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에 잠긴 밤
글진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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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무감하던 남자의 시선이 하객석에 있는 서아를 발견했다. 피식. 한발 빠른 웃음이 그의 잇새로 새어 나왔다. “아.” “…….” “돈 더 달라고?” 대수롭지 않은 일을 처리하듯 고요하게 대답한 그가 누군가를 향해 손짓했다. 아무렇게나 툭 던져진 봉투가 서아의 손에 구겨졌다. “볼일 끝났으면 가 봐. 낄 자리 아닌 건 눈치로 알 텐데.” 한순간 유흥을 즐긴 그가 언젠가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고, 부엌에 들어가 단출한 식사를 차리고, 팔베개를 한 채 선선한 바람을 즐기는, 그런 보잘것없는 일상보다 더 잘 어울리는 지금의 삶을 찾아갈 거라는걸. “왜….” 그때가 되면 아무렇지 않게 보내주겠다고 결심했었다. 절대 짐이 되는 일 없게.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당신의 행복한 모습만 보고 아이와 함께 조용히 숨어 살겠다고. “나만큼 사랑한 사람은 없다고 했잖아.” “…….” “난 이 아이 낳을 거예요. 당신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거슬리는 일인지 매일 느껴봐.” 이를 악물고 꺼낸 협박이 무색하게 도건이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서아야. 그럴 일은 없어.” “…….” “미치게 좋았던 건 맞는데.” 그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서아의 손으로 느린 시선을 내렸다. “뒤처리가 철저한 편이라. 그럴 일을 만들지 않았거든.” “…….” “내 아이 아냐.” 억지로 힘을 준 서아의 눈가가 젖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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