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낱 비서
글유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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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사님.” 유주는 차가운 도하의 시선을 피하며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죽을 때까지 나 따위는 다시 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입주 도우미처럼 24시간 내내 곁에서 이사님을 보필할 겁니다. 도우미가 아니라 비서라는 게 다를 뿐이죠.” “그래?” “네, 이사님.” 이죽거리는 도하의 물음에 유주는 침을 삼켰다. 벌써 5년이나 지났건만, 여전히 도하의 향수 냄새가 그녀의 심장을 뛰게 하고 머리를 어지럽혔다. “상처받은 마음이야 치유됐다 쳐도 강유주만 보면 붙어먹고 싶은 건 여전한가 봐.” “무슨 말씀이신지…….” “너 이 집에 들어오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철없는 도련님의 첫사랑 비슷한 걸 무참히 부순 데 대한 보복인가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이토록 매정하게 구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잔인한 말로. “무슨 말씀을 하셔도 전 이사님 옆에 있을 거예요.” “어디 누가 먼저 항복할지 두고 보지.” 마치 도전장을 건네듯 도하가 말했다. “말했잖아. 아직도 내 몸은 널 원해서 안달이라고. 어떡해도 내 곁에 있겠다며? 그럼 뜻대로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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