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로 취업 사기 당했다
글임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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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알바 자리를 구하려던 것뿐이었는데. 피폐 판타지 소설 속 하찮은 악녀로 빙의해 버렸다. ‘이건 사기야!’ 가정 교사라며? 숙식 제공이라며? ‘난 악녀로 취업하고 싶다고 한 적 한 번도 없단 말이야!’ 숙부에게 작위를 빼앗기고 감금당한 공작가의 후계자인 에드먼드가 바로 내 남편. 겨우 열세 살짜리 어린애는 날 잔뜩 경계 중. “무슨 꿍꿍이지?” 게다가 이 애는 미래 원작의 최종 보스가 될 운명. 나는 이 아이에게 비참하게 죽을 예정이다. 학대당하는 어린애를 외면하기도 그렇고. 애를 구해내면 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 폭력 앞에서 애를 보호하고. “그만둬! 애한테 무슨 짓이야!!!” 독이 든 음식을 바꿔치기해 주고. ‘그래, 이상하지? 음식에 독이 안 들었으니까?’ 어쩌다 보니 가정 교사 역할까지 해줬다. “오늘은 특별히 구해 온 기초 마법학 책을 봐야지.” 결국, 갖은 고생 끝에 애를 데리고 탈출까지 성공한 뒤. 이혼장을 두고 아이의 곁을 떠났다. 그게 에드먼드에게 나은 길일 것 같아서. *** 그랬는데……. 왜 5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내 손을 잡아채는 걸까? “드디어 잡았다.” 나는 경악했고. “남편이 아내를 찾으러 온 거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이미 이혼했잖아! 5년 전에!” 에드먼드는 내가 5년 전 두고 온 이혼장을 눈앞에서 찢어버렸다. “넌 지난 5년간 내 아내가 아닌 적이 없었어. 단 한 순간도.” 이제는 소년이라 부를 수 없게 된 청년의 눈에는 선명한 집착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취업 사기당했더니, 이젠 공작부인 자리를 강요당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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