청탁을 들어주는 유신. 하지만 태원 또한, 유신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로 바쁜 듯한데….
#거칠공 #복수는나의힘공 #수이용하려했공 #관계역전후회공 #약한듯약하지않수 #몸도마음도순진수 #과거국민스타수 #증오만받는개아가서브공 [팬옵티콘] 얼음인형처럼 아름다운 타깃과 기묘하게 엮였다. 20년 전 국민 키즈스타 ‘서지하’였던 서아인은 이정우 TJ금융 사장으로부터 특별보너스와 고액의 선물을 받는 ‘신의 보직’ TJ금융 전담기자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세간에는 이정우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정우도 서아인도 서로 사랑을 나눈 적이 없다. 그런 서아인에게 금융관리위원회의 ‘브레인’ 태민우가 접근한다. 그는 TJ금융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업 TF 업무를 도와달라며 서아인을 유혹하고, 서아인은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태민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TJ금융 작업 후 서아인을 함께 구속시키려 했던 태민우는 일부러 서아인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서아인의 과거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며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팬옵티콘 외전: 그레이존] 태민우는 서아인이 가고 싶어 한 아이슬란드로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민우의 야근이 점점 잦아지고, 서아인은 그런 태민우가 자신과의 잠자리를 피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함을 느낀다. 서아인은 태민우의 태도가 변한 것이 여행지에서 생긴 사고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 서아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대물 #동거/배우자 #첫사랑 #재회물 #애증 #계약 #신분차이 #서브공있음 #헌신공 #강공 #냉혈공 #능욕공 #능글공 #까칠공 #집착공 #개아가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후회공 #사랑꾼공 #상처공 #절륜공 #천재공 #존댓말공 #미인수 #다정수 #순진수 #소심수 #호구수 #헌신수 #외유내강수 #단정수 #짝사랑수 #상처수 #굴림수 #도망수 #복수 #질투 #오해/착각 #전문직물 #정치/사회/재벌 #할리킹 #단행본 #삽질물 #시리어스물 #피폐물 #사건물 #애절물 #3인칭시점 [미리보기] “전 싫어요. 제 얘기하는 거.” “그러면 저는 왜 불렀어요? 본인 얘기할 것도 아니면서.” 태민우가 한 번 더 와인을 머금었다. 무게감 있는 액체가 입안에서 텁텁하게 굴러갔다. 목울대에 힘을 줬다. 오크향과 과실향으로 점철된 액체가 밀물처럼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장까지 짜릿해졌다. “제가 태 사무관님하고….” 서아인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을 짚은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표면을 두드렸다. 태민우는 입안에 남은 타닌감을 혀로 쓸며 생각했다. 꼭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인데,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저 모양새가 너무도 예뻐서. “친구가 됐다고 생각해서요.” 말의 끄트머리가 자못 조심스러웠다. 입을 꼭 다문 서아인이 태민우의 눈치를 봤다. 무덤덤하던 태민우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와. 친구요?” “네. 안… 안 되나요.” “아니요. 난 좋은데.” 미소 지은 태민우가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딱, 소리를 내며 바닥과 표면이 마찰했다. 천천히 숙인 태민우의 상반신이 서아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치켜뜬 서아인의 속눈썹이 미동했다. “고마워요. 내가 친구라고 해줘서.” *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태 사무관님한테.” 짙은 숨소리가 들렸다. 피로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 올린 태민우가 몸을 틀었다. 서아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높고 넓은 등이 그저 두려웠다.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손을 가볍게 털고 난 태민우가 말했다. “나중에 하시죠. 지금 얘기하는 거, 서로에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 사무관님.” 서아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민우가 발을 뻗었다.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태민우의 실루엣에 서아인의 망막이 아려왔다. 바들거리는 손가락이 얼굴을 짚었다. 얼음장처럼 차다. 얼굴에 부딪쳐오는 빗줄기가 아까보다 훨씬 더 굵고, 매섭다. 쏟아붓는 빗줄기가 서아인을 연신 내리쳤다. 머리카락, 얼굴, 목덜미, 손. 어디 하나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장까지도. 쿵쿵 울리는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흉부를 꾹 눌러가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흐트러지는 시야에서 점점 더 작아지는 태민우가 보였다. 경련하던 목덜미가 푹 꺾였다. 비를 맞아 젖어든 눈망울에서 문득 뜨거운 물방울이 터졌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피부를 엘 것처럼 날카롭다. 머리는 울고 싶지 않은데, 심장이 울었다. 모든 것이 단절돼간다. 머리와 심장, 의지와 현실, 서아인과 태민우. 도저히 붙일 수가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어긋나는 불우한 인연. 척척해지는 바닥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아인의 얼굴을 타고 낙하한 눈물이 빗물과 함께 바닥을 적셨다. 서아인은 알고 있었다. 다음은 없다는 걸. 지금 이렇게 태민우를 보내면, 이대로 끝이라는 걸. 서아인은 그대로 거짓말쟁이로 남고 만다는 걸. 기껏 찾은 친구를 배은망덕하게도 내친 인물이 되고 만다는 걸. 그래서 서아인은 지금의 상황이 싫다. 태민우가 떠나가는 게, 정말로 싫다. 진눈깨비가 완연한 소나기로 전환됐다. 추적하게 내리붓는 빗줄기에 얼굴이 녹아내릴 것처럼 눅눅해졌다. 체념한 채 눈을 감고 무력한 숨을 내뱉었다. 젖어있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추스르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눈과 뺨을 훔쳤지만, 여전히 물기투성이였다. 젖은 것으로 젖은 것을 닦았는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끝내 툭 떨어진 서아인의 손목이 사납게 휘어 잡혔다. 서아인의 얼굴이 가쁘게 들렸다. 물방울이 송글송글한 속눈썹을 깜박이며 위를 올려다봤다. 서아인 못지않게 젖은 태민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들거리는 서아인의 얼굴에 시선을 맞춘 태민우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딱딱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집 어디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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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러운 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지 10년, 문제의 동창생들을 다시 만났다. 정우현에게는 학창시절 내내 골치를 썩였던 ‘두 명의 개XX’가 있다. 한 명은 중앙지검 검찰 정윤재, 또 한 명은 재벌 3세로 신헌핀테크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도경. 그들과 헤어진 지 10년이 흐르고, 경찰이 된 정우현은 종종 업무 과정에서 검찰인 정윤재와 마주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해 온 정우현으로서는 이 만남이 괴로운 한편 신경 쓰인다. 어느 날 정우현은 정보국장의 지시에 따라 김도경의 뒷조사를 맡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같은 사건을 담당 중인 정윤재와 본격적으로 엮인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벌어진 문제의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지 10년, 문제의 동창생들을 다시 만났다. 정우현에게는 학창시절 내내 골치를 썩였던 ‘두 명의 개XX’가 있다. 한 명은 중앙지검 검찰 정윤재, 또 한 명은 재벌 3세로 신헌핀테크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도경. 그들과 헤어진 지 10년이 흐르고, 경찰이 된 정우현은 종종 업무 과정에서 검찰인 정윤재와 마주치기 시작한다. 과거를 잊기 위해 노력해 온 정우현으로서는 이 만남이 괴로운 한편 신경 쓰인다. 어느 날 정우현은 정보국장의 지시에 따라 김도경의 뒷조사를 맡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같은 사건을 담당 중인 정윤재와 본격적으로 엮인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벌어진 문제의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