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증보판) * 이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콘텐츠입니다. * 본 도서는 2017년 타 출판사에 출간된〈달콤 쌉싸래한 키스〉에 미공개 외전을 더한 개정판입니다. “부자를 낚으려면 부자들이 모이는 곳에 가야지.” 쥐구멍에 볕 든 날 한 번 없던 거지 같은 인생! 역전을 꿈꾸며 그간 모아 놓은 돈을 털어 부자를 낚기 위해 대희는 호주의 리조트로 향한다. 하지만 공항에서 택시도 못 잡았지, 리조트는 벽촌에 처박혀서 걸어가기도 힘들지 초장부터 아주아주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첫 타깃과의 순조로운 진행으로 부자의 남편 되기 프로젝트에 파란불이 켜지려던 차, 그녀의 가장 소중한 남자라는 재수 없는 부자 새끼 루퍼트 블레이크가 대희의 파란만장한 계획을 일그러뜨려 하는데……?
2020년 06월 10일
1주
🌟 BL 소설 중 상위 17.30%
평균 이용자 수 663 명
* 100명이 선택하면 '명작' 칭호가 활성화 됩니다.
'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등장인물 (공) 카이사르, 혹은 차르 마피아 세르게예프 조직의 보스. 어릴 때부터 마피아로 키워져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자랐다가 이원을 만나 처음으로 연애라는 걸 해봄. 몸은 밤새도록 만취할 때까지 10명의 여자들과 ㅅㅅ하는 게 일상인 터미네이터이지만 정신은 모태솔로. (수) 정이원 가난한 인권변호사. 밤새도록 만취할 때까지 10명의 여자들과 ㅅㅅ하는 게 일상인 터미네이터를 혼자서 술도 못 먹고 3박 4일 죽도록 상대하는 비운의 수. “내 의뢰를 받아들이면 재판에서 이기게 해주지.” “마피아 일은 안 해.” 잠시의 고민도 없이 즉각 나온 대답에 카이사르는 놀란 척 눈을 깜박였다. “생각도 안 해보고 바로 거절인가?” 이원은 무심히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안 해.” 카이사르가 시가를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천천히 빨아들인 시가에서 빨갛게 불꽃이 올라온다. 희뿌연 연기를 천천히 뱉어내며 카이사르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증거, 원하지 않나?” 정이원. 한국에서 온 변호사. 걸어다니는 포르노그라프.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느낀 것은 그것이었다. 두 번째로 만났을 때, 빛을 받아 짙은 청색을 띠는 검은 머리칼을 가진 그는 암흑처럼 어두운 검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카이사르는 생각했다. 이 남자, 죽일까, 아니면 길들일까. 책소개 북구의 칼바람이 전신을 후려친다. 매서운 눈보라가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혹독한 추위가 세포 하나하나를 꽁꽁 얼리는 듯 했다. 남자는 거기에 있었다. 거칠게 눈을 난사하는 회색의 하늘빛 만큼이나 어두운 은회색의 눈동자로 이원을 응시하며. 카이사르 알렉세예비치 세르게예프. 러시아 최대 마피아 조직 중 하나인 세르게예프의 후계자. 이원은 그와 적으로 만났다. 책 속으로 “지난번에 인사를 드렸었죠. 즈다노프 의원이 빼앗으려고 하는 공장에 대한 건입니다. 아마 당신이 그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짐작되는데, 틀렸습니까?” 1인용의 가죽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카이사르는 무심한 얼굴로 품에서 시가케이스를 꺼냈다. “글쎄, 난 모르는 얘기군.” 시가의 끝을 자르는 그의 모습에 황급히 라이터를 꺼내 끝에 불을 붙여주는 유리히를 흘긋 내려다보았던 이원이 말했다. “즈다노프 의원의 사무실에서 만났었는데 기억나지 않습니까? 분명히 명함을 드리고 제 소개를 했었습니다만.” 몇 초의 공백이 흐른 뒤, 그는 연기를 길게 뱉어낸 뒤에야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가. 안 됐군, 기억나지 않아. 동양인들의 얼굴은 다 거기서 거기라서 말이지.” 카이사르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원을 무시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이원이 곧바로 손을 뻗어 테이블 위의 만년필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그야말로 눈을 깜박한 다음 순간 모든 건 끝나버렸다. 만년필의 날카로운 끝이 두터운 소파의 가죽을 난폭하게 뚫어버리고, 공기가 터지듯 둔팍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이사르는 시가를 입에 문 채 자신을 노려보는 암흑처럼 검은 눈을 마주 보았다. 그의 시야에는 눈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관자놀이 옆에 꽂힌 만년필과 아직 그것을 세게 쥐고 있는 이원의 긴 손가락이 함께 비치고 있었다. 카이사르의 위를 덮치듯 몸을 숙이고 있던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이제 기억하겠지.” 여전히 말이 없던 카이사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아.” 은회색의 눈동자가 짙게 물들었다. “확실히 알 것 같군.” 이원은 태도를 바꿔 정중하게 덧붙였다. “필요한 서류와 조건은 안에 있으니 보고 연락주십시오. 사흘 이내에 연락이 오지 않으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이원은 그렇게 자신의 말만 하고 가져온 서류봉투를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인사 대신 짧은 미소를 남긴 채 나가버렸다. 사색이 된 부하에게 카이사르는 입을 열었다. “저 남자에 대해서 알아 봐. 가족 관계, 고향, 출신학교, 가지고 있는 책이 몇 권인지 까지 전부 다.” “저 변호사에 대해서 말입니까? 하지만…” 뜻밖의 명령에 어리둥절해져 이유를 물으려던 유리히는 황급히 머리를 숙이고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카이사르의 은회색 눈이 묘한 광채를 띠며 기울어졌다. “전부터 호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싶었지.”
*이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콘텐츠입니다. * 본 소설에는 극적인 재미를 위하여 현실과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으며, 등장하는 이야기 및 기관·인물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는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 아울러 본 도서는 〈키스 미, 라이어(Kiss me, Liar)〉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심장을 난폭하게 잡아챌 것 같이 선뜩하게 빛나는 보라색 눈동자에 모두의 눈길을 끄는 미모를 지닌 배우 체이스 C 밀러. 그와 열렬한 하룻밤을 보낸 뒤 귓가에 표식이 새겨진 조쉬에겐 절대 들켜선 안 될 비밀이 생겼다. 바로 체이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 그리고 수년 후, 다시 그의 경호원으로 고용된 조쉬는 더러운 성질머리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눈을 마주치고 가까이 다가설 때마다 두근거림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 키워드 : 현대물, 서양풍, 오메가버스, 배틀연애, 극알파공, 망나니공, 바람둥이공, 사이코패스공, 미인공, 강공, 집착공, 광공, 개아가공, 재벌공, 절륜공, 더크공, 극오메가수, 미남수, 강수, 까칠수, 무심수, 우월수, 군림수, 떡대수, 능력수, 문란수, 임신수, 문짝수, 할리킹 “데인?” “그래, 네 대가리 소화기로 깨 버린 새끼.” 저를 낳아 준 파파와 대디와 같이 운명의 짝을 만나는 게 삶의 목표인 그레이슨 밀러. 하지만 수없는 사람들과 사귀었음에도 마땅한 사람은 없었다. 그에 용하다는 주술사까지 찾아간 그는 ‘불’과 관련된 ‘가슴이 큰’ 사람이 그의 운명의 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미심쩍었지만 어떻게 연결 고리를 만들지 고민하던 와중 참석한 페로몬 파티에서 급작스러운 불이 일고, 오메가들을 농락하면서 페로몬을 뿌리던 그는 어느 극오메가의 페로몬 컨트롤을 받고 정신을 잃는다. 깨어난 뒤 그레이슨은 소방서에 제 운명의 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에게 부탁해 낙하산으로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첫날부터 자신을 견제하는 소방대원들과 몸싸움을 하게 되고, 그중에서도 데인 스트라이커 놈과 더럽게 얽히는데…….
스패니시 브라이드로 연결됩니다. 냉혈공/짝사랑수 주요 등장인물 주인수 : 신재원 전 테니스 선수로 한때 세계 챔피언 유망주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꿈을 접고 현재 스페인에서 가정교사로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어떤 언어든 빠르게 습득해 현재 9개 국어에 능통. 우연히 첫사랑이었던 하비에르와 재회 후 잊고 있던 사랑을 이루려 하지만 문제는 그가 호모포비아라는 것. 주인공 : 하비에르 엘리아스 레온시오 크리스티안 페르디세스 후안 단테 이 세르카스 데 코르데스…….(이하 생략) 전 테니스 선수권 대회 세계 챔피언으로 현재 공작가문의 계승자. 에스파냐의 심장으로 불리며 화려한 스캔들로 타블로이드를 장식하던 남자이지만 선대 공작이 죽으면서 3개월 내 결혼한 자식에게만 재산과 작위를 물려준다고 유언을 남겨 어쩔 수 없이 재원에게 프러포즈한다. 재원을 포비아로 오해하고 있으며 결코 자신은 사랑에 빠지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자신하지만…?! 타인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원하는 것은 기필코 손에 넣고 마는 냉혈한. 발췌 “나와 결혼해. 당연히 승낙하겠지.” 오만하기 그지없는 청혼을 나는 멍하니 듣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긴 다리를 꼬고 앉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똑바른 자세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명 ‘에스파냐의 심장’으로 불리는 남자, 하비에르 엘리아스 레온시오 크리스티안 페르디세스 후안 단테 이 세르카스 데 코르데스. 간신히 기억을 더듬었던 나는 곧 포기했다. 아체렌차의 공작인 그는 자그마치 38개의 이름을 가졌다. 그의 끝도 없이 긴 이름 중 그나마 내가 기억하는 건 저것이 다였다. 세계 테니스선수권 대회 전 월드챔피언으로 192센티미터의 장신에다 짙은 갈색의 머리칼과 에메랄드 그린의 눈동자를 가진, 전신이 섬세한 근육질로 이루어진 조각 같은 미남자. 흔한 표현이지만 그 이상 어울리는 미사여구를 찾기가 어려운 그는, 언뜻 지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무심한 표정으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선으로 내리쬐는 지중해의 태양이 그의 어깨를 감싼 은은한 광택의 슈트 위로 조심스럽게 흘러내렸다. 소매에 달린 묵직한 다이아몬드의 커프스에 먼지조차 두려워 몸을 피할 듯한 반짝이는 이탈리아 수제화까지, 벌써 십여 년이 흘렀는데도 그는 예전과 똑같았다. 언젠가 타블로이드 기사에서 읽었던 문구가 떠올랐다. ‘품위’라는 단어를 형상화한다면 바로 이 남자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거기에 더해 ‘오만함의 극치’라는 표현까지도 포함한 형상이 되겠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낡은 건물의 한 편에 위치한 초라한 원룸에 앉아 있는 그의 우아한 모습은 흡사 꿈을 꾸기라도 하듯 비현실적이었다. 어쩌면 정말 꿈일지도 몰라. 나는 생각했지만 슬쩍 꼬집어본 손등은 눈물이 나올 만큼 아팠다. 고통과는 별개로 여전히 믿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나는 이번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벌써 수년에 걸친 짝사랑의 상대에게서 결혼하자는 말을 듣는다면 세상 누구라도 울고 싶을 만큼 기뻐할 게 당연하다. 그러나 반 광란 상태로 청혼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나에겐 중대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저, 돈 레온시오,” “하비에르.” 서늘한 음성으로 정정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나는 억지로 웃어보였다. “전 남자입니다만.” 정중한 지적에 하비에르가 엷게 연 입술 사이로 길게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직선으로 공기를 가로지르는 희뿌연 연기 너머로 그의 녹음을 머금은 짙은 녹색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기울어지는 것이 보인 듯했다. 명백히 나를 비웃는 그의 시선에 내 심장은 철컹,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알고 있어.” 깊은 저음의 음성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럼 도대체 왜? 의문과 함께 섬뜩한 공포가 덮쳐왔다. 설마, 그런 건가. 삽시간에 등줄기로 오싹 소름이 돋았지만 냉정한 이성은 패닉에 빠지려는 몰상식한 감정을 냉혹하게 꾸짖었다. 그럴 리가 없다. 몇 해만의 재회가 아닌가. 내가 스페인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하비에르가 나의 숨겨진 마음을 알고 직접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무심코 마른침을 삼켰다. 이 남자는 자신을 짝사랑한다고 해서 동정심을 보일 사람이 절대 아냐. 그런데 난데없이 찾아와서 청혼? 게다가 같은 남자인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애써 이성을 찾은 내가 눈을 깜박이자 하비에르가 입을 열었다. 넋을 잃은 나의 귓가에 기억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그의 나른한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각하가 지난달에 돌아가셨지.” 선뜻 알아듣기 어려운 내용에 머뭇거렸던 나는 몇 초의 공백을 사이에 두고 의미를 깨달았다. 부친인 선대 공작을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타인처럼 지칭하는 표현은 아직 내겐 낯설었지만 그는 익숙한 듯 무심하게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잠깐의 침묵을 사이에 두고 뿌연 담배연기가 허공을 기어 올라가는 동안 나는 겨우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비록 겉모습만이라고 해도. “기사 읽었습니다, 무척 유감이군요.” 판에 박힌 말이었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와 알고 지냈던 것은 십 년도 전의 일이다. 더욱이 그의 아버지인 공작에 대해서는 신문에 난 부음 기사를 본 것이 전부였다. 어색하게 격식을 갖춰 위로의 말을 건넨 내게 하비에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덕분에 아주 곤란하게 됐어, 성가신 뒤처리를 맡게 됐거든.” 무심히 이어가는 그의 말투에 나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나 나는 깍듯이 예의를 갖춰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왕족이 아닌가. 비록 귀족이니 뭐니 하는 신분사회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고 해도 예의를 갖춰야 하는 상대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그에게서 한 번도 상대를 존중하는 말투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애써 차분하게 응답했다.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신 이유는…?” “말했잖아.” 하비에르는 나를 비웃는 것이 역력한 얼굴로 입가를 비뚤어뜨리며 후, 하고 짧게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너와 결혼하겠다고.” “대체 그게 무슨….” 문득 그가 말한 ‘성가신 뒤처리’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설마 그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예상대로 그는 선뜻 말을 이었다. “공작가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3개월 내에 결혼해야 해. 가문을 이을 거라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지.” 하비에르의 단정한 미간이 희미하게 일그러졌다. “아주 고리타분한 방식이야.” 그는 집안의 전통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달리 수는 없는 듯했다. 그제야 나는 그가 난데없이 찾아와 결혼을 제시한 이유를 납득했다. 그러나 아직 가장 큰 의문은 남아있었다. “내가 스페인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게다가, 어째서 하필 나에게 청혼을….”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를 쓰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억양에 힘이 들어갔다. 누가 보아도 부자연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는 괘념치 않는 듯했다. 과연 그가 남의 기분에 신경을 쓰는 일이 있을까? 나는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기다렸다. 하비에르가 입을 열고 말을 하기까지 불과 몇 초도 되지 않을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은 수천 가지의 망상을 떠올렸다. 설마 날 계속 생각하고 있었나? 이 남자도 그때 이후로 날 잊지 못했던 건가? 어쩌면 설마, 혹시, 아주 조금이라도 나에 대한 마음이 있는 걸까? 그래서 이 기회에 내게 청혼을 할 생각까지…! 온갖 장밋빛 상상으로 부풀어 오른 머릿속을 하비에르의 차가운 음성이 냉혹하게 가로질렀다. “내가 알고 있는 가난뱅이는 너뿐이라서.” ……. “뭐라고요?” 반응을 하기까지는 얼마간의 공백이 필요했다.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망상 속에서 깨어난 나는 그제야 눈앞의 현실을 직시했다. 하비에르는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며 무심히 말을 계속했다. “애석하게도 조건에 맞는 결혼 상대가 없어. 너라면 적당히 돈을 주고 거래가 가능할 테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남자는 지금 돈으로 나를 사겠다고 말하는 건가? 청혼의 이유는 단지 내가 가난하니까?! 이렇게 황당할 수가, 이 남자가 나를 기억하는 이유가 이것이었다니. 잠깐의 충격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어이가 없어졌다. “거리를 3분만 걸어가면 각하가 원하는 가난뱅이들을 100명은 만날 텐데요.” 비꼬는 말이었지만 하비에르의 대답은 현실적이었다. “남자가 침대에 기어들어오는 건 질색이야.” 순간 하비에르의 음성에 희미하게 감정이 섞였다. 언젠가 축제를 틈타 그를 연모하던 한 남자가 하비에르에게 기습키스를 했다가 반죽음을 당했던 일을 떠올린 나는 이내 물었다. “가난뱅이 여자를 고르면 되지 않습니까?” “하룻밤 불장난으로 애를 가졌다거나 하면서 귀찮게 굴면 곤란해.” 이번에도 주저 없이 나온 대답에 나는 선뜻 대책을 내놓았다. “섹스를 안 하면 되죠.” 어떤 의미에서는 나와 같은 조건이었다. 단지 여자일 뿐. 나의 지적에 하비에르는 미간을 찌푸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섹스를 하지 않을 거라면 여자여야 할 이유가 없잖아.” 이번에는 정말로 할 말이 없어졌다. 요컨대 욕망을 자제할 생각은 없으니 애초에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건가. 방종한 공작가 남자의 당당한 대답에 대꾸할 말을 잃은 내게 하비에르가 멋대로 말을 맺었다. “내일 변호사가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올 거야. 서명해서 그에게 줘, 오후에 시청에서 만나지.” “잠깐, 나는 아직 대답을…,” 황급히 그를 불렀으나 선뜻 일어선 하비에르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가를 얇게 기울였다. “서류를 보면 당장 하겠다고 말할걸.”
냉혈공/짝사랑수 이 책은 기존 출간본에서 외전이 추가된 개정 증보판임을 알려드립니다 주요 등장인물 주인수 : 신재원 전 테니스 선수로 한때 세계 챔피언 유망주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꿈을 접고 현재 스페인에서 가정교사로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어떤 언어든 빠르게 습득해 현재 9개 국어에 능통. 우연히 첫사랑이었던 하비에르와 재회 후 잊고 있던 사랑을 이루려 하지만 문제는 그가 호모포비아라는 것. 주인공 : 하비에르 엘리아스 레온시오 크리스티안 페르디세스 후안 단테 이 세르카스 데 코르데스…….(이하 생략) 전 테니스 선수권 대회 세계 챔피언으로 현재 공작가문의 계승자. 에스파냐의 심장으로 불리며 화려한 스캔들로 타블로이드를 장식하던 남자이지만 선대 공작이 죽으면서 3개월 내 결혼한 자식에게만 재산과 작위를 물려준다고 유언을 남겨 어쩔 수 없이 재원에게 프러포즈한다. 재원을 포비아로 오해하고 있으며 결코 자신은 사랑에 빠지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자신하지만…?! 타인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원하는 것은 기필코 손에 넣고 마는 냉혈한. 내용 소개 드디어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휴양지로 떠난 하비에르와 재원. 거기서 둘은 생각지 못한 인물들과 마주치게 된다. 소소한 방해공작으로 인해 하비에르는 재원이 속으로는 아직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유독 둔한 재원은 헌팅이 들어와도 깨닫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 이제 공작각하는 아내의 정조를 지키는 한편,그에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데….
* 현대물, OO버스, 오메가버스, 첫사랑, 할리킹, 사이코패스공, 미남공, 강공, 냉혈공, 무심공, 까칠공, 집착공, 광공, 개아가공, 재벌공, 절륜공, 극알파공, 미인수, 유혹수, 임신수, 굴림수, 감마수, 감금, 시리어스물, 피폐물, 3인칭시점, 메리베드엔딩 * 본 작품에는 히든 키워드가 있습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개 목걸이를 채우고 알몸으로 바닥에 엎드리게 하면 어떨까. 저 남자는 그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 “뭐든, 저희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절대 패배한 적이 없는 최고의 변호사, 도미니크 밀러. 그를 데려가기 위해서 여러 로펌에서 오퍼가 들어오지만 정작 그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 판결이 내려졌을 때 상대방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쾌감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뿐, 도미니크에게 있어 세상에 재미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흥미로운 게 굴러들어 왔다. “경호원이 아닌 감마는 처음 봅니까?”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나타난 남자, 애슐리 도슨. 자신의 로펌이 미국 최고의 로펌이라는 걸 알지 않느냐는 애슐리를 보며 도미니크는 자신의 앞에 무릎 꿇리면 어떨까, 그를 개처럼 다루면 어떨까 ……그런 금지된 상상을 한다. 한데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애슐리에게 뛰어난 체스 실력이 있다는 사실이었고, 도미니크는 체스를 이유로 그를 자신의 집에 불러들이기 시작하는데……? “내가 너에게 낚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지?” “낚였잖아.”
"나의 달, 나의 숲, 나의 바다" 술탄공, 집착공, 연하공 수도사수, 미인수, 연상수 15세기 오스만투르크가 콘스탄티노플(동로마 제국)을 함락시키던 때를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 신파 로맨스 장편소설. 실낙원 소개 우연히 쫓기는 오스만 제국의 소년 나사드를 구해준 비잔틴 제국의 견습 수도사 리하일. 긴 은발과 금은요동을 가진 리하일에게 반한 소년은 “데리러 오겠다”라는 말만을 남긴 채 사라지고, 그 뒤로 9년이 흐른다. 아련히 소년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만을 간직하고 있던 리하일은 곧 그를 잊지만 소년은 잊지 않는다. 결국 장성해 술탄이 되어 돌아온 나사드는 리하일을 손에 넣기 위해 비잔틴을 함락시키지만 정작 리하일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 채 이교도라 비난하며 나사드를 거부한다. 그러나 오만하고 강압적인 정복자인 술탄에게 어느 순간 그는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데…. 발췌 “이제 위험은 없습니다. 이쪽으로 나오시겠습니까?” 차분한 음성이었지만 나사드는 믿을 수 없었다.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굳어진 채로 숨을 죽이고 있자 그는 이번엔 좀 더 다정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부상을 입으셨다니 치료를 해야지요. 근위병은 가버렸고, 제게 무기라곤 없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그 곳에 계신 듯 한데 이대로 날이 밝아버리면 돌아갈 수 없지 않습니까?” 달래듯이 차근차근 설득을 하는 그의 태도에 교묘히 동화가 된 나사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풀숲을 헤치고 한걸음씩 걸어 나가는 동안, 수도사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나사드를 불안하지 않게 만들려는 생각인지 두 손을 기도하듯 깍지 껴 앞으로 모으고. 계속되는 출혈로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나사드는 이를 악물고 그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조금씩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나사드는 긴장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제 그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질 것이다. 몇 발자국만 더 가면. 그때. 줄곧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천천히 얼굴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나사드는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하얀 월광을 받은 그의 머리카락은 폭포처럼 빛이 났다. 키가 큰 편인 그는 생각했던 것만큼 나이가 들지 않았다.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것 같다. 몸매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옷 때문에 그의 체격을 쉽게 짐작하긴 어려웠지만 상당히 말랐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두려웠는지 살짝 떨리고 있는 보기 좋은 입술과 부드러운 얼굴선에서 천천히 시선을 올려 마주친 그의 눈동자에 나사드는 눈을 크게 떴다. 푸른 바다와 함께 녹음이 우거진 숲이 그 곳에 있었다. 무수히 아름다운 자들을 보아왔으나 이렇듯 누군가에게 넋을 잃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막연히 ‘아름답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모자란 뭔가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어린 나사드는 알지 못했다. 다만 한순간 멈췄던 심장이 귓가에서 미친 듯이 뛰어대는 소리를 그저 듣고만 있을 뿐. 멍하니 서있는 나사드를 보자 수도사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뭐야, 아직 어린애잖아.” 제국의 첩자라는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리하일은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경계를 풀고 웃어버렸다. 열다섯 살도 되지 않았을 것처럼 보이는 사내아이는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보다 키가 작은 그에게 시선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조금 숙인 리하일이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아까도 얘기했지만 난 무기도 없고 누굴 부를 생각도 하지 않으니까.” 리하일이 다정하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그것을 거칠게 뿌리쳤다. 흑요석같이 새까만 눈동자가 불같이 타오르며 리하일을 노려보았다. “누가 무서워한다는 말이냐, 무례한 놈. 당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라.” 제법 위협적으로 명령하는 그의 태도에 리하일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그것은 곧 재미있다는 얼굴로 변해버렸다. “알았어. 겁먹지 않았다는 거 알겠으니까 상처를 좀 보자.” “감히 내 몸을 보겠다니,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제법 신분이 높은 사내아이 같았다. 입고 있는 옷은 잠행을 위해서인지 허름해보였지만 음성에서 묻어나는 위압감과 온 몸에 흐르는 고귀함과 우아함은 아무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주 익숙한 듯이 내뱉는 음성에는 박력이 넘쳤다. 하지만 그래봤자 리하일에게는 그저 부상을 입은 아이로 보일 뿐이다. 어느 모로 보나 유리한 건 리하일 쪽이다. 때문에 리하일은 그의 거만한 태도에 화가 치밀기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그는 크게 웃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아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상처를 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요구대로 무릎을 꿇고 부탁하긴 했지만 얼굴은 계속 웃고 있어서,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리하일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고집을 부리기엔 상처가 만만치 않았던지, 소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노라.” “감사합니다.” 리하일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리하일의 하얀 손이 젖은 옷을 들추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피로 흠뻑 젖어있는 옆구리를 보는 순간 리하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심하잖아, 이거. 지혈할 것이 필요하겠어.” “어딜 가려는 거지?” 돌아서서 급히 수도원으로 들어가려는 리하일의 손을 그가 낚아챘다. 부상당한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손아귀 힘에 놀라며 리하일이 말했다. “약이 필요해. 붕대도.” “그렇게 날 속이고 위병을 불러오려는 거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럴 생각이었다면 아까 그렇게 했어!” 리하일은 버럭 화를 내며 그의 손을 뿌리치고 급히 가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사드는 작게 욕설을 중얼거리며 나무에 기대앉았다. 자꾸 눈앞이 흐려진다. 출혈이 예상보다 더 심했던 모양이다. 칼리스가 또 잔소리를 해대겠어…. 잠깐 의식을 잃었었던 모양이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자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은발의 수도사를 볼 수 있었다. 달빛이 흘러 황홀하게 빛나는 그의 모습에 나사드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이쪽이 꿈인가… 아니면….” 아직 흐릿한 의식으로 중얼거리자 그는 대답대신 나사드의 얼굴을 찰싹 때렸다. “무엄한 놈! 감히 내 얼굴을 때리다니 당장 처형시키겠다!” 분노로 정신이 번쩍 들어 소리쳤으나 그는 전혀 움칠하는 기색 없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 일어나 앉을 기운도 없어 보이는데 잘도 나를 죽이겠다 싶지만.” “건방진 놈, 감히 나에게….” “얼마나 대단한 신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껏 도와줬는데 너무 말이 거칠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면 오스만제국에는 고맙다는 말이 없는 건가? 하긴 야만적인 이교도들에겐 감사의 마음 따위 없을 지도. 아니면 아직 어려서 배우질 못했어?” “멋대로 지껄이지 마, 난 어리지 않아. 벌써 열두 살이라고.” “난 열일곱이야. 고작 열두 살인 주제에. 어른인 척 하고 싶으면 기본적인 걸 먼저 지켜.” 나사드는 기가 막혀 그를 노려보았다. “비잔틴의 수도사는 모두 아침마다 기도문을 외우는 대신 말싸움을 하나?” “난 아직 정식 수도사가 아냐. 감사의 말은 언제 할 거지?” 가볍게 일축해버린 리하일을 노려보던 나사드는 어렵게 일어나 앉아 입을 열었다. “내 부상을 치료할 은혜를 베풀었으니 평생의 영광으로 알도록 해라.” 거만한 나사드의 말에 리하일은 어이가 없어 그만 웃고 말았다. 열두 살치고는 또래보다 키도 크고 뼈대가 훌륭하다. 리하일 역시 큰 키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자라면 리하일이 목을 빼서 올려다봐야 할 만큼 건장해지겠지. 하지만 아직 나사드는 리하일의 어깨 정도의 키일 뿐이다. 물론 아까 손목을 붙잡혔을 때의 힘이라든가 그가 의식을 잃었던 짧은 시간동안 무심코 봤던 그의 손에 잡힌 굳은살은 그가 나이와 다르게 상당한 무예를 갖추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했다. 그래도 리하일은 나사드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저 강렬한 검은 눈과 마주치면 자신도 모르게 움칠하게 되지만 겁을 먹는 것과는 다르다. 그게 어떤 감정인지 리하일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저 좀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아이를 상대로 언제까지나 말싸움을 하는 것도 우스워 그만 두기로 한 리하일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예, 일생 기억하겠습니다.” 리하일의 존대는 여전히 놀리는 것 같았지만 나사드는 일단 참기로 했다. “수도사도 아닌 주제에 왜 여기 있는 거지?” “절차는 내일 밟을 거야. 사제가 되기 위해서 왔으니까.” “왜 사제가 되려는 거야?” “…상관없잖아.” 리하일의 부드럽던 음성에 한순간 적의가 서렸다. 그러나 나사드는 물러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 “묻는 말에 대답해. 이유가 뭐지?” 고압적인 그의 말에 리하일은 잠시 불쾌해졌으나 곧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스쳐갈 오스만제국의 아이잖아. 다시 보게 될 일도 없을 거고… 게다가 리하일은 갓 수도원에 온 탓에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이런 밤이라면 더욱 그렇다. 마침내 리하일이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죄를 지었어.” “무슨 죄? 사람을 죽였나?” ‘아니’ 하고 리하일은 고개를 저었다. “그 반대. 태어난 죄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사드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잘 생긴 눈썹을 찡그렸다. 리하일이 조용하게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그랬어. 난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애라고. 그런데 태어나 버렸으니까 그 죄를 갚기 위해 사제가 되어 일생동안 수도원에서 용서를 빌어야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한 마디로 일축해버린 나사드에게 리하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 눈을 봐.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르지?” “그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리하일이 말을 이었다. “이게 바로 그 증거야. 내가 태어난 죄의 증거. 게다가 머리는 은발이지. 태양이 아니라 달의 빛깔이라고 어머니는 불길해 했어.” 짙은 리하일의 눈동자가 더욱 어두워지는 것을 본 나사드가 강한 말투로 내뱉었다. “그렇지 않아. 태어난 것이 죄라니,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대는 아름다워. 나는 지금까지 그대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죄인이 이렇게 아름다울 리가 없지 않은가.” 열성적인 말에 리하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고마워. 하지만 악마 역시 아주 아름답다고 들었어.” “그대가 악마라면 기꺼이 내 혼을 주겠다.” “그런 말을 함부로 하다니.” 어이가 없다기보다는 놀란 얼굴로 서둘러 나사드의 입을 막으려는 리하일을 뿌리치고 나사드는 진지하게 말했다. “진심이야. 그대의 머리카락도, 눈도, 얼굴도, 손도, 모두 아름답다. 단지 눈동자 색이 다르다고 해서 죄라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독교도들은 이상하군.” “어쨌든 말은 고맙게 받아들일게.” 이제 그만하라는 듯이 리하일이 말했으나 나사드는 단념하지 않았다. “이 머리를 자르고 사제가 될 건가?” 안타깝다는 듯이 물으며 나사드가 리하일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은발의 머리카락을 허락도 없이 만지는 나사드였지만, 리하일은 그냥 내버려두었다. “응. 오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절차를 전혀 밟지 못했어. 내일 수속을 밟고 나면 그 후에 자르게 되겠지.” “자르지 마.” 리하일이 멈칫하자 나사드는 단호한 음성으로 명령했다. “그대의 머리카락 무게의 열 배, 아니 백 배가 되는 은을 주겠다. 그러니 자르지 마라.” “유감이지만 수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잘라야 해. 게다가 지금 자르지 않아도 공부가 끝나고 정식으로 사제가 되면 결국 자르게 된다고.” “그렇게까지 사제가 되고 싶어?” “뭐….” 리하일이 처음으로 대답을 머뭇거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사드가 리하일의 어깨를 붙잡고 열성적으로 말했다. “하지 마, 그런 건.” 리하일이 깜짝 놀라 눈을 깜박거리자 나사드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만 두는 거다 사제 따위.” “될 수 있을 리가 없다니 무슨 말이 그래. 실례잖아.” 리하일이 버럭 화를 내자 나사드는 진지하게 말했다. “감히 이교도를 수도원에 감춰주고 거짓말까지 한 주제에 사제가 되겠다고?” “너를 도와주느라 그런 거야.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자기 때문에 저지른 일인데 비난을 받다니 어이가 없었다. 리하일이 반박하자 나사드가 물었다. “죄는 죄잖아? 이유가 어떻든.” “물론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고해를 할 테니까.” “고해라니?” “신에게 죄를 고백하는 거야. 물론 직접 빌 수는 없으니까 정식 사제님에게….” “몰라서 묻는 게 아냐.” 나사드는 리하일의 말을 가로막고 멋대로 자신의 말을 했다. “나와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겠다는 얘기잖아? 거짓말을 한 건 그렇게 커다란 죄가 아냐. 문제는 그 뒤라고. 이교도를 감춰주고 상처까지 치료해 주다니, 파문당할 걸. 아니지, 수도원에서 쫓겨나는 건 물론이고 벌을 받을 지도 몰라.”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야!” 겁을 주는 그의 말들에 리하일이 버럭 화를 내자, 나사드는 진지한 얼굴로 리하일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 죄를 내가 가져가지.” 속삭임의 의미를 눈치 채지 못하고 눈만 깜박이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나사드의 입술이 리하일의 입술을 덮쳤다. 놀란 리하일은 더더욱 눈을 크게 뜨고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그 사이 나사드의 혀가 리하일의 입술을 가르고 거침없이 안을 점령했다. 피할 곳도 없는 좁은 공간 안에서 리하일은 나사드에게 혀를 붙잡혀 버렸다. 체온보다 뜨거운 혀가 리하일의 입안을 헤집는다. 혀를 얽고 타액을 빨아들였다. 숨이 막힌 리하일이 한껏 입을 벌리자, 나사드의 혀가 기다렸다는 듯이 리하일의 혀 아래쪽을 뒤져 연한 속살을 마음껏 유린했다. “아, 하악, 하악….” 자신도 모르게 거친 숨을 헐떡이며 허물어지자 나사드가 그대로 리하일을 쓰러뜨리고 뜨거운 손으로 그의 목줄기를 더듬었다. 단정하게 맞물려 있는 옷깃에 초조해진 나사드가 그것을 잡아 뜯으려 하자, 리하일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저리 비켜!” “난 이제 알았어.” 나사드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밀치려던 리하일의 손을 붙잡아 손바닥에 번갈아 키스를 했다. “그대가 태어난 것은 죄 따위가 아니다. 내 것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거야. 나를 만나고 내게서 사랑받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소리.” 기가 차서 내뱉는 리하일이었으나 그의 키스는 교묘하게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 증거로 나사드가 혀를 내밀어 리하일의 손가락을 핥자 리하일은 눈을 크게 뜨고 자신도 모르게 거친 숨을 들이켰다. 나사드는 타오를 것 같이 정열적인 검은 눈으로 리하일을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그게 사실이다. 다른 사람의 말 따위는 듣지 마. 내 말만 들어. 그대의 은의 머리칼도, 사파이어와 에메랄드의 눈동자도, 석류석의 입술도, 모두 나를 위해 알라께서 직접 세공한 살아있는 보석인 거다.” “사람을 보석에 비유하다니, 이교도인 주제에 신을 들먹이면서 말하면 내가 믿을 줄 알고.” 부정하려는 리하일이었으나 나사드는 그의 얼굴을 붙잡아 눈 위에 번갈아 키스를 하며 말했다. “그대의 전부는 내 것이다. 나의 바다, 나의 숲, 나의 달.” “그만 둬….” 리하일이 가늘게 신음하자 나사드는 대답 대신 다시 깊은 키스를 했다. 아까보다는 부드러웠지만 못지않게 정열적인 키스에 아예 넋이 나가버린 듯한 리하일에게, 나사드가 부드럽게 입술을 빨아들이며 물었다. “나의 리마, 그대의 이름을 가르쳐 줘.” 속삭이는 음성에 취해버린 듯 리하일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리하일… 콜로니에….” “성은 필요 없어. 리하일이라. 그대만큼 아름다운 이름이군. 향기가 나는 것 같아. 그대는 나와 함께 간다. 알겠지? 사제 따위는 그만 둬. 정식으로 그대를 데리러 오겠다.” 맹세를 하는 것처럼 리하일의 손등에 번갈아 키스를 한 나사드는, 마음이 급한 듯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뒤늦게 당혹스러움이 밀려온 리하일은 그 뒤를 쫓아 일어나 일부러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멋대로 남의 일에 대해서 결정하지 마, 어린애인 주제에.” “말을 삼가라.” 위엄을 갖춘 나사드의 차가운 명령에 리하일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나사드는 리하일의 어깨를 끌어당겨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한 후 말했다. “다른 이였다면 당장 혀를 뽑고 옥에 처넣었을 테지만 그대의 죄는 이것으로 용서하지.” “무례하게, 허락도 없이 키스하지 마.” 리하일이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르려 하자 나사드는 그것을 잡아채 손바닥에 키스를 했다. “처음이었지, 리하일?”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어. 그대는 내 것이니까. 앞으로도 누구와도 키스하지 마. 그대에게 손을 대는 자는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다.” 어이가 없어 잠시 말문이 막힌 사이에 나사드는 서둘러 돌아섰다. “말을 한 필 빌리지. 다시 만났을 때 그대의 어느 한 곳이라도 달라진 곳이 있다면 이곳의 사제는 모두 죽이고 수도원은 불태워버리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릴….” “내게 불가능한 일은 없어, 아름다운 리하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사드는 삽시간에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남겨진 리하일은 눈을 크게 뜬 채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입술이 타오르는 것 같다. 살짝 더듬어보자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 “…괜히 도와줬어.” 리하일은 낮게 중얼거렸지만 어딘지 힘이 없었다. 심장은 아까부터 주체할 수 없이 격렬하게 뛰어대고 있었다.
사랑했지만 가진 것 없다는 죄로 연인과 헤어지고 방황 끝에 찾은 그리스. 낯선 곳에서 바텐더로 새 삶을 시작해 순조로이 능력을 인정받아 가던 영후는 저도 모르는 새 한 무리의 표적이 된다. “내기의 끝은 누가 먼저 저 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이는가야.” 그리고 예의 내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 중엔 그리스의 최고 부호 가문 카리스테아스가의 차남, 안드레아스 카리스테아스 역시 끼어 있었다. 처음엔 가볍게, 장난처럼 응했던 내기였다. 하지만 지영후라는 이방인과 가까워지며 어느 순간 그 내용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을 지녔으면서도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던 안드레아스는 영후에게 흠뻑 빠져 그만 진심이 되어 버리는데…….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없어. 네 전부를 가져야겠어.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난 결코 물러나지 않으니까.”
“내가 원하는 선물은 벌써 여기에 있어. ……당신 전부가 여기 있잖아.” 셀 수 없는 날들을 뒤로하고 맞이한 1주년. 안드레아스를 위한, 아니 그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 꿈을 이루어 주는 마법의 Golden Dream*. * 골든 드림(Golden Dream): 아니스 향이 나는 갈리아노에 화이트 큐라소, 오렌지 주스, 생크림을 셰이커에 넣어 흔든 뒤 칵테일글라스에 따르는 부드러운 맛의 칵테일.
* 키워드 : 현대물, 서양풍, 외국인, 전문직, 강공, 미인공, 강공, 냉혈공, 무심공, 까칠공, 츤데레공, 개아가공, 재벌공, 절륜공, 천재공, 미인수, 명랑수, 잔망수, 허당수, 상처수, 모델수, 사내연애, 할리킹, 코믹/개그물, 달달물, 3인칭시점 * 본 시리즈는 2017년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동명 도서의 외전증보판입니다. 〈라 돌체 비타〉와 〈비비 라 비타 1〉는 내용상 거의 동일하며, 〈비비 라 비타 2〉는 미공개 신규 외전이오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 아울러 본 도서는 〈라 벨라 비타〉의 스핀오프 작품이오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내 아들을 잠시 자네 회사에서 일하게 해 줄 수 없겠나?』 막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시절, 자신을 후원해 줬던 서 사장의 부탁으로 현재 휴직 상태로 밀라노에 머무는 중인 그 아들 인호를 비서로 들이기로 한 지아니. 그런데 이게 웬걸, 분명 한국 모델 출신이라고 했거늘 3년의 은둔 기간 동안 무슨 짓을 한 건지 걸어 다니는 마시멜로가 사무실에 들어온 것 아닌가? 게다가 하루의 일과는 먹방, 먹방, 또 먹방! 그 경악스러운 모습을 본 지아니는 심지어 테이프로 영역을 가르고 인호를 그 안에만 맴돌게 했다. 한데 어디서 정신을 차린 건진 몰라도 슈퍼 모델 대회에 나가겠다며 다이어트에 돌입한 인호의 모습을 보며 지아니는 제 안에 이상한 감정이 싹텄음을 느끼는데……. ▶잠깐 맛보기 “이 사진 누구야.” 인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냅다 내지르는 음성에 인호가 깽, 하고 어깨를 움츠리자 지아니는 곧바로 손을 뻗어 모니터로 향했다. 안 돼! 재빨리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지아니는 가차 없이 인호의 머리통을 내던져 버렸다. “우어!” 찰박 나동그라진 인호 위로 지아니가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거기엔 지금의 모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누군가의 사진이 있었다. 얇은 턱, 우아한 목덜미, 은은하게 미소 짓는 눈매, 턱을 괴고 있는 맵시 있는 손가락과 슬림한 어깨. 생소하면서도 결코 낯설지 않은 이 얼굴은 설마. 사무실에 흐르는 정적을 사이에 두고 지아니가 천천히 인호를 돌아보았다. “이게 너라는 건 아니겠지.” “…….” “야.” “저 맞아요…….”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작게 대답했지만. 돌아온 것은 지아니의 가차 없는 막말이었다. “이게 어디가 너야, 널 반으로 접어도 이거 두 배는 되겠다, 이 뻔뻔한 스팸 덩어리야!” “정말 저라니까요, 지금 여기서 찍은…….” “이리 내.” 항의하며 흔들어 대는 인호의 휴대전화를 낚아챈 지아니는 빠르게 버튼을 눌러 저장된 사진을 확인했다. 갑자기 손을 멈춘 지아니가 뚫어져라 휴대전화를 쳐다봤다. 휴대전화 안에는 인호의 말대로 그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물론 눈앞에 보이는 것과 같은 부피였다. 지아니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모니터에는 아마도 같은 사진이 있었다. 다만 수없이 많은 포샵질로 원본의 자취는 찾을 수도 없는 사진이. 지아니가 얼굴을 일그러뜨리자 인호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다시 휴대전화를 보는 지아니. 모니터를 보는 눈. 다시금 어색하게 미소로 답하는 인호. 그 순간 지아니는 소리가 나게 이를 갈았다. “너, 지금까지 서 사장을 속인 거야?” 하악! 인호는 숨을 삼키며 두툼한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텁 막았다. 그랬다. 그랬기 때문에 인호의 아버지인 서 사장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지아니에게 인호를 채용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설마 이탈리아에 온 후 저렇게까지 불어 버렸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 〈내 아들을 보면 정말 놀랄 걸세.〉 서 사장의 말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속였다기보다는…… 그냥, 저어, 아버지가 충격을 받으시면 안 되니까요. 아버지를 위하는 자식의 애틋한 마음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어떨지…….” 우물거리던 인호의 말은 곧바로 날아온 지아니의 무서운 시선에 쏙 들어가 버렸다.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인호를 아무 말 없이 노려보던 지아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 사장은 모른다는 거지?” 끄덕끄덕. 지아니의 얼굴에 서서히 섬뜩한 미소가 퍼져 나갔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던 인호의 얼굴에서 그만 핏기가 빠져 버렸다. 그런 인호를 향해 지아니가 속삭였다. “그럼 이걸 알게 되면 넌 바로 귀국이겠군.” 뚜둥! 삽시간에 사색이 되어 입을 딱 벌린 인호에게 늘씬한 몸을 똑바로 세운 지아니가 싱긋 웃어 보였다. “잘 가, 비곗덩어리.”
강수, 미남수, 무심수, 집착공, 낮져밤이공, 존대공 트레자일 마즈르크 사미어 (공) 터키의 대재벌. 카이로 기업의 총수이자 일족의 책임자로 언제나 여유로운 신사. 심심치 않게 가십란을 장식하며 수없이 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려왔다. 연애는 좋지만 결혼과 아이는 절대 싫은 남자. 장현원 또는 렌 로셀리니 (수) 레지던트 1년차. 이태리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이지만 사생아라는 이유로 꽤 험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찾아 이탈리아로 왔지만 정식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 책소개 “또다시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그건 운명이라는 뜻이겠죠.” 모든 것을 가진 남자 트레자일 마즈루크 사미어. 처음 봤을 때부터 줄곧 위험한 기분을 느끼게 했던 그는 자신이 현원에게 욕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는다. 더할 수 없이 오만한 남자의 끈질긴 유혹을 현원은 매번 거절하지만 그것은 쉽지만은 않고, 결국 현원은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채 트레자일에게서 떠난다. 그런 현원을 어느 날 불쑥 찾아온 트레자일은 난데없이 사랑을 고백하는데… 발췌 “괜… 찮았어요? 나, 잘… 못해서.” “최고였습니다, 렌.” 역시 거친 숨결 사이로 트레자일이 대답했다. 현원의 목을 끌어당겨 키스를 하자 부드럽게 입술을 마주친 현원이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숨을 골랐다. 아직 그곳은 연결이 된 채였다. 전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트레자일의 것을 자신의 안 깊은 곳에 받아들인 채로 현원은 한동안 그 뜨거움을 음미했다.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를 겁니다.” 현원의 등을 쓰다듬으며 트레자일이 한 말에 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랬어요.” “…지노에 대해서 생각지 못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라니아가 그 녀석을 끌어들일 줄이야.” “그건 됐습니다.” 트레자일의 음성에 분노가 어리는 것을 눈치챈 현원이 말했다. “어쨌든 모두 끝난 일이고 해결된 거니까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죠.” “어떻게 다시 갈 생각을 한 겁니까? 만약에 지노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무 일 없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현원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지노가 연관되리라고는 저 역시 생각 못했었지만… 쉽게 포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끈기가 있더군요.” “당신에게 반한 남자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날 그렇게 대단하게 보지 말라고 했는데.” 현원은 트레자일의 가슴에 턱을 괴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긴 처음에 지노가 내게 손을 댔을 때도 기절할 것처럼 놀랐었죠. 그가 그런 눈으로 날 보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정말 아무 일 없었습니까? 렌, 내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딱 잘라 말했던 현원이 가볍게 덧붙였다. “본의 아니게 스트립을 한 적은 있지만.”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트레자일의 음성이 위협적으로 가라앉았다. 별생각 없이 말했던 현원은 깜짝 놀라 눈을 깜박였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예전에 그 집에 살 때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방에 들어와서 이상한 소리를 해대길래 어서 나가버리라고 눈앞에서 수건을 벗어버렸거든요. 그래서….” “그 녀석 앞에서 알몸이 됐었단 말입니까?” “장난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노는 두 눈을 가리고 뛰쳐나갔기 때문에 전혀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마치 변명하듯 서둘러 말했던 현원은 ‘어째서 그런 말을 해버린 거지’ 하고 뒤늦게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트레자일은 여전히 가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때에는 몰랐던 겁니까, 그 녀석이 당신에게 반했다는 걸.” “그걸 알았다면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죠. 당장 달아났을걸요.” “그럼 알고 난 뒤에는 전혀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머릿속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레자일이 뭔가를 눈치챈 것이 틀림없었다. 현원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아, 아무 일도.” “렌, 내게 거짓말을 하는 겁니까.” 여전히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위협적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현원이 망설이자 트레자일은 허리를 쳐올려 아직 연결되어 있는 그곳을 깊이 찔러왔다. “아윽.” 자신도 모르게 비명처럼 신음을 뱉어내자 트레자일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일이 있었죠? …뭘 한 겁니까.” 결국 견디다 못한 현원이 실토했다. “대부에 대한 얘기를 듣고 당신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지만 탈출하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뭘 했습니까.” “…….” “렌.” 거듭된 재촉에 현원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키스를….” 그 순간 트레자일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런 무서운 얼굴은 처음이었다. 하얗게 질린 현원의 얼굴에 트레자일은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입을 열었다. “강제로 당했습니까? 그랬겠지요, 물론.” 트레자일은 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면 그걸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지노가 싫다고 해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누명을 씌울 수는 없었다. 트레자일의 분노가 지노에게 향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자신이 저지른 일이니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트레자일이 자신에게 그리 심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현원은 망설이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제가 했습니다.” 입을 다물어버린 트레자일의 모습에 현원은 황급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고작 키스가 아닙니까. 그 정도는 별것도 아니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십시오. 무섭습니다.” 이걸로 넘어가주길 바라며 현원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트레자일을 바라보았다. 현원이 말하면 언제나 적당히 물러나주는 트레자일이니까 이번에도 역시 씁쓸한 한숨을 내쉬고 말 거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현원의 예상은 틀렸다. 트레자일은 그야말로 분노의 화신으로 돌변해 있었다. 이를 악물고 무시무시한 얼굴로 노려보는 시선에 현원은 그만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가늘게 떨고 있는 현원에게 트레자일이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당신에게 흠뻑 빠져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짓을 하건 모두 용서하리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입니다.” “트레자일, 그게 아니라 그건.” 현원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갈 여유는 없었다. 한 팔을 짚고 상체를 일으킨 트레자일이 다른 팔로 현원의 허리를 안은 채 곧바로 몸을 굴려 그를 쓰러뜨렸기 때문이다. 불시에 당한 일에 짧은 비명과 함께 누워버린 현원은 금세 역전이 되어버린 체위에 당황해 눈을 깜박였다. 트레자일은 그의 위에 엎드린 채 현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작 키스라고 말했습니까? 당신의 입술이 다른 남자와 닿았는데 그게 별게 아니라고?” “트레자일, 하지만.” 트레자일은 더 이상 듣지 않고 난폭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아직 연결이 되어 있던 곳이 크게 벌어져 현원은 다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극도로 분노한 그의 모습에 현원은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언제나 부드러운 신사였던 트레자일이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놀랄 일은 그다음이었다. 트레자일이 현원의 눈앞에서 상체에 감고 있던 붕대를 풀어버린 것이다. “안.”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던 현원은 뜻밖에도 그리 두껍지 않은 붕대를 삽시간에 풀어버리는 트레자일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근육이 꽉 짜인 그의 탄탄한 가슴에는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현원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는 모습을 본 트레자일은 비웃듯 말했다. “오늘 아침에 새로 감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현원은 그저 망연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머릿속에 빠르게 지난 일들이 스쳐갔다. 이따금 아픈 듯 미간을 찌푸렸던 트레자일, 그리고 그런 그를 위해 온갖 부끄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았던 자신. 그제야 현원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이럴 속셈으로….” “당신은 너무 순진합니다. 이런 얕은 수에 넘어가다니.” 가볍게 말한 트레자일은 곧 풀어낸 붕대로 현원의 손목을 붙잡아 하나로 모아 묶어버렸다. 삽시간에 일어난 상황에 놀란 현원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무슨 짓입니까. 어서 풀어요!”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태어나 이렇게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적은 없었으니까.” 낮은 음성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현원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황급히 입을 열었다. “당신도 내게 잘못한 게 있지 않습니까. 난 그걸 용서했는데.” 최후의 희망을 걸고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소뿐이었다. “용서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언제 당신에게 용서를 구했습니까? 얼마든지 화를 내십시오. 나 역시 그렇게 할 테니까.” 트레자일의 말에 현원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런 현원을 내려다보며 그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 “당신의 연인은 나입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키스를 하거나 멋대로 몸을 보여주어도 괜찮다고 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허락이라니 무슨.”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신의 그 입술도, 이 피부도 전부 내 것입니다. 당신은 아직 자각이 부족한 모양이지만.” 뒤늦은 항의를 냉정하게 가로막은 트레자일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부터 그걸 깨닫게 해주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앞 이야기인 ‘실락원’은 추후 발간 예정입니다
* 키워드 : 현대물, 서양풍, 재회물, 애증, 미남공, 다정공, 헌신공, 집착공, 재벌공, 사랑꾼공, 순정공, 상처공, 절륜공, 직진공, 미인수, 다정수, 헌신수, 단정수, 순정수, 상처수, 도망수, 후회수, 능력수, 바텐더수, 오해/착각, 할리킹, 애절물 * 본 시리즈의 순서는 〈백만 번의 키스보다〉, 〈리멤버 더 키스〉, 〈골든 드림〉, 〈엔젤스 팁〉 순입니다. 사랑했지만 가진 것 없다는 죄로 연인과 헤어지고 방황 끝에 찾은 그리스. 낯선 곳에서 바텐더로 새 삶을 시작해 순조로이 능력을 인정받아 가던 영후는 저도 모르는 새 한 무리의 표적이 된다. “내기의 끝은 누가 먼저 저 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이는가야.” 그리고 예의 내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 중엔 그리스의 최고 부호 가문 카리스테아스가의 차남, 안드레아스 카리스테아스 역시 끼어 있었다. 처음엔 가볍게, 장난처럼 응했던 내기였다. 하지만 지영후라는 이방인과 가까워지며 어느 순간 그 내용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을 지녔으면서도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던 안드레아스는 영후에게 흠뻑 빠져 그만 진심이 되어 버리는데…….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없어. 네 전부를 가져야겠어.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난 결코 물러나지 않으니까.” * 본 시리즈는 2016년부터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동명 도서의 외전증보판입니다. 〈리멤버 더 키스〉는 분권을 새로이 하며 내용의 순서를 바꾸었고, 〈엔젤스 팁〉은 미공개 신규 외전이오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잠깐 맛보기 쾅! 손잡이를 잡아 돌려 문을 열자마자 뒤에서 뻗은 손이 그대로 그것을 닫아 버렸다. 요란한 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울려 퍼진다. “무슨…….”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자 그는 곧바로 다른 손을 뻗어 문을 짚고 두 팔 사이에 영후를 가두어 버렸다. 좁은 복도는 둘이 마주 선 것만으로도 꽉 차 버렸다. “이 시간까지 기다려서 이런 낡아 빠진 맨션까지 왔는데 나더러 그냥 돌아가라고?” “당신에게 와 달라고 말한 기억이 없는데요.” “그럴까? 난 분명히 유혹을 받은 기억이 있는데.” “……유혹이라고요?” 당황한 영후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안드레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수려한 얼굴이 가까워지고, 그의 긴 속눈썹이 기울어진다. 영후는 순간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미 문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상황이라 불가능했다. 이번에야말로 닿을 것 같다. 키스를 하려는 것이다. 가까워진다. 그의 얼굴이, 숨결이, 입술이. 영후는 당황해 그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인 듯 안드레아스는 가볍게 그의 팔을 낚아채 끌어당겼다. “앗……!” 짧은 비명과 함께 영후는 그대로 안드레아스의 품에 안겨 버렸다. “뭘 하는 겁니까, 어서 놔요! 놓지 않으면…….” “않으면? 소리라도 지를 건가?” 안드레아스는 오히려 영후를 비웃었다. 붙잡힌 손목이 지끈거린다. 아무 말 없이 보고 있는 영후에게 안드레아스가 속삭였다. “그저 굿나잇 키스라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 정도 서비스는 괜찮잖아.” 안드레아스는 오히려 영후의 허리를 붙잡아 바짝 끌어당겼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맞닿은 몸의 체온이 전신으로 느껴진다. 정말로 입술이 닿을 것 같다. 지금까지 농담처럼 가볍게 말을 늘어놓던 그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표정. 키스를 할 때면 언제나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떨지 마, 아가피 무.” 안드레아스가 뜻밖에도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가 입술을 달싹일 때마다 더운 숨결이 영후의 입술에 부딪혔다. “부드럽게 할 테니까…….”
BL 독자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할리킹’. 그리고 할리킹의 여왕, ZIG! ZIG 작가의 할리킹을 즐기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작품 너머의 이야기 및 차기작에 대한 아주 소소한 스포일러까지? 지금 바로 인터뷰 큐! * 본 인터뷰집은 사전에 진행된 이벤트를 통해 받은 질문을 참고하여 구성되었으며, 내용 중에 ZIG 작가님 작품에 대한 미약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미인수, 처연수, 속을 알 수 없공, 강공, 재회물, 신파, 강압적 관계 한승수 (주인수) 177/60 미인수, 처연수, 외로움을 많이 타고 겁이 많은 성격. 원형의 형 원우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무의미하게 살다 우연히 원형을 만나고 그에게 끌려다닌다. 정원형 (주인공) 190/84 강공, 미남공, 냉혈공. 다정다감했던 원우와는 대조적으로 차갑고 이성적인 성격의 그는 형을 죽게 만든 승수를 끝없이 상처 입히며 괴롭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감정을 내비치는데. 열일곱.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어이없이 끝나버린다. 승수에게 아픈 기억만을 남긴 채. 세월이 흐른 후, 평범한 회사원이 된 승수의 앞에 그의 동생 원형이 나타난다. 그와 함께 멈춰 있던 승수의 시간은 급격하게 휘돌아가기 시작하는데……. 발췌 순간이나마 숨을 쉬는 것을 잊어버렸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원형이 손을 뻗은 것과 내가 황급히 문을 닫으려 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인 것처럼 원형은 곧바로 문을 세게 밀쳤고, 나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아픈 어깨를 바닥에 부딪친 탓에, 나는 고통에 찬 비명을 또다시 내지르고 말았다. 원형은 느긋하게 들어와 문을 닫고 돌아서며 말했다. 통증으로 신음을 흘리며 웅크려 있는 나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이, 무심한 태도로. “퇴근을 하고 곧바로 오는 길입니다. 생각보다 멀쩡한 얼굴이군요.” 자물쇠가 돌아가는 묵직한 소리가 귀를 때린다. 통증 때문에 반사적으로 눈물이 고인 눈은 앞을 명확히 볼 수 없었다. 덕분에 귀를 관통한 소리에 나는 더욱 예민해져 쓰러진 채로 기다시피 물러났다. 공포에 질려 하얗게 변색된 내 얼굴을 원형은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며 구두를 벗고 선뜻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반사적으로 물러나며 몸을 웅크리는 내게 원형은 빈정거리며 물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바닥을 구르고 있을 겁니까? 아니면 또 기절이라도 할 건가요?” “……왜 왔어?” 내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통증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격통이 가라앉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원형이 대답했다. “식사했습니까? 난 저녁 전인데. 당신이 그런 꼴이니 이 집에 먹을 거라곤 없겠죠?” 황당한 말에 잠시나마 고통을 잊었다. 저 녀석은 지금 내가 어떤 꼴인지 모르는 건가? 아니면 자신이 내게 한 짓을 기억하지 못하나? 어떻게 감히 내 앞에 나타나서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 나는 현기증마저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겨우 일어나 앉아 자세를 바로 했다. 팔을 고정했던 보호대가 어긋나서 뼈가 제대로 맞춰지지 않는다. 나는 그나마 성한 팔을 어깨 뒤로 돌려 어떻게든 뼈를 맞춰보려 했다. 벽에 기대어 앉아 안간힘을 쓰는 나를 가만히 보고 있던 원형이 갑자기 큰 보폭으로 다가왔다. “무슨.” 그의 움직임에 순간 공포를 느낀 내가 숨을 삼키며 물러났지만 달아날 곳은 없었다. 원형은 곧바로 내 어깨를 잡고 세게 비틀었다. 내 비명 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잠깐 까맣게 내려앉았던 의식이 조금씩 되살아나자, 원형의 음성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해야죠.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나쁜 습관입니다.” 나는 분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나타나 사람을 뒤흔들어놓고 뻔뻔하게 저런 말을 지껄이다니. “……너, 내 말 못 들었어?” 아직 통증의 여운이 남아 숨을 헐떡였다. 충혈된 눈으로 원형을 노려보며 거칠게 뇌까렸다.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땐 죽인다고 했지? 내가 못 할 것 같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은 것 같군요.” 원형은 피식 웃더니 야릇한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런데 그전에 하나 빠뜨리지 않았습니까? 전해 듣기로는 그 대가로 얼마든지 대주겠다고 말한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일순 얼빠진 표정을 짓고 말았다. 진심인가? 이런 말을 지금 내게 진심으로 하고 있는 건가? “……너 지금, 나랑 하겠다고 말하는 거야?” 동시에 기억이 되살아나고 어깨의 통증이 한층 더 심해졌다. 나도 모르게 탈골이 된 어깨를 감싸 쥐자 원형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내 안에선 두 개의 본능이 싸우고 있습니다. 식욕이냐, 성욕이냐. 아주 치열하죠.” 그는 묘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어느 쪽을 먼저 해결하는 게 좋을까요?”
“내내 이렇게 침대 안에만 있었어. 당신이 오기만 기다리며.” 오직 안드레아스에게만 사랑을 쏟아부어 주는 영후와 하루하루 비명을 지를 것처럼 행복해진 안드레아스의, 생크림보다 부드럽고 코코아보다 달콤한 Angel’s Tip*. * 엔젤스 팁(Angel’s Tip): 코코아와 바닐라 열매를 넣어 만든 크렘 드 카카오 위에 생크림을 띄우고 붉은 체리를 리큐어 글라스에 걸쳐 놓는 달콤한 맛의 칵테일.
“사랑한다는 값싼 말 따위는 앞으로 믿지 않는 쪽이 좋아.” 3년 전 달콤한 말로 제형을 무너뜨리고 불같은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남자 카일 아말 마누셰르. 단 며칠간의 꿈같은 로맨스는 “이제 질렸어”라는 차가운 전화 한 통으로 무참히 끝나버린다. 이제 더 이상 사랑을 믿을 수 없게 된 제형의 앞에 다시 나타난 카일은 다짜고짜 그를 납치해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자신의 왕국으로 데려가는데…. 발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악문 이 사이로 내뱉은 말에 카일은 빙긋 웃었다. “3년 전의 약속을 지켰을 뿐이야.” “약속이라고?” “그래.” 카일은 보란 듯이 두 손을 벌렸다. “알켈리에 온 것을 환영해.” “헛소리 지껄이지 마…!” 제형은 뭔가 더 험한 말을 쏟아내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애써 이성적으로 말을 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벌써 3년 전의 일이라고.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저 뻔뻔한 얼굴을 힘껏 후려쳐줄 수 있다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지난 3년 동안 수없이 떠올렸던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은 이성은 제형을 만류하고 있었다. 그런 제형에게 카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기다리게 만든 건 인정해.” “당신 따위 기다린 적 없어.” 제형이 악문 이 사이로 내뱉자 카일이 멈칫했다. 순간적으로 무표정해졌던 얼굴에 금세 다시 미소가 되돌아온다. “선우, 좋아. 지난 일은…” “치워.” 카일이 내민 손을 난폭하게 쳐낸 제형이 말했다. “먼저 끝낸 건 당신이야.” 하지만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연 이 뻔뻔한 남자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제형의 기를 꺾어놓았다. “뭐, 하긴 그 땐 그렇게 말했었지. 그럼 다시 시작하자면 되잖아?” 언제 그랬냐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금 능글맞게 웃는 얼굴에 제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제형은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이런 식으로 멋대로 사람을 납치하는 건 정당하지 못해. 지금이라도 돌아가게 해 줘. 난 당신하고 이렇게 마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니까.” “저런, 너무 심하군, 마이 레이디. 상처 받았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웃고 있는 카일의 얼굴에 제형은 화가 나 소리쳤다.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난 여자가 아냐.” 하지만 그래도 카일은 여전히 어깨를 으쓱해 보인 것이 전부였다. 제형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어이없이 납치를 당하게 될 줄 상상이나 했던가.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카일이. 분명 자신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년이나 지난 이제 와서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 “계속 날 기다리고 있었으면서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마.” “여전하군, 당신의 오만함은. 내가 당신을 기다렸다는 근거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달려들 듯이 묻자 카일은 무심히 대답했다. “사귀는 여자도 없고 결혼은 더욱더 하지 않았잖아?” 제형은 그를 노려보며 빈정거렸다. “아아, 뒷조사는 당신의 특기였지. 잊고 있었군. 아니, 당신에 대해서는 모두 다 잊어버렸었지.” 일부러 사이를 두고 제형은 덧붙였다. “그런데 말야, 나한테 여자가 없다고 해서 당신을 기다렸다는 증거는 되지 않잖아?” 그 말에 카일은 멈칫했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보자 제형은 내심 쾌감을 느꼈다. “거짓말.” “어째서?” 제형이 묻자 카일은 억양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어조로 대답했다. “넌 그렇게 가벼운 사람이 아냐. 아무하고나 관계를 맺거나 하진 않아.”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냐?” 제형은 드러내어 그를 비웃었다. “3년은 길어, 카일. 사람이 변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네게 그 모든 걸 가르쳐준 건 나야.” 카일의 음성이 날카롭게 질러 나왔다. 제형은 그의 과민한 반응을 납득할 수 없으면서도 눈앞의 상황에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고마워, 덕분에 인생이 더 즐거워졌지.” 카일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제형을 노려보았다. 이 오만한 남자의 콧대를 꺾을 수 있다니 흥분을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한참만에 카일은 입을 열었으나 표정은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그는 불쑥 손을 뻗어 제형의 팔을 잡아 곧바로 끌어당겼다. “…아…ㅅ…” 짧은 탄성과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제형은 그대로 카일에게 푹 쓰러졌다. 카일은 힘없이 자신에게 안긴 제형을 내려다보며 쿡쿡 웃었다. “나를 화나게 만들 셈이라면 틀렸어, 난 쉽게 속지 않으니까.” 황급히 달아나려는 제형을 간단히 내리누른 카일은 키스로 입을 막아버렸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졌던 입술은 곧 농염하게 내려앉는다. 부드러운 마찰음을 남기며 몇 번이나 입술을 빨아들였다 놓았던 카일이 제형의 아랫입술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방금 전의 말들은 거짓말이었지? 지금이라도 솔직히 고백해.” “사실이야.” 제형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믿기 싫은 모양이지만 정말이라고. 안 됐군, 높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니.” 오기를 담아 카일을 노려보는 제형에게 그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좋아,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지 알아볼까.” “…뭐…?” 선뜻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제형이 멍하니 되묻자 카일이 소리 없이 웃었다. 눈은 전혀 미소 짓지 않은 채. “내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천천히 깨닫게 해주지,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네 인생에서 내 자리는 도대체 어디지?” 연인으로 이어졌지만 영후의 사랑을 믿지 못해 그가 자신을 언제 또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안드레아스. 5년 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그의 상태를 알고 난 뒤 영후는 자신의 서툰 사랑 방식을 조금씩 바꿔 보려 하는데……. 사랑을 완성해 가는, 그들의 Remember the Kiss.
* 키워드 : 현대물, 서양풍, 전문직, 다정공, 능글공, 츤데레공, 집착공, 질투공, 사진작가공, 미인수, 능력수, 상처수, 까칠수, 예민수, 도도수, 모델수, 할리킹, 오해/착각, 재회물, 달달물, 힐링물, 3인칭시점 * 본 도서는 2017년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동명 도서에서 교정·교열을 다시 진행한 개정판입니다. * 아울러 본 도서는 〈라 돌체 비타〉의 스핀오프 작품이오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톱 모델의 추락〉 그런 모욕적인 기사 타이틀과 함께 섹스 스캔들로 멘즈 톱 모델에서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가브리엘레 이노센티. 아무리 노력해도 모델로의 복귀는 요원하기만 해 결국 가브리엘레는 가지고 있던 맨션을 처분하고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로 향한다. 그런데 신의 장난질인 걸까? 그의 이웃집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패션 사진작가, 울프 바론첼리가 살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마치 가브리엘레를 잘 안다는 듯이 행동하는데……?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덮친, 얼굴만 예쁜 폭군 가브리엘레. 자유분방한 영혼의 사진작가 울프와 그의 전원생활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잠깐 맛보기 “기다려.” 슬쩍 자리를 피하려는 가브리엘레를 울프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제지했다. 썩 내키지 않으면서도 가브리엘레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본 그에게 울프는 팔짱을 낀 채 험악한 얼굴로 가브리엘레를 바라보았다. “너, 솔직히 말해.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거짓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위협적으로 뇌까리는 말에 그러나 가브리엘레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제가 당신에 대해서 기억하는 건 그게 전부입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게 뭐든 전 아니니 이제 그만두시죠.” 까칠한 어조로 응답한 가브리엘레가 울프를 노려본다. 울프는 한동안 말없이 가브리엘레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믿을 수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어떻게 전혀 모를 수가 있지? 분명히 날 속이는 거야. 울프는 그의 표정에서 미세한 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조차 깜박이지 않고 가브리엘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가브리엘레에게서 수상한 기색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정말이야?” 한참 만에 울프가 입을 열었다. 정말 분하다는 듯이. “정말로 기억이 안 나는 거군.” 뿌득, 하고 이 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가브리엘레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무슨 얘긴지 모르겠지만 아마 착각하고…….” “너, 두 번째야.” 가브리엘레의 말을 다짜고짜 가로채 버린 울프는 가브리엘레가 무심코 말을 멈추자 정말 짜증스럽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나가 버렸다. 당황한 가브리엘레는 놀란 눈을 깜박이며 그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1권 파일의 순서상 오류가 있어 수정하였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다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꽃수, 요리사수, 도망쳤다 잡혔수, 집착공, 복수하겠공, 사다콩 이탈리아 전문 요리사가 되기 위해 로마에서 유학을 하던 중 태경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졌던 복길.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복길은 태경에게 말도 없이 잠적해 버리고, 미친 듯이 복길을 찾던 태경의 마음속에서 사랑은 어느새 증오로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4년이 흐른 후, 아무 일 없던 듯 이탈리아 요리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고 있던 복길은 손님으로 가게를 찾은 태경과 맞닥뜨리고 마는데. 작품 발췌 쏴아― 시원한 물소리가 정신을 차갑게 일깨웠다. 복길은 찬 물에 손을 집어넣어 푸파푸파 소리를 내며 급하게 얼굴에 끼얹었다. 금세 붉게 물든 물이 회오리를 그리며 흘러내려갔다. “후우.” 복길은 막혔던 숨을 내뱉듯 깊은 숨을 내쉰 다음에야 비로소 겨우 얼굴을 들었다. 창백한 얼굴이 자신을 마주 보고 있었다. 복길은 물에 젖은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이런 꼴로 다시 만나다니. 삽시간에 텅 비어있던 머릿속은 혼란으로 꽉 차버렸다. 문득 현기증이 일어났다. 겨우 피는 멎었지만 얼굴도 몸도 엉망이었다. 복길은 세면대에 몸을 숙인 채 두 손에 얼굴을 묻고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제 어쩌면 좋지. 자신을 바라보던 태경의 시선이 다시 되살아났다. 그토록 건조한 시선을 처음이었다. 마치 처음 보는 타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메마른 시선. 설마 태경이 날 못 알아본 걸까? 아니면 무시하기로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불현듯 등뒤로 낯선 체온과 함께 타인의 무게가 실려 왔다. 손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그대로 굳어져버린 복길의 뒤에서, 그의 등을 덮치다시피 내리누른 태경이 세면대로 긴 팔을 뻗어 두 팔 사이에 복길을 가둔 채 속삭였다. “잡았다.” 복길은 그대로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발소리는커녕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잔뜩 힘이 들어가 굳어져 있는 등뒤로 남자의 탄탄한 몸이 여실히 전해졌다.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마른침을 삼키자 다음 순간 밭은 숨이 손바닥 안에서 가쁘게 흩어졌다. 하아, 하아, 하고 부서지는 숨소리에 맞춰 굳은 어깨가 들썩거리며 태경의 가슴에 부딪쳤다. 덫에 걸린 작은 짐승을 대하듯, 마치 그 공포를 즐기기라도 하듯 태경은 느긋하게 그런 그의 발작적인 반응을 감상했다. 겨우 마른침을 삼켜 억지로 숨을 가라앉힌 복길은 떨리는 손을 조금씩 내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태경의 두 팔 안에 갇힌 채, 복길은 겨우 고개만 틀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태경아.” 겨우 그 말만을 할 뿐이었다. 그 외에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파랗게 질린 복길의 얼굴을 음미하듯 태경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말 기가 막힌 인연이지, 안 그래?”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기분이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주방에서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그의 음성에 복길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다시 꿀꺽, 소리내어 마른 침을 삼킨 다음에야 비로소 복길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소리는 즉각 나와주지 않았다. “어떻게… 나는…” “글쎄,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랬어? 이유가 뭐야?” 연극조로 대사를 읊었던 태경이 짧게 웃었다. 눈은 전혀 웃지 않는 채로. “넌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겠지?” 그 반대였다. 복길은 그에게 할 말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태경은 그에게 듣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모양이었다. 당연하다. 그런 식으로 떠나버렸으니까. 복길은 다시 가빠지는 숨을 입술을 깨물어 가까스로 견뎌냈다. “할 말, 없어.” 어렵게 숨결과 함께 토해낸 말에 태경의 미간에 희미하게 주름이 새겨졌다. “…없다고?” “그래.” 이번에는 좀 더 쉽게 대답이 나왔다. “난 없어.” 순간 짧은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것이 사실이었는지 미처 가늠하기도 전에 태경이 입을 열었다. “너, 살면서 가장 돌아버리겠는 게 뭔지 알아?” 그의 음성이 한층 더 낮아졌다. 불길한 예감을 느낄 새도 없이 태경이 그대로 복길의 어깨를 잡아 벽에 처박았다. 복길은 비명을 지르며 사정없이 어깨를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하지만 복길을 벽에 밀어붙인 남자에게는 한 치의 용서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줘 세게 붙잡는 바람에, 복길은 다시 새된 소리로 비명을 내뱉고 말았다. 세면대의 거울에 태경과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벽에 처박혀 고개를 돌리고 있는 복길이 자신을 마주 보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얼굴. 복길은 그런 자신의 얼굴을 처음으로 자각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울에 비친 태경의 시선은 복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새까맣게 번들거리는 그의 지독하게 차가운 눈동자에, 복길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말았다. 말문이 막힌 복길을 대신해 악문 잇새로 태경이 낮은 음성으로 뇌까렸다. “이유를 모르는 거야.” 태경이 눈조차 깜박이지 않고 복길을 노려보았다. 분노로 붉게 물든 시야에 복길은 자신도 모르게 숨죽인 음성으로 입을 열고 말았다. “그 땐 어쩔 수 없었어…” 태경의 잇새로 짧게 숨결이 흩어졌다. 복길은 그가 웃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눈은 전혀 웃지 않은 채, 가는 눈매를 기울이고 복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태경이 속삭였다. “그럼 지금부터 이유를 설명해 봐, 들어주지.” 낮은 음성이 오히려 더 불길하게 귓가에서 울려왔다. 복길은 창백하게 굳어진 얼굴로 거울을 통해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공포로 뇌가 저릿해진다는 말을 복길은 처음으로 실감했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태경의 두 눈은 너무나 흉포해서, 복길은 어떻게든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넘쳐나 오히려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디서부터 뭘 말해야 할까. 어떤 대답으로 그 때의 내 심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수많은 말들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 복길은 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피했다. “이미 끝난 일이야.” 까득, 하고 이를 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왔다. 순간 복길은 숨을 멈추고 말았다. 사색이 되고 만 복길의 옆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태경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아직 안 끝났어.” 태경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본 복길은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아, 맞는 건 이제 이력이 났으니까. 힘껏 어금니를 즈려무는 순간, 태경이 복길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우더니 그대로 벽에 밀어붙이며 입술을 덮쳤다. 주먹이 아닌 성난 키스에 금세 입안으로 피맛이 번졌다. 입술을 물어뜯기는 아픔에 복길이 비명을 삼키자, 이를 세워 여린 입술을 지근거리며 태경이 뇌까렸다. “널 잡으면 죽이려고 했어.”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태경의 우아한 손이 복길의 가는 목을 움켜쥐었다. “욱…” 마디가 긴 손가락에 천천히 힘이 들어가 그대로 숨통을 틀어막았다. 복길은 금세 파랗게 질려 숨을 몰아쉬었다. 태경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런 복길을 내려다볼 뿐 손의 힘을 늦추지 않았다. “우, 우욱, 욱,” 복길은 어렵게 손을 들어 태경의 어깨를 밀고 때렸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힘없는 투닥소리가 몇 번 이어지는가 싶더니 복길의 주먹이 힘없이 벌어졌다. 막 숨이 끊기려는 찰나, 갑자기 태경이 손을 놓았다. “컥, 쿨럭 쿨럭, 하아, 하아, 쿨럭, 쿨럭.” 기침과 거친 숨소리가 연달아 터져나왔다. 복길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며 몇 번이나 괴로운 기침을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태경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무심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그건 다음에 하지.” 눈물이 가득 괸 눈으로 겨우 올려다보자 초점을 맞출 수 없어 일그러진 시야에 어렴풋이 태경의 모습이 들어왔다.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부드러운 음성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불길한 속삭임이 귓속으로 울려왔다. 겨우 숨을 고르며 쌕쌕거리는 복길에게 태경이 경고했다. “다시 달아나지 마, 또 내 앞에서 사라지면 각오해야 할 거야.” 어떻게, 문득 궁금해졌지만 복길은 입을 다물었다. 아니, 차마 대답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을 올려다보기만 하는 복길에게 태경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선뜻 걸음을 돌려 화장실에서 나가버렸다.
귀까지 예쁜 체이스와 그를 지키는 경호원 조쉬, 그들의 해피엔딩. ▶잠깐 맛보기 “경호원을 구하려고 하는 의뢰인이 어디 있어?” 체이스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할 말이야 많았지만 어떤 말을 해도 지금 조쉬에겐 통하지 않을 것이다. 억울하다고 항변해 봤자 그건 체이스의 생각일 뿐이다. 처음 예정했던 동선을 벗어난 건 사실이었고, 조쉬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했다. ‘네가 걱정돼서’ 따위를 아무리 호소해도 들어 줄 리 없다. 묵묵히 고개를 숙인 체이스에게 조쉬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네겐 네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내겐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야. 그런데 네가 그걸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몇 명이 다친 줄 알아? 네가 날 구하겠다고 앞뒤 구분도 안 하고 달려드는 바람에…….” 화를 내던 조쉬는 멈칫했다. 눈을 내리뜬 체이스의 슬픈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긴 속눈썹에는 눈물마저 살며시 맺혀 있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고백하며 울던 체이스의 얼굴이 그 위로 겹쳐졌다. 흐느끼는 소리조차 없이 굵은 눈물만 뚝뚝 흘리던 모습이. 순간 멈칫하고 만 조쉬에게 한동안 말이 없던 체이스가 눈을 들었다. 잔뜩 물기를 머금은 보라색 눈동자가 그와 마주치고, 곧이어 눈물이 한쪽 뺨에 흘러내렸다. “미안해.” 속삭이듯 체이스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것이 전부였지만 조쉬는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체이스가 우는 얼굴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면서도 또한 너무나 예뻤던 것이다. “하아.” 결국 조쉬는 항복하고 말았다.
“너 내가 좋아, 돈이 좋아.” 조금씩 대희의 마음이 의심되는 루퍼트의 가난뱅이 되기 프로젝트……?"
오메가에 대한 차별이 심한 중동의 어느 나라. 오메가로 발현 후 버려진 오아시스에서 고양이와 단 둘이 살고 있던 요한은 어느 날 부상을 입은 남자를 구하게 되고, 눈을 뜬 그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요한은 그와 사랑에 빠지지만 불현듯 남자는 자취를 감춘다. 긴 시간 애타게 그를 기다리던 요한은 뜻밖에도 남자와 똑같이 생긴 왕세자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왕세자는 요한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데….
* 키워드 : 현대물, 판타지물, ○○버스, 오메가버스, 첫사랑, 미남공, 강공, 냉혈공, 집착공, 후회공, 무심공, 까칠공, 츤데레공, 개아가공, 재벌공, 절륜공, 미인수, 단정수, 외강내유수, 임신수, 순정수, 짝사랑수, 도망수, 능력수, 얼빠수, 외국인, 할리킹, 삽질물, 일상물, 수시점 * 본 소설에는 극적인 재미를 위하여 현실과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으며, 등장하는 이야기 및 기관·인물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는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 “난 남자와는 절대 자지 않아. 그리고 연우는 주제 파악을 할 줄 알지.” 키이스 나이트 피트먼.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으면서 내 인생을 가장 많이 바꿔 버린 인간. 혹은 나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지만 왼쪽 심장을 뒤흔드는 단 한 사람. 그런 키이스의 비서로 일하던 나는 어느 날 그가 주최한 선상 난교 파티에서 극알파에게 둘러싸여 트라우마까지 얻지만 도리어 날 탓하는 그 남자의 폭언에 회사까지 때려치워 버렸다. 그리고 1주일, 웬일인지 키이스가 제 발로 찾아와 비서로 복귀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저한테 다시 오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럼 아니겠어? ……말해 봐, 원하는 걸 모두.” 당신요. 입술을 깨물어 간신히 그 말을 삼켰다. 자살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지. ▶잠깐 맛보기 “……으음.” 신음처럼 목 안 깊은 곳에서 소리를 내보냈던 키이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뒤척였다. 똑바로 누워 잠들어 있던 그가 갑자기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도 모르게 움칠했다. 키이스가 눈을 뜬 것은 그다음이었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보라색 눈동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키이스는 초점을 맞추려는 것처럼 몇 차례 더 눈을 깜박였다. 아직 잠이 덜 깬 듯 멍한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나는 그 순간 그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다. 헝클어진 짙은 머리카락도, 나를 바라보는 무방비한 얼굴도, 시선이 맞닿은 몽롱한 자수정 빛의 눈동자도, 단단하고 넓은 어깨와 탄탄한 가슴까지도. 어떻게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지. 그 순간 키이스를 맘껏 끌어안고 키스할 수 있다면 나는 악마에게 영혼까지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 갑자기 키이스가 상체를 일으키더니 손을 뻗어 내 뒤통수를 잡아 끌어당겼다. 불시에 일어난 상황에 나는 놀라 그대로 끌려갔다. 전날 그랬듯이 바로 코앞에서 키이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어쩌지 못하고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보기만 했다. 아. 달콤한 향이 한층 더 진해졌다. 키이스가 페로몬을 발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내게 페로몬을 내보낸 것은 딱 두 번이었다. 처음은 화가 나서, 다음은 나를 진정시키려. 그럼 지금은 뭘까. 여태까지와는 달랐다. 무겁게 나를 내리누르던 페로몬이 지금은 너무나 부드럽게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나를 유혹하기라도 하는 듯이. 설마, 말도 안 되는. 무심코 떠올린 단어를 곧바로 부정했을 때, 갑자기 키이스가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뒤늦게 그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남자의 눈이 급격히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가슴 아프게도. 키이스는 곧바로 나를 밀어내고 욕설을 뱉어 냈다. “망할, 네 페로몬……, 아니, 얼굴, 아니, 망할, 지저스!”
오메가버스, 서양, 현대물, 미인공, 강공, 집착공, 극알파공, 베타수, 순정수, 오해/착각, 할리킹, 학원물 성인물, 첫사랑, 수시점. 루시엔 허스트: 극알파지만, 아직 작고 근육조차 없던 소년. 베타 가문에서 태어나 극알파로서 경원시당하고 있다. 딜런 에이버리: 조정팀의 일원으로 후보를 찾고 있다. 극알파인 루시엔이 뜻밖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접근한다. 창백하고 병자와 같은 피부색, 거기에 새카만 머리칼까지. 만약 상상력이 풍부한 소년이라면 뱀파이어라고 생각해버릴 것만 같은 루시엔 허스트. 그러나 극알파이지만 키도 작고 그다지 눈에 띄는 장점이라고는 없는 그를 주변에서는 경원시하고 있다. 그런 루시엔에게 함께 조정을 권하는 딜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넌, 왜 이렇게 날 쫓아다니는 거야?” “네가 좋으니까. 어, 내 말은, 그러니까, 친구로서 좋아한다고. 응.” “……우리가, 친구야?” “아, 물론이지.” 점점 딜리에게 집착하는 루시엔. 그리고 그런 루시엔을 고깝게 여기던 학교 내 최고 그룹 ‘릴리스’의 멤버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딜리는 루시를 위험에서 구해낸다. 그리고, 극알파인 루시엔의 곁에 있다가는 오메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네가 말했잖아, 날 좋아한다고.”』
*이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콘텐츠입니다. “난 남자와는 절대 자지 않아. 그리고 연우는 주제 파악을 할 줄 알지.” 키이스 나이트 피트먼.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으면서 내 인생을 가장 많이 바꿔 버린 인간. 혹은 나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지만 왼쪽 심장을 뒤흔드는 단 한 사람. 그런 키이스의 비서로 일하던 나는 어느 날 그가 주최한 선상 난교 파티에서 극알파에게 둘러싸여 트라우마까지 얻지만 도리어 날 탓하는 그 남자의 폭언에 회사까지 집어치워 버렸다. 그리고 1주일, 웬일인지 키이스가 제 발로 찾아와 비서로 복귀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저한테 다시 오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럼 아니겠어? ……말해 봐, 원하는 걸 모두.” 당신요. 입술을 깨물어 간신히 그 말을 삼켰다. 자살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지.
* 키워드 : 서양풍, 현대물, ○○버스, 오메가버스, 학원/캠퍼스물, 첫사랑, 재회물, 복수, 쌍방짝사랑, 미남공, 강공, 사랑꾼공, 짝사랑공, 집착공, 절륜공, 후회공, 변호사공, 극알파공, 미남수, 다정수, 순진수, 소심수, 평범수, 호구수, 순정수, 상처수, 짝사랑수, 후회수, 베타오메가수, 오해/착각, 할리킹, 삽질물, 애절물 * 본 소설에는 극적인 재미를 위하여 현실과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으며, 등장하는 이야기 및 기관·인물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는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 교내의 우상, 애슐리 밀러. 소심한 성격에 친구 하나 없는 코너 나일즈는 내신 성적 때문에 학점이 절실해진 어느 날, 뽑기로 아이스하키부의 스타인 그 애슐리 밀러와 과제 파트너가 된다. “오늘 바로 시작하자. 빨리 끝내는 게 너도 좋겠지?” “잠깐, 애슐리. 아니, 애쉬, 기다려 봐!” 하나 그의 연락 두절로 과제 독박을 뒤집어쓴 코이. 그래도 과제는 결국 성공적으로 끝냈고, 애슐리는 코이에게 죄책감을 느꼈던지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찾아와 때마침 동급생들에게 괴롭힘당하던 그를 도와준다. 그렇게 처음으로 다가온 남의 호의는 코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주었더랬다. “가자, 점심시간 끝나겠어. 코너 나일즈.” '혹시 이게 다 꿈인 건 아닐까?' 유일한 친구. 언제나 외톨이인 코이에게 애슐리 밀러는 순식간에 그러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한데 그가 아프다는 소식에 충동적으로 집을 찾아간 코이는 본의 아니게 애슐리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네 눈 꼭 보라색 같아……. 너, 발현했어?”
* 배경/분야: 현대물/오메가버스 * 작품 키워드: #오메가버스 #할리킹 #오해 #재회 #애증 #강공 #미남공 #미인수 #외유내강수 #재벌공 #가난수 #아이있수 #극알파공 #오메가수 * 공 윈스턴 캠벨 (삼남이자 막내. 극알파. 가문의 후계자. 28) 주인공. 198/90. 짙은 갈색머리. 보라색눈. 거대한 근육질 남자. 5년전, 설유진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른다고 생각하고 헤어지게 된다. “자기야, 자기가 얼마나 난잡한 걸레인지 세상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아.” * 수 설유진 (오메가. 28) 주인수. 178/60 고아. 마르고 뼈대가 긴 스타일. 밝은 갈색머리. 갈색눈. 흰피부. 전체적으로 색소가 옅은 스타일. 윈스턴과의 사이에 딸 안젤라를 낳았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안젤라가 자신의 아이라는 걸 알면 저 남자는 어떻게 할까.” “누구 애야?” 5년 전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였지만 어떤 오해로 인해 헤어지고 만 윈스턴과 유진. 윈스턴은 아직도 유진이 자신의 아버지와 불륜 관계였다고 믿고 있다. 냉혹하게 버림받은 뒤 다시는 그를 만날 일 없다고 생각하고 딸과 함께 힘들게 생계를 꾸리던 유진은 어느 날 아파트에 불이 나 길에 나앉게 된다. 절망 속에서 윈스턴의 아버지인 해럴드 캠벨이 그에게 유언을 남겼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기 위해 다시 저택으로 향한다. 다시 만난 윈스턴은 여전히 그를 증오하고 있고, 유진은 어서 빨리 유산을 받고 떠나기만 염원하는데. 고맙게도 해럴드는 그에게 기대 이상으로 많은 유산을 남겼다. 단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바로 윈스턴과 결혼해 1년 내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 거부하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모욕하는 윈스턴에 대한 앙갚음으로 그와 결혼하는 유진. 윈스턴 또한 유언을 집행하는 것뿐 둘 사이엔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한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계속해서 끌리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둘은 그것이 그저 욕망일 뿐이라며 무시하려 하는데….
* 키워드 : 현대물, 판타지물, ○○버스, 오메가버스, 재회물, 배틀연애, 미인공, 까칠공, 개아가공, 재벌공, 연예인공, 비글공, 미남수, 적극수, 강수, 임신수, 능력수, 얼빠수, 경호원수, 어른수, 대형견수, 바람둥이수, 인기있수, 외국인, 연예계, 할리킹, 삽질물, 3인칭시점 * 본 소설에는 극적인 재미를 위하여 현실과 다르게 설정한 부분이 있으며, 등장하는 이야기 및 기관·인물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는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 아울러 본 도서는 〈키스 미, 라이어(Kiss me, Liar)〉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심장을 난폭하게 잡아챌 것 같이 선뜩하게 빛나는 보라색 눈동자에 모두의 눈길을 끄는 미모를 지닌 배우 체이스 C 밀러. 그와 열렬한 하룻밤을 보낸 뒤 귓가에 표식이 새겨진 조쉬에겐 절대 들켜선 안 될 비밀이 생겼다. 바로 체이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 그리고 수년 후, 다시 그의 경호원으로 고용된 조쉬는 더러운 성질머리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눈을 마주치고 가까이 다가설 때마다 두근거림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아차, 괜찮습니까?” “이 좆같은, 새끼야, 네가 어떻게, 감히…….” “네, 제가 감히 의뢰인의 성기를 만졌네요. 죄송합니다.” ▶잠깐 맛보기 “더러워지실까 봐.” “하?” 그 말에 체이스가 눈썹을 찌푸렸다. 다른 경호원들도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고요 속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조쉬는 황급히 살을 덧붙였다. “그렇게 가까운 데서 총을 쏘면 얼굴에 피가 튀실 텐데요. 슈트도 더러워질 테고…….” 체이스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응시했다. 마치 진심인지 가늠해 보기라도 하려는 듯. 조쉬는 어렵게 미소를 덧붙였다. “파파라치 따위의 피를 묻히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숨 막힐 듯 무거운 적막이 몇 초간 더 흐른 뒤, 체이스가 입을 열었다. “가져와.”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멍하니 눈만 깜박이자 체이스는 짜증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고 한쪽으로 가볍게 시선을 던졌다. 거기에는 조쉬가 내던진 데저트 이글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뒤늦게 의미를 깨달은 조쉬는 황급히 걸음을 옮겨 그것을 주워 들었다. 허리를 숙여 총을 줍고 돌아서서 체이스에게로 향하는 동안 무거운 침묵이 계속됐다. 아. 조쉬는 무심코 탄식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을 보자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홀린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총을 내밀었다. 체이스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 데저트 이글이 잡히는 것을 본 순간 곧이어 그가 조쉬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 “조쉬!” “조!” 억, 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그에게 마크와 아이작이 소리쳤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빙빙 돌면서 시커멓게 내려앉았다. 통증을 느낀 것은 그다음이었다. 머리 한쪽에서 뭔가 뭉근한 것이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관자놀이가 젖어 들고,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조쉬에게 체이스가 입을 열었다. 가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한쪽 입가를 일그러뜨린 채. “씨발 새끼야,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여?”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가볍게 총을 허공에 던지더니 다른 손으로 낚아챘다. 곧바로 체이스가 조쉬에게 총을 겨눴다. 모두가 당황한 사이 그가 입을 열었다. “확인해 볼까? 이 거리에서 쏘면 네 피가 나한테 튀는지 안 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