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아웃은 실패했는데요 결혼은 성공했습니다
작가채유화
0(0 명 참여)
플레이하던 딸 육성 게임에서 눈을 떴다. 문제는, 오랫동안 여주인공을 괴롭힌 고모가 되었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여주인공을 구해 줄 ‘플레이어’까지 놓쳐 버렸다. 로그아웃은 불가, 남은 건 빚더미와 키워야 할 여주인공뿐. 이 게임에서 나가려면 반드시 조카를 잘 키워내 엔딩을 봐야 한다. 그러던 중,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 수상한 청혼서를 건네는데…. “전 결혼은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너무 성급한 것도 좀 그렇고요.” “엮일 기회도 주지 않으셨으면서, 거절부터 하시는 겁니까?” “제가 좀 냉정한 편이라서요.” “저도 좋아합니다, 냉정한 거.” 게임 속에선 이름만 거론됐던 대공, 에덴 베르테논이 내게 청혼했다. 처음 보는 상대에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청혼하는 남자. 목적도, 이유도 알 수 없지만 그가 어쩌면 히든 엔딩의 단서일 수도 있다. “좋아요. 합의 하에, 언제든 이혼할 수 있는 부부가 돼요, 우리.” 청혼과 동시에 이혼을 약속한 계약 결혼. 합리적인 남편도 얻었으니, 이제 남은 건 여주인공을 무사히 키워서 엔딩을 보는 거라 생각했는데…. *** “깔끔한 거 좋아하시잖아요. 손 잡는 것도, 애매한 것도 싫어하시면서 왜 이러는 거예요?” 그의 대답은 곧장 돌아오지 않았다. 길어지는 정적과 함께 등불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그 때문일까. 문득 그의 눈동자에 불길이 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동안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던 에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내가 왜 이럴까.” “…….” “평소에 이런 말 같은 거, 한심한 변명, 아니면 덜떨어진 개수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돌연 입매를 비틀며 웃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네. 등신처럼.” 일러스트: Cocorip
이 작품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는 작품
전체 리뷰0 개
스포일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