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주제에 여기까지 올라온 게 대단하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고작 한다는 짓이 이건가? 천박하기 짝이 없군.” 굳어있던 엘리샤가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천박하다고요?” 커다란 손이 거침없이 그녀의 턱을 잡아챘다. “그대가 먼저 유혹했잖아. 내가 틀렸나?” 엘리샤가 고개를 돌리려 하자, 그의 엄지가 턱 언저리를 꾹 눌렸다. “한낱 오메가 주제에. 순순히 넘어가 주길 바랐어?” 그는 엄지로 엘리샤의 입술을 문지르며 나직이 속삭였다. “내가 얼마나 더 그대를 괴롭혀야 포기할 생각이지? 그냥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 날 갖고 싶다고.” *** 오로지 엘리샤 브릴렌만이 그의 방관을 지적했다. 가녀린 오메가가 뱉은 말은 얼기설기 엮어 놓았던 심장을 아프게 헤집었다. “안드레아스, 당신 지위나 권력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군요.” 과거의 상처 따위 진즉에 아물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고 남은 상흔은 서서히 목을 조르고 있었다. “당신은 훌륭한 황제가 되지 못할 거예요.” “입 닥쳐!” *** 엘리샤의 말은 늘 머릿속에서 웅웅 메아리쳐댔다. 그녀의 말은 자존심을 긁어대는 동시에 속에서 들끓는 집요한 감정을 다시 자각시켰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런 그녀를 곁에 두고 싶었다. “엘리샤, 제발…….” 엘리샤는 피곤해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속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저를 밀어내고 한다는 것이 고작 다른 사내들을 만나고 다니는 건가. “나는, 나는… 그대가 필요해.”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었고, 닿아 있는데도 닿고 싶었다. 한없이 속이 타들어 갔다. 지독한 갈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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