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운
작가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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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산 이 선생, 이소을. 무당도 아니지만 운명을 읽고 산의 암자에서 사는 여자. 정재계 인사라면 다들 삼도산 이 선생댁 문턱은 넘어봤다고 하는 소문의 주인공. “건설 현장에서 계속 여자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굿이라도 해달라고 원성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인호건설 이사, 우범재. 무당이니 뭐니 미신을 사이비 취급하며 극도로 싫어하건만 원성에 못 이겨 소문의 이 선생을 찾는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이 선생은, 웬 젊은 여자였다. 민무늬 탈을 썼는데도 탈이 헐거울 정도로 얼굴이 작고, 한복을 겹겹이 입고 있는데도 체구가 작아 낭창한 몸을 숨기지 못하는 여자. “이사님을 주세요.” 말하는 것도 어물거리고 걸음걸이도 허술한 여자. 기어코 넘어지기까지 하며 드러난 소을의 얼굴은, 얼이 빠질 정도로 예쁘기까지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이는 여자가, 의뢰를 맡는 대신 착수금으로 원하는 건. “저와 교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성교요, 성행위….” 호랑이의 기운이 있다는, 범재와의 섹스였다. 정말이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49재에서 동자 귀신의 천도를 돕고, 꼬박꼬박 제게 연락하고, 건설현장에서 손각시를 성불시키다 위험해지기까지 해서…. 기어코 그의 속을 부수고 들어와서는. “하아, 쑤셔달라고 해놓고 어딜 도망가.” 한 마리의 짐승으로 만들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붙어먹고. “하아, 입덧해요? 새끼 밴 거 같은데.” “아니, 이, 아, 안, 흐윽, 자꾸, 흘르, 흘러요, 응!” “응, 씨발, 너무, 많이 쌌나 봐요. 이 선생 임신하면 어떡하려고, 그치?” 새벽 출퇴근도 불사하며 그 조그마한 숲속의 암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사람이라곤 들여 본 적 없던 범재의 일상을 전부 휘젓고 침범해놓고는. “본디 가진 건 액운뿐이었지만, 처음으로 분에 넘치는 애정을 받아서 사람같이 살았어요. 그래서 도저히 이사님을 휘말리게 할 수는 없어요.” 위험한 순간에는 그 대신 희생되길 과감히 자처한다. 상실감이 심장께를 찌르는 순간, 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새겨진 전생의 연이 번뜩인다. - 나를 수천 번 찢어 죽여도, 다시는 이 죄 없는 아이를 데려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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