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이 터질 듯이 꼴리긴 했는데…. 삽입도 하기 전에 등신처럼 싸지는 않았어. 나 잘했어?” “…섹스할 때 더러운 말 좀 제발 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세정이 흥분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뱉자 지훈이 눈을 휘며 웃었다. 유백색 치아가 드러나는 깨끗한 미소였다. “넌 그런 나를 사랑했잖아.” 세정의 커다란 눈동자에 당황함이 스쳐 갔다. 언젠가 그가 그녀의 인생에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은 밀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것은 완벽한 착각이었던가. “아니야.” 세정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고, 지훈이 그런 그녀를 부정했다. “아니. 넌 날 사랑했어. 아주 많이.” 지훈이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그녀의 속옷을 다리 사이로 벗겨 내렸다. “세정아.” 지훈이 그녀의 눈을 보고 욕망이 뚝뚝 떨어지는 눈길로 속삭였다. “…날 다시 사랑해. 가능하면 빨리.”
2023년 02월 23일
1주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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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본 작품은 종이책을 15세 버전으로 개정한 소설입니다.] 동아×카카오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완벽을 추구했던 남자, 오만한 호텔 CEO 민선재. 사랑의 형태를 표현하는 여자, 청각 장애인 플로리스트 이연정. 그는 그제야 아까 주차장에서 왜 자신이 여자를 납치하듯 차에 태웠는지 깨달았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누군가에게 가져 본 적 없었던 동정심이 삼십이 년 만에 처음으로 발현된 게 아니었다. 그는 지금 이 여자에게 성적으로 끌리고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없게도. “나, 당신, 이용하는 거…… 예요, 지금.” “상관없어.” 그녀의 소리 없는 세계에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당연히 거절이죠. 말도 안 돼요. 내가 한태강 씨랑 결혼을 왜 해요?” 이담은 말 없는 태강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짙은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그의 목덜미와 귓불이 시뻘겋게 변하는 것까지 눈에 생생히 들어왔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고이담 씨한테 했던 말 기억하죠.” 무수히 많은 말들 중 무슨 화제를 말하는 걸까. “나랑 섹스하면 앞으로 다른 사람이랑은 안 될 거라고 말했잖아.” “…제가 동의하지도 않았거니와, 설사 그렇다고 해도 사귀는 거랑 결혼이랑은 다르죠.” “뭐가 달라?” 이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되묻는 그의 질문에 되레 말문이 막혔다. “같이 살고, 밥 먹고, 섹스하는 거랑 결혼이랑 뭐가 달라.” “너 왜 반말해?” “난 사귀는 사람한테 존댓말 안 해. 그리고 지금 너도 반말하고 있고.” 이런 걸 전문 용어로 코가 뀄다고 하는 걸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섹스를 했다고 결혼을 하지는 않아요, 한태강 씨.” “날 왜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해?” “…….” “할 말 없지? 무례한 화제는 패스할게. 다음.” 일러스트: DELTA
“나는… 널 산산조각 낼 거야.” 꽉 낮아진 목소리 끝이 거칠게 갈라졌다. 내 허리를 붙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떨렸다. 깊은 회색 눈동자에 수컷의 욕망이 끓어 넘쳤다. 이규월의 눈빛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방금 전 내게 했던 부드러운 키스는 단지 위로에 불과했다고. 그가 이제껏 침잠한 회색 시선 아래 숨겨 왔던 거칠고 폭력적인 욕망에 나의 동의가 더해지는 순간, 그는 내 세계를 완전히 부서뜨릴 거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선연한 두려움 저편에 지독한 안도감이 차올랐다. “…오히려 좋아.” 속삭이는 내 대답과 동시에 이규월의 양손이 내 검은 상복 저고리를 찢어발기듯 열었다. ※ 작중 수영 선수에 관련한 내용은 픽션이며 현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널 산산조각 낼 거야.” 꽉 낮아진 목소리 끝이 거칠게 갈라졌다. 내 허리를 붙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떨렸다. 깊은 회색 눈동자에 수컷의 욕망이 끓어 넘쳤다. 이규월의 눈빛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방금 전 내게 했던 부드러운 키스는 단지 위로에 불과했다고. 그가 이제껏 침잠한 회색 시선 아래 숨겨 왔던 거칠고 폭력적인 욕망에 나의 동의가 더해지는 순간, 그는 내 세계를 완전히 부서뜨릴 거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선연한 두려움 저편에 지독한 안도감이 차올랐다. “…오히려 좋아.” 속삭이는 내 대답과 동시에 이규월의 양손이 내 검은 상복 저고리를 찢어발기듯 열었다. ※ 작중 수영 선수에 관련한 내용은 픽션이며 현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석주를 처음 만났을 땐 너무 두려워 그를 구할 수 없었고, 두 번째는 사랑에 미숙해서 그를 놓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석주야. 나는 너를 절대 포기 안 해. 지원을 처음 만났을 땐 너무 바보 같아서 걱정이 됐고, 재회했을 때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 감정 따위 없어져 버리면 좋을 텐데. 너 때문에 내 삶이 이렇게나 휘둘릴 줄 알았더라면. 본문 중에서 “나는 다르지. 물론.” 석주가 젖은 안경을 벗어 들고 그녀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뒤는 벽이었고, 지원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아니,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수면 밑에선 죽어라 발버둥 치고 있으면서 늘 여유로운 척하는 놈이 대체 뭐라고 지껄일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조소가 섞인 오만한 목소리가 단정한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멍청한 새끼들이랑 지금 날 비교해?” 석주의 날카로운 뺨에 맺혀있던 빗방울이 흘러내리며 그의 얼굴을 완전히 적셨다. 지원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대체 넌 뭐가 그렇게 달라서 잘난 척인데.”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의 얼굴을 타고 내려온 빗방울이 그녀의 입술에 떨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난 적어도 섹스하고 싶다고 전교에 소문내고 다니진 않지. 그런 거 천박하잖아. 입으로만 떠들어 대는 것도 우습고.” 지원은 떨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굵어진 빗줄기가 그의 흰 티셔츠를 널찍한 어깨에 밀착시키며 타닥타닥 위로 튀었다. 지원은 차라리 비가 오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아니라면 원인 모르게 몸속에서 솟구치는 열기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반듯한 석주의 콧날이 그녀에게 닿을 듯 가까웠다. 퍼붓는 비에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졸업하기 전에 CC 해 보는 거 소원이었거든. 이 기회에 마침 잘됐다 싶어.” “…뭐라고?” “CC. 캠퍼스 커플 몰라?” 미치겠다. 또라이에게 완전히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편두통이 몰려들며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너 정도면 데리고 다니기에 쪽팔리진 않을 것 같고.” 쪽팔리는 건 내 쪽이라고 항변하는 대신 윤검은 애꿎은 주먹만 꽉 쥐었다. 짤막한 손톱이 손바닥에 박혔다. 수연이 차분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혹시라도 네가 오해할까 봐 말해 주자면, 100일 동안 네 마음이 바뀌어서 네가 날 좋아할지도 모른다, 뭐 이딴 드라마 같은 상황 바라고 너한테 이런 이야기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지금이 4월이니까 100일 지난 후면 여름 방학쯤 되겠네. 시간 되면 깔끔하게 끝내 줄 테니까 뒷일은 걱정 안 해도 돼.” 윤검의 귓속에서 이명이 온 것처럼 삐잉, 하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을까?” “뭐가요?” “…네 눈에 왜 내가 예뻐 보이는지, 네가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어도 괜찮을까?” “알아요, 저.” “응?” 나의 단언에 그녀가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뭘 두려워하는 걸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당연한 진실을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 “내 눈에 당신이 최고로 예쁘게 보이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네가 날 밀어낸다면…… 난 내 아버지와 똑같은 인간이 될 거야.” 제하는 더욱 격하게 그녀의 안에 자신을 욱여넣으며 또렷하게 내뱉었다. “너를 괴롭게 할 거야. 가두고, 가질 거야. 넌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아이를 낳을 거야. 나는 괴로워하는 널 보면서도 또다시 욕정하고, 지옥으로 떨어지겠지.” 이것은 그녀의 속을 눈치챈 그의 협박, 혹은 애원이다. “넌 날 그렇게 만들 수 없어.” 예강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하가 그녀의 얼굴을 핥으며 어둑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절대로.” 일그러진 얼굴. 고통스러운 눈빛. 제하의 지옥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인생에 함부로 출현한 그녀가 퇴장할 때였다. 너무 늦어 버린 퇴장이었다.
“전 이야기 끝낸 적 없는데요, 형.” 지금 이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형 집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는데, 인간을 그렇게 대놓고 거지 취급 하면서 개무시하면 제가 기분이 좋을까요, 나쁠까요?” 정인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가 이제까지 그가 알아 왔던 조승현이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승현아, 네가 지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그저 순수하게…….” “순수 좋아하네.” 승현이 다시 입술을 비틀었다. 정인은 그제야 그것이 비웃는 표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승현.” “한민우하고 개처럼 붙어먹은 주제에, 그런 단어는 안 어울리잖아요.” “……뭐, 뭐라고?” “안 들렸어요? 한민우하고 개처럼 떡친 주제에 어디서 순수라는 단어 입에 가져다 붙이냐고 물었어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인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 고개를 뒤로 뺐다. “형은 기본이 안 돼 있어요.” 정인의 반듯한 미간에 주름이 졌다.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꽉 다문 잇새로 그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승현이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거래를 하려면, 제가 뭘 원하는지부터 먼저 물어봤어야죠.” “…….” “멍청하기는.” 쿵. 누군가 머리를 세게 내려치는 것 같았다.
책 소개 “너, 카마엘의 좆을 본 적이 있어?” “…뭐?” “자지 말이야. 빌어먹을 네 쌍둥이 동생의 것을 본 적이 있냐고.” “…오스카…. 흣!” 그의 손이 불현듯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움켜쥔 손에서 정제되지 않은 소유욕이 흘러넘쳤다. “카마엘이 네 젖꼭지를 핥은 적이 있어? 그의 좆이 네 다리 사이를 들락거린 적은? 그걸 받아들이며 신음을 토해낸 적은 있어? 나와 했던 것처럼 서로의 타액을 빨면서 바닥에서 뒹굴며 키스한 적은 있나?” 아네트가 인상을 쓴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똑바로 입 열어서 대답해. 여기 다 불태워 버리기 전에.” “카마엘과 그러는 건 상상할 수가 없어. 오스카.” 악마가 붉은 눈을 빛내며 쇳소리를 내뱉었다. “상상할 수 없다는 말 대신 싫다고 말 해.” “…무슨 말이야?” “내가 아닌 그 어떤 좆같은 새끼들과는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씨발….” 오스카의 양 팔꿈치가 그녀의 머리를 가운데 두고 땅을 짚었다. 백색 팔뚝에 시퍼런 핏줄이 툭툭 솟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나만 사랑한다고 말해.” *** 태초 이후, 천계와 마계는 서로를 적대하며 끝없는 전쟁을 계속하던 중, 몇 가지 협정을 맺고 잠재적 휴전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 휴전은 천계의 잊혀진 숲에서 천사 아네트가 한 마리 새를 만나며 끝나게 된다.
한주가 잘 썰린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맛을 음미하듯 충분히 씹은 후, 조용히 음식을 삼키고는 그가 와인을 입가에 가져갔다. “그럼 내 머릿속에서 작가님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상상을 하는 것은 무죄입니까, 아니면 유죄입니까?” “…그게 무슨 뜻이죠?” 제 귀를 의심하며 되묻는 소현을 보며 한주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툭 불거진 목울대가 위아래로 울렁였다. 그녀는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는 것을 느꼈다. “더 쉽게 예를 들어 볼까요? 지금 내가 작가님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상상을 하는 것은 유죄입니까, 아니면 무죄입니까?”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소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커다란 눈을 두어 번 깜빡였지만 한주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잇고 있었다. “이것보다 더한 이야기를 하면 화를 낼 것 같은 분위기군요.” “제가 차한주 씨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상을 알아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내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물은 것은 작가님 쪽 아닌가요? 나는 쉽게 예를 든 것뿐입니다.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나쁜 상상들 중 하나를 이야기해 준 거죠.” 소현은 붉어지려는 얼굴을 진정시키려 숨을 크게 들이쉬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진짜 말하는 것도 왜 이렇게 예쁘지. 사람 심장 떨리게.” 은조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최수한 씨, 분명히 말해 두는데요. 난 빈말을 참 싫어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예쁘니 귀엽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수한은 낮은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은조를 보며 슬쩍 웃었다. “그럼 은조 씨가 너무 예쁠 때마다 말 대신 키스할게요. 그럼 되죠?” 은조가 하지 말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한이 얼굴을 붙였다. 조금 떨어졌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미리 말했듯이 난 예고 같은 건 안 해요.” 동그랗게 커진 은조의 동공에 수한이 가득 찼다. 오늘 하루 몇 시간 새 몇 번이나 진득하게 다가왔던 그의 혀가 다시금 은조의 입 안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듯 잠식했다. “지금처럼 키스를 해도 은조 씨가 너무 예뻐서, 예뻐서 견딜 수가 없을 때는….” 다시금 흐릿한 욕망에 젖어 들어가는 눈을 하고선 수한이 속삭였다. “그럴 땐 그냥, 은조 씨 안을게요.” 긴 겨울밤, 예고 없는 그의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일러스트: Angju
“나 말고 그 어떤 새끼도 만나지 마. 알았니?” 입을 열면 흐느끼는 신음만이 새어 나와 은혜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가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녀의 여린 귓가를 이로 잘근거렸다. “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내 거야.” 공중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해 흔들리는 가느다란 종아리를 제 허리에 감으며 그가 젖은 숨을 토해 냈다. “평생 아무한테도 못 줘. 넌, 죽을 때까지 최정우 거야.” 정우는 그제야 스스로 두려워 피하려 했던 자신의 악마 같은 진심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는 은혜가 누구를 데려와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상대가 부족함이 없었다면 그의 몸 한 군데를 은혜 몰래 분질러서라도 허점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의 이마에서 진한 정염을 담은 땀방울이 은혜의 맨가슴에 뚝뚝 떨어졌다. 숨 막히는 쾌감은 이미 죄책감을 짓누른 후였다.
“너, 이제 내가 무섭지 않은가 보구나.”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무서워요.” ‘노아.’ 초희의 작고 통통한 입술이 소리 없이 달싹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그를 향해 깜빡였다. “……노아는 괴물이 아니니까. 노아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니까.” “이제까지는 괴물이라고 생각했어?” 초희가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보일 듯 말 듯 끄덕였다. 그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안함이 번지는 것을 본 노아는 천천히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 그의 입술이 다가와 닿을 듯한 거리에서 딱 멈추었다. “그럼 나와의 키스가 끔찍했겠군.”
“나 졸업하기 전에 CC 해 보는 거 소원이었거든. 이 기회에 마침 잘됐다 싶어.” “…뭐라고?” “CC. 캠퍼스 커플 몰라?” 미치겠다. 또라이에게 완전히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편두통이 몰려들며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너 정도면 데리고 다니기에 쪽팔리진 않을 것 같고.” 쪽팔리는 건 내 쪽이라고 항변하는 대신 윤검은 애꿎은 주먹만 꽉 쥐었다. 짤막한 손톱이 손바닥에 박혔다. 수연이 차분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혹시라도 네가 오해할까 봐 말해 주자면, 100일 동안 네 마음이 바뀌어서 네가 날 좋아할지도 모른다, 뭐 이딴 드라마 같은 상황 바라고 너한테 이런 이야기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지금이 4월이니까 100일 지난 후면 여름 방학쯤 되겠네. 시간 되면 깔끔하게 끝내 줄 테니까 뒷일은 걱정 안 해도 돼.” 윤검의 귓속에서 이명이 온 것처럼 삐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책 소개 “너, 카마엘의 좆을 본 적이 있어?” “…뭐?” “자지 말이야. 빌어먹을 네 쌍둥이 동생의 것을 본 적이 있냐고.” “…오스카…. 흣!” 그의 손이 불현듯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움켜쥔 손에서 정제되지 않은 소유욕이 흘러넘쳤다. “카마엘이 네 젖꼭지를 핥은 적이 있어? 그의 좆이 네 다리 사이를 들락거린 적은? 그걸 받아들이며 신음을 토해낸 적은 있어? 나와 했던 것처럼 서로의 타액을 빨면서 바닥에서 뒹굴며 키스한 적은 있나?” 아네트가 인상을 쓴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똑바로 입 열어서 대답해. 여기 다 불태워 버리기 전에.” “카마엘과 그러는 건 상상할 수가 없어. 오스카.” 악마가 붉은 눈을 빛내며 쇳소리를 내뱉었다. “상상할 수 없다는 말 대신 싫다고 말 해.” “…무슨 말이야?” “내가 아닌 그 어떤 좆같은 새끼들과는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씨발….” 오스카의 양 팔꿈치가 그녀의 머리를 가운데 두고 땅을 짚었다. 백색 팔뚝에 시퍼런 핏줄이 툭툭 솟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나만 사랑한다고 말해.” *** 태초 이후, 천계와 마계는 서로를 적대하며 끝없는 전쟁을 계속하던 중, 몇 가지 협정을 맺고 잠재적 휴전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 휴전은 천계의 잊혀진 숲에서 천사 아네트가 한 마리 새를 만나며 끝나게 된다.
※본 소설은 근친, 강압적인 성관계, 여자와의 성관계 묘사 등 다소 호불호가 나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형아 엄마는 어디 갔어?” 맥주 캔을 들던 해준의 손이 공중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형은 엄마랑 둘이 산다고 아빠가 그랬는데…….” “죽었어.” 해준의 건조한 대답에 아이는 잠시 말을 잇지 않고 눈을 깜빡였다. 해준은 아이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이 주제에 어른 흉내 낸답시고 어쭙잖게 위로 따위를 날리면 애늙은이 같은 짓 하지 말라고 한마디 할 작정이었다. “……그럼 형도 고아네.” 해준의 눈썹이 가운데로 모였다.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아이가 말을 이었다. “다행이다. 형도 나랑 같아서.” “…….” 아이가 대꾸할 말을 잃은 해준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흐린 눈으로 환하게 웃었다. “형도 이 세상에 나밖에 없는 거잖아.” 아이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이 너무도 강해서, 해준은 아이를 붙잡고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진짜 말하는 것도 왜 이렇게 예쁘지. 사람 심장 떨리게.” 은조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최수한 씨, 분명히 말해 두는데요. 난 빈말을 참 싫어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예쁘니 귀엽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수한은 낮은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은조를 보며 슬쩍 웃었다. “그럼 은조 씨가 너무 예쁠 때마다 말 대신 키스할게요. 그럼 되죠?” 은조가 하지 말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한이 얼굴을 붙였다. 조금 떨어졌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미리 말했듯이 난 예고 같은 건 안 해요.” 동그랗게 커진 은조의 동공에 수한이 가득 찼다. 오늘 하루 몇 시간 새 몇 번이나 진득하게 다가왔던 그의 혀가 다시금 은조의 입 안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듯 잠식했다. “지금처럼 키스를 해도 은조 씨가 너무 예뻐서, 예뻐서 견딜 수가 없을 때는….” 다시금 흐릿한 욕망에 젖어 들어가는 눈을 하고선 수한이 속삭였다. “그럴 땐 그냥, 은조 씨 안을게요.” 긴 겨울밤, 예고 없는 그의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본 소설은 다소 강압적인 관계를 포함하여 호불호가 나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눈을 떠, 이든. 제발…! 제발.’ 아득한 저편에서 열띤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완전히 죽는 걸까. 쾌감이 지독해질수록 정신이 아득해졌다. 혜미는 저도 모르게 땀에 젖은 남자의 등을 더듬듯 껴안았다. *** 클라웨 제국의 에데르트로 깨어난 혜미. 모두들 그녀가 제국의 황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물며 죽음을 넘어 재회한 그녀의 옛 연인 발터까지도. “너는 클라웨의 황제가 될 운명이다, 에데르트.” 일러스트: 감람
* 배경/분야: 판타지로맨스 * 남자주인공: 레이튼 크리스토퍼 리치우드 – 리치우드 뱅크의 외아들.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의 냉미남. 크리스탈과는 십년지기 소꿉친구. * 여자주인공: 크리스탈 다이애나 왓튼 – 보석상 W19세 이상 이용가 “레이는 정말 친한 친구일 뿐이야. 그런 애와 키스? 하늘이 뒤집어진대도 그런 일은 없을 걸? 우린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박장대소하고 말 테니까.” 그리고 크리스탈의 세상이 뒤집어졌다. “나와 한 침대에서 밤을 보낸다면 네 부탁을 들어줄게, 크리스탈. 어렸을 때처럼 손만 잡고 자자는 뜻이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알지?” 십년지기 소꿉친구 레이튼. 차가운 성격이지만 그녀에게만은 한없이 다정했던 그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설상가상으로 대형 사고를 친 아버지 때문에 크리스탈은 꼼짝없이 그와 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는데...
“진짜 말하는 것도 왜 이렇게 예쁘지. 사람 심장 떨리게.” 은조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최수한 씨, 분명히 말해 두는데요. 난 빈말을 참 싫어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예쁘니 귀엽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수한은 낮은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은조를 보며 슬쩍 웃었다. “그럼 은조 씨가 너무 예쁠 때마다 말 대신 키스할게요. 그럼 되죠?” 은조가 하지 말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한이 얼굴을 붙였다. 조금 떨어졌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미리 말했듯이 난 예고 같은 건 안 해요.” 동그랗게 커진 은조의 동공에 수한이 가득 찼다. 오늘 하루 몇 시간 새 몇 번이나 진득하게 다가왔던 그의 혀가 다시금 은조의 입 안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듯 잠식했다. “지금처럼 키스를 해도 은조 씨가 너무 예뻐서, 예뻐서 견딜 수가 없을 때는….” 다시금 흐릿한 욕망에 젖어 들어가는 눈을 하고선 수한이 속삭였다. “그럴 땐 그냥, 은조 씨 안을게요.” 긴 겨울밤, 예고 없는 그의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일러스트: Angju
“네가 날 밀어낸다면…… 난 내 아버지와 똑같은 인간이 될 거야.” 제하는 더욱 격하게 그녀의 안에 자신을 욱여넣으며 또렷하게 내뱉었다. “너를 괴롭게 할 거야. 가두고, 가질 거야. 넌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아이를 낳을 거야. 나는 괴로워하는 널 보면서도 또다시 욕정하고, 지옥으로 떨어지겠지.” 이것은 그녀의 속을 눈치챈 그의 협박, 혹은 애원이다. “넌 날 그렇게 만들 수 없어.” 예강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하가 그녀의 얼굴을 핥으며 어둑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절대로.” 일그러진 얼굴. 고통스러운 눈빛. 제하의 지옥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인생에 함부로 출현한 그녀가 퇴장할 때였다. 너무 늦어 버린 퇴장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남자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면… 남자 새끼들은 백이면 백 다 오해합니다.” “…한강욱 씨.” “이 여자가 날 원하는구나,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구나, 등신같이 자기 합리화를 하고, 거기에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 “그러니까 똑바로 말해 줘야 알아듣습니다. 저리 꺼지라고. 그런 눈으로 이사님을 훔쳐보지 말라고 명령하란 말입니다. 안 그러면 양아치 같은 새끼들은 진짜….” 평소와는 달리 거친 말을 내뱉는 그를 보는 도연의 눈망울이 반짝 빛났다. 그녀의 등이 벽에 부딪치려는 순간, 그가 손을 뻗어 그 사이를 방어했다. 툭, 하고 그의 손에 도연의 맨살이 닿았다. “진짜 오해해 버리니까.” 물속이었지만, 그의 체온이 등에 닿는 느낌에 도연은 사고가 정지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오해가 아니면 어쩔 건데요?” 강욱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본 도서는 2015년에 출간된 작품이며 전체적으로 윤문 되었고 내용의 변화는 없습니다." ----------------------------------------------------------- "이게 사랑이니? 너한텐 이게 사랑이야? 난 그런 사랑 사양할래. 무섭고 소름 끼쳐." "난 누나 곁에서 평생이라도 순한 양인 척 연극하면서 살 수 있었어요." 그녀를 위해서라면 천사도, 악마도 될 수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 그 날, 그의 손을 잡았던 것은 실수였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전 이야기 끝낸 적 없는데요, 형.” 지금 이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형 집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는데, 인간을 그렇게 대놓고 거지 취급 하면서 개무시하면 제가 기분이 좋을까요, 나쁠까요?” 정인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가 이제까지 그가 알아 왔던 조승현이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승현아, 네가 지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그저 순수하게…….” “순수 좋아하네.” 승현이 다시 입술을 비틀었다. 정인은 그제야 그것이 비웃는 표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승현.” “한민우하고 개처럼 붙어먹은 주제에, 그런 단어는 안 어울리잖아요.” “……뭐, 뭐라고?” “안 들렸어요? 한민우하고 개처럼 떡친 주제에 어디서 순수라는 단어 입에 가져다 붙이냐고 물었어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인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 고개를 뒤로 뺐다. “형은 기본이 안 돼 있어요.” 정인의 반듯한 미간에 주름이 졌다.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꽉 다문 잇새로 그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승현이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거래를 하려면, 제가 뭘 원하는지부터 먼저 물어봤어야죠.” “…….” “멍청하기는.” 쿵. 누군가 머리를 세게 내려치는 것 같았다.
“너, 이제 내가 무섭지 않은가 보구나.”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무서워요.” ‘노아.’ 초희의 작고 통통한 입술이 소리 없이 달싹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그를 향해 깜빡였다. “……노아는 괴물이 아니니까. 노아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니까.” “이제까지는 괴물이라고 생각했어?” 초희가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보일 듯 말 듯 끄덕였다. 그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안함이 번지는 것을 본 노아는 천천히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 그의 입술이 다가와 닿을 듯한 거리에서 딱 멈추었다. “그럼 나와의 키스가 끔찍했겠군.”
“진짜 말하는 것도 왜 이렇게 예쁘지. 사람 심장 떨리게.” 은조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최수한 씨, 분명히 말해 두는데요. 난 빈말을 참 싫어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예쁘니 귀엽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수한은 낮은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은조를 보며 슬쩍 웃었다. “그럼 은조 씨가 너무 예쁠 때마다 말 대신 키스할게요. 그럼 되죠?” 은조가 하지 말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한이 얼굴을 붙였다. 조금 떨어졌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미리 말했듯이 난 예고 같은 건 안 해요.” 동그랗게 커진 은조의 동공에 수한이 가득 찼다. 오늘 하루 몇 시간 새 몇 번이나 진득하게 다가왔던 그의 혀가 다시금 은조의 입 안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듯 잠식했다. “지금처럼 키스를 해도 은조 씨가 너무 예뻐서, 예뻐서 견딜 수가 없을 때는….” 다시금 흐릿한 욕망에 젖어 들어가는 눈을 하고선 수한이 속삭였다. “그럴 땐 그냥, 은조 씨 안을게요.” 긴 겨울밤, 예고 없는 그의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 평화를 되찾은 스완튼 왕국의 남서쪽, 작은 영지를 가지고 있는 베르디에 가문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아들이 없는 자작가의 아름다운 둘째 딸 앨리스가 이번 사교 시즌에 훌륭한 신랑감을 맞이하는 것 외에는 집안을 살릴 방법이 없어 보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동생의 결혼을 위해 다리가 불편한 장녀 ‘클로이 베르디에’도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그녀는 여름밤 무도회에서 재회한 ‘데미안 에른스트 폰 티세’ 공작에게 그만 큰 약점을 잡히고 만다. 3년 전 전쟁 중에 달갑지 않은 첫 만남을 했던 공작과의 악연은 현재 진행형이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앨리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쳐 버리고, 클로이는 결국 위기에 빠진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오만한 젊은 공작을 직접 찾아가 그녀의 일생일대 가장 큰 도박을 시도하는데…. 일러스트: DELTA
“나는… 널 산산조각 낼 거야.” 꽉 낮아진 목소리 끝이 거칠게 갈라졌다. 내 허리를 붙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떨렸다. 깊은 회색 눈동자에 수컷의 욕망이 끓어 넘쳤다. 이규월의 눈빛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방금 전 내게 했던 부드러운 키스는 단지 위로에 불과했다고. 그가 이제껏 침잠한 회색 시선 아래 숨겨 왔던 거칠고 폭력적인 욕망에 나의 동의가 더해지는 순간, 그는 내 세계를 완전히 부서뜨릴 거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선연한 두려움 저편에 지독한 안도감이 차올랐다. “…오히려 좋아.” 속삭이는 내 대답과 동시에 이규월의 양손이 내 검은 상복 저고리를 찢어발기듯 열었다.
외로운 영혼이 환영받는 향락의 도시, 화도. 화도에서 나고 자란 여자 ‘이라’는 자살한 아버지가 남긴 도박 빚을 갚으며 밑바닥 삶을 산다.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깜깜한 긴 터널 같은 인생.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의 차에 무임승차하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도박판에서 크게 한탕하고 섬을 뜨기로 계획을 세운 그녀는, 어릴 때는 서커스단의 천재 마술사였지만 지금은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 ‘유호’를 이용하기로 한다. 하지만 유호는 터널 안에서 퍼져 버리는 똥차도, 그곳을 통과할 수 있는 고급 세단도 아니었다. 그 애는 터널 속에 갇힌 주인의 곁을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는, 바싹 마른 검은 개였다.
※ 다수에 의한 폭력 및 학대 등 작품에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설대영이야. 잘 부탁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전학생은 누가 봐도 우성 알파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체격이었다. “특이종이네.” 살아 남기 위해 평생을 알파인 척 거짓 인생을 연기한 재민은 설대영이 처음부터 싫었다. “기형종이라고 해야 하나?” “미안. 지금 나한테 말한 건가?” 제게 꽂히던 설대영의 시선은, 자신이 오메가임을 자각하고 나서 처음 느낀 알파의 강렬한 시선이었다. “특이종 아니고 기형종 아니고, 설대영.” 그에게선 알파의 체향 대신 싸구려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났다. 악수를 거절당한 손은 물러나는 대신, 재민의 어깨를 두드리듯 그 위에 내려앉았다. “만나서 반갑다, 장재민.” 열여덟에 처음 만나 주먹다짐을 한 그날 이후 사사건건 재민을 괴롭히는 설대영.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둘의 관계는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 * * “왜 이렇게 급하게 굴어.” 설대영이 그의 허벅지를 잡아 벌리며 갈린 목소리로 내뱉었다. “이제까진 나한테 이러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지?” 아마 세 개, 아니, 네 개쯤 한꺼번에 넣은 것 같았다. 굵직한 손가락에 재민이 그의 옷을 입에 문 채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질렀다. “좋아서 아주 죽겠지.” 재민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의 허전한 입 안을 설대영의 손가락이 대신 채웠으므로 불가능했다. “네 소원대로 자지 물려 주고 있어. 좋아, 재민아?”
전쟁이 끝나 평화를 되찾은 스완튼 왕국의 남서쪽, 작은 영지를 가지고 있는 베르디에 가문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아들이 없는 자작가의 아름다운 둘째 딸 앨리스가 이번 사교 시즌에 훌륭한 신랑감을 맞이하는 것 외에는 집안을 살릴 방법이 없어 보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동생의 결혼을 위해 다리가 불편한 장녀 ‘클로이 베르디에’도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그녀는 여름밤 무도회에서 재회한 ‘데미안 에른스트 폰 티세’ 공작에게 그만 큰 약점을 잡히고 만다. 3년 전 전쟁 중에 달갑지 않은 첫 만남을 했던 공작과의 악연은 현재 진행형이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앨리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쳐 버리고, 클로이는 결국 위기에 빠진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오만한 젊은 공작을 직접 찾아가 그녀의 일생일대 가장 큰 도박을 시도하는데…. 일러스트: DELTA
완벽을 추구했던 남자, 오만한 호텔 CEO 민선재. 사랑의 형태를 표현하는 여자, 청각 장애인 플로리스트 이연정. 그는 그제야 아까 주차장에서 왜 자신이 여자를 납치하듯 차에 태웠는지 깨달았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누군가에게 가져 본 적 없었던 동정심이 삼십이 년 만에 처음으로 발현된 게 아니었다. 그는 지금 이 여자에게 성적으로 끌리고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없게도. “나, 당신, 이용하는 거…… 예요, 지금.” “상관없어.” 그녀의 소리 없는 세계에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전 이야기 끝낸 적 없는데요, 형.” 지금 이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형 집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는데, 인간을 그렇게 대놓고 거지 취급 하면서 개무시하면 제가 기분이 좋을까요, 나쁠까요?” 정인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가 이제까지 그가 알아 왔던 조승현이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승현아, 네가 지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그저 순수하게…….” “순수 좋아하네.” 승현이 다시 입술을 비틀었다. 정인은 그제야 그것이 비웃는 표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승현.” “한민우하고 붙어먹은 주제에, 그런 단어는 안 어울리잖아요.” “……뭐, 뭐라고?” “안 들렸어요? 한민우하고 별 짓 다 한 주제에 어디서 순수라는 단어 입에 가져다 붙이냐고 물었어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인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 고개를 뒤로 뺐다. “형은 기본이 안 돼 있어요.” 정인의 반듯한 미간에 주름이 졌다.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꽉 다문 잇새로 그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승현이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거래를 하려면, 제가 뭘 원하는지부터 먼저 물어봤어야죠.” “…….” “멍청하기는.” 쿵. 누군가 머리를 세게 내려치는 것 같았다.
“전 이야기 끝낸 적 없는데요, 형.” 지금 이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형 집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는데, 인간을 그렇게 대놓고 거지 취급 하면서 개무시하면 제가 기분이 좋을까요, 나쁠까요?” 정인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가 이제까지 그가 알아 왔던 조승현이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승현아, 네가 지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그저 순수하게…….” “순수 좋아하네.” 승현이 다시 입술을 비틀었다. 정인은 그제야 그것이 비웃는 표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승현.” “한민우하고 붙어먹은 주제에, 그런 단어는 안 어울리잖아요.” “……뭐, 뭐라고?” “안 들렸어요? 한민우하고 별 짓 다 한 주제에 어디서 순수라는 단어 입에 가져다 붙이냐고 물었어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인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 고개를 뒤로 뺐다. “형은 기본이 안 돼 있어요.” 정인의 반듯한 미간에 주름이 졌다.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꽉 다문 잇새로 그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승현이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거래를 하려면, 제가 뭘 원하는지부터 먼저 물어봤어야죠.” “…….” “멍청하기는.” 쿵. 누군가 머리를 세게 내려치는 것 같았다.
“진짜 말하는 것도 왜 이렇게 예쁘지. 사람 심장 떨리게.” 은조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최수한 씨, 분명히 말해 두는데요. 난 빈말을 참 싫어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예쁘니 귀엽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수한은 낮은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은조를 보며 슬쩍 웃었다. “그럼 은조 씨가 너무 예쁠 때마다 말 대신 키스할게요. 그럼 되죠?” 은조가 하지 말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한이 얼굴을 붙였다. 조금 떨어졌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미리 말했듯이 난 예고 같은 건 안 해요.” 동그랗게 커진 은조의 동공에 수한이 가득 찼다. 오늘 하루 몇 시간 새 몇 번이나 진득하게 다가왔던 그의 혀가 다시금 은조의 입 안을 야금야금 먹어 치우듯 잠식했다. “지금처럼 키스를 해도 은조 씨가 너무 예뻐서, 예뻐서 견딜 수가 없을 때는….” 다시금 흐릿한 욕망에 젖어 들어가는 눈을 하고선 수한이 속삭였다. “그럴 땐 그냥, 은조 씨 안을게요.” 긴 겨울밤, 예고 없는 그의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금수저에 좋은 학벌, 탁월한 진행력과 아름다운 외모까지. 모든 걸 가졌다고 알려진 언론인 한지수이지만, 그녀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거짓말이 하나 있다. “내가 돈을 주면, 넌 바뀔 수 있어?” “……당연하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네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곳까지.” 사실은 어떤 개자식의 후원으로 가난에서 도망쳐 왔다는 것. 아버지를 죽게 만든 진성그룹에 대한 복수심을 태우던 그녀는 어느 날, 진성이 사주한 살인 사건을 목격한 뒤로 살해 협박에 시달리다 결국 매니저로 가장한 경호원을 고용한다. 잘생긴 얼굴에 그렇지 못한 성질머리를 갖춘 남자, 우도현. 좋지 않은 첫인상으로 시작된 도현과의 계약 관계는 그러나 점점 생각지도 않은 야릇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모종의 이유로 그녀에게 접근한 도현 역시도 계획과는 전혀 다른 전개를 맞닥트리게 되는데……. “원래, 고객들이랑 이딴 식으로 지저분하게 뒹굴어요?” “지저분하게 도발한 게 누군데.” 그는 욕정하고 있었다. 그가 진흙탕에서 건져 올린 한지수에게. 김빠 장편 현대로맨스 소설
“그런 차림으로 남자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면… 남자 새끼들은 백이면 백 다 오해합니다.” “…한강욱 씨.” “이 여자가 날 원하는구나,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구나, 등신같이 자기 합리화를 하고, 거기에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 “그러니까 똑바로 말해 줘야 알아듣습니다. 저리 꺼지라고. 그런 눈으로 이사님을 훔쳐보지 말라고 명령하란 말입니다. 안 그러면 양아치 같은 새끼들은 진짜….” 평소와는 달리 거친 말을 내뱉는 그를 보는 도연의 눈망울이 반짝 빛났다. 그녀의 등이 벽에 부딪치려는 순간, 그가 손을 뻗어 그 사이를 방어했다. 툭, 하고 그의 손에 도연의 맨살이 닿았다. “진짜 오해해 버리니까.” 물속이었지만, 그의 체온이 등에 닿는 느낌에 도연은 사고가 정지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오해가 아니면 어쩔 건데요?” 강욱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