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일상에 지칠 때 새벽은 늘 옥담의 인적 드문 작은 숲을 찾았다. 그리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는 남자, 휘문에게 운명을 느낀다. “내가 그렇게 순수한 사람이 아니라서 지금 퍽 불순한 생각이 드는데. 제대로 이해한 것 맞습니까?” 속삭이듯, 그러나 소름이 돋을 만큼 낮고 짙은 음성에 고여 있던 침이 꿀꺽 삼켜졌다. 심장이 터질 듯 거세게 박동했다. 새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고.” 음울하게 뱉어진 어투에 새벽은 한참이나 달싹이던 입술을 겨우 떼어 냈다. “무서운 건 핑계고, 불순한 짓…… 하고 싶어요.” 그렇게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꿈만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손꼽아 기다리던 휘문과 다시 만나기로 한 하루 전날. 새벽은 친구 진호의 부탁으로 그와 애인인 척, 그의 할아버지 졸수연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진호의 형을 보게 되는데……. “형? 형이 있었어?” “응. 계속 외국에 있다가 완전히 들어온 건 얼마 안 됐어.” 뒤돌아 서 있는 그의 형에게 다가가 친밀하게 팔을 쓸어내리는 여자가 보였다. “누군데?” “형 애인.” “둘이 오래 사귀었나 봐.” “응. 곧 약혼할 거야. 형한테 먼저 인사하러 갈까?” 새벽은 휘문과 다시 우연히 재회했다. “여긴 나랑 사귀고 있는 도새벽. 여긴 우리 형, 권휘문.” 서로의 연인을 옆에 둔 채로. 그것도 그의 동생의 애인과, 애인의 형으로. 운명이 아니라…… 악연이었다.
2023년 05월 14일
2개월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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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의 마기현은 무척 순수하며, 내게 맹목적인 남자였다. 그저 입술을 맞대고 몸이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참지 못하고 깊은 탄성을 뱉어 낼 만큼. “좋아해, 유영아. 좋아해.” 그런 기현을 나는 무참히 버렸다. 6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아 넣을 만큼. “차라리 무릎 꿇고 빌라고 하면 빌게.” “아니지. 그딴 무릎이 무슨 값어치가 있다고.” “원하는 걸 말해.” “그때 제대로 못 한 게 하나 있잖아. 그게 계속 아쉽고 미련이 남았거든.” “못 한 거라니…….” 그때, 유영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가장 좋은 곳에 데려가서 하고 싶다며 아껴 주다가, 끝내 헤어지기 전까지 하지 못했던. “혹시…… 그거 말하는 거야?” 그는 대답 없이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 올렸다. “나 내년 봄엔 식 올릴 거야, 유영아. 그러니 6개월. 그 뒤엔 네가 원하는 대로 귀찮게 굴 일 없어.” “……좋아. 6개월.”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너무도 달라진, 그러나 여전히 야한 우리의 이야기가.
[단독 선공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긴 시간 동안 친구를 짝사랑하던 세이. 얼굴만 알고 지내던 회사의 잘생긴 선배에게 그 사실을 들켜버렸다. 그 후, 그가 자꾸만 제게 다가오는데……. “세이씨 지금 퇴근해요?” ‘대체 왜 저러는 건데!’ 세이는 그런 그가 무척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할 뿐이었다. *** “술 취했으니까, 오늘까지만 봐주는 거야.” 쉬이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애써 돌리며, 그는 그녀에게서 손을 떼어냈다. “나 술 다 깼어.” “뭐?” “안 봐주면, 그럼 그 다음은 뭔데?” 그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가 다시 좁아졌다. 여전히 그의 시선은 하얀 김을 쏟아내는 그녀의 입술로 향해있었다. “진짜, 알고 싶어?” 그리곤 물었다. 집요하고 진득한 시선을 떼어내지 않은 채로. 꿀꺽. 마른침이 넘어간다. 알고 싶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래도 조금 더 원하는 쪽을 선택하자면. “……알고 싶어.” 그 말을 끝으로 미처 받아들일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그가 고개를 숙였다. 축축한 점막끼리 맞닿는 은밀함은 상상 이상으로 야릇했다. 마주쳤다 떨어지는 점막의 마찰음은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였다. -본문 중에서. 표지 디자인 By 라에(@lae_00) 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그가 제 허리를 낚아채듯 끌어안았다. 윤설은 눈을 꾹 감은 채로 쏟아지는 그의 입술을 느꼈다. 그가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향을 깊게 맡을 때까지. “공윤설 냄새. 좋다.” 피부 위에 입술을 대고 말하는 통에 윤설이 어깨를 움츠렸다. “출근해야지…….” “응. 시간 맞춰 끝낼게.” 윤설은 그와 입술을 부딪칠 때면 언제나 이렇게 열이 올랐다. 어찌 달아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몰래 마음에 담아왔던 그와 이런 낯 뜨거운 행위를 하는데. “이리 와.” 서 있던 자세가 불편했는지 그가 손을 내민다. 윤설은 그의 손을 슬며시 마주 잡으며 그가 이끄는 대로 소파에 몸을 앉혔다. 그러곤 내려오는 고개에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입맞춤이 진해질수록 마음도 진해진다. 깍지 낀 손이 더 꽉 얽힐수록 마음도 얽혀든다. 뜨겁게 입을 맞추는 해준과 자신은, 어이없게도 친구 사이다. 매일같이 은밀함을 나누는……. 그냥 친구. 일러스트 By 문몽(@moonmong1) 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내 돈이나 쓰면서 죽은 듯이 살아요.” 모종의 이유로 여성 불신에 시달리던 기채헌. 지분 승계를 위해 눈속임 결혼이 필요해진 그는 흠 많고 집안이 어려운 여자를 신부감으로 택한다. “유연아 씨는 내게 돈 외엔 아무것도 바랄 수 없습니다. 없는 사람처럼 죽은 듯이 사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아내입니다.” “죽은 듯이…….” 저음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던져졌으나 정작 맞은 사람은 덤덤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어딘지 만족스러워 보이는 듯한 건 그의 착각일까.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것. 이익 관계로 얽힌 합리적인 결합이었다. 어쩐지 괴상해 보이는 여자의 태도와는 별개로. 죽은 듯이(?) 행복하게 사는 여자와 그런 그녀가 신경 쓰이는 남자. 그렇게 기묘한 결혼 생활이 시작됐다.
가연의 이상형은 딱 하나다. 연하가 아닐 것. 기왕이면 나이 차 많이 나는 포근한 연상의 남자를 만나길 바랐다. “키스 해 봐도 돼요?” 그런데 왜, 4살이나 어린 이 남자에게 입을 맞추고 싶은 걸까. * 태하의 목표는 딱 하나다. 후계자로서 업무에만 충실할 것. 여자와, 특히 연상의 여자와는 끔찍이도 닿기가 싫어 쳐다보지 않았다. “뭘 해도 좋으니까. 제발 멈추지만 말아요.” 그런데 왜, 키스를 해도 되냐는 여자의 물음에 자꾸 애원하게 되는 걸까.
가연의 이상형은 딱 하나다. 연하가 아닐 것. 기왕이면 나이 차 많이 나는 포근한 연상의 남자를 만나길 바랐다. “키스 해 봐도 돼요?” 그런데 왜, 4살이나 어린 이 남자에게 입을 맞추고 싶은 걸까. * 태하의 목표는 딱 하나다. 후계자로서 업무에만 충실할 것. 여자와, 특히 연상의 여자와는 끔찍이도 닿기가 싫어 쳐다보지 않았다. “뭘 해도 좋으니까. 제발 멈추지만 말아요.” 그런데 왜, 키스를 해도 되냐는 여자의 물음에 자꾸 애원하게 되는 걸까.
컴컴한 밤, 낯선 남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혀 버렸다. “저, 저기 괜찮으세요?” 깜깜한 공간에서 혼란에 빠진 듯한 옆집 남자. 얼마 지나지 않아 유주 역시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무서워요. 우리…… 괜찮겠죠?” 갑작스러운 사고 가운데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상대뿐. 두 사람은 서로를 꽉 끌어안은 채 충동적으로 입을 맞춘다. “감각에만 집중해요.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날 이후 옆집 남자와 마주칠 때마다 그와의 키스를 떠올리는 유주. 얼마 뒤 둘은 와인 바의 사장과 직원으로 한 번 더 진하게 엮이고.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 습니다.” “기석휘입니다. 이름, 이제 알았네요. 홍유주 씨.” 석휘의 은근한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유주는 그로부터 아찔하고 은밀한 동거 제안까지 받게 되는데……. “잘 지내 봐요. 이제 옆집이 아니라 같이 사는 홍유주 씨.” #현대물 #동거 #몸정>맘정 #사내연애 #비밀연애 #능글남 #후회남 #상처남 #평범녀 #상처녀
예설의 삶은 갑갑할 만큼 고리타분했다. “항상 조신하게 굴어. 여자는 어디서든 몸가짐을 잘혀야 혀.” 할머니의 바람대로 발목을 덮는 치마만 입었고, “여자는 단정하고 집안 어른들한테 잘하는 사람이 최고죠. 알다시피 제가 장남이라 부모님은 제가 모셔야 하거든요.” 할머니의 바람대로 마을 이장의 아들 윤수와 결혼을 전제로 만났다. “오빠, 정말 여기서 해요?” 그러다 보았다. 불도 켜지지 않은 주택의 어두운 차고지 안의 남녀를. 도망쳐야 하는 줄 알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매일밤 떠오르는 그날을 겨우 잊어 가나 했는데. “한 달 전쯤인가. 집 차고에서 쥐새끼를 한 마리 발견한 적이 있는데 말이죠.” 다시 마주쳤다. “겁도 많게 생겨선 도망갈 줄 알았는데 바들바들 떨면서도 끝까지 빤히 날 지켜보지 뭡니까.” 같은 학교 교사로. “그게 어찌나 흥미롭던지. 그 뒤로 계속 밤마다 생각이 나서 손을 아프도록 움직였는데.” 도망쳐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시골에서 다시 보고 말았지 뭡니까. 그 쥐새끼를 이제 난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할까요. 고예설 선생님.” 제 삶을 송두리째 흔들 위험한 남자에게서.
“누구 없어? 전처럼 서로 터치 안 하고 겉으로 약혼 관계만 유지할 여자.” 수림은 자신이 몰래 짝사랑하는 상사의 전화 통화를 우연히 듣게 된다. “연애? 그딴 쓸데없는 짓거리를 왜 해. 그런 놀음은 질색인 거 알잖아. 그거야 혼자 풀면 그만이고.” 알게 되었다. 그의 오랜 약혼자가 사실 가짜였다는 사실을. “적당한 집안 여자로 알아봐 줘. 절대 나한테 관심 가지지 않을 여자.” 그의 약혼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 발표를 한 날에 말이다. “원하는 걸 말해요.” 그는 당황해 하는 수림을 향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제안했다. “서로 원하는 걸 교환하잔 얘깁니다. 입막음의 대가를 주겠다고. 그래야, 내가 덜 불안하지 않겠어요?” 홀린 듯 저질렀다. 오랫동안 꾸어온 꿈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안아……주세요.” 간절하게 애원했다. 그와 몸이라도 얽힐 수 있도록.
스물네 살의 마기현은 무척 순수하며, 내게 맹목적인 남자였다. 그저 입술을 맞대고 몸이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참지 못하고 깊은 탄성을 뱉어 낼 만큼. “좋아해, 유영아. 좋아해.” 그런 기현을 나는 무참히 버렸다. 6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아 넣을 만큼. “차라리 무릎 꿇고 빌라고 하면 빌게.” “아니지. 그딴 무릎이 무슨 값어치가 있다고.” “원하는 걸 말해.” “그때 제대로 못 한 게 하나 있잖아. 그게 계속 아쉽고 미련이 남았거든.” “못 한 거라니…….” 그때, 유영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혹시…… 그거 말하는 거야?” 그는 대답 없이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 올렸다. “나 내년 봄엔 식 올릴 거야, 유영아. 그러니 6개월. 그 뒤엔 네가 원하는 대로 귀찮게 굴 일 없어.” “……좋아. 6개월.”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너무도 달라진, 그러나 여전히 야한 우리의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