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세상은, 사방이 꽉 막힌 작은 공간이 전부였다.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삶. 촛농처럼 녹아내린 생의 끝자락, 조용히 죽어 가던 어느 날.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진정해. 너 피 나잖아.” 나를 그렇게 바라봐 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랑 갈래?” 그래서였다. 그의 옷자락을 덥석 붙잡은 것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너. 내가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나쁜 사람인 것 같아.” 그는 차갑고, 무섭고, 낯설었지만. “좋은…… 사람.” 사실 그가 나쁜 사람이어도 상관없었다. 나를 여기서 꺼내 주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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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불행은 흡사 악취와도 같아서,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동류의 냄새가 서로를 끌어당겼으니까. “나 너 좋아해.” 그러나 나는 그보다 조금 더 망가진 인간이라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너도 나 좋아해. 넌 모르겠지만.” 멍청하게도, 나는 내가 그를 구한 줄 알았다. “네가 제 발로 내 앞에 나타나는 건 말이 안되지.” 내가 한 짓 때문에, 그가 오랜 시간 고통 받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죄를, 어떻게 빌어야 할까. “내 손에 죽고 싶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