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같은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더는 서러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첫사랑에게 도와달라는 속뜻을 담아 결혼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싸늘하게 그럴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놔줄 때 고맙다고 도망쳐.” 그렇게 9년 후. “은시호, 오랜만이야.” 그놈이 나타났다. 그것도 집안끼리 맺은 정혼자로. “개차반이 와도 너한텐 안 가.” “어떤 개차반일 줄 알고.” 한서가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누가 와도 자신을 못 이길 거라는 듯이. “네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나와 결혼한다고? 너라면 이해가 가겠니?” “대가….” 한서는 검지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다니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네게서 받을 수 있는 게….” 그의 눈이 시호의 몸을 훑어내렸다. 노골적인 시선에 괜히 제 몸을 감쌌다. “차차 생각할게. 시간은 많으니까.”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시호를 뒤흔들었다. 아주 잠시지만 그의 눈으로 이채가 도는 것이 보였다.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도망칠 수 없겠구나. 얘랑 결혼하겠구나. 《놓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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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너는 사내인 것이다.” 천화원의 대화장의 딸 송이현은 제 정인이었던 여민에게 이별을 고하고 화장이 되었다. 오라비 수현을 대신해 남장을 하고서. 그것이면 딸로서 인정받을 수 있겠지. 아버지에게 예쁨을 받을수 있겠지…. 그 희망으로 천화원의 화장이 된지 10년. 그렇게 과거를 잊고 살아가던 이현의 앞으로 낯선 사내가 꽃양귀비밭에 피투성이 된 채로 나타났다. 너무나 그리웠던 제 정인을 꼭 닮은 사내가. 그런데 사내가 이상하다. “나는 누구인 것이냐.”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더니 그는 기억을 잃은 상태. 자신의 옛 정인을 닮은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 갈 곳 없는 사내를 받아준 그녀. 이현은 여인인 것을 숨기고. 무염은 사내여도 상관없는 이현에게 마음을 주고. 서로를 향해가는 애틋한 속내를 감춘 채 비밀스러운 동고동락이 천화원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저주받은 몸이다. 경성지색이라는 운명 때문에 어머니는 죽음을 면치 못했고 아버지의 행방은 알지 못한 채 정일도 대장군에게 입적하여 여인임을 숨기고 정연초(연초화)가 되었다. 분명 자신은 사내임을 숨겼거늘, 어째서인지 네 명의 사내와 얽혀 버렸다. “거부하지 마. 내가 잘해주잖아.” 까칠한데 연초에게만 은근슬쩍 챙겨주고 거부할 수 없게 절륜하면서 유혹하는 제헌, “앞을 보고 걸으십시오. 다치십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뒤에서 지켜주는 제선, “연초야, 나는 언제나 네가 우선이다.” 늘 다정하고 언제나 함께 있어 줄 거 같은 양 오라버니 정은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심장을 모조리 그 사람에게 바치는 일일 거야.” 여자처럼 예쁘장한 얼굴로 능글맞게 여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김유천까지. 모두 하나 같이 연초를 원하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연초가 선택할 사내는 단 한명, 그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아갔고 엮이고 싶지 않아도 운명이 그 한 사람만을 향해 돌아갔다. “저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습니다.” “상관없다, 나로 인해 잊게 될 것이다.” 거부할수록 더 옥죄어오는 운명의 사내, 과연 연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경성지색 – 나라가 뒤집혀도 모를만한 미인 경성지색의 운명을 가진 여인을 차지한 자, 천하를 얻으리라
내 첫사랑은 실패했다. 제일 친한 친구와 전 남친의 바람으로, 첫사랑에 철저하게 배신당한 예진. 인제 그만 인형 놀이를 끝내자고 모진 말을 내뱉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배신감과 분노로 휩싸인 그녀의 앞으로 회사 상사이자, 전 애인의 형인 기주가 보였다. 저 사람이라면, 그놈의 콧대가 납작해질 것만 같았다. 충동적일지 몰라도 이 사람을 이용하고 싶었다. “저랑 잘래요, 상무님?” 그런 예진을 바라보는 기주의 눈빛이 일렁였다.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수 없을 줄 알았다. 여자는 사치일 뿐이었고 귀찮은 존재였던 그였지만, 평소답지 않게도 몸이 반응했다. 그 또한 그녀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일까. 완벽한 후계 상속을 위해 필요한 것을 이 여자가 갖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기 전에 손에 넣어야 했다. 제 발로 손아귀에 굴러들어오겠다는데 마다할 리가. “복수, 도와줄게. 대신 그 대가는 톡톡히 받아주지.” 도망갈 생각 따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