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살 수 있을까요.” 여자의 당돌한 제안을 승낙한 남자. “이번엔 내가 당신을 사지. 아니, 당신의 눈을.” 위험한 제안에 흔들리는 여자. 21세기 최고의 위작이 엘리스 트윈에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작품의 진위를 단번에 파악해낸, 이연수. 그리고 그녀를 욕망하기 시작한 카일에이어. 연수는 압도적인 중압감에 오히려 더 독기가 형형한 눈빛으로 그를 향해 시선을 튼다. “설명해줘요. 내가 입을 다물어야 할 이유. 이 더러운 위작에 500만 달러를 베팅해야 할 이유를요.” 그의 입가가 비스듬히 치켜지고, 청회색 홍채엔 붉은 꽃송이처럼 피어난 연수의 입술이 담겼다. 클러치 백을 모아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린다. 그가 미소 지었다. “춤추러 갈까? 허니.”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24.13%
평균 이용자 수 531 명
* 100명이 선택하면 '명작' 칭호가 활성화 됩니다.
'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사람들이 당신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뭡니까.” “정중한, 쓰레기.” 엄격하게 재단된 듯한 미소. 검은색 슈트를 갑옷처럼 두른 그는, 철옹성에 둘러싸인 거대한 성 같았다. 그런 남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 광택이 깃든 넥타이를 손에 감아 주저 없이 당겼다. 상대를 압도하는 어두운 시선을 내리깐 그의 입술이 비스듬히 열린다. “그렇다면, 버리고 싶을 때 버려요. 기꺼이, 씹다 뱉은 껌이라도 되어줄 테니까.” 그녀의 자그마한 턱을 잡아채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혀를 밀어 넣었다. 금욕적으로 보일만치 정중한 표정 아래 숨겨져 있던 거친 욕구. 그를 자극한 건 실수였다. “쓰레기란 말에, 꼴리기는 처음인데.” “어때요. 잘 씹어줄 수 있겠습니까?” 일러스트_진사 타이틀_LIMJAE
내가 버렸던, 나의 전부였던, 그래서 붙잡지 못했던 전 남편을 다시 만났다. “재밌게 살고 있었네요, 누나.” 그에게만은 제 안의 동요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혼을 통보했던 그 날처럼, 초연하고 담담한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 그래야만 임희승이 저 까만 눈으로 내 속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완벽한 남자가 되어 다시 나타난 그는, 고작 손짓 한번. 눈길 몇 번에 또다시 내 마음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나랑 종종 봐요.” “뭐?” “아, 혹시 불편한 건가? 내가 신경 쓰여요?” “내가 널 신경 써야 하는 거야?” “섭섭하네. 나는 무척이나 신경 쓰이고 거슬리거든. 그러니까 종종 보자고, 누나가 내게 아무것도 아니란 확신이 들 때까지.” 예쁘게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본 도서는 2014년 출간한 도서의 개정판임을 알려드립니다. *본 작품엔 강압적 관계 및 가스라이팅의 트리거가 될 에피소드가 포함되어있으므로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만히 창문 밖을 물끄러미 응시하다, 서서히 얼굴을 감쌌다.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보낸 그 가을. 그해 가을비는 몹시도 뜨거웠다는 걸 기억해냈다. 열애의 시간은 여전히, 쉬지 않고 흘렀다.
*이 소설은 조선을 배경으로 한 가상시대물로, 역사적 사실 등이 실제와 다릅니다. 시대 상황과 설정상 비동의 성관계의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열람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너를 무엇으로든 만들어 줄 수 있다. 내가 너를 무엇으로 만들어 주면 되겠느냐.”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되물으며, 그는 그녀의 둥근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주었다. “설마, 내가 천하디천한 너 따위를 진심으로 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흠칫한 그녀가 하얗게 질린 양손을 꼭 움켜쥔 채 시선을 피한다. 그 불안함에 흔들리는 눈빛을 발견한 지학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생각하는 것도 천치 같군. 이미 너는 알고 있지 않으냐…. 내가 누구인지.” “…압니다.” “말해 보아라. 내가 누구냐.” 머리카락을 귓바퀴에 걸어 준 손끝이 턱을 지나 맥이 뛰는 목 아래로 움직여 지그시 움켜쥔다. 그가 손가락 끝에 서서히 힘을 주어 다시금 자신을 보게 하자, 숨을 들이켠 그녀의 발뒤꿈치가 살짝 들렸다. “나는…. 네 언니 또한 무엇으로도 만들어 줄 수 있다.” 여자의 눈 속에서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졌다. 밤하늘 같던 그녀의 눈동자 속에 모든 별이 지고, 공허한 어둠이 찾아들었다. 지학은 제 시선을 피하지 않던 그 까만 눈빛이 사그라지는 것을 보며 손에 힘을 풀었다.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미지근한 물을 들이부은 것 같은 이 기분은 분명 욕망이다. 급류같이 찾아드는 욕정 따위가 아니었다. 그래, 이것은 욕망이다. 인정하는 순간, 계집의 세상을 모조리 갖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내, 너를 갖지 못한다면… 망가트리는 수밖에.”
키에런 소후작의 모조품. 베일 후작 부인의 실패작. 루버의 부랑아. 그 모든 것이 그녀. 아니, 그를 칭하는 말이었다. 적어도 클로드 델 이하르를 만나기 전까지는. 클로드는 잠든 카닐리언을 고요하게 응시했다. 머리카락과 같은 금색 속눈썹이 하얀 얼굴에 연한 그림자를 만든다. 제아무리 야외 활동을 싫어한다 해도, 지나치게 하얗고 가늘다. 목엔 변성기의 상징도 도드라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사내들의 땀 냄새와는 질적으로 다른 향기가 났다. 후작저 곳곳에 피어난 라벤더 향일까? 아니면 강가에 흐드러지게 핀 양귀비의 향기일까. 향을 더 음미하듯 고개 숙인 그의 코끝에 닿은 보드라운 뺨. 카닐리언이 내뱉은 가는 숨결이 그의 관자놀이를 간질인다. 덩달아 맥박이 빠르게 뛰어대기 시작했다. 클로드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더욱 상체를 숙였다. 더 음미하고 싶다. 아니, 정확히는 맛보고 싶었다. 이 피부에 혀를 대면 어떤 맛이 날지, 소름 끼칠 만큼 궁금했다. ‘정말 미쳤나 보군…. 아니면, 미쳐가고 있든지.’ 자조하듯 탄식한 클로드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상체를 숙여 커프스를 주웠다. 섬세하게 커팅된 에메랄드의 반짝임이 카닐리언의 눈동자 색을 떠올리게 했다. 그 사이 반대편으로 홱 기울어졌던 카닐리언의 고개가 아래로 푹 숙어진다. 상체를 숙인 채 커프스를 움켜쥔 클로드는 고개를 틀어 카닐리언을 올려다보았다. 손바닥과 등, 두피에서부터 시작된 열에 진땀이 흘렀다. 꿀이라도 발라놓은 듯 매끄러운 리언의 입술에 사로잡혔다. 더위 때문일 것이다. 차 안을 가득 채운 더운 공기가 자신을 미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결단코…. 사내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을 테니까.
밤이 물러나고, 서서히 숲 너머의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간이 지고, 그의 시간이 밝아온다. 후천적 주맹증을 앓는 알리시아 W 에밀헤임.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이기 시작한 르한 아브 에스트리센. 그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이용당해 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망설임 없이 내어주었다. 그에게 그녀는 수단이었고, 그녀에게 그는 목적이었을 뿐. 그래서 안도했고, 방심했으며, 아름다움에 질식하는 것도 모른 채 빠져들었다. 더는 그녀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르한은 숲으로 뛰어들어갔다. 파편처럼 산산이 부서져 흩날리는 유리의 숲으로. 일러스트 _ 델타
감히, 강탈당한 나의 첫사랑을 되돌려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단지, 그 뿐. 하지만 그녀에겐 고작해야 외로움을 달래 줄 어린애일 뿐이었다. “나 외로운가 봐요.” 다시 냄비를 인덕션에 올려 레벨을 올리자, 미미한 진동음이 두 사람의 침묵 사이사이 스며든다. 답지않게 멍하니 그녀를 보던 이재헌이 일어났다. “그래서 나더러 샤워하고 가라고 꼬셨구나.” 라면 두개를 꺼낸 그녀의 미간이 볼썽사납게 구겨진다. “내가요?” “나 어떤 놈인지 알잖아요.” “그래서요?” “겉과 속이 다른 놈인 거 알면서 왜 잘해 줘요? 혹시, 그날…. 봤어요?” 이재헌의 목소리와 눈빛이 바뀌었다. 다가온 그가 양팔 사이에 그녀를 가둔다. 등을 보이고 있던 은교의 몸이 굳으며 목덜미에 오싹한 소름이 돋아났다. “선배, 좋아해요. 첫눈에 반했어.”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는다. 그것도 짓궂게 비틀린,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꾸며진 음성이었다. “나랑 소개팅했으면, 우리 이미 잤겠죠.” 일러스트: 명
● 나의 상냥한 빌런에게는 가이드버스를 기반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입니다. 극중 등장하는 설정 및 세계관은 기존의 가이드버스와는 차이점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극중 센티넬이라는 직업적 단어에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두 개의 힘을 동시에 가진, 달리아 본클로제와 다섯 번째 회귀자 위르겐 악셀 에델레드. 하루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선, 둘에겐 서로가 절실하였다. 본문 중 달리아의 하얀 다리에 입 맞추며 무릎까지 올라온 그는 뚜렷한 만족감을 느꼈다. 제 세상에 새롭게 나타난 존재라 할지라도, 그래. 다른 이들과 다른 건 없다. 송구한 얼굴로 이러지 말라며 밀어내겠지. 저보다 높은 자가 무릎 꿇었다는 희열을 품위라는 가면 뒤에 숨긴 채, 곧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며 새치름한 얼굴을 할 것이다. 뒤꿈치를 움켜쥐었던 그는 말랑한 종아리를 쓸어올리며 무릎 뒤를 움켜쥐었다. 그러며 겁먹은 새처럼 떨고 있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하! 하지만 달리아와 눈이 마주친 순간, 위르겐의 등줄기로 오싹한 쾌감이 날카롭게 스쳤다. 입을 가린 달리아는 괴랄한 희극을 본 사람처럼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었다. 그 말간 눈에 무릎 꿇은 남자를 가득 담은 채, 숨겨지지 않는 혐오를 적나라하게 내비쳤다. 달리아의 다리를 움켜쥔 손에 무의식적인 힘이 실렸다. 그제야 움찔한 그녀가 위르겐의 방향으로 상체를 숙인다. 여전히 두 눈에 경멸과도 비슷한 감정을 지우지 않은 채였다. “무슨 꿍꿍이십니까? 에델레드 경.” 독처럼 달콤한 음성이었다. 실소한 위르겐은 그녀의 다리를 놓아준 뒤, 무릎을 짚어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냉랭해진 검붉은 눈동자를 따라, 달리아의 고개도 움직였다. 고아하고 고귀한 위르겐 악셀 에델레드의 가면에 쩍, 금이 간다. 비스듬히 내려다보며 흘러내린 앞머릴 쓸어넘기는 남자의 눈매가 길어졌다. “이런…. 들켰나?”
“Ciao.” 남자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그녀를 응시했다. 정확히는 총구를, 그 너머의 까만 눈동자를. “다가오면… 죽일 겁니다.” “Coreano?” “Si, come no.”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천천히 시선을 맞추어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댔다. 조준한 총구에 이마를 가져다 댄 그가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그러쥔다. 하나는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남자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렸다. “줄리오 파렌티.” 그녀의 입술을 가늘어진 눈으로 응시하던 줄리오 파렌티의 음성이 뇌까리듯 싸늘하다. “Ho aspettato. La mia morte.” 참았던 숨이 천천히 쉬어졌다. 그는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 또는 괴물이었다.
“속은 어때요.” 세이는 움찔하며 그에게서 물러났다. 가까이서 본 남자는 상상 이상으로 비현실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목구비를 가진. “그러게 아무거나 먹으면 어떻게 합니까? 뭐가 들었을 줄 알고.” “제가 뭘….” “배가 고팠으면, 차라리 룸서비스를 시키지. 그랬다면 우리가 이렇게 만나진 않았을 텐데요.” 마른침을 삼킨 세이는 미니 바에 올려져 있던 고급쿠키 접시를 떠올렸다. 남자는 재밌다는 듯 묘한 미소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외모가 제아무리 천사처럼 아름답다 해도, 정상 아닌 것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미친 사이코 새끼만 아니길 바랄 뿐. “「마음 같아선 당신 입술에 박아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이 예쁜 얼굴이 엉망이 될 게 뻔해서. 여기까지 하죠. 대신….」” 말을 흐린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성기를 쥐게 했다. 한 손에 잡히지 않는 두께에 놀라 손을 빼려 했지만, 그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을 더욱 강하게 옭아맨 그의 회청색 눈동자가 소름 끼치도록 서늘한 빛을 냈다. “「세이.」”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한 번 더 말하지만, 감히 내 위에 줄리오 파렌티를 두지 마요.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면 파렌티도 죽일 수 없다는 뜻이니까. 알겠습니까?」”
그저 평범한 계약결혼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 세상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여자와의 결혼에 제 인생을 던지게 될 줄이야! “…당신 정말 뭐예요?” “기태윤.” “그거 말고.” 그녀의 눈매가 사납게 벼려진다. 태윤은 반도 태우지 않은 담배를 꺼야 했다. 성큼성큼 다가온 그녀가 태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까면 깔수록 신기한 남자네.” “너야말로.” 태윤이 지지 않고 받아치며 그녀의 목덜미를 스치듯 어루만졌다. 등을 따라 내려온 손으로 허리춤을 감싸자, 둘 사이가 은밀하게 좁혀지며 숨결이 가까워졌다. “보통 아니야.”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니까요…. 아마 나한테 결혼제안을 한걸, 후회할지도 몰라요.” “그럴지도 모르고.” 그는 마치 입 맞추려는 사람처럼 그녀의 숨결을 들이켜며 상체를 숙였다. “기대하지. 어떤 대답을 들고 찾아올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 좋은 대답 생각해서 찾아와.” 모든걸 수집하려는 남자와, 아무리 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여자. 우리,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
잔인한 종말을 맞았던 첫사랑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혹시,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충동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차가운 입술이 부드럽게 눌리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드러났다. 키스는 아니었다. 상대의 마음을 가늠해 보려는 듯 가벼운 입맞춤일 뿐. 그녀의 입술이 떨어질 때까지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실수를 예상하지 못한 듯 놀란 표정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미안, 싫었어?” 그는 대답 없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몇 번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직시하던 그가, 떨리는 손목을 움켜쥐더니 탁하게 속삭였다. “다시 해 봐.” “뭐?”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뜨인다. “다시 해 보라고. 너무 짧아서, 좋았는지 싫었는지 모르겠으니까.” 일러스트: 진사
윤년 윤일, 두 개의 달이 뜨는 불길한 날 태어난 아이. 요기를 이겨내고 태어난 기괴한 아이. 음(陰)의 기운을 볼 줄 아는 붉은 눈을 가진 아이. 요괴의 출몰로 고립된 산서 지방으로 토벌을 명받아 떠난 천유는 기이한 소문을 듣고 그것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하백의 신부라는 이름으로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들의 이야기. 제물로 바쳐질 위기였던 단우 앞에 나타난 군왕 천유는 어딘지 낯설지 않은 그녀의 분위기에 이끌려 손을 내밀고…. *** 천유는 집요하게 입 맞추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물에 젖은 여인의 도드라지는 굴곡에 온몸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헐떡이는 그녀의 콧날을 부드럽게 깨물며 속삭였다. “어디 한번 또 웃어보아라. 이번엔 숨을 아주 오래 참아야 할 것이다.” 그가 입술을 떼어내자 단우의 묘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두려움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담대한 눈빛…. 대체 넌 어떠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런 눈을 할 수 있는 것이냐. 맹렬한 고동이 그를 잠식했다. 끓어오르는 열을 억누른 천유는 단우의 가느다란 허리춤을 끌어안고 하얀 목덜미에 서서히 입술을 내렸다. “오늘도 옷이 다 마를 때까지 돌아가지 못하겠구나.” 그의 입꼬리가 흔들림 없이 호선을 그린다. “아주, 잘 되었다.” 본문 中
결혼 2년 차. 이유 없이 찾아온 혼란의 시간. 그리고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 내 남편의 여자. 쇼윈도 부부도 아니다. 그렇다고 죽고 못 살만큼 알콩달콩 한 관계도 아니었다. 서로의 생활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상적인 부부사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한국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강은. 어느 날부터인지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부부관계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환자와의 불화로 인한 부당한 발령.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파국까지 치닫던 옛 연인과의 재회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 기묘한 말기 암 환자가 그녀를 좀먹는다. 자신의 상처를 들킬까 두려운 강은과 제대로 된 현재를 살고 싶었던 주헌.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더욱 아팠던, 그날. 전례 없던 호우가 내렸던 그 날. 우리는 다른 하늘 아래 흠뻑 젖어 숨을 참았다. 이하 본문 “똑바로 눈 떠. 넌 미쳤어. 네가 허락해야 할 남자가 누군지, 똑똑히 봐.” “난 미치지 않았어! 난 곽시유와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날 잔인하게 짓밟은 건 당신이잖아! 날 죽이려 하는 건 너잖아, 임주헌!” 가스 불에 올려 둔 주전자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 퍼져 공간을 긁는다. 심장을 좀먹는 고통스러운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이 감정조차도, 사랑이었다. 그가 무너졌다. 커다란 남자가 작은 여자 위로 부서지듯 무너졌다. 그녀의 피맺힌 손목을 모아 쥐고, 제 뺨을 향해 날린다. 철썩,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그녀의 힘없는 손바닥이 멈칫하며 주저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한 손에 쥐고도 틈이 남는 가느다란 손목을 힘주어 잡아, 제 뺨을 가차 없이 후려쳤다. 한번, 두 번, 세 번. 마찰음이 높아질수록 붉어지는 그의 뺨. 결국, 강은이 울음보를 터트리고 그의 어깨는 파르르 떨렸다. “그냥 때려. 차라리 머리채라도 쥐고 욕이라도 해. 날 죽여버리고 싶다고. 쓰레기라고 소리라도 쳐! 포기하지 말고, 나를 보라고!” 현관 비상등 불빛이 조용히 깜빡인다. 너무 놀라 어리둥절한 누군가의 눈동자처럼, 그것은 조금 떨리기도 했다.
*본 도서에는 등장인물들의 트라우마를 드러내기 위한 강압적인 행위와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가 박혀 들어올 때마다 그녀의 세상은 몇 번이나 뒤집히길 반복했다. 질척한 소릴 내며 살이 부딪친다.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았으나, 할 수만 있다면 그를 완전히 삼켜버리고 싶었다. 생경한 둔통과 눈앞을 하얗게 만드는 절정이 밀려든다. 씨근덕거리는 숨소리에 뒤섞인 욕설. 지금, 이 순간만은 그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저 이 순간을 방해하는 이가 없기를. 짧은 짝사랑의 끝이 부디 허무하지 않기를. 남자가 건넨 동정심을 주워 먹은 몸뚱이가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 본 작품은 2014년 연재 완결 된 작품을 개정한 단행본 완전판입니다. * 【책 소 개】 차시안에게 신율은 그런 여자였다. 그의 껍데기를 벗겨 알맹이를 마주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코웃음쳐줄 여자. 그런 여자. “갖고 싶어, 신율.” 화려한 껍데기를 갑옷처럼 두르고 허영과 독선에 익숙했던 신율은 비밀스러운 남자 차시안을 만나 제 안에 숨겨진 본내를 보듬기 시작했다. 몰락한 집안, 화려한 껍데기뿐이었던 그녀와 비밀을 가진 설치미술 아티스트 차시안. 그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믿지 못할 진실과 치정 그리고 광기의 주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누군가는 상처 받아야 했고, 누군가는 아파 해야 했으며, 누군가는 오열해야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욕망의 중추.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광기 탐닉의 편린. 【키워드】 #신파#절륜남#섹시남#고수위#사이다녀#피폐#2014년출간#소유욕#직진남#뇌섹남#집착#상처녀#당당녀#드라마#카리스마남#이야기중심
*본 도서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 설정은 모두 허구이며 특정 인물이나 단체, 상호. 상황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빛이 존재한다고 말하기 힘든 어둠 속에서, 그녀는 제가 아는 검정은 모두 가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액으로 젖은 젖가슴을 이지러트린 그는 천천히 내려가 우묵한 배꼽에 입 맞췄다. 스커트 안으로 손을 넣어 어루만지다, 얇은 심리스 속옷을 발견하곤 피식 웃으며 두 눈을 치켜뜬다. “그쪽을 닮은 속옷이네요? 단정하면서 정결하고. 완벽해서…. 더럽히고 싶어지는.” 그는 속옷을 발목까지 내린 뒤 동그란 엉덩이를 벌리듯 쥐었다. 누구의 시선도 닿아본 적 없는 축축하고 은밀한 곳에 그의 시선이 고인다. 채원은 수치심이라고만은 설명할 수 없는 열기에,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런 말…. 악취미 같은데….” “취미로 섹스하는 쓰레기는 아니고. 그런데, 나…. 빨아봐도 됩니까? 여기.”
*본 도서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 설정은 모두 허구이며 특정 인물이나 단체, 상황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뜬금없는 질문에 시간을 확인한 수혁이 정면을 응시하며 선선히 대답했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온 거라서.” “그럼 출출하시겠어요.” 가볍게 대꾸한 하재가 수혁의 방향으로 돌아서더니, 한 걸음 다가섰다. 닿을 듯 가까운 거리였지만, 이전의 설렘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거나 주워 먹진 마세요. 누가 그러던데요?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꼭 탈이 난다고.” “…뭐?”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마시라고요. 특히, 유통기한 지난 관계 같은 건 더더욱.” 하재의 당돌한 도발에 수혁의 입매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나한테 프러포즈했던 서하재가 아니네.”
"나를 한번 길들여 보지 않겠어? 당신의 짐승으로." 성질 더러운 짐승을 주웠다. 그것도 지나치게 섹시해 사람 돌게 만드는. 비밀스런 경호단체 [로열]. 그리고 그 안의 유일한 홍일점 이지안.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로 임무수행을 떠났던 그날, 제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는다. 알듯 말듯 알면서도 모르는 척, 킬링 로맨스. *** 그는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웃는 남자였다. 저렇게 묘하고 퇴폐적인 미소로 얼마나 많은 여자를 꼬셔왔을까? 한번 넘어가면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카리스마. 손가락을 까딱까딱. 저를 부르는 게 분명한 시온의 태도에 입술을 굳게 다문 지안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브렛의 말에 의하면, 김아영은 공양미 2,500만 달러에 팔려온 볼모라더군.」” 숨 막히는 남자의 뒤태가 욕실을 향해 사라져 간다. 절로 욕지거리가 차올랐지만, 지조 없는 눈동자는 남자의 튼실한 뒷모습에 꽂혀 저절로 따라 움직였다. 반투명한 파티션 하나로 나뉜 욕실과 침실의 경계. 바닥을 때리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샤워부스 안에 들어가 버린 시온의 음성은 창황함에 굳어있던 지안의 귀청을 긁었다. “「도망치면 죽어. 지극히 비즈니스를 위한 거니, 협조해.」” 눈이 뻑뻑해지고 샤워부스 안에서 들려온 선명한 노랫소리에 머리털이 쭈뼛 선다. “「You say I`m crazy. Cause you don`t think I know what you`ve done.」” 한쪽 뺨에 일어난 경련. “하, 지가 미친놈인 건 아나 보지……?”
잔인한 종말을 맞았던 첫사랑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혹시,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충동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차가운 입술이 부드럽게 눌리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드러났다. 키스는 아니었다. 상대의 마음을 가늠해 보려는 듯 가벼운 입맞춤일 뿐. 그녀의 입술이 떨어질 때까지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실수를 예상하지 못한 듯 놀란 표정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미안, 싫었어?” 그는 대답 없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몇 번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직시하던 그가, 떨리는 손목을 움켜쥐더니 탁하게 속삭였다. “다시 해 봐.” “뭐?”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뜨인다. “다시 해 보라고. 너무 짧아서, 좋았는지 싫었는지 모르겠으니까.” 일러스트: 진사
샤워를 마친 그가 가운차림으로 나와 저도 모르게 창가에 선다. 얇은 커튼을 걷어내자 어두워진 바다와 불 밝힌 연회장이 보였다. 그리고 서홍연. “하, 빌어먹을….” 결국은 또 저 여자다. 희한은 그제야 모든 걸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기로 했다. 어차피 붉은 점처럼 보이는 여자다. 그것도 초면이나 다름없는. 가식이 몸에 밴, 있는 집 아가씨의 표본이 아니던가? 멀리 있는 홍연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녹진해지고, 밤바람은 조금씩 서늘해진다. 어디선가 튤립 향이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튤립이 아닐까? 아니. 붉디붉은 튤립을 닮았다. 그녀가 뿌린 향수가 무엇이든, 서홍연은 튤립을 연상케 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향기가 이 높은 곳까지 밀려들 리 없다. 한참을 자리에 서 있던 그는 피로한 눈두덩을 누르며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홍연이 호텔 안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밀려든 열패감. 그녀의 등에 닿았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어처구니없게 차오른 열감에 놀라 몸을 뒤척여야 했다. -본문 中-
잔인한 종말을 맞았던 첫사랑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혹시,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충동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차가운 입술이 부드럽게 눌리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드러났다. 키스는 아니었다. 상대의 마음을 가늠해 보려는 듯 가벼운 입맞춤일 뿐. 그녀의 입술이 떨어질 때까지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실수를 예상하지 못한 듯 놀란 표정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미안, 싫었어?” 그는 대답 없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몇 번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직시하던 그가, 떨리는 손목을 움켜쥐더니 탁하게 속삭였다. “다시 해 봐.” “뭐?”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뜨인다. “다시 해 보라고. 너무 짧아서, 좋았는지 싫었는지 모르겠으니까.” 일러스트: 진사
결혼 2년 차. 이유 없이 찾아온 혼란의 시간. 그리고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 내 남편의 여자. 쇼윈도 부부도 아니다. 그렇다고 죽고 못 살만큼 알콩달콩 한 관계도 아니었다. 서로의 생활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상적인 부부사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한국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강은. 어느 날부터인지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부부관계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환자와의 불화로 인한 부당한 발령.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파국까지 치닫던 옛 연인과의 재회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 기묘한 말기 암 환자가 그녀를 좀먹는다. 자신의 상처를 들킬까 두려운 강은과 제대로 된 현재를 살고 싶었던 주헌.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더욱 아팠던, 그날. 전례 없던 호우가 내렸던 그 날. 우리는 다른 하늘 아래 흠뻑 젖어 숨을 참았다. 이하 본문 “똑바로 눈 떠. 넌 미쳤어. 네가 허락해야 할 남자가 누군지, 똑똑히 봐.” “난 미치지 않았어! 난 곽시유와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날 잔인하게 짓밟은 건 당신이잖아! 날 죽이려 하는 건 너잖아, 임주헌!” 가스 불에 올려 둔 주전자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 퍼져 공간을 긁는다. 심장을 좀먹는 고통스러운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이 감정조차도, 사랑이었다. 그가 무너졌다. 커다란 남자가 작은 여자 위로 부서지듯 무너졌다. 그녀의 피맺힌 손목을 모아 쥐고, 제 뺨을 향해 날린다. 철썩,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그녀의 힘없는 손바닥이 멈칫하며 주저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한 손에 쥐고도 틈이 남는 가느다란 손목을 힘주어 잡아, 제 뺨을 가차 없이 후려쳤다. 한번, 두 번, 세 번. 마찰음이 높아질수록 붉어지는 그의 뺨. 결국, 강은이 울음보를 터트리고 그의 어깨는 파르르 떨렸다. “그냥 때려. 차라리 머리채라도 쥐고 욕이라도 해. 날 죽여버리고 싶다고. 쓰레기라고 소리라도 쳐! 포기하지 말고, 나를 보라고!” 현관 비상등 불빛이 조용히 깜빡인다. 너무 놀라 어리둥절한 누군가의 눈동자처럼, 그것은 조금 떨리기도 했다.
그저 평범한 계약결혼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 세상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여자와의 결혼에 제 인생을 던지게 될 줄이야! “…당신 정말 뭐예요?” “기태윤.” “그거 말고.” 그녀의 눈매가 사납게 벼려진다. 태윤은 반도 태우지 않은 담배를 꺼야 했다. 성큼성큼 다가온 그녀가 태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까면 깔수록 신기한 남자네.” “너야말로.” 태윤이 지지 않고 받아치며 그녀의 목덜미를 스치듯 어루만졌다. 등을 따라 내려온 손으로 허리춤을 감싸자, 둘 사이가 은밀하게 좁혀지며 숨결이 가까워졌다. “보통 아니야.”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니까요…. 아마 나한테 결혼제안을 한걸, 후회할지도 몰라요.” “그럴지도 모르고.” 그는 마치 입 맞추려는 사람처럼 그녀의 숨결을 들이켜며 상체를 숙였다. “기대하지. 어떤 대답을 들고 찾아올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 좋은 대답 생각해서 찾아와.” 모든걸 수집하려는 남자와, 아무리 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여자. 우리,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
“한채아 씨 당신, 설계당한 겁니다.” 동생이 끌려갔다는 의문의 전화. 사라진 의식과 원인불명의 교통사고. 하루아침에 범죄 용의자가 되어 버린 한채아.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한채아 씨, 억울한 일 당하지 않게 함께 해결하려고.” 자신의 담당 검사라는 남자가 찾아와, 거래를 제안했다. *** “딱 세 번, 봐줬어요.” 김이 오르는 욕조 안에 긴 다리를 뻗은 채 고개를 젖힌 남자가 말했다. “눈, 더럽게 야한 거 알아요?” “몰라요.” 내려다보는 남자의 비릿한 미소가 짙어졌다. 그의 눈동자에 든 것은 혐오와 경멸, 그리고 기이한 호기심이었다. “나랑 진짜 자고 싶어요, 선생님?” 두 눈을 질끈 감은 채아의 귓불을 깨문 그가 말했다. “그러면, 벗어. 채아야.” 정교하게 만든 덫에 발 들이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원했다. 그것이 사랑인지, 혐오인지, 경멸인지 알지 못한 채.
본 도서는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소설입니다. 페티시 시즌 1, 2, 3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페티시 시즌1. 어린짐승 中* 해도 뜨지 않은 시간, 샤워를 마친 나는 가장 단정한 속옷을 꺼내 입은 뒤 옷장 문을 열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결하게 걸린 바지정장 사이에서 유일하게 걸린 크림색 스커트가 손가락 끝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같은 색의 9부 정장 바지를 꺼내 발을 넣는다. 그것은 간밤의 꿈을 부정하는 하나의 보호막 이었으며, 서현호란 남자를 현실로 끌어내릴 장치였다. 꿈은 꿈일 뿐. 마치 도도한 가면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모연, 서른셋의 나이에 스물아홉 남자에게 처음으로 성욕을 느꼈다.
본 작품은 소프트 sm 성향의 글입니다.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구독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흔하다는 섹스 한 번 없이 아내와 결혼했다. 성향 같은 건……. 섹스의 즐거움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녀와의 결혼은 내 인생 가장 충동적인 선택이었으며, 아끼는 즐거움을 알게 된 일련의 사고 같은 거였다.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오늘 나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이하 본문- 이현은 대답을 기다렸다. 강제적인 관계는 범죄로 변질할 뿐이다. 만약 아내가 정말 서브미시브의 성향이 있는 여자라면 그로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반쪽을 얻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를 갖고 싶어 성향을 죽였지만, 이따금 솟구치는 본능은 그를 한계까지 끌어내리곤 했다. 예뻐 미칠 것만 같다. 이현은 축축하게 젖어가기 시작하는 그녀의 속옷을 길게 핥았다. 크게 숨을 들이켠 선아의 고개가 작게 움직인다. 긍정이었다. 그녀가 긍정한 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변했다. 이현은 바닥에서 일어나 바지에 감긴 허리띠를 풀었다. “뒤로 돌아.” 어둡고 음습하며 고압적인 명령어. 머뭇거리는 선아에게 또 한 번의 명령이 내려졌다.
우리는 목적이 분명한 결혼을 했다. 그러니 혼담이 오갈 때쯤, 오래 만난 연인이 있다는 통보에도 아랑곳없이 반지를 골랐겠지. 결혼 이후, 단 한 번도 언성 높이는 일 없었던 남자는 지나칠 정도로 허용적인 데다가, 기이할 정도로 관대했다. 누군가, 그들의 34층 스위트룸에서 추락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나는 어제 내 아내가 내연남 자지 빨아 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어.” “그 입 좀 닥치지…?” “이화야, 네 도움은 필요 없어. 그러니까 얌전하게 네 강아지랑 내 집에서 소꿉놀이나 하고 있으면 돼.” 내가 다 알아서 해. 오만한 눈빛의 남자는 그녀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자근자근 짓밟은 뒤 이만 몸을 일으켰다. 기분 나쁘고 짜증이 치민다. 마치,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기분이었다. 나는 호텔을 지키고 싶은 걸까, 연인을 지키고 싶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이번 사건에서 나 자신을 지키고 싶은 걸까. 그리고 그 남자는 내게 왜 갑자기 집착하는 걸까.
** 강추! 미공개 컬러 삽화 수록!! ** ** 글 진소예 작가님과 그림 kira 작가님의 환상적인 콜라보 ** ** 본 작품은 2014년 연재된 작품을 개정증보한 작품입니다. ** 【책 소 개】 한 입 베어 문 사과는 달착지근한 과육과 뜨거운 수액으로 흠뻑 젖어 그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하얀 살결 위에 피어난 붉은 꽃잎. 「이름…. 네 이름이 뭐지?」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는 듯 여자의 음성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하, 재밌네. 일개 시종 주제에…. 좋아. 내 이름은 레이. 더 이상은 알려줄 수 없군. 넌?」 「…설.」 그의 두 눈이 가늘어지며 이채를 띤다. 경비병의 눈을 피해 거대한 돌담 아래 설을 내린 그는, 묘한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 말에서 내려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다. 나른하게 올라가는 입매와 호기심 가득한 표정. 그리고 타들어 가듯 뜨거웠던 달빛 아래 키스. “하아. 하아.” 상념에서 벗어난 설의 동공이 바르르 떨렸다. 서늘하리만큼 냉랭했던 그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뜨거움과 달콤함이 얼핏 비춘다. 그래. 뭐가 되었든…. 난 당신에게 반했으니까. 당신이 나에게 독 사과를 먹인 것일지라도. 당신을…. “적당히 놀고 놔주려 했는데…. 안 되겠네.” 레이의 야릇한 속삭임에 다시 한 번 녹아든다. 야릇하고 색(色)스러운 메르헨 판타지 로맨스, 미혹. 【키워드】 판타지 로맨스/ 달달물/ 차원이동/영혼체인지/절륜남/카리스마남/엉뚱발랄녀/고수위/씬중심/삽화 /미공개 컬러삽화
발리라는 낯선 곳에서 경험했던 꿈같은 하룻밤은 하얗게 색을 잃었고, 찬란한 태양 아래 검은 머리의 짐승은 수십 개의 키스 마크만을 남긴 채, 모습을 감추었다. 혼자서 눈 뜬, 발리의 첫날밤. 절대 현실이라 믿을 수 없었던 그 날… -연락해, sia. 시아는 고민 없이 쪽지를 풀에 던졌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쪽지가 조각조각 녹아내리고, 그녀는 그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은 채 그곳을 벗어났다. 그렇게 하룻밤 불장난은 끝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눈앞에 나타났다. 「우연이란 건 참 대단해.」 낮게 울린 남자의 중저음과 숨 막히는 분위기. 그리고 낯설지 않은 에메랄드빛 눈동자까지. 반쯤 열린 창문 넘어 보인 검정 머리카락과 매혹적인 시선에 시아의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기억의 단편. 꿈에서 맛보았던 절정을 준 그 남자.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었던 암녹색 눈동자가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말했던 대단한 우연의 첫발이었음을. 그땐 미처 몰랐다.
* 본 작품은 2014년 연재 완결 된 작품을 개정한 단행본 완전판입니다. * 【책 소 개】 차시안에게 신율은 그런 여자였다. 그의 껍데기를 벗겨 알맹이를 마주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코웃음쳐줄 여자. 그런 여자. “갖고 싶어, 신율.” 화려한 껍데기를 갑옷처럼 두르고 허영과 독선에 익숙했던 신율은 비밀스러운 남자 차시안을 만나 제 안에 숨겨진 본내를 보듬기 시작했다. 몰락한 집안, 화려한 껍데기뿐이었던 그녀와 비밀을 가진 설치미술 아티스트 차시안. 그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믿지 못할 진실과 치정 그리고 광기의 주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누군가는 상처 받아야 했고, 누군가는 아파 해야 했으며, 누군가는 오열해야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욕망의 중추.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광기 탐닉의 편린. 【키워드】 #신파#절륜남#섹시남#고수위#사이다녀#피폐#2014년출간#소유욕#직진남#뇌섹남#집착#상처녀#당당녀#드라마#카리스마남#이야기중심
딱 하룻밤이었다. 꿈이길 바라는 여자와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 남자. 하나로 크게 올려 묶어 훤히 드러난 목덜미 중간 즈음, 신서준의 손끝이 부드럽게 스쳤다. 온몸의 솜털이 오소소하게 솟아오르고 발가락 끝은 파르르 곱아 든다. 수아의 입술이 벙긋대며 벌어졌다. “없네.” “뭐, 뭐가…… 요?” “내가 남긴 자국. 며칠이나 지났지?” 맙소사. 그가 못마땅한 듯 잘생긴 미간을 구겼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 추적추적 내리는 여름비. 시원하게 돌아가는 에어컨 바람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온몸에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이수아씨.” 낮고도 그윽한 중저음에 본능처럼 반응했다. “알다시피, 나는 실수 같은 거 용서 안 합니다. 착각은 핑계고, 실수는 잘못이죠.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정말…… 실수한 겁니까?” 실수일 리 없다. 2년을 짝사랑한 그 남자를 절대 실수로 덮쳤을 리가 없었다. 제 팔을 꽉 말아쥔 그의 손아귀는 하얗게 질리기까지 했다. 매끈한 마디의 손에 새겨진 푸른 핏대. 그녀의 숨이 벅차게 차오른다. -연애 본능- 【키워드】 현대소설 / 사내연애 / 상처남 / 외유내강 현명한여인 / 달달물 / 고수위
*본 작품은 2015년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며, 강간/윤간/데이트폭력/폭행/약물 등의 장면이 다수등장하므로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지양해주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 사라졌던 그가 나타났다. 서로를 속고 속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이 시작됐다. 빛의 권역에 들기 위해 치열한 어둠 속에서 기어 올라온 남자와 빛으로 가득한 삶을 살던 여자의 어둠으로의 추락. 하지만 어둠은 빛이었고, 빛 또한 어둠이었다. 주한 철강 법무팀장 정유재는 어느 날, 과거 연인이었던 이희우의 출판전을 보게 된다. 자신의 이야길 에세이로 만든 희우에게 분노한 유재는 자꾸만 그와 얽히게 되고 이희우를 통해 약혼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빛이 없는 미래를 보게 되는데…. *** 벽을 짚고선 그가 지독하게 태연한 그녀를 보며 오만상을 일그러트렸다. “옷 입고 나와. 기다릴게.” 유재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허무함과 허탈함. 처음이다. 여자의 품 안에서 고통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흔들리는 건 정유재여야 했다. 그런데 이 꼴은…, 완전히 정유재란 여자에게 말려든 것과 다르지 않다. 그녀가 나간 방문 틈으로 얼큰한 찌개 냄새가 풍겨왔다. 지끈대는 이마를 짚은 그는 그대로 무너졌다. 3년 전, 정유재다. 3년 전… 제 앞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정유재였다. 희우는 사정 직전의 남성을 쥐고 두어 번 문질렀다. 정유재의 발소리가 들려 등줄기가 오싹했고 아귀힘은 강해져만 간다.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함께 찾아온 절정. 새하얀 정액이 콘솔 위에 뿌려진다. 진득하게 늘어져 바닥으로. 그는 거칠게 신음했다. “하아, 하아….” 저급한 만족감에 뒷머리가 조여든다. 희우는 침실에 마련된 욕실로 들어가 찬물에 몸을 헹궜다. 준비된 파자마와 무늬 없는 셔츠를 입고 젖은 머릴 털어 내며 밖으로 걸어 나오자, 별장을 가득 채운 음식 냄새에 어쩐지 꿈에서 깨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문 中
“숨바꼭질은 재미있었습니까? 제가 술래를 해 본 건 처음이었는데…. 술래는 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이별 씨.” 이름을 불린 뒤에야 뻣뻣하게 굳어 가는 그녀의 몸. 여자의 이름은 분명 ‘이별’이었다. 별이란 이름은 예쁘지만, 성을 함께 부르면 슬퍼지는 이름이라고. 저 여자가 제 입으로 했던 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른침을 삼킨 그녀가 불안한 듯 눈동자를 움직이며 그에게로 돌아섰다.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자, 잠시 잊고 있던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가볍게 주물렀다. 혈압이 오르는 건지, 그녀에게 화가 난 건지. 여자의 존재를 확신한 순간부터 뒷머리로 피가 쏠렸다. “저기….” “밤새 사람 돌아 버리게 만들어 놓고, 해도 뜨기 전에 도망치셨던데.” 미간을 찌푸린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끊임없이 사랑한다 속삭이고, 어쩐지 슬퍼져 눈물을 삼켰다. 미지의 절정. 전신의 감각을 통제한 육체적 희열에 그녀는 허리를 휘며 고개를 젖혔다. 그리고 암전. 목덜미부터 시작된 통증이 전신을 타고 번진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통증은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았다. 마치 각성제를 흡입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리다 그의 품 안으로 무너졌다. 뺨을 감싼 남자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가 흘린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져 마치 그녀의 눈물처럼 번진다. 그에게서 아주 좋은 향기가 났다. 그녀를 끌어안고 오열하며 벗은 몸 곳곳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여자는 서서히 눈을 떴다. ‘당신…. 누구세요?’ 애절하고도 처절한 핏빛 로맨스, 열대야.
*본 작품은 2014년 연재 본인 미혹-인어 공주를 수정 보완한 완전 개정판으로,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왕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 공주. 그녀는 물거품이 되기 직전, 마녀와 또 다른 계약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편린을 가진 두 명의 왕자, 그리고 100일. 이하 본문 〈눈에 보이는 건 모두 허상이며, 진실은 언제나 껍질 안에 숨어있지.〉 제드와 윌리엄. 윌리엄과 윌리엄. 그와 그….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서 과거의 흔적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과거와 분리되었고, 과거의 추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진실한, 혹은 영원한 사랑이란 것은 정녕 존재했던 걸까? 만약 사랑이란 감정이 착각이었다면. 과하게 부풀어 오른 감정에 휩쓸려, 눈이 멀어 마녀와 계약한 거라면. 그로 인해 벌 받는 거라면…? 영원한 사랑 같은 건 없다며, 달콤하게 속삭이는 악마의 숨결 같았다. 이 행복한 하루하루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해버릴 견고하지 못한 모래성처럼 느껴졌다.
나른한 포식자처럼 느긋하게 핥은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입술을 포개려 했다. 혜민은 최대한 상체를 뒤로 뺐다. 등줄기로 진땀이 흘러내린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외부의 소음이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 제 인생의 안녕과 평온을 위해서라도 절대! “지, 집에서.” 입술을 잘근 깨문 그녀가 협상안을 내놓듯 심상찮게 속삭였다. 그러자 시종일관 나른했던 그의 눈동자가 일견 빛난다. “집?” “응. 퇴원시켜 줄게. 그러니까…. 집에서.” “이어 나가자?” 약오른 마음에 그의 어깨를 밀었다. 하지만 결국 빠져나가지는 못했다. “싫어.” 투명하게 젖은 입술에 몇번이고 입맞춘 그가 입꼬리를 휘어올리며 다시금 몸을 겹쳐 왔다. “싫다고, 못 기다려. 여보.” 송림대학병원 레지던트 4년차 송혜민, 불쑥 찾아온 톱스타 이수하로 인해 인생막장의 위기에 처했다. 은밀하고 아찔하며, 아득하리만치 사랑스러운 나의 동거인 이야기.
“같이 타요.” 설마, 따라 나온 걸까? 소은은 고개를 들어 닫히던 문을 여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다른 거 타세요.” “굳이 왜.” 그녀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한 그는 소은을 구석으로 몰아가듯 마주 섰다. 시선이 맞물리자 식도가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든다. 그는 손만 뒤로 뻗어 로비 층 버튼을 눌렀다. 꼿꼿하게 마주 선 그녀의 하이힐 코에 남자의 발끝이 닿는다. 얼마 만이더라…. 1년? 아니, 2년? 그는 태연해 보였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고작 신발이 닿은 것뿐인데 심장은 터질 듯이 뛰어댔고, 흉곽 안쪽이 빠듯하게 죄어들었다. 결국, 떨림을 참지 못한 그녀가 옆으로 비켜서려 할 때였다. “아직도 단 거 좋아해요?” “…식성이 쉽게 바뀌나요.” “그럼 지금도 내 좆이 맛있으려나?” 선명한 도발에 그녀의 머리털이 쭈뼛 선다. 다행히 승강기엔 둘 뿐이었지만, 웃어넘길 만한 농담 또한 아니었다. “우리 그때처럼 다시 뒹굴죠. 난잡하고 더럽게. 나, 그러려고 온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