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결혼식에 손을 잡고 들어가는 거예요. 고작 그게 남은 소원이시래요.”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드리기 위해 남편이 필요한 여자와 “누구 하나 터치할 사람도 없는데 한 1년쯤 데리고 살다 버리기엔 나란 사람, 더없이 좋은 조건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 쇼가 필요한 남자가 만났다. 그들이 손잡은 1년의 시간.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은 마음이 되어 어느새 제멋대로 흐른다. “지금부터 제대로 연애해 보자.” “…….” “너랑 나. 우리 둘이.” 차마 거절하기 힘든 유혹에 질끈 눈을 감는다. 어쩔 수 없는 이끌림…… Atraer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의 메시지. 선물처럼 그 사랑이 찾아갑니다.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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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은 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원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해 주고 싶을 만큼. “뒤도 밟아 주고 모르는 것 다 가르쳐 줄 테니까 나한테 와요.” “…….”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줄 테니까 나한테 와요. 은수인 씨.” 지난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수인에게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실을 털어놓느니 감정에 호소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재기하려면 당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 번만 도와줘요.” 그가 바란 대로 수인의 눈빛이 파르르 흔들렸다. *** 수인은 그런 그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키스, 해도 돼요?” 지나가듯 들려오는 그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옳고 바른 사람. 스캔들 한번 나지 않았던, 아니 그가 여자를 만난다는 소리 한번 들어 본 적 없다던 이야기들. “다 가르쳐 준다면서요. 주인공들 키스 시켜야 하는데 키스해 본 게 하도 오래전이라….” 핑계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핑계를 다 대기도 전에 몸이 휙 끌려갔다. 시작은 분명 필요에 의한 관계였다. 어차피 벌어져 버린 일. 되돌릴 수 없다면 이 순간을 그저 즐기는 수밖에.
이수가 움찔거리며 팔을 들어 올리려 하자 그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잡아 단단히 눌러 버렸다. “그대로 있어.” 이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델 정도로 뜨거웠다. 이글이글 불타오른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널 먹어 치우는 동안 넌 지난 며칠 동안 내 전화를 무시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어.” “……싫다면?” 이수의 말에 한쪽 입술을 비스듬하게 밀어 올린 그가 순식간에 목덜미를 세게 빨아 버렸다. 그 아찔함에 발끝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아!”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 나 자꾸만 이상해져. 네 눈빛이, 웃음이 신경이 쓰여.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영원히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이쯤에서 우리 그만 정리하자. 내가 그 한 발을 내딛기 전에. 늙어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곁에 남을 수 있는 친구로 돌아가. 이수는 생각의 끝에서 입을 열었다. “우리 그만 만나자.”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매치포인트』.
“…왜 그러셨어요?”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도와줬을 거야.”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요. 다들 오해하잖아요. 같이 자는 사이라고 하면 어떡해요.” “그래서, 억울해?” 어쩌다 이리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를 마음에 품게 되었을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그런 사이 하자.” 언제부터 저 얼굴이 사랑스러워 보이게 된 거지? “……지금 저더러 같이 자자는 말씀이세요?” “누가 잠만 자재?” “같이 자는 사이 하자면서요.” “하아, 진짜. 만나다 보면 뭐 이것저것 할 수도 있는 거고 언젠가는 같이 자기도 하겠지.” “선배님….” “그놈의 선배님 소리 집어치우고 나랑 만나 보자고.” 정말 미친 게 틀림없다.
“원래 그렇게 아무 여자한테나 막 칭찬해 주고 그래요?” “나 지금 엄청 공들이는 거지, 입에 발린 칭찬 하는 거 아닌데.” 연애는 사치라 생각하는 유정. “나는 지금 진유정 씨 마음에 들어 보려고 용을 쓰는 중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느슨하게 만드는 남자, 승환. “먹고사느라 바쁘다고 했죠? 그럼 내가 그 둘 중의 하나를 해결해 줄 테니 남는 시간에 나랑 연애를 하면 되겠네.” “해결이라뇨?” “내가 음식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잖아요. 먹고, 사는 일 중 먹는 일은 내가 해결해 줄게요. 그 먹는 동안이라도 나랑 연애합시다.” 계절이 소리 없이 바뀌듯 날씨가 변덕을 부리듯 유정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었다.
나 자꾸만 이상해져. 네 눈빛이, 웃음이 신경이 쓰여.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영원히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이쯤에서 우리 그만 정리하자. 내가 그 한 발을 내딛기 전에. 늙어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곁에 남을 수 있는 친구로 돌아가. 이수는 생각의 끝에서 입을 열었다. “우리 그만 만나자.” 친구라는 이름으로 버틴 세월이 10년이야. 나는 너에게 친구였을지 몰라도, 너는 나에게 늘 여자였었어. 그만 만나자는 네 말에 이제 끝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 이 지긋지긋한 우정의 가면을 벗어 던질 때가 되었다고. 헤어지자던 이수에게 은재는 웃음을 보였다. “너, 실수한 거야.” “내 소원은…….” 놀라 커다래진 눈망울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입을 맞추었다. “송이수. 널 빌 거야. 널 갖게 해 달라고. 그러니까 모르는 척 외면하지 마…….” 음성에 담긴 간절한 욕망과 떨림이 고스란히 이수에게로 전해졌다. 은재야, 떨고 있는 거니? ★ 본 도서는 15금 개정판 도서입니다.
그만두자는 말에도 붙잡지 않더니 이제 와서 그가 연애를 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넘어가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끌리니 큰일이다. 그 남자가 하고 싶은 연애와 그 여자가 하고 싶은 사랑은 그 끝이 같을까. “난 지금 윤재희에게 사양할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나랑 연애를 해 볼 건지 내 연애에 네가 포함될 건지 선택할 기회를 주는 거야.” 여전히 오만하고 상대방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지닌 남자는 나타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그녀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아무래도 몇 년의 공백 같은 건 훌쩍 건너 뛰어 버린 느낌이었다.
해인의 네 번째 선상대였던 남자 노명원. “나 유령 취급당하는 거 안 좋아합니다.” 명원의 첫 번째 선상대였던 여자 정해인. “결혼하려고 만난 선본 남자랑 친구 하기는 좀 곤란할 것 같아요. 연애면 또 모를까.” 어긋났던 인연이 집주인과 세입자로 다시 시작되다. “내 대답은 예스야. 그러니까 나랑 연애하자.” “…싫어.” “그 남자 만나지 마.” “…….” “하고 싶은 거 다 나랑 하자. 다른 놈 말고 나랑 해.” 302호 세입자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싸우는 것도 지치고 변명하기도 구차해. 그만하자.] [알았어. 잘 먹고 잘살아.] 3살 연하인 남자친구와의 연애는 단 한 줄의 문자 메세지로 끝나버렸다. 이미 마음 정리를 한 만큼 미련 따위는 없었기에, 선반 위에 있는 그의 물건을 갖다버리려던 찰나, “어어어!” 대차게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오고 말았다. “강 대리, 괜찮습니까?” 눈앞에 서 있는 건, 회사에 새로 들어와 잘난 얼굴과 능력으로 소문을 달고 다니는 서강오 팀장이었다. “엘리베이터만 타면 언제든 오갈 수 있는 사이이니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 회사의 팀장님과 같은 건물에 살 줄이야. 졸지에 양손을 못 쓰게 된 도경은 이웃사촌인 그에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게 되는데.. “저녁은 먹었어요?” “아뇨 아직. 근데 왜 이렇게 일찍 퇴근하셨어요?” “강 대리 밥 먹이려고.” 저에게 잘해주는 그의 태도가 단순히 부하직원에 대한 호의라고 생각할 때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들켜버린다. “저 남자한테 돌아갈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겁니까.” “네? 아뇨, 아뇨.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그럼 나한테 계속 잡혀 있어요.” 빈틈을 파고드는 그의 공세에 ‘사내연애 절대 금지’라는 도경의 신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오는 이 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도경에게 직진하는데.. “씻는 거 도와줄까?” “미쳤나 봐.” 직장상사이자 이웃사촌인 그와 헤어지게 된다면, 양손이 부러지는 것보다 더한 뒷감당을 해야한다. 과연 이 관계.. 시작해도 괜찮을까?
* 이 작품은 와 연작입니다. 어느 날 수족관으로 불쑥 찾아온 손님 하나. “파란색 가재 있습니까?” 안내해 준 수조 앞에서 그는 생각에 잠긴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블루마론을 바라보던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가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여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딘지 이상했다. “가재들은 잘 있어요?” 그녀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죽었습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그 많은 가재가? 이번엔 경주가 용납할 수 없는 문제였다. “혹시 취미가 가재 죽이기예요?” 남자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결혼을 열흘 앞두고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예정대로였다면 새 신부가 되었을 그날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겼다. “후회, 안 해요?” 참 이상한 남자다. 그저 즐기면 그뿐인 생면부지의 남자가 제 걱정을 해 주는 모습에 기분이 묘했다. 아는 거라고는 실명인지 가명인지도 모를 ‘강찬욱’이란 이름뿐인데 그런 남자와 이러고 있는 게 싫지가 않다. 뜨겁다고 느껴질 만큼 따듯한 체온 때문일까. 아니면 몸을 섞어서일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를 다시 만나버렸다. “위로가 필요한 날이었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찬욱 씨뿐이라서요. 그래서 왔어요.” 그가 필요했다.
〈강추!〉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세상과 단절되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내내 흐르고 있던 묘한 긴장감은 절정에 달했다. 마치 시한폭탄에 불을 붙여놓은 것 같다.(중략) 기다란 손가락을 세정의 머리카락 사이로 찔러 넣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몸을 떼었던 승주가 다시 덮치듯 다가왔다. 그냥 무방비상태로 그의 공격에 이성을 내주고 말았다. -------------------------------------------------------------------------------- 그 남자 이승주의 이야기. “우리 만나볼까? 친구 말고 남자 여자로.” 취했다는 핑계를 대기엔 자신은 너무 멀쩡했던 그 날, 결국 세정을 안아버렸다. 잔뜩 취해 기억도 하지 못하는 오세정을 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뽑히지도 않고 삼켜지지도 않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처럼 은근히 사람 신경을 건드리던 오세정과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기엔 더없이 핑계가 좋은 날이었다. 그 여자 오세정의 이야기. “너, 정말 잔인하구나.” 19살이었다면 이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기뻐 눈물이라도 흘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그 시절에서 10년은 더 살아버린,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더 깨달아버린 스물아홉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술김에 하룻밤을 보내버린 다음이었다. 왜 나는 하필 지금에서야 이 말을 듣게 되는 것일까. 북받친 감정에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서른을 눈앞에 둔 겨울. 거짓말처럼 사랑은 시작될 수 있을까.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12월의 로망스』.
사는 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목숨을 구해 준 이라든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느라 첫 입맞춤을 내어 주는 여자라든가. 그래서였을까. 한눈에 알아봐졌고 사랑이 시작되었다. ---------------------------------- 송태은은 신기하게도 한눈에 알아봐졌다. “정우재 씨?” 야리야리한 생김새와 달리 꽤 건조한 목소리다. “송태은입니다.” 알지, 송태은. 우재는 속으로 이름을 곱씹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요즘도 가끔 그때의 꿈을 꾸었으니까. “나 어디서 본 적 없어요?” “네. 본 적 없어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들려오는 대답에 우재의 입꼬리가 슬쩍 들렸다. “그럴……. 뭐, 내가 착각한 거로 치죠.”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해 주려다 문득 얼마 만에 태은이 자신을 기억해 낼지가 궁금해졌다. 기억해 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놀랄까. 눈앞에 앉은 현재의 송태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미리보기 “궁금한 게 있는데 ‘은하우스’는 태은이네 집이라는 뜻인가?” 태은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멈칫했다. 그러더니 손을 느리게 놀리며 대답했다. “그 여자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래?” “…….” “그럼 내기 하나 할까?” 이길 확률 100%의 내기를 제안하는 우재의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송태은이 그 여자와 동일 인물이라는 데 밥 다섯 번.” “왜 그렇게 밥에 집착해요?” “그럼 데이트 다섯 번이라고 할까?” “하아, 그리고 내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내기에 응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거짓말이 탄로 나는 게 겁나는 게 아니고?” “정우재 씨.” 귀찮아 죽겠다는 듯한 목소리와 표정. 이쯤 되니 송태은이 그 여자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고 싶어졌다. “대신 내가 틀렸다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음.” “……대체 무슨 수로 나라고 확신하는 거죠?” 우재는 그녀와 눈을 맞춘 채 어깨를 으쓱였다. 이곳으로 오면서 얼핏 본 태은의 손엔 분명 투명 밴드가 붙어 있었다. 하필 같은 때 같은 자리에 난 상처. 그걸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채 사라지지 않았을 왼손의 상처와 송태은의 양심을 믿어 보지.” 그리고 송태은이 어쭙잖은 거짓말을 할 성격이 못 된다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나는…….” “아! 미리 말해 두자면 이틀 전 실시간 방송 시청자 중의 하나가 나였거든.” 미세하게 흔들리는 태은의 눈동자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대하는 태도는 매번 쌀쌀맞기 그지없는데 눈동자는 부드럽게 따듯한 느낌이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태은은 보기보다 여린 걸지도 모른다. 우재의 시선이 좀 더 아래로 내려가 굳게 다물린 입술에 닿았다. 살짝 웃기만 해도 훨씬 더 예쁠 텐데 웃는 법을 모르나? 우재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태은을 응시했다. 오기 아닌 오기를 부려 가며 어떻게든 만날 핑계를 만들어 보려는 건 분명 저 여자에게 끌리는 구석이 있어서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그 끌림이 싫지 않았다. “아니면 아니라고 해 봐.” “아니라고 하면 믿어 줄 거예요?” “아니.” “아까는 믿는다면서요.” “양심적이지 못한 송태은을 믿는 척하면서 어떻게든 다른 증거를 더 찾아내겠지. 내가 보기보다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 들릴락 말락 한 작은 한숨 소리. 진실과 거짓말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태은의 눈빛이 한참을 그에게 머물렀다. 그러다 마침내 체념한 듯 작은 밴드가 붙은 왼손을 들어 보였다. “눈썰미가 무서울 정도네요.” 태은의 중얼거림에 희열이 솟구쳤다. “별말씀을.” 이걸로 내가 이긴 건가. 승리감에 도취한 우재가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러자 그의 눈가에 자잘한 주름 몇 개가 만들어졌다. “이제 일정을 잡을 일만 남은 건가?” 적당한 날을 떠올리는 우재의 귓가에 귀찮아 죽겠다는 듯한 태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다음 주 수요일은 바빠요.” “아무 때나 상관없어. 오밤중이라도 불러내면 밥 먹으러 달려올 테니까.” 우재는 식은 찌개를 떠서 남은 밥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밥이 이상하게 달게 느껴졌다.
계획에도 없던 지중해 크루즈에 탑승할 손님의 정보를 확인하던 승연은 그 안에 있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는 당황했다. 친구의 오빠이자 전 약혼자인 강진욱. 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이름 하나에 꽁꽁 감춰 둔 감정이 또다시 일렁거렸다. “그래. 들키지 않으면 괜찮아.” 어차피 며칠 후면 돌아갈 사람이니까. 난 이곳이, 당신은 그곳이 어울리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잘못되었다는 걸 파혼하고 1년이나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때 순순히 보내 주는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되찾고 싶어졌다. “나랑 같이 한국으로 돌아가자.” “…….” “너 두고 가기 싫어졌어.” 지중해를 떠도는 크루즈. 그곳에서 보내게 될 며칠. 우리는 과연 사랑에 빠지게 될까.
“사랑에 빠지는 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의문에 정답이 있을 리가 없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10년을 따라다닌 끝에 겨우 사랑을 쟁취한 작은아버지도 있었다. 사랑에 시간 따위는 무의미하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랫동안 변치 않고 사랑을 하느냐지. 그리고 지금 그 사랑에 자신이 빠져있다. 세상과 단절되는 것을 선택한 소설가, 남준세. 3년을 헌신한 연인에게 배신당한 여자, 차도원. 외딴 섬에서 만난 외로운 남자와 여자.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시간, Sometime…… *** “나한테 맡겨봐요.” “…….” “내가 느끼게 해줄게요.” “…….” “차도원 씨가 얼마나 좋은 악기인지 검증해 보일 테니까.” 준세는 도원을 올려다본 채 그녀의 손바닥을 펴게 하고 입을 맞췄다. 손바닥이 원래 이렇게 자극적인 곳이었던가. 도원은 준세의 입술이 닿았던 손을 지그시 쥐었다.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봐요.” 도원은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야릇한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아버렸다. 이 남자를 만난 이후로 모든 게 이상해졌다. 몸도 마음도. 마치 남준세라는 출구 없는 섬에 갇힌 것 같았다.
* 이 도서는 와 연작입니다. “…어떻게 사람이 하나도 안 변해요?” “…….” 곤란한 질문을 한 것도 아닌데 경욱이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난 대번에 알아봤는데.” “날 알아요?” 아느냐니…. 그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소연은 울음 섞인 웃음을 터트리며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어깨 위로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며 소연이 끝내 울먹였다. “모르는 게 이상하죠. 소망반의 킹카였던 한경욱 선생님.” “소망… 반?” 점점 커지는 눈으로 그녀를 이리저리 훑던 경욱이 한참 만에 신음하듯 이름을 뱉었다. “설마 너… 그 꼬마 이소연?” 그래도 내 이름을 잊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에 소연이 그렁그렁한 눈물을 훔쳐 내며 활짝 웃었다. “맞아요. 같이 버스를 탈 때마다 선생님이 매번 초콜릿을 쥐여 주던 그 꼬마.” 무려 6년 만의 재회였다.
"스무살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사랑을 끝낸 고찬영과 이연우, 서른이 되어 다시 만나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찬영을 욕심낼 수 없다고 생각한 연우는 짧은 연애를 계획하고 결국 다시 이별을 고한다. 그녀의 마음을 뒤늦게 알아버린 찬영은 연우에게 돌아가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만다. *** 콱 목이 막혀 연우는 창밖으로 눈을 돌린 채 한참을 뻑뻑해진 눈을 깜빡였다. “있는 동안만큼은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었으면 해. 너 이렇게 화내는 거 싫어. 여전히 난 네가 내 친구였으면 좋겠고, 여전히 난 너한테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너 나한테 좋은 사람 아냐. 너 처음도, 지금도 쭉 좋은 여자였지, 좋은 사람 아니었어. 앞으로도 넌 여자이지 남들과 똑같은 기준에 서는 그런 사람 아냐.” 확신에 찬 말투에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찬영은 쐐기를 박듯 속삭였다. “이연우는 내가 여전히 갖고 싶은 여자야.” “지금도 내가 여자로 보이니?” “처음엔 오기였어. 날 버리고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확인하려던 거였는데, 막상 널 보니까 그게 아니었더라. 미친놈처럼 공부를 하고 일을 배우던 게 너한테 잘난 체를 하고 싶어서였어. 이거 봐라, 나 이만큼 잘나졌다. 이연우, 너 후회하지? 날 놓친 걸 후회하지? 널 만나면 그렇게 소리를 질러 주고 싶었던 거였어.” 동창회에 가서 그를 만났던 몇 달 전을 떠올리며 연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왜 하지 못한 거야?” “마음이 바뀌었으니까. 멋지게 널 차 버릴 생각이었는데, 또다시 이연우한테 매달리고 싶어졌으니까. 난 아직도 이연우한테 사로잡힌 놈이니까.”"
“과거의 인기작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 “2013년의 인기 로맨스 소설, 서정윤 님의 〈파국〉을 이제 신영미디어 전자책으로 만나 보세요.” 널 잃고 후회할 바엔 차라리 널 가져 보고 후회하겠어. 아버지의 노름빚을 갚아 주는 대가로 ‘한성 실업’ 서 회장의 아들 태훈과 원치 않는 약혼을 하게 된 이경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첫 경험을 다른 남자에게 내주는 것.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상대는 바로 잘 노는 이들이 모인다는 클럽 ‘킹덤’의 사장 세광이었다. 하나 하룻밤 인연으로 끝날 줄 알았던 그와의 관계는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계속하죠.” “…….” “오랜만이라 긴장을 했던 것뿐이에요.” “긴장? 긴장으로 누군가를 쓰러뜨리고 싶지는 않아.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설마, 자신 없어진 건가요?” 이경의 도발에 세광은 휙 몸을 돌렸다. 몇 걸음 만에 여자의 발치에 다다른 그가 이경의 가느다란 팔목을 붙잡아 일으켜 눈을 맞췄다. 번뜩이는 세광의 안광이 그녀의 생각을 읽으려는 듯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사람 봐 가면서 도발해. 두 번 봐줄 만큼 너그러운 놈 아니니까.” “봐 달라고 한 적 없어요.” 분명 조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맞부딪쳐 오는 눈빛도, 떨림이 사라진 목소리도 분명 달랐다. 그런 이경을 한참 내려다보던 세광은 냉소적으로 입술을 비틀며 소곤거렸다. “도망치란 기회를 준 건 나고, 가지 않은 건 당신이야.” “알아요.” “그럼 그만두란 소리를 지껄이지도 말고 그만두길 바라지도 마. 배려는 한 번으로 족하니까. 난 성인군자가 아니거든.” 고개를 끄덕이는 이경을 번쩍 안아 들고 침대로 향한 세광은 그녀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 이 전자책은 2013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파국〉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동네에서 작게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가은은 어느 날 익숙하던 옆집이 공사판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기함한다. 게다가 낯설게 바뀐 그 집에 새롭게 이사온 이웃은 그녀가 본 적 없는 부류의 사납고 매서운 남자인데-. “가은 씨, 저 집 좀 이상하지 않아?” 높은 담과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여자들. 게다가 대낮부터 옷을 벗고 있는 걸 보면 그도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가은은 최대한 남자와 엮이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누구 맘대로 들어온 겁니까.” “누가 이걸 집 앞에 떨어트리고 갔어요.” “고작 이딴 걸 전해 주겠다고 담이라도 넘은 겁니까?” 낯설고 수상한. 거기에 성격까지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의 이웃. 가은은 이 오만한 이웃과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각자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남녀가 만들어가는 달콤 쌉싸름한 연애기! 서정윤 작가의 신작, 네 이웃의 취향. *일러스트 : NJ님
쓰레기 같은 전남친을 피해 제주도 지점으로 파견 근무 온 지 3주. 유명하다는 골드스타 카지노 가면무도회에서 차무영을 만났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남자에 대한 기대가 없는 유림은 그대로 서울 본사로 돌아왔는데…. “이 판을 내가 이기면 그때 못 먹은 저녁 같이 할래요?” “죄송하지만 퇴근 시간도 늦고 손님과는 따로 만나지 않….” “Hit.” 무영은 이미 어쩌면 승부가 나버린, 이길 확률이 없는 게임에 승부수를 걸었고…. “이러면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이 게임을 이기신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승산이 없는 게임에서 이겨버렸다. 자리에서 일어선 무영은 지난번 그녀에게 건넸던 것과 같은 명함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데…. “끝나고 전화해요. 이번엔 잃어버리지 말고.” 단순히 파견 근무였던 제주도에서의 만남. 서울까지 이어진 인연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유림은 다시금 저에게 주어진 명함에 적힌 이름을 가만히 중얼거렸다. “차무영.” 이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도 괜찮을까?
해인의 네 번째 선상대였던 남자 노명원. “나 유령 취급당하는 거 안 좋아합니다.” 명원의 첫 번째 선상대였던 여자 정해인. “결혼하려고 만난 선본 남자랑 친구 하기는 좀 곤란할 것 같아요. 연애면 또 모를까.” 어긋났던 인연이 집주인과 세입자로 다시 시작되다. “내 대답은 예스야. 그러니까 나랑 연애하자.” “…싫어.” “그 남자 만나지 마.” “…….” “하고 싶은 거 다 나랑 하자. 다른 놈 말고 나랑 해.” 302호 세입자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강추!〉여자의 허리가 유연하게 뒤틀렸다. 매끄러운 피부 위를 남자의 길고 단정한 손가락이 유영했다. 달아오른 호흡이 거칠어지고 그녀의 샘이 촉촉해질 때까지 그의 달콤한 고문은 멈추지 않았고 규원은 집요하게 자신의 손에 달궈지는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 그 서규원. 어느날 갑자기 마음이 변했다는 선언을 하기 전까지 내게는 사랑이었다.손바닥을 뒤집듯 하루 아침에 변해버렸다는 그 마음이 나에겐 어떤 의미일지 상상이라도 해본적이 있는지.다시 시작한다면 영원을 두고 맹세해.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그녀 최윤하.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리게 될 때까지 당신은 내게 사랑이었어.죽을만큼 힘겹게 입술을 깨물고 당신에게 거짓을 고해야했던 갈가리 찢긴 내 심장이 아직도 밤이면 아프다고 울부짖어.두 번 다시 울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당신을 다시 만나버려 난 어떡하지.?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그림자의 낙인』.
강추!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동생의 수술비를 감당하기 위해 이어져 온 한성 실업 서 회장과의 악연. 이경을 맘에 들어 한 서 회장 탓에 태훈과 약혼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경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몸부림, 클럽 ‘킹덤’에서 그녀는 자신의 첫 경험을 소비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광을 만났다. “겁이 나면 그만둬도 좋아.” 여기까지 온 이상 놓아주고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여자를 강제로 취할 생각도 없다. “겁쟁이처럼 굴고 싶은 거면 기꺼이 관객이 되어 주지. 도망치고 싶거든 내가 인내력이 남아 있을 때 도망치라고.” “…….” “당신, 지금 기절 직전의 얼굴이야. 알아?” 세광의 도발이 자극이 되었는지 이경의 뺨이 붉어졌다. 하룻밤의 남자에게서 저런 말을 듣자는 게 아니었다. 이경은 고개를 흔들었다. “천만에. 당신을 이곳에 데려온 건 내 쪽이야. 관객이 필요했으면 이런 스위트룸을 얻느라 거금을 쓰지도 않았겠지.” “…….” “잊었나 본데, 내가 당신을 꼬여 낸 거라고.” 하룻밤으로 끝날 인연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운명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을, 지독한 사랑이 덮쳤다.
“보기보다 대담하네. 먹고 튈 줄도 알고.” 생면부지의 강욱과 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을 남긴 채 헤어진다. 4년 후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열락의 밤을 보내고, 강욱은 윤을 곁에 두려다 매몰찬 거절을 당하는데……. “만날 생각도 없으면서 그날은 왜 찾아왔는데?” “한번은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그때 그 사람이 진짜 당신이 맞는지.” “그때 산에서 뒹군 놈이 나였나……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근데 왜 싫다는 건데. 설마 해 보고 나니까 별로였어?” “……네. 별로였어요.” 뻔한 거짓말을 하는 그녀를 어쩐지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졌다. “못 믿겠는데. 그 별로인 놈 등이 할퀸 상처 때문에 아직도 엉망이라서 .” 오기가 발동하는 순간, 지독한 열병은 시작되었다.
[본 콘텐츠는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작품입니다.] 어둠 속에서 서연은 울었다. “날, 두고 가지마. 제발.” 그의 애원이 너무 저릿해서 울었고, 그의 손길이 너무 뜨거워서 울었고, 너무 아파서 울었고…… 어쩌면 그가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그를 받아들이는 내내 눈물이 났다. 내일이면 지워질 일. 나는 누군가를 대신하고 있을 뿐. 언젠가 이 밤을 떠올릴 때마다 난 당신을 생각하겠지. 난 당신에게 잊혀져가겠지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생겨서 난 기뻐.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에도 당신의 곁에 누군가가 없다면…… 그때는 내가 용기를 낼게. 그때는 부디 날 돌아봐줘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돌부처처럼 굳어 있는 그림자. 연우가 분명했다. 내 친구였던 이연우. 내 아내였던 이연우. 내 첫사랑. 찬영은 연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손을 내밀었다. 피할 줄 알았던 연우가 머뭇거림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그냥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어. 그랬더라면 엇갈린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겠지. 3년의 세월 동안 그 폭풍우 속에 널 버려두지도 않았겠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하룻밤으로 우린 대체 어디까지 가버린 걸까. “너무 늦게 돌아와서 미안하다.” -장은석 그냥 처음부터였어요. 물이 흐르듯 제멋대로 흐르는 감정을 나도 막을 수가 없었어. 당신에겐 실수였을지 모르는 하룻밤, 내겐 간절했던 그 밤. 비록 그 하루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절대 후회하진 않았어. “난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이서연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사랑, 그 생채기』.
은밀함과 아찔함으로 한 남자의 본능을 건드리는 여자 나세연. 어긋나 버린 계획의 중심에 서 있는 남자 이정욱. 그녀가 원한다면 믿어 줄 참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아니라고 해도 세연이 맞다면 맞다고 함께 우겨 줄 참이었다. 세연의 싸늘한 외면에 정욱은 내민 손을 거둬들였다. 모든 걸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견딜 수 없이 싫었다. 체념 어린 세연의 말에 가슴 한구석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열기를 품은 바다를 떠도는 크루즈 안에서 만난 남자와 여자. 자신을 목표물에게 데려다 줄 그를 유혹하기 위한 아슬아슬한 게임. 이 연극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풀 베팅』
“5시간 17분.” 성한은 느리게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잔뜩 가라앉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까.” “나, 나는…….” 말을 더듬는 인영을 향해 그가 손을 뻗어 왔다. “그래, 차라리 오지 마라.” “…….” “이 방에 당신을 들이는 순간 망할 자식이 되는 거니까 오지 마라.” 쥐어짜듯 읊조리는 성한의 말에 인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처럼 갈등하고 있었을 그의 시간들이 그가 한 마디 한 마디를 뱉어 낼 때마다 마음을 후빈다. “근데 와 버렸네.” 성한은 쓰게 웃었다. “난 이제 말로만 듣던 개자식이 돼 버리게 생겼어.” 절정의 순간 인영은 아주 잠시 그 생각을 했다.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 밤 우린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멈출 수가 없을 거라는 것.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자신을 기다렸던 남자와 절대 오지 않으리라 수없이 다짐했던 자신이 오는 순간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불편한 관계의 시작. 후회는 선택을 한 자의 몫이었다.
“내가 자자고 하면 어쩔 거예요?” 은밀함과 아찔함으로 한 남자의 본능을 건드리는 여자 나세연. “이렇게까지 의도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이제 털어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어긋나 버린 계획의 중심에 서 있는 남자 이정욱. “아니라고 해 봐. 믿어 줄게.” 그녀가 원한다면 믿어 줄 참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아니라고 해도 세연이 맞다면 맞다고 함께 우겨 줄 참이었다. “내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세연의 싸늘한 외면에 정욱은 내민 손을 거둬들였다. “차라리 매달려. 그렇게 도도하게 굴지 말고 비굴하게 매달리기라도 하란 말이야!” 모든 걸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견딜 수 없이 싫었다. “처음부터 전부를 걸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어요.” 체념 어린 세연의 말에 가슴 한구석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 본 도서는 15금 개정판 도서입니다.
이 집에서 살 수만 있다면 함께 사는 것도 괜찮아요. 순진함과 교활함의 경계에 선 여자, 이선우. 여기는 엄연한 내 집이란 말입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 남자, 강동완. 오늘도 눈을 뜨면 어김없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완 씨, 일어났어요? 동완 씨, 머리는 감았어요? 동완 씨, 그냥 놔둬요. 내가 할게요. 동완 씨, 동완 씨, 동완 씨. 손을 다친 지 5일째. 여자는 숫제 자신을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환자 취급을 하려 든다. 밥 먹는 일을 돕고, 면도하는 일을 돕고, 옷을 입는 일을 도우려 든다. 여자가 그렇게 굴수록 퉁명스러워지는 자신의 말투를 무시한 채 저 여자는 또 저렇듯 제 이름을 부른다. 제집으로 들어오더니 가끔 머릿속을 들어오던 발칙한 동거인이 이젠 아예 제 마음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멈춰야 할 한계선이다.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완벽한 동거』.
그 남자 이승주의 이야기. “우리 만나볼까? 친구 말고 남자 여자로.” 취했다는 핑계를 대기엔 자신은 너무 멀쩡했던 그 날, 결국 세정을 안아버렸다. 잔뜩 취해 기억도 하지 못하는 오세정을 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뽑히지도 않고 삼켜지지도 않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처럼 은근히 사람 신경을 건드리던 오세정과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기엔 더없이 핑계가 좋은 날이었다. 그 여자 오세정의 이야기. “너, 정말 잔인하구나.” 19살이었다면 이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기뻐 눈물이라도 흘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그 시절에서 10년은 더 살아버린,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더 깨달아버린 스물아홉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술김에 하룻밤을 보내버린 다음이었다. 왜 나는 하필 지금에서야 이 말을 듣게 되는 것일까. 북받친 감정에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서른을 눈앞에 둔 겨울. 거짓말처럼 사랑은 시작될 수 있을까.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12월의 로망스』.
미쳐버릴 것 같았던 어느날, 반발심에 나를 버렸던 일탈의 밤. 나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내게로 와 한 조각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웃음을 잃은 여자 문이경. 몇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첫날,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뒤늦게서야 알았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희망이 되어 줄 작정입니다. 사랑에 전부를 건 남자 장세광.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욱 상처가 나는 서로에게 가시넝쿨 같은 사람들. 함께 하는 그 길 끝엔 무엇이 있을지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만큼 뻔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가보고 싶은 이유는 하나. 함께 가야하는 사람이 너였으니까. 그래. 끝까지 가 보자.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파국 (개정판)』.
“묻고 싶은 게 있어.” “응.” “어떤 연애를 원하는 건데?” “남들 다 하는 그런 연애. 보고 싶다고 전화도 하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여행도 가고,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키스도 하고…. 더 듣고 싶어?” 찻잔을 잡은 수연의 손가락 끝이 움찔했다. “아냐. 그만하면 알아들었어.” 어쩌면 제게 유일한 연애 경험이 될지도 모를 일들. 처음엔 당연히 거절하리라 마음먹었던 이 연애가 어쩐지 자꾸만 하고 싶어진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연애니까.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한쪽 마음이 변하면 그뿐이야. 절대 왜냐고 묻지 말기.” “…좋아. 나도 원하던 바야.” 그래. 그거면 되었다. 네가 날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날이 오면 나는 안녕을 고할 테고 그때가 되면 끝이겠지. 우리가 헤어졌을 땐 넌 한 번의 연애를 더 했을 뿐일 테고 난 유일한 연애를 한 후겠지. 내 머리와 가슴엔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연애의 기억이 생긴 후겠지. 수연은 용기를 내어 찻잔을 쥐고 있던 손을 가만히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고는 신우에게 인사했다. “윤신우, 앞으로 잘 부탁해.” 신우의 커다란 손이 수연의 손을 감쌌다. “잘해 보자.” 서른. 그렇게 첫 연애가 시작되었다.
3년 전 준희를 버리고 떠났던 강혁이 사고로 시력을 잃은 채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다. “거의 못 봐. 사물을 분간하지도 못하고 누굴 알아보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이 힘들지.” 헤어졌지만 여전히 그에게 마음이 남은 준희는 입주 간호사가 되어 강혁의 곁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내 꼴이 얼마나 우스워졌는지 구경이라도 하러 온 거야?”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성난 몸짓의 강혁은 그녀를 허락하지 않는데…. “나, 그때만큼 어리지 않아요.” 어떻게든 이 남자의 곁에 머물고 싶어졌다.
“사랑에 빠지는 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의문에 정답이 있을 리가 없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10년을 따라다닌 끝에 겨우 사랑을 쟁취한 작은아버지도 있었다. 사랑에 시간 따위는 무의미하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랫동안 변치 않고 사랑을 하느냐지. 그리고 지금 그 사랑에 자신이 빠져있다. 세상과 단절되는 것을 선택한 소설가, 남준세. 3년을 헌신한 연인에게 배신당한 여자, 차도원. 외딴 섬에서 만난 외로운 남자와 여자.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시간, Sometime…….
그만두자는 말에도 붙잡지 않더니 이제 와서 그가 연애를 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넘어가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끌리니 큰일이다. 그 남자가 하고 싶은 연애와 그 여자가 하고 싶은 사랑은 그 끝이 같을까. “난 지금 윤재희에게 사양할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나랑 연애를 해 볼 건지 내 연애에 네가 포함될 건지 선택할 기회를 주는 거야.” 여전히 오만하고 상대방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지닌 남자는 나타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그녀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아무래도 몇 년의 공백 같은 건 훌쩍 건너 뛰어 버린 느낌이었다.
“5시간 17분.” 성한은 느리게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잔뜩 가라앉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까.” “나, 나는…….” 말을 더듬는 인영을 향해 그가 손을 뻗어 왔다. “그래, 차라리 오지 마라.” “…….” “이 방에 당신을 들이는 순간 망할 자식이 되는 거니까 오지 마라.” 쥐어짜듯 읊조리는 성한의 말에 인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처럼 갈등하고 있었을 그의 시간들이 그가 한 마디 한 마디를 뱉어 낼 때마다 마음을 후빈다. “근데 와 버렸네.” 성한은 쓰게 웃었다. “난 이제 말로만 듣던 개자식이 돼 버리게 생겼어.” 절정의 순간 인영은 아주 잠시 그 생각을 했다.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 밤 우린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멈출 수가 없을 거라는 것. ★ 본 도서는 15금 개정판 도서입니다.
하준은 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원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해 주고 싶을 만큼. “뒤도 밟아 주고 모르는 것 다 가르쳐 줄 테니까 나한테 와요.” “…….”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줄 테니까 나한테 와요. 은수인 씨.” 지난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수인에게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실을 털어놓느니 감정에 호소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재기하려면 당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 번만 도와줘요.” 그가 바란 대로 수인의 눈빛이 파르르 흔들렸다. *** 수인은 그런 그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키스, 해도 돼요?” 지나가듯 들려오는 그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옳고 바른 사람. 스캔들 한번 나지 않았던, 아니 그가 여자를 만난다는 소리 한번 들어 본 적 없다던 이야기들. “다 가르쳐 준다면서요. 주인공들 키스 시켜야 하는데 키스해 본 게 하도 오래전이라….” 핑계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핑계를 다 대기도 전에 몸이 휙 끌려갔다. 시작은 분명 필요에 의한 관계였다. 어차피 벌어져 버린 일. 되돌릴 수 없다면 이 순간을 그저 즐기는 수밖에.
사는 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목숨을 구해 준 이라든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느라 첫 입맞춤을 내어 주는 여자라든가. 그래서였을까. 한눈에 알아봐졌고 사랑이 시작되었다. ---------------------------------- 송태은은 신기하게도 한눈에 알아봐졌다. “정우재 씨?” 야리야리한 생김새와 달리 꽤 건조한 목소리다. “송태은입니다.” 알지, 송태은. 우재는 속으로 이름을 곱씹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요즘도 가끔 그때의 꿈을 꾸었으니까. “나 어디서 본 적 없어요?” “네. 본 적 없어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들려오는 대답에 우재의 입꼬리가 슬쩍 들렸다. “그럴……. 뭐, 내가 착각한 거로 치죠.”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해 주려다 문득 얼마 만에 태은이 자신을 기억해 낼지가 궁금해졌다. 기억해 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놀랄까. 눈앞에 앉은 현재의 송태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3년 전 준희를 버리고 떠났던 강혁. 사고로 시력을 잃은 채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다. “거의 못 봐. 사물을 분간하지도 못하고 누굴 알아보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이 힘들지.” 헤어졌지만 여전히 그에게 마음이 남은 준희는 입주 간호사가 되어 강혁의 곁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내 꼴이 얼마나 우스워졌는지 구경이라도 하러 온 거야?”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성난 몸짓의 강혁은 그녀를 허락하지 않는데……. “나, 그때만큼 어리지 않아요.” 어떻게든 이 남자의 곁에 머물고 싶어졌다.
“묻고 싶은 게 있어.” “응.” “어떤 연애를 원하는 건데?” “남들 다 하는 그런 연애. 보고 싶다고 전화도 하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여행도 가고,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키스도 하고…. 더 듣고 싶어?” 찻잔을 잡은 수연의 손가락 끝이 움찔했다. “아냐. 그만하면 알아들었어.” 어쩌면 제게 유일한 연애 경험이 될지도 모를 일들. 처음엔 당연히 거절하리라 마음먹었던 이 연애가 어쩐지 자꾸만 하고 싶어진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연애니까.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한쪽 마음이 변하면 그뿐이야. 절대 왜냐고 묻지 말기.” “…좋아. 나도 원하던 바야.” 그래. 그거면 되었다. 네가 날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날이 오면 나는 안녕을 고할 테고 그때가 되면 끝이겠지. 우리가 헤어졌을 땐 넌 한 번의 연애를 더 했을 뿐일 테고 난 유일한 연애를 한 후겠지. 내 머리와 가슴엔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연애의 기억이 생긴 후겠지. 수연은 용기를 내어 찻잔을 쥐고 있던 손을 가만히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고는 신우에게 인사했다. “윤신우, 앞으로 잘 부탁해.” 신우의 커다란 손이 수연의 손을 감쌌다. “잘해 보자.” 서른. 그렇게 첫 연애가 시작되었다.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작품입니다] 작은 욕망이 만들어낸 비틀린 그들의 운명. 그 지독한 끝은 과연 어떻게 될까? 미쳐버릴 것 같았던 어느 날, 반발심에 나를 버렸던 일탈의 밤. 나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내게로 와 한 조각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 웃음을 잃은 여자, 문이경. 몇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첫날,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뒤늦게서야 알았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희망이 되어 줄 작정입니다. - 사랑에 전부를 건 남자, 장세광.
“생각, 해 봤어요?” 그가 물어오기를 며칠째 기다렸고 이미 대답도 준비해 두었다. 거절하겠습니다. 생각해 봤는데 그런 관계는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네요. 태섭은 싫다는 여자에게 억지로 치근덕거릴만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그 대답으로 이 이상한 관계를 종식시킬 수 있을 거였다. 한데 이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준비한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제 얼굴을 더듬듯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야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입술이 생각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아직 결정 못 했습니까?” 거절하는 게 맞는데, 그래야 더는 이 남자랑 엮이지 않을 것 같은데 이대로 끝내기엔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잠시 태섭과 눈맞춤을 하던 선주는 결국 하려던 말을 하지 못한 채 체념하듯 중얼거렸다. “일요일 저녁. 다른 날은 곤란해요.” 그러곤 재빨리 덧붙였다. “연락 같은 건 따로 안 할 거고 밖에서 보는 일도 없을 거예요.” 이 말도 안 되는 관계를 시작하기 전 우리의 만남에 다른 목적은 없다는 걸 못 박아 둘 필요가 있었다. 태섭이 그녀를 지나쳐 가며 속삭였다. “장소는 문자로 보낼 테니 일요일에 보죠.”
“아니. 미안하지만 넌 그 결혼 못 해.” 모든 건 카미긴, 그 섬에서부터 시작이었다.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꼴은 또 그게 뭐고.” 우연히 가게 된 필리핀의 외딴섬에서 만난, 첫인상이 최악이었던 남자 태준. “여기 이상해. 이상한 곳이야. 분명히 내가 맞는데 내가 아닌 것 같아.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그 섬을 나가면 전부 잊겠다던 지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건 섬의 마법일까, 운명일까. 속수무책으로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뜻밖의 상황에 휘말리고 만다. “부탁이야. 제발 돌아가 줘, 태준 씨.” 그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면서. 얼마나 제 가슴이 난도질당했는지도 모르면서. 참담함에 핏발이 선 붉어진 눈으로 지은을 내려다보며 태준이 악문 잇새로 중얼거렸다. “널 보려고 여기까지 달려왔어. 너 하나 보려고.”
3년 전 준희를 버리고 떠났던 강혁이 사고로 시력을 잃은 채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다. “거의 못 봐. 사물을 분간하지도 못하고 누굴 알아보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이 힘들지.” 헤어졌지만 여전히 그에게 마음이 남은 준희는 입주 간호사가 되어 강혁의 곁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내 꼴이 얼마나 우스워졌는지 구경이라도 하러 온 거야?”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성난 몸짓의 강혁은 그녀를 허락하지 않는데…. “나, 그때만큼 어리지 않아요.” 어떻게든 이 남자의 곁에 머물고 싶어졌다.
“아니. 미안하지만 넌 그 결혼 못 해.” 모든 건 카미긴, 그 섬에서부터 시작이었다.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꼴은 또 그게 뭐고.” 우연히 가게 된 필리핀의 외딴섬에서 만난, 첫인상이 최악이었던 남자 태준. “여기 이상해. 이상한 곳이야. 분명히 내가 맞는데 내가 아닌 것 같아.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그 섬을 나가면 전부 잊겠다던 지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건 섬의 마법일까, 운명일까. 속수무책으로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뜻밖의 상황에 휘말리고 만다. “부탁이야. 제발 돌아가 줘, 태준 씨.” 그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면서. 얼마나 제 가슴이 난도질당했는지도 모르면서. 참담함에 핏발이 선 붉어진 눈으로 지은을 내려다보며 태준이 악문 잇새로 중얼거렸다. “널 보려고 여기까지 달려왔어. 너 하나 보려고.”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유명세를 떨치게 된 건축가 찬영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뒤, 10년 만에 연우를 만난다. 과거, 연인이자 아내였던 그녀가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며 비수를 꽂았던 것에 대한 복수로 자신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보여 주기 위함이었던 것. 그러나 그녀를 잊지 못한 그에 반해 여전히 냉랭한 태도를 유지하는 연우를 보자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른 찬영은 상처 준 것에 대한 사과로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그녀의 말에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자 제안하는데…. [이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작품입니다.]
의뢰인의 과거를 바꾸어 주는 남자, 윤승재. 어느 날, 다른 사람이 아닌 과거의 자신이 되어 눈을 떴다. 그 이후로도 자꾸만 30년 전으로 돌아와 수진을 만나게 된다. 마치 이끌려 들어오듯이. “아저씨.” “다시 불러 봐.” 오래전부터 아득하게 나를 부르던 목소리는 너였던 걸까. 저를 이곳으로 부른 게 수진이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이렇게 될 거였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밤이었다. 입술 하나에 까마득하게 오래되어 기억조차 나지 않던 위로를 받던 밤. 그래서 문득 혼자서 오래오래 견뎌야 하는 삶이 고독하다고 느껴지는 밤. 겁도 없이 입을 맞춰 놓고 잔뜩 긴장한 수진이 가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일러스트: 리을
“어떤 연애를 원하는 건데?” “남들 다 하는 그런 연애. 보고 싶다고 전화도 하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여행도 가고,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키스도 하고….” “대신… 한쪽 마음이 변하면 그뿐이야. 절대 왜냐고 묻지 말기.” “…좋아. 나도 원하던 바야.” 그거면 되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연애니까. 내 머리와 가슴엔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연애의 기억이 생긴 후겠지. “윤신우, 앞으로 잘 부탁해.” 신우의 커다란 손이 수연의 손을 감쌌다. “잘해 보자.” 서른. 그렇게 첫 연애가 시작되었다.
“원래 그렇게 아무 여자한테나 막 칭찬해 주고 그래요?” 승환이 억울하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더니 정색하며 대답했다. “나 지금 엄청 공들이는 거지, 입에 발린 칭찬 하는 거 아닌데.” “…….” “믿든 말든 그건 자유지만 나는 지금 진유정 씨 마음에 들어 보려고 용을 쓰는 중이란 말입니다.” 계절이 소리 없이 바뀌듯 사람 마음도 그런 모양이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못했던 마음이 느슨해지고 있음을 느끼며 유정은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난 먹고사는 게 바빠서 연애 안 해요.” “정말 이유는 그것뿐입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유정의 말에 승환은 한참이나 골똘한 표정을 짓더니 씩 웃었다. “그럼 내가 그 둘 중의 하나를 해결해 줄 테니까 남는 시간에 나랑 연애를 하면 되겠네.” “해결이라뇨?” “내가 음식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잖아요. 먹고 사는 일 중 먹는 일은 내가 해결해 줄게요. 그 먹는 동안이라도 나랑 연애합시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짓말처럼 창밖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좁은 세상에 단둘이 갇혀 버린 느낌. 유정은 흔들리는 눈빛을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딴청을 피웠다. “밖에 비 와요.” “그러네요.” 대답하는 승환의 시선은 여전히 유정을 향해 있었다. 비 내리는 창밖 같은 건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그 서규원. 어느날 갑자기 마음이 변했다는 선언을 하기 전까지 내게는 사랑이었다.손바닥을 뒤집듯 하루 아침에 변해버렸다는 그 마음이 나에겐 어떤 의미일지 상상이라도 해본적이 있는지.다시 시작한다면 영원을 두고 맹세해.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그녀 최윤하.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리게 될 때까지 당신은 내게 사랑이었어.죽을만큼 힘겹게 입술을 깨물고 당신에게 거짓을 고해야했던 갈가리 찢긴 내 심장이 아직도 밤이면 아프다고 울부짖어.두 번 다시 울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당신을 다시 만나버려 난 어떡하지.?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그림자의 낙인』
결혼을 열흘 앞두고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예정대로였다면 새 신부가 되었을 그날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겼다. “후회, 안 해요?” 참 이상한 남자다. 그저 즐기면 그뿐인 생면부지의 남자가 제 걱정을 해 주는 모습에 기분이 묘했다. 아는 거라고는 실명인지 가명인지도 모를 ‘강찬욱’이란 이름뿐인데 그런 남자와 이러고 있는 게 싫지가 않다. 뜨겁다고 느껴질 만큼 따듯한 체온 때문일까. 아니면 몸을 섞어서일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를 다시 만나버렸다. “위로가 필요한 날이었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찬욱 씨뿐이라서요. 그래서 왔어요.” 그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