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색시
작가박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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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산을 두 개나 넘고 강도 건너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신랑에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시집가는 길. ‘천애 고아를 아내로 맞다니, 얼마나 박색이길래 그럴까. 그도 아니면 사지가 멀쩡하지 않은 건가. 그도 아니면 성격이 어마어마하게 개차반일까? 여자들을 때려죽였단 소문이 돌던데, 사실일까?’ 연지 곤지 찍는 식도, 대추 밤 던지는 폐백도 아무것도 없는 시골 깡촌에서의 혼인. 갓 스물 먹은 을영이 제 남편 될 사람에게 바라는 건 두어 가지뿐이었다. ‘제발 손버릇이 나쁘지만 말아라, 그리고 눈 코 입만 멀쩡하게 다 달려 있어라.’ 그렇게 천둥처럼 우렁찬 파대 치는 소리와 함께 만난 남편은, 을영의 기대 밖의 인물이었다. ‘눈 코 입이 다 달렸는데…?’ 아니, 사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제발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 을영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으로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랬다가 시커먼 눈으로 저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세상에…’ 차라리 까무러치는 게 낫지. 가슴이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쫘악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 첫날밤, 그녀의 옷고름을 다 풀고 간당하게 열린 틈 사이로 손을 밀어 넣은 남편이 조바심을 내듯 속삭였다. “그래서 내 색시가 되겠다는 거야, 안 되겠다는 거야. 확실히 해.” 숨이 벅차 올랐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듣고도 남편의 손은 더욱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을영의 눈에 질금, 눈물이 맺혔다. 불시에 장날, 첫 씨를 받던 어린 암퇘지가 생각났다. 말뚝에 매여 배를 위로 들어 올린 채, 화마 같은 콧김을 내뿜으며 들썩거리는 황소만 한 씨돝의 밑에 깔려 비명을 질러 대던 작은 짐승. 그제야 을영은 벼락처럼 비슷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암수컷 간의 일은, 사람이라고 별다를 게 없단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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