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만남
작가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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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그런 만남을 원했다. “더 이상 밀당은 의미 없어. 봤잖아. 우리가 잘 맞는 거. 아니, 느낀 건가.” 그가 짓궂게 한쪽 입매를 당겨 웃었다. “너도 지금 원하고 있잖아.” 그의 말투엔 자신감이 있었다. “네 눈빛이 그래. 너는 이곳을 지루해하면서도 나가질 못해. 혼자가 되면 더 지루해질 것을 아니까.” 다 안다는 듯 태진이 덧붙인 말에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태진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지루하지 않게 해 줄게. 아니, 다 잊게 만들어 줄게.” 그제야 제대로 된 시선이 부딪쳤다. 다 잊게 만들어 준다는 그의 말에 여자에게서 희미한 미소가 보였다. 그녀가 원한 지루하지 않을 그런 만남. 남자는 그런 만남을 원했다. “나 쳐다본 거예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나긋하게 물었다. 결국 여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의도했던 대로, 언제나 그랬던 대로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자의 한쪽 입매가 흥미롭다는 듯 올라갔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 “볼 만큼 본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 보지그래요.” 일부러 아이스크림처럼 달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녀가 자연스럽게 몸을 기울여 남자의 귓가에 닿을 듯 말 듯 입술을 댔다. “재수 없으니까.” 귓가에 닿는 숨결이 느껴지자 목덜미를 잡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 숨결이 그의 것을 감싼다면 미치도록 좋겠지. 그가 원하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져 그녀는 미간을 모았다. “볼수록 재수 없다. 너.” 그녀가 벗어나려는 듯 물러서며 말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가 빨랐다. “어차피 뭘 해도 너에겐 재수 없기는 마찬가지겠지.” 중얼거린 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그가 원한 재수 없는 그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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