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버텼지만, 절벽 끝에 내몰렸을 때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 악몽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날 구원해 줄 사람은 오직 너뿐이란 걸. “도와 달라고 했어?” “…….” “버텨, 그럼.” 내가 미치도록 사랑했던, 네가 미치도록 증오했던 양극과도 같았던 우리가 동거를 시작했다. 깊어질수록. 서로에게 닿기를. ------------------------------------- 저 여자가 뭐길래 그렇게 갖고 싶었어? 태석이 서연을 노려보았다. 허망하게 죽을 만큼 정서연이 그렇게 소중했나? 정말 그랬어? ‘어떻게 해 줄까?’ 응? 형. 말 좀 해 봐. 처량하고 불쌍한 눈을 하고 제 발로 찾아온 정서연을. 형이 사랑한 여자를. 깊어질수록. 그녀가 망가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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