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어때요.” 세이는 움찔하며 그에게서 물러났다. 가까이서 본 남자는 상상 이상으로 비현실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목구비를 가진. “그러게 아무거나 먹으면 어떻게 합니까? 뭐가 들었을 줄 알고.” “제가 뭘….” “배가 고팠으면, 차라리 룸서비스를 시키지. 그랬다면 우리가 이렇게 만나진 않았을 텐데요.” 마른침을 삼킨 세이는 미니 바에 올려져 있던 고급쿠키 접시를 떠올렸다. 남자는 재밌다는 듯 묘한 미소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외모가 제아무리 천사처럼 아름답다 해도, 정상 아닌 것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미친 사이코 새끼만 아니길 바랄 뿐. “「마음 같아선 당신 입술에 박아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이 예쁜 얼굴이 엉망이 될 게 뻔해서. 여기까지 하죠. 대신….」” 말을 흐린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성기를 쥐게 했다. 한 손에 잡히지 않는 두께에 놀라 손을 빼려 했지만, 그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을 더욱 강하게 옭아맨 그의 회청색 눈동자가 소름 끼치도록 서늘한 빛을 냈다. “「세이.」”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한 번 더 말하지만, 감히 내 위에 줄리오 파렌티를 두지 마요.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면 파렌티도 죽일 수 없다는 뜻이니까.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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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전 6시 30분 기상. 가벼운 샤워. 정확한 시각의 출근. 4년째 변치 않는 일상이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였지만 자기관리 하나는 철저하게 살았다. 바로 오늘, 이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대체 왜…….’ 의자 뒤로 당겨진 양쪽 손은 넥타이 같은 거에 묶였고 눈앞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위압적인 모습에 서아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는 절망하며 빌 듯이 애원했다. “왜 이러세요, 정말! 저는 그저 우리 집에 들어와서 잠잔 거뿐인데. 여긴 제 친구 지현이 집이라구요.” “그래 민지현. 민지현은 내 동생이지.” “네?” “여긴 내 집이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서아는 그저 눈만 끔뻑였다.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내 집으로 장사를 해?” 그… 저는 세입자일 뿐입니다만.
나른한 포식자처럼 느긋하게 핥은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입술을 포개려 했다. 혜민은 최대한 상체를 뒤로 뺐다. 등줄기로 진땀이 흘러내린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외부의 소음이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 제 인생의 안녕과 평온을 위해서라도 절대! “지, 집에서.” 입술을 잘근 깨문 그녀가 협상안을 내놓듯 심상찮게 속삭였다. 그러자 시종일관 나른했던 그의 눈동자가 일견 빛난다. “집?” “응. 퇴원시켜 줄게. 그러니까…. 집에서.” “이어 나가자?” 약오른 마음에 그의 어깨를 밀었다. 하지만 결국 빠져나가지는 못했다. “싫어.” 투명하게 젖은 입술에 몇번이고 입맞춘 그가 입꼬리를 휘어올리며 다시금 몸을 겹쳐 왔다. “싫다고, 못 기다려. 여보.” 송림대학병원 레지던트 4년차 송혜민, 불쑥 찾아온 톱스타 이수하로 인해 인생막장의 위기에 처했다. 은밀하고 아찔하며, 아득하리만치 사랑스러운 나의 동거인 이야기.
#오피스물 #티격태격 #재회물 #연애빼고다잘하는 #그래도네가좋은걸? #우리다시사랑하게해주세요 *** “식사는 하셨어요?” 뜬금없는 질문에 시간을 확인한 수혁이 정면을 응시하며 선선히 대답했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온 거라서.” “그럼 출출하시겠어요.” 가볍게 대꾸한 하재가 수혁의 방향으로 돌아서더니, 한 걸음 다가섰다. 닿을 듯 가까운 거리였지만, 이전의 설렘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거나 주워 먹진 마세요. 누가 그러던데요?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꼭 탈이 난다고.” “…뭐?”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마시라고요. 특히, 유통기한 지난 관계 같은 건 더더욱.” 하재의 당돌한 도발에 수혁의 입매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나한테 프러포즈했던 서하재가 아니네.”
[단독 선공개] “숨바꼭질은 재미있었습니까? 제가 술래를 해본 건 처음이었는데…. 술래는 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이별 씨.” 이름을 불린 뒤에야 뻣뻣하게 굳어가는 그녀의 몸. 여자의 이름은 분명 ‘이별’이었다. 별이란 이름은 예쁘지만, 성을 함께 부르면 슬퍼지는 이름이라고. 저 여자가 제 입으로 했던 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른침을 삼킨 그녀가 눈동자를 움직이며 그에게로 돌아섰다.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빠진 모습을 보자 잠시 잊고 있던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가볍게 주물렀다. 혈압이 오르는 건지, 그녀에게 화가 난 건지. 여자의 존재를 확신한 순간부터 뒷머리로 피가 쏠렸다. “밤새 사람 돌아버리게 만들어놓고, 해도 뜨기 전에 도망치셨던데.” 미간을 찌푸린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저 평범한 계약결혼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 세상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여자와의 결혼에 제 인생을 던지게 될 줄이야! “…당신 정말 뭐예요?” “기태윤.” “그거 말고.” 그녀의 눈매가 사납게 벼려진다. 태윤은 반도 태우지 않은 담배를 꺼야 했다. 성큼성큼 다가온 그녀가 태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까면 깔수록 신기한 남자네.” “너야말로.” 태윤이 지지 않고 받아치며 그녀의 목덜미를 스치듯 어루만졌다. 등을 따라 내려온 손으로 허리춤을 감싸자, 둘 사이가 은밀하게 좁혀지며 숨결이 가까워졌다. “보통 아니야.”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니까요…. 아마 나한테 결혼제안을 한걸, 후회할지도 몰라요.” “그럴지도 모르고.” 그는 마치 입 맞추려는 사람처럼 그녀의 숨결을 들이켜며 상체를 숙였다. “기대하지. 어떤 대답을 들고 찾아올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 좋은 대답 생각해서 찾아와.” 모든걸 수집하려는 남자와, 아무리 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여자. 우리,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
“한채아 씨 당신, 설계당한 겁니다.” 동생이 끌려갔다는 의문의 전화. 사라진 의식과 원인불명의 교통사고. 하루아침에 범죄 용의자가 되어 버린 한채아.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한채아 씨, 억울한 일 당하지 않게 함께 해결하려고.” 자신의 담당 검사라는 남자가 찾아와, 거래를 제안했다. *** “딱 세 번, 봐줬어요.” 김이 오르는 욕조 안에 긴 다리를 뻗은 채 고개를 젖힌 남자가 말했다. “눈, 더럽게 야한 거 알아요?” “몰라요.” 내려다보는 남자의 비릿한 미소가 짙어졌다. 그의 눈동자에 든 것은 혐오와 경멸, 그리고 기이한 호기심이었다. “나랑 진짜 자고 싶어요, 선생님?” 두 눈을 질끈 감은 채아의 귓불을 깨문 그가 말했다. “그러면, 벗어. 채아야.” 정교하게 만든 덫에 발 들이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원했다. 그것이 사랑인지, 혐오인지, 경멸인지 알지 못한 채.
내가 버렸던, 나의 전부였던, 그래서 붙잡지 못했던 전 남편을 다시 만났다. “재밌게 살고 있었네요, 누나.” 그에게만은 제 안의 동요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혼을 통보했던 그 날처럼, 초연하고 담담한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 그래야만 임희승이 저 까만 눈으로 내 속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완벽한 남자가 되어 다시 나타난 그는, 고작 손짓 한번. 눈길 몇 번에 또다시 내 마음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나랑 종종 봐요.” “뭐?” “아, 혹시 불편한 건가? 내가 신경 쓰여요?” “내가 널 신경 써야 하는 거야?” “섭섭하네. 나는 무척이나 신경 쓰이고 거슬리거든. 그러니까 종종 보자고, 누나가 내게 아무것도 아니란 확신이 들 때까지.” 예쁘게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Ciao.” 남자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그녀를 응시했다. 정확히는 총구를, 그 너머의 까만 눈동자를. “다가오면… 죽일 겁니다.” “Coreano?” “Si, come no.”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천천히 시선을 맞추어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댔다. 조준한 총구에 이마를 가져다 댄 그가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그러쥔다. 하나는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남자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렸다. “줄리오 파렌티.” 그녀의 입술을 가늘어진 눈으로 응시하던 줄리오 파렌티의 음성이 뇌까리듯 싸늘하다. “Ho aspettato. La mia morte.” 참았던 숨이 천천히 쉬어졌다. 그는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 또는 괴물이었다.
“사람들이 당신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뭡니까.” “정중한, 쓰레기.” 엄격하게 재단된 듯한 미소. 검은색 슈트를 갑옷처럼 두른 그는, 철옹성에 둘러싸인 거대한 성 같았다. 그런 남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 광택이 깃든 넥타이를 손에 감아 주저 없이 당겼다. 상대를 압도하는 어두운 시선을 내리깐 그의 입술이 비스듬히 열린다. “그렇다면, 버리고 싶을 때 버려요. 기꺼이, 씹다 뱉은 껌이라도 되어줄 테니까.” 그녀의 자그마한 턱을 잡아채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혀를 밀어 넣었다. 금욕적으로 보일만치 정중한 표정 아래 숨겨져 있던 거친 욕구. 그를 자극한 건 실수였다. “쓰레기란 말에, 꼴리기는 처음인데.” “어때요. 잘 씹어줄 수 있겠습니까?” 일러스트_진사 타이틀_LIMJAE
“너, 정체가 뭐야. 뭔데 이렇게 피 냄새를 묻히고 다니지?” 남자는 마치 조금 전 맡은 피 냄새를 확인하려는 듯, 더욱 꽉 붙어서며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피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거든. 개새끼라 그런가.” 그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다인아. 니 당산나무 아래 뭐가 묻혀있는지 아나?’ 할아버지의 유언이 남은 그곳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하지만 이 남자와의 시작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대 그룹 시향의 후계자이자, 국가정보원에서까지 예의주시하는 남자. 스스로를 사망 처리한 뒤 신분 세탁까지 감행한 거물, 권희재. 단언컨대, 정말로…. “내가 그쪽 죽이러 왔으면 어쩌려고, 자꾸 헛소리를 해요?” 그녀의 위악에, 마른 입술을 핥은 그가, 같잖다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 해봐. 우리 조카님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장근우, 어딨습니까?" 끔찍하게 뜨거웠던 8월의 여름. 의붓오빠의 행방을 물으며 차교현은 장윤서를 찾아왔다. "돌아가신 그쪽 새어머니. 민영주 씨가, 회장님의 둘째 따님이십니다. 이제 좀…. 감이 와요?" 가족들의 피와 살을 갉아먹는 기생충, 장근우가 재벌 상속자라니. 믿기지 않는 한편, 장근우가 남긴 빚은 시시각각 윤서의 목을 조여 온다. "장근우 찾고 싶으면…. 나부터 살려 줘요. 그럼, 최선을 다해서 도울 테니까. 차교현 실장님…." "그럼, 장윤서 씨를 살리는 방식은 내가 정합니다. 그 방식에 토 달지 않을 자신 있으면 내가 장윤서 씨, 살려 줄게." *** "나 좀 재워 줘요." 윤서는 그가 버텨 선 방 안으로 쓱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아까 했던 말, 생각해 봤는데…. 나도…, 다른 사람처럼 살고 싶어졌어요. 그러니까." 그를 스치는 윤서의 허리가 잡혔다. 부드럽게 당겨지는가 싶더니, 뒷머리로 교현의 손이 올라와 지그시 파고든다. "재워 주면 뭐 해 줄 건데."
“Ciao.” 남자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그녀를 응시했다. 정확히는 총구를, 그 너머의 까만 눈동자를. “다가오면… 죽일 겁니다.” “Coreano?” “Si, come no.”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천천히 시선을 맞추어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댔다. 조준한 총구에 이마를 가져다 댄 그가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그러쥔다. 하나는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남자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렸다. “줄리오 파렌티.” 그녀의 입술을 가늘어진 눈으로 응시하던 줄리오 파렌티의 음성이 뇌까리듯 싸늘하다. “Ho aspettato. La mia morte.” 참았던 숨이 천천히 쉬어졌다. 그는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 또는 괴물이었다.
*본 도서에는 등장인물들의 트라우마를 드러내기 위한 강압적인 행위와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가 박혀 들어올 때마다 그녀의 세상은 몇 번이나 뒤집히길 반복했다. 질척한 소릴 내며 살이 부딪친다.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았으나, 할 수만 있다면 그를 완전히 삼켜 버리고 싶었다. 생경한 둔통과 눈앞을 하얗게 만드는 절정이 밀려든다. 씨근덕거리는 숨소리에 뒤섞인 욕설. 지금, 이 순간만은 그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저 이 순간을 방해하는 이가 없기를. 짧은 짝사랑의 끝이 부디 허무하지 않기를. 남자가 건넨 동정심을 주워 먹은 몸뚱이가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본 도서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 설정은 모두 허구이며 특정 인물이나 단체, 상호. 상황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빛이 존재한다고 말하기 힘든 어둠 속에서, 그녀는 제가 아는 검정은 모두 가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액으로 젖은 젖가슴을 이지러트린 그는 천천히 내려가 우묵한 배꼽에 입 맞췄다. 스커트 안으로 손을 넣어 어루만지다, 얇은 심리스 속옷을 발견하곤 피식 웃으며 두 눈을 치켜뜬다. “그쪽을 닮은 속옷이네요? 단정하면서 정결하고. 완벽해서…. 더럽히고 싶어지는.” 그는 속옷을 발목까지 내린 뒤 동그란 엉덩이를 벌리듯 쥐었다. 누구의 시선도 닿아본 적 없는 축축하고 은밀한 곳에 그의 시선이 고인다. 채원은 수치심이라고만은 설명할 수 없는 열기에,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런 말…. 악취미 같은데….” “취미로 섹스하는 쓰레기는 아니고. 그런데, 나…. 빨아봐도 됩니까? 여기.”
딱 하룻밤이었다. 꿈이길 바라는 여자와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 남자. 하나로 크게 올려 묶어 훤히 드러난 목덜미 중간 즈음, 신서준의 손끝이 부드럽게 스쳤다. 온몸의 솜털이 오소소하게 솟아오르고 발가락 끝은 파르르 곱아 든다. 수아의 입술이 벙긋대며 벌어졌다. “없네.” “뭐, 뭐가…… 요?” “내가 남긴 자국. 며칠이나 지났지?” 맙소사. 그가 못마땅한 듯 잘생긴 미간을 구겼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 추적추적 내리는 여름비. 시원하게 돌아가는 에어컨 바람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온몸에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이수아씨.” 낮고도 그윽한 중저음에 본능처럼 반응했다. “알다시피, 나는 실수 같은 거 용서 안 합니다. 착각은 핑계고, 실수는 잘못이죠.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정말…… 실수한 겁니까?” 실수일 리 없다. 2년을 짝사랑한 그 남자를 절대 실수로 덮쳤을 리가 없었다. 제 팔을 꽉 말아쥔 그의 손아귀는 하얗게 질리기까지 했다. 매끈한 마디의 손에 새겨진 푸른 핏대. 그녀의 숨이 벅차게 차오른다. -연애 본능-
[15세 개정판] *본 작품은 2014년 연재 본인 를 수정 보완한 완전 개정판으로,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왕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 공주. 그녀는 물거품이 되기 직전, 마녀와 또 다른 계약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편린을 가진 두 명의 왕자, 그리고 100일. 〈눈에 보이는 건 모두 허상이며, 진실은 언제나 껍질 안에 숨어있지.〉 제드와 윌리엄. 윌리엄과 윌리엄. 그와 그….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서 과거의 흔적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과거와 분리되었고, 과거의 추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진실한, 혹은 영원한 사랑이란 것은 정녕 존재했던 걸까? 만약 사랑이란 감정이 착각이었다면. 과하게 부풀어 오른 감정에 휩쓸려, 눈이 멀어 마녀와 계약한 거라면. 그로 인해 벌 받는 거라면…? 영원한 사랑 같은 건 없다며, 달콤하게 속삭이는 악마의 숨결 같았다. 이 행복한 하루하루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해버릴 견고하지 못한 모래성처럼 느껴졌다.
도재혁, 체육학과 3학년. 그 앤 누구보다 화려했고 눈에 띄었다. 먼 곳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그래서 다은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딱 질색이었으니까. “우리 거의 매일 봤잖아. 밤에, 우리 둘이서만.” “…너 말 이상하게 한다? 편의점에 아이스크림 사러 온 거뿐이잖아.” “응, 너 보러.” 그런데 남자는 겹겹이 쌓은 다은의 방어벽을 너무나 손쉽게 무너뜨리려 한다. * “불량 식품 먹어 봤어?” “나는 먹어 본 적 없어.” “진짜?” “관심 없어서.” 그녀의 나직한 목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재혁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얼핏얼핏 드러나는 흰 목덜미에 시선을 고정했다. “너 불량 식품이 어떤 맛인지 알잖아. 먹어 놓고, 발 빼기는.” 스륵, 목덜미로 파고든 손으로 턱을 감쌌다. 고개를 틀어 치켜든 그녀의 입술에 홀리듯 입 맞췄다. “이래도 기억 안 나?”
[15세 개정판] 그녀. 무엇이 옳은지도, 그른지도 몰랐던 순간 우린 만났다. 그렇게 빠져들었고 마치 봄바람처럼 서로를 보듬었다. 하지만 봄은 너무나 짧았다. 찰나의 순간처럼 짧아 만끽할 틈도 없이 사라지는 계절. 너는 나에게 봄이다. 봄이었다. 이제는 더는 기대되지 않는, 가장 유약한 봄이라는 마음이다. 스스로 반문하며 그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열기 젖은 시선과 사랑을 고백해오던 숨결. 원하고 원했던 순간 질리도록 연습했던 거절을 통보했고 미련퉁이처럼 주저앉아 울었다. 마음은 말하지만, 머리는 거부한다. 그. 연애는 죄악이다. 세 치 혀 놀림의 농간이었다. 연애란 이유로 사랑을 강요받으며 결혼을 종용하고 믿음에 강박적이어야 했다. 사랑은 언제나 바뀔 수 있으며 결혼은 선택. 믿음은 받는 만큼만 되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30년 넘게 지켜왔던 소신이 근래 들어 오류를 일으킨다. 지키고 싶다. 믿음이란 걸 창조하고 싶어졌다. 룰을 조금 바꾼다고 해서 세상이 멸망하지 않을 것 같다며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세 치 혀 놀림의 농간에 한 번쯤 속아 넘어가 병신 소릴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만 같다. Morendo, 숨이 끊어져 가듯이 너를 원했다.
끊임없이 사랑한다 속삭이고, 어쩐지 슬퍼져 눈물을 삼켰다. 미지의 절정. 전신의 감각을 통제한 육체적 희열에 그녀는 허리를 휘며 고개를 젖혔다. 그리고 암전. 목덜미부터 시작된 통증이 전신을 타고 번진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통증은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았다. 마치 각성제를 흡입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리다 그의 품 안으로 무너졌다. 뺨을 감싼 남자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가 흘린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져 마치 그녀의 눈물처럼 번진다. 그에게서 아주 좋은 향기가 났다. 그녀를 끌어안고 오열하며 벗은 몸 곳곳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여자는 서서히 눈을 떴다. ‘당신…. 누구세요?’ 애절하고도 처절한 핏빛 로맨스, 열대야.
[15세 개정판] 윤년 윤일, 두 개의 달이 뜨는 불길한 날 태어난 아이. 요기를 이겨내고 태어난 기괴한 아이. 음(陰)의 기운을 볼 줄 아는 붉은 눈을 가진 아이. 요괴의 출몰로 고립된 산서 지방으로 토벌을 명받아 떠난 천유는 기이한 소문을 듣고 그것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하백의 신부라는 이름으로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들의 이야기. 제물로 바쳐질 위기였던 단우 앞에 나타난 군왕 천유는 어딘지 낯설지 않은 그녀의 분위기에 이끌려 손을 내밀고…. *** 천유는 집요하게 입 맞추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물에 젖은 여인의 도드라지는 굴곡에 온몸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헐떡이는 그녀의 콧날을 부드럽게 깨물며 속삭였다. “어디 한번 또 웃어보아라. 이번엔 숨을 아주 오래 참아야 할 것이다.” 그가 입술을 떼어내자 단우의 묘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두려움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담대한 눈빛…. 대체 넌 어떠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런 눈을 할 수 있는 것이냐. 맹렬한 고동이 그를 잠식했다. 끓어오르는 열을 억누른 천유는 단우의 가느다란 허리춤을 끌어안고 하얀 목덜미에 서서히 입술을 내렸다. “오늘도 옷이 다 마를 때까지 돌아가지 못하겠구나.” 그의 입꼬리가 흔들림 없이 호선을 그린다. “아주, 잘 되었다.”
[15세 개정판] *페티시 시즌1. 어린짐승 中* 해도 뜨지 않은 시간, 샤워를 마친 나는 가장 단정한 속옷을 꺼내 입은 뒤 옷장 문을 열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결하게 걸린 바지정장 사이에서 유일하게 걸린 크림색 스커트가 손가락 끝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같은 색의 9부 정장 바지를 꺼내 발을 넣는다. 그것은 간밤의 꿈을 부정하는 하나의 보호막 이었으며, 서현호란 남자를 현실로 끌어내릴 장치였다. 꿈은 꿈일 뿐. 마치 도도한 가면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모연, 서른셋의 나이에 스물아홉 남자에게 처음으로 성욕을 느꼈다.
호텔을 향하는 발걸음에 힘이 실리고, 승강기 버튼을 누르는 손길은 무겁고 느리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땀에 젖은 옷을 벗고 찬물을 틀었다. 들끓어 오른 열기를 찬물에 식혀야만 했다. 서홍연을 보며 치솟은 열기는 외설적이며 노골적이고 조금은 위험하기까지 했으니. 샤워를 마친 그가 가운차림으로 나와 저도 모르게 창가에 선다. 얇은 커튼을 걷어내자 어두워진 바다와 불 밝힌 연회장이 보였다. 그리고 서홍연. “하, 빌어먹을….” 결국은 또 저 여자다. 희한은 그제야 모든 걸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기로 했다. <본문 중>
“당신을 살 수 있을까요.” 여자의 당돌한 제안을 승낙한 남자. “이번엔 내가 당신을 사지. 아니, 당신의 눈을.” 위험한 제안에 흔들리는 여자. 21세기 최고의 위작이 엘리스 트윈에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작품의 진위를 단번에 파악해낸, 이연수. 그리고 그녀를 욕망하기 시작한 카일에이어. 연수는 압도적인 중압감에 오히려 더 독기가 형형한 눈빛으로 그를 향해 시선을 튼다. “설명해줘요. 내가 입을 다물어야 할 이유. 이 더러운 위작에 500만 달러를 베팅해야 할 이유를요.” 그의 입가가 비스듬히 치켜지고, 청회색 홍채엔 붉은 꽃송이처럼 피어난 연수의 입술이 담겼다. 클러치 백을 모아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린다. 그가 미소 지었다. “춤추러 갈까? 허니.”
키에런 소후작의 모조품. 베일 후작 부인의 실패작. 루버의 부랑아. 그 모든 것이 그녀. 아니, 그를 칭하는 말이었다. 적어도 클로드 델 이하르를 만나기 전까지는. 클로드는 잠든 카닐리언을 고요하게 응시했다. 머리카락과 같은 금색 속눈썹이 하얀 얼굴에 연한 그림자를 만든다. 제아무리 야외 활동을 싫어한다 해도, 지나치게 하얗고 가늘다. 목엔 변성기의 상징도 도드라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사내들의 땀 냄새와는 질적으로 다른 향기가 났다. 후작저 곳곳에 피어난 라벤더 향일까? 아니면 강가에 흐드러지게 핀 양귀비의 향기일까. 향을 더 음미하듯 고개 숙인 그의 코끝에 닿은 보드라운 뺨. 카닐리언이 내뱉은 가는 숨결이 그의 관자놀이를 간질인다. 덩달아 맥박이 빠르게 뛰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미쳤나 보군…. 아니면, 미쳐가고 있든지.’ 자조하듯 탄식한 클로드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상체를 숙여 커프스를 주웠다. 섬세하게 커팅된 에메랄드의 반짝임이 카닐리언의 눈동자 색을 떠올리게 했다. 그 사이 반대편으로 홱 기울어졌던 카닐리언의 고개가 아래로 푹 숙어진다. 상체를 숙인 채 커프스를 움켜쥔 클로드는 고개를 틀어 카닐리언을 올려다보았다. 손바닥과 등, 두피에서부터 시작된 열에 진땀이 흘렀다. 꿀이라도 발라놓은 듯 매끄러운 리언의 입술에 사로잡혔다. 더위 때문일 것이다. 차 안을 가득 채운 더운 공기가 자신을 미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결단코…. 사내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을 테니까.
차시안에게 신율은 그런 여자였다. 그의 껍데기를 벗겨 알맹이를 마주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코웃음쳐줄 여자. 그런 여자. “갖고 싶어, 신율.” 화려한 껍데기를 갑옷처럼 두르고 허영과 독선에 익숙했던 신율은 비밀스러운 남자 차시안을 만나 제 안에 숨겨진 본내를 보듬기 시작했다. 몰락한 집안, 화려한 껍데기뿐이었던 그녀와 비밀을 가진 설치미술 아티스트 차시안. 그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믿지 못할 진실과 치정 그리고 광기의 주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누군가는 상처 받아야 했고, 누군가는 아파 해야 했으며, 누군가는 오열해야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욕망의 중추.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광기 탐닉의 편린.
발리라는 낯선 곳에서 경험했던 꿈같은 하룻밤은 하얗게 색을 잃었고, 찬란한 태양 아래 검은 머리의 짐승은 수십 개의 키스 마크만을 남긴 채, 모습을 감추었다. 혼자서 눈 뜬, 발리의 첫날밤. 절대 현실이라 믿을 수 없었던 그 날… -연락해, sia. 시아는 고민 없이 쪽지를 풀에 던졌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쪽지가 조각조각 녹아내리고, 그녀는 그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은 채 그곳을 벗어났다. 그렇게 하룻밤 불장난은 끝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눈앞에 나타났다. 「우연이란 건 참 대단해.」 낮게 울린 남자의 중저음과 숨 막히는 분위기. 그리고 낯설지 않은 에메랄드빛 눈동자까지. 반쯤 열린 창문 넘어 보인 검정 머리카락과 매혹적인 시선에 시아의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기억의 단편. 꿈에서 맛보았던 절정을 준 그 남자.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었던 암녹색 눈동자가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말했던 대단한 우연의 첫발이었음을. 그땐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