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한
작가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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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팔자 박복하다는 말의 산증인. 무당 이유랑. 가진 건 한 줌이었으나 살아가는 데는 그걸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조용히 일상을 영위하던 어느 날, 거액의 복채를 들고 누군가가 찾아온다. “이유랑 씨. 당신이 그렇게 용한 무당이라며.” 오만무도한 손님, 서주흔. 검은 밤을 가르며 나타난 남자가 유랑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지독한 양기. 제게 있어 독이나 마찬가지인 남자. 그와의 거리가 좁아질수록 주변에 일렁이던 기운이 크기를 키워 유랑의 목을 졸랐다. 스친 살갗이 아리고 눈물이 터져 나온다. 담배 연기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 그윽한 저음이 고였다. “얌전하게 생긴 사람이 유혹하는 건 되게 저질스럽네.” 순식간에 숨이 엉키고 살이 닿았다. 그렇게 함께 밤에 녹아들었다. 함부로 저를 갖고 노는 남자. 나쁜 사람. 못된 남자.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빌었다. 그러나 얼마 후, 다시 유랑의 앞에 선 남자에게서는 다른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내가 이유랑 씨 마음에 든다고 말했잖아요. 그게 좋다는 뜻이 아니면 무슨 뜻일까요.” 나쁘고 못된, 그러나 숨 막힐 것처럼 제게 관심을 쏟는. 일러스트: 기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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