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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가 올 때(When it rains) - 당당당당 “내일, 비가 올까요?” 사랑을 알아차렸던 순간에도, “비가 그칠 거야. 가야 해.” 너에게 비밀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도, “사랑이 끝나지 않을까 봐 두려워.” 네가 이 사랑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도, 빗소리는 언제나 우리를 감쌌다. “이든. 나는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 네가 말도 안 되는 미신을 믿는다고 해도, 어떤 종류의 강박을 가지고 있어도, 혹은 네 비밀이 아주 나쁘더라도. 너를 사랑할 것이다. 비와 비밀, 그리고 너. 비가 내리는 날 펼쳐지는 마법 같은 로맨스. * 2. 머리에 꽃만 안 달았지 - 전여린 머리에 꽃만 안 달았지 비만 왔다 하면 머리에 꽃 단 것도 아니면서 미치는 3년 차 대리 이화영, 비 오는 날 회식을 하고 필름이 끊겼다 돌아와 보니 옆엔 햇병아리 신입 사원인 강서주가 누워 있었다. “야, 어제 우리 했어?” “사랑해서 미안해요.” 무슨 말을 해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강서주 때문에 화영은 미쳐 버릴 것 같다. 사실은 안 미친 여자 화영과 손에 꽃을 든 미친 남자 서주의 촉촉한 로맨스. * 3. 조우(朝雨) - 진새벽 십여 년간 발길조차 하지 않았던 이 낯선 곳 가척에서 나를,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성게처럼 가시를 세운 내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다시 내 어깨를 붙들며 물어왔다. “주이경. 이경아, 이경아. 나야. 해우.” “……해우?” 해우. 그 이름을 내뱉자 파도가 너울이 되어 오듯 그리움이 왈칵 나를 적셔 들었다. 그래, 그 애였다. 꼭 내 이름을 두 번씩 부르던, 이름에서 비 냄새가 나던 그 애. “권해우.” 가만히 혀를 굴려 떠오른 그 애의 이름을 내뱉어 보았다. 그러자 그 애는 거짓말처럼 환하게 웃었다. * 4. 천사가 돌아왔다(with rain) - 차선희 “그거 알아? 오감 중에 미각이 제일 오래 기억에 남는 거?” 제 입술로 눈물을 훔치며 그는 말했다. “이제 난 널 생각하면 제일 먼저 이 눈물 맛부터 떠오를 거야.” 그리고 사라졌지. “네가 내 집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주혜기였기 때문이야. K-story 때문이 아니라.” 젠장. “그럼 난 여기에 더 있을 필요가 없어요, 작가님.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주혜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K-story의 TF팀이기 때문이니까요.” 12년 만에 그가 돌아왔다. 죽어도 잡아야만 하는 작가 혜기로. “늦어서 미안.” 그 말에 바보처럼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의 천사가 돌아왔다. 비와 함께.

완결 여부미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53.22%

👥

평균 이용자 수 42

📝

전체 플랫폼 평점

8

📊 플랫폼 별 순위

3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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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나리 씨는…… 내 유일한 색이에요.” 세상에 다시없는 다정한 연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의 말을 우연히 엿듣기 전까지는. “살고 싶다고 발버둥 치는 게 얼마나 역겹던지.” “…….” “팔다리는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신림동 주택가에 뒀어. 곧 발견되겠지. 몸은 여섯 조각으로.”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가, 그녀에게 달콤한 키스를 쏟아붓는 그 아름다운 입술로, 마치…… 마치 사람을 죽인 것처럼 말을 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무엇이 거짓일까? 이 모든 것은 완전한 행복을 위해서……. “완전한 행복? 그게 뭔데요?” “그건…… 당신이 꿈꾸게 해 준 거.” 당신은 내게 유일한 사람인데 이 사랑은, 죄악일까? 《완전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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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 그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하나가 변하면 그것과 맞닿은 어떤 것이 변한다. 무한의 횟수만큼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지닌 제주소녀 한시연,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시간을 비밀로써 홀로 간직한 그녀 앞에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이가 나타나는데……. 아이돌 가수를 해도 될 만큼 잘난 외모에 일진들도 건드리지 않는 화내는 또라이. 화또, 최현도. 평온하던 그의 세상에 찾아드는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안녕, 최현도.” 뒤흔들리는 일상의 중심에서 간절한 단 하나의 존재가 되어줄 그 아이를 만나다! 하나, 둘, 셋…… 깜박- 숫자를 세고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원하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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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 그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하나가 변하면 그것과 맞닿은 어떤 것이 변한다. 무한의 횟수만큼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지닌 제주소녀 한시연,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시간을 비밀로써 홀로 간직한 그녀 앞에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이가 나타나는데……. 아이돌 가수를 해도 될 만큼 잘난 외모에 일진들도 건드리지 않는 화내는 또라이. 화또, 최현도. 평온하던 그의 세상에 찾아드는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안녕, 최현도.” 뒤흔들리는 일상의 중심에서 간절한 단 하나의 존재가 되어줄 그 아이를 만나다! 하나, 둘, 셋…… 깜박- 숫자를 세고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원하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본문 중에서 “너, 너도 8반이야?” “……응?” 현도가 시연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결이 좋아 보이는 검은 머리가 조금 흐트러졌다. 그러나 그 모양마저 완벽했다. 아무래도 그는 뜬금없는 말이라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이 바보, 바보! ‘몇 반이야?’도 아니고 ‘너도 8반이야?’라니. - 17층입니다. 아, 첫사랑이 될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이런 첫인상을 심어 줄 순 없다. 시연은 눈썹을 조금 올리고 다음 말을 기다리는 현도의 잘생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얘는 이 시간의 틈에서도 잘생겼구나. 색이라곤 노란색과 하얀색뿐인데 이렇게 잘생겼다니. 깜박- 눈을 깜박이고 나서 시연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택했다. 휙- 현도가 고개를 돌려 눈을 내리깔고 있는 시연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빤히 보는 시선에 고개를 들 법도 한데 시연은 꿋꿋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17층입니다. “시연 엄마 잘 들어가요.” “네, 현도 엄마도요.” - 문이 닫힙니다. “엄마, 엄마, 쟤 이름이 뭐라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시연은 엄마를 붙잡고 물었다. 들뜬 음성이었다. “현도. 최현도. 관심 있어?” 아, 최현도. 이름조차 멋있다. 시연이 탄식 같은 한숨을 푹 쉬자 엄마가 얼씨구, 하고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시연은 옆에 있는 엄마가 뭐라고 하든 들리지 않을 만큼 푹 빠져 있었다. 아까 시연이 앞뒤 잘라먹은 말을 했을 때도 그 애는 쭉 다정한 표정이었다. 훈훈한 주제에 그렇게 다정하기까지 하다니. 분홍색 설렘이 가슴속에서부터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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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디 엔드

세상이 온통 죽음, 시체, 피로 뒤덮였다. '그것들'은 전염병과도 같이 기괴하게 세상을 잠식해 갔다. “안녕, 재인아.” 그러나 그와 마주친 순간부터, 치열했던 생존의 기억들이 마법처럼 흐려졌다. 시린 죽음과 피를 지나 만난 미소. 가장 좌절하고 절망하던 순간에 나타난 사람. 그래서였다. 세상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해 버렸다. “나중이 오지 않으면 어쩌죠? 그러니까… 지금 해요, 우리.” 당신이 있는 이곳은 낙원일까. 《애프터 디 엔드(After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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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

※ 본문에 폭력, 강압적 관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하실 때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십 년 동안 그녀를 짓누르던 빚에서 벗어났을 때, 피웅덩이 한가운데에 잔인하게 내던져졌다. 탕! 탕! 탕! 소름 끼치는 총소리와 함께 나타난 그. “사, 살려 주세요…….” “음, 우는 게 좀 취향인데. 내가 살려 주면 뭐 해 줄 건데?” “뭐든지, 뭐든지 다 할게요.” “뭐든지?” “뭐든지 다 할게요. 살려 주세요. 제발…….” 남자가 그녀의 손에 쥐여 준 것은 총 한 자루였다. “그걸로 널 쏴 봐.” 시퍼렇게 빛나는 총구 앞에서 남자가 잔혹하게 미소 지었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취급하는 그 남자는 '벌'이라 말하고 '사랑'이라 한다.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는 남자. 나는, 거지 같은 인생이지만 살고 싶어. 살고자 할수록 목을 휘감아 오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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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나리 씨는…… 내 유일한 색이에요.” 세상에 다시없는 다정한 연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의 말을 우연히 엿듣기 전까지는. “살고 싶다고 발버둥 치는 게 얼마나 역겹던지.” “…….” “팔다리는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신림동 주택가에 뒀어. 곧 발견되겠지. 몸은 여섯 조각으로.”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가, 그녀에게 달콤한 키스를 쏟아붓는 그 아름다운 입술로, 마치…… 마치 사람을 죽인 것처럼 말을 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무엇이 거짓일까? 이 모든 것은 완전한 행복을 위해서……. “완전한 행복? 그게 뭔데요?” “그건…… 당신이 꿈꾸게 해 준 거.” 당신은 내게 유일한 사람인데 이 사랑은, 죄악일까? 《완전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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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일랜드 (The Island)

어릴 때부터,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착하고 공부 잘하고 순한 딸, 그게 이서주였다. “서주, 이리 와.” 하물며 무인도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만한 사람의 명령이라면 당연했다. 그런데…….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이 섬에 있었지.” 남자, 강진헌은 어딘가 수상하다. “그 새끼들한텐 나 만났다고 말하지 마.” “…왜요?” “내가 그러라면 넌 그렇게 해야지. 말 들을 거지?” 수상하고 무섭지만, 누구보다 의지하고 싶은 사람. “나 따라올래? 그럼 넌 내가 하는 말이면 다 듣는 거야.” 그의 손을 붙잡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 “내가 조금 늦게 오면 네 눈이 어떤지 알아?” 어느새 그의 손이 닿는 면적이 넓어졌다. 투박한 엄지가 눈 밑을 부드럽게 쓸자 긴 속눈썹이 나붓거렸다. “하루 종일 기다린 것처럼 보는데……. 그럼 한 일주일 정도 오지 않아 볼까, 생각하게 되지.” “…….” “그래. 이것보다 더한 표정을 보여 줄 것 같아서.” 굳은 서주의 뺨을 가볍게 문지른 진헌이 질 나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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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물을 알고 있다

#현대물 #동거 #조직/암흑가 #복수 #권선징악 #재회물 #나이차커플 #소유욕/독점욕/질투 #능력남 #사이다남 #직진남 #집착남 #짝사랑남 #동정남 #존댓말남 #연하남 #상처녀 #까칠녀 #냉정녀 #피폐물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여주중심 #이야기중심 #모럴리스 #잔인한남주 #전과자여주 겨울의 끝자락. 10년 만에 출소한 서연은 근처 정류장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도한과 재회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 느끼던 반가움도 잠시. 의문스러운 그의 행동에 그녀는 점점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복수하고 싶지 않아요?” “……복수 같은 거 필요 없어.” 쉬어 버린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렸다. 내내 둔했던 모든 감정이 휘몰아쳤다. 마주친 잿빛 눈은 부드럽게 휘어졌다. “당신이 힘들지 않게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발끝이 닿을 만큼 바싹 다가온 도한이 손을 뻗어 낮은 벽을 짚었다. 서연의 몸이 단단한 팔에 갇혔다. “다 해 줄 테니까……. 다시는…….” “…….” “버리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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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와 임신 계약

“우리 계약은 임신 계약이었어.” 숨이 턱, 막혔다. “잡으면 죽이고 싶을 줄 알았는데…….” 나는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아. 라고 했던 협박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머리를 매만지던 손이 뺨을 타고 내려와 턱을 움켜쥐었다. 그가 긴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쳤다. “죽이면 영영 잃어버리는 거니까.” 기꺼이 살려서 제 곁에 두겠다는 진득한 집착에 이서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가 이서의 몸을 일으켜 제 품으로 확 끌어당겼다. “죽어도 내 아이는 낳아 줘야지. 아니야?”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음성이었다. 그의 시선이 옆구리를 타고 내려가 발목에 머물렀다. “이거 하나 못 써도 애 낳는 덴 지장 없겠지.” 발목을 쥔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이대로 발목을 부러뜨려 데리고 갈 생각인 걸까? 이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이 따위 낳고 싶지 않아요.” 그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악질 하는 새끼고양이를 보는 듯 하찮아 하는 얼굴이었다. “사랑이라니.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우리는 부부고 너는 내 아내인데…….” — 다 가지고 태어났으나 소중한 것을 잃은 후부터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남자, 차희건과 평생을 양부의 학대를 받고 살아 가진 거라곤 복수심밖에 남지 않은 윤이서의 속고, 속이는 선결혼 후연애 이야기. *표지 일러스트 : 김샤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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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플로우 외전

-여자면 다 허락해. 꽃이면 다 꽂힌대. 천재 래퍼 케이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날아든 도전장. 친구 말만 철석같이 믿은 햇병아리 래퍼 지망생 티아는 디스 랩으로 대리 복수를 성공시키기는커녕 케이에게 비는 신세가 되고 그런 티아에게 케이는 한 가지 제안을 내미는데. * * * “서…… 설마, 이걸로 고소하실 건 아니죠?” “글쎄……. 티아 씨도 알다시피 이번 사건 때문에 입은 피해가 헤아릴 수도 없는 지경이라.” “살려 주세요. 고소하는 것만 아니면 뭐든 할게요.” 케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티아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고소할 생각 없고 잘만 하면 아르바이트를 다 그만둬도 될 돈을 계약금으로 받게 될 거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티아가 고개를 들고 케이를 바라보았다. 티아의 동공이 세 배쯤 커졌다. “계약금요? 왜…… 왜요?” “네가 필요하니까.” 뒤로 몸을 묻고 있던 케이가 상체를 들어 티아 쪽으로 바짝 당겨 오더니 말했다. “같이하자. 랩이랑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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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주의보

폭군 강한준, 열정 온다연에게 삶을 배우고, 철벽 온다연, 직진 강한준에게 쾌락을 배웠다. 미숙했으나 뜨거웠던 첫사랑이 지나고 그로부터 8년 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폭군이 그녀를 다시 소환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던 다연에게 불어닥친 폭군주의보! 부분 발췌 “괜찮아, 다연아.” 다연이 못 알아들은 척 말했다. “뭐가?” 그가 손을 올려 땀에 젖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 주자, 그녀의 눈이 감겼다. “봐 봐, 이렇게 손끝 하나에도 바로 반응이 오는데, 어떻게 섹스에 반응을 안 할 수 있었겠냐고.” 다연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그…… 그런 거 아냐.” 그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손을 올려 뺨에다 가져다 댔다. 거짓말처럼 다연의 눈이 또 감겼다. “크큭, 그래. 온다연이 아니라면 아닌 건데, 아…… 존나 웃겨.” 다연이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러나 속으론 웃음이 났다. 그의 말이 맞았다. 손끝 하나에도 눈이 감기고, 몸이 저릿해지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너, 너는 어떤데!” “오오. 이제 좀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 “말하기 싫으면 말고.” 그는 말없이 다연의 손을 잡고 그의 중심에 가져다 댔다. 다시 부풀어 오르는 그의 중심에 다연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8년 동안 참았어. 아무와도 안 했단 말이야. 더 설명이 필요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큰 덩어리가 올라와 울컥해서 다연은 고개를 숙이며 그의 눈을 피했다. 그가 계속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온다연은 존재만으로 할 일 다 한 거야. 그러니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이 자리에서 엎드려서 큰 소리로 엉엉 울어 버릴 것 같아서 다연은 시트를 그러쥐고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벗어나려고 해 봐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오직 온다연에게만 최적화된 남자, 강한준은 그런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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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덫

매일 투쟁하며 살아가는 남자는 여자를 몰랐고, 지옥 속에서 간신히 삶을 이어 가던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을 팔아 버렸다. 그것이 덫인 줄도 모르고. * * * “내가 궁금한 건요.” 분위기 때문일까,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녀가 말을 고르는 짧은 몇 초가 몇 년처럼 느리게만 흘러갔다. “얼마에…… 사실래요?” “뭘?” “내 첫 경험요.”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현우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혼란에 혼란이 더해져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거야?” “안 미치고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요. 인생 자체가 지옥인데. 혹시 처음인 거 안 믿겨요? 진짠데.” “…….” “아, 그럼 이러면 되겠다. 해 보고 처음 아닌 것 같으면 토해 낼게요. 얼마를 주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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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플로우

-여자면 다 허락해. 꽃이면 다 꽂힌대. 천재 래퍼 케이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날아든 도전장. 친구 말만 철석같이 믿은 햇병아리 래퍼 지망생 티아는 디스 랩으로 대리 복수를 성공시키기는커녕 케이에게 비는 신세가 되고 그런 티아에게 케이는 한 가지 제안을 내미는데. * * * “서…… 설마, 이걸로 고소하실 건 아니죠?” “글쎄……. 티아 씨도 알다시피 이번 사건 때문에 입은 피해가 헤아릴 수도 없는 지경이라.” “살려 주세요. 고소하는 것만 아니면 뭐든 할게요.” 케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티아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고소할 생각 없고 잘만 하면 아르바이트를 다 그만둬도 될 돈을 계약금으로 받게 될 거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티아가 고개를 들고 케이를 바라보았다. 티아의 동공이 세 배쯤 커졌다. “계약금요? 왜…… 왜요?” “네가 필요하니까.” 뒤로 몸을 묻고 있던 케이가 상체를 들어 티아 쪽으로 바짝 당겨 오더니 말했다. “같이하자. 랩이랑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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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그림자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안도하며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너를 더 철저하게 속이겠다고. 사랑하는 척, 없으면 안 되는 척, 한 시도 떨어지기 싫은 척. 네가 나를 누군가의 대용품이라고 생각하듯 나도 너를 죄책감 없이 속이며 이용하겠다고 그렇게 결심했다. *** “한 걸음이라도 움직여 봐.” 잔뜩 억눌린 목소리에는 자비라곤 없었다. 금방이라도 얼음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발이 땅에 붙었다. “가, 갑자기 왜……?” 그는 내 앞을 몸으로 막아섰다. 지친 기색으로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고는 토하듯 말했다. “내가 아직은 믿는다고 내 곁에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분노가 극에 달한 것 같았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그를 이해시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눈을 감고 분노를 견뎌 내려 했다. “어떻게 나를 버려?” “버린…… 게 아니라.” 그는 내가 도망갔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닌데, 나는 도망갈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었는데. 그의 오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배신한 거야.” 그가 낚아채듯 내 어깨를 잡아끌고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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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지배

당당한 서브미시브 지연희의 도미넌트 잡아먹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강력한 느낌은 처음이라서요." 어둡고 서늘한 김신우의 눈빛에 한눈에 압도당한 지연희는 어렵게 만든 자리에서 하면 안 되는 고백을 하고 만다. 그러나 오만하고 건방진 남자는 귀찮다는 이유로 연희를 거절한다. 포기를 모르는 지연희는 어떻게든 그를 낚기 위해 아서K에 입사하고 첫날 보면 안 될 것을 봐 버리는데……. *** “처음부터 너무 다 알려 주면 재미없으니까. 어때요? 나와 게임 한번 해 보시는 건.” “게임요?” “그 장면을 보고도 여기까지 왔을 땐 각오를 한 것 아닌가?” 그녀의 심장이 다시 또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 그런데요. 게임을 한다고 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나요?” 잔뜩 용기 내서 물어본 말이었다. 그는 느리게 웃으며 연희의 어깨를 토닥였지만 그녀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많이 놀랐나 보네. 그런데 어쩌나. 나는 보이거든요. 연희 씨가 내 아래에서 벌벌 떨며 복종하는 모습이.” ⓒ 표지 일러스트 : 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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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 물어

*본 도서는 물어의 개정판임을 알려드립니다. 약혼자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이때, 남동생의 친구인 줄로만 알았던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자꾸 그 새끼로 도발하지 말아요. 미치겠으니까.” 약혼자에 대해서 물을 때마다 화를 내는 이 녀석. 아니 이 남자가 점점 다르게 느껴진다. 벗어나려 할수록 더 깊게 그의 그물에 얽혀든다.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졌는데 한수경 하나만 내 옆에 없더라고. 그래서, 가지려고요.” *** “강요는 안 할게요. 누나가 싫으면 언제든지 가도 돼요. 싫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거부하고 가요.” 말과 다르게 그는 전혀 보내 줄 마음이 없는 것처럼 수경의 몸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속삭이듯 말했다. “아흣. 아아.” 싫다고 뿌리치면 그만할 거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의 집이 왜 수경을 지환에게 팔았는지도, 약혼자인 김성준이 왜 갑자기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는지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참 결백해 보이네, 이 여자. 언제까지 하얀 눈 같을지 보고 싶다. 궁금해. 누나, 어느 정도로 참을 수 있을까?” 수경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저었다. 잔머리가 몇 개 삐져나온 이마가 그의 가슴에 비벼졌다. 울음을 참고 있으면서 눈물을 막지는 못했는지 눈가가 발갛게 짓물렀다. “나는 한수경이 이렇게 뜨거운지 몰랐거든요. 신음 소리 들으니까, 더 가지고 싶어요. 마음은 안 줘도 괜찮아. 오래 기다렸으니까 나도 이 정도 보상은 받아야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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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그림자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안도하며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너를 더 철저하게 속이겠다고. 사랑하는 척, 없으면 안 되는 척, 한 시도 떨어지기 싫은 척. 네가 나를 누군가의 대용품이라고 생각하듯 나도 너를 죄책감 없이 속이며 이용하겠다고 그렇게 결심했다. *** “한 걸음이라도 움직여 봐.” 잔뜩 억눌린 목소리에는 자비라곤 없었다. 금방이라도 얼음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발이 땅에 붙었다. “가, 갑자기 왜……?” 그는 내 앞을 몸으로 막아섰다. 지친 기색으로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고는 토하듯 말했다. “내가 아직은 믿는다고 내 곁에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분노가 극에 달한 것 같았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그를 이해시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눈을 감고 분노를 견뎌 내려 했다. “어떻게 나를 버려?” “버린…… 게 아니라.” 그는 내가 도망갔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닌데, 나는 도망갈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었는데. 그의 오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배신한 거야.” 그가 낚아채듯 내 어깨를 잡아끌고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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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관계

“안 보이는 여자와 해도 괜찮아요? 처음이라 많이 서툴 거예요.” 붉어진 뺨과 기대에 찬 목소리. 맞선 장소에서 만난 그녀는 첫날밤에 설레는 막 피어난 꽃 같았다. 미안하지만 꺾여 줘야겠어. 백현준에게 이 결혼은 복수이자 집안을 일으킬 유일한 방법이니까. *** “안 보이면 더 잘 느낀다던데. 난 잘 느끼는 여자 좋아해요.” 목소리가 부드럽고 다정했다. 손등에 얹은 손은 따뜻했고. 오직 능력만으로 도 회장에게 인정받아 건설사를 맡았다는 백현준은 도원가의 수치이자 약점인 도아에겐 너무 과분한 상대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욕심내고 싶었다. 도아에게 이 결혼은 밀실에서 벗어날 탈출구이자 유일한 사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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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너를 위한 송가

“오빠가 먼저 시작했잖아. 손가락 베였을 때 입술 갖다 댄 거. 할 생각 있어서 그랬던 거 아냐?” 정곡을 찔렸다는 듯 그의 어깨가 움찔했다. 조그만 것 하나도 숨기지 못하고 다 드러내 보일 정도로 착한 사람……. 그래서 놓아주려는 거였다. “탓하자는 건 아니고. 그때 좋던데?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갑자기 모든 생각이 다 날아가 버리는 거야. 다 잊어버리고 싶어서 그래.” 너를 회피의 수단이자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현이었다. 침묵 속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동도 하지 않고 숨 쉬는 소리조차 내지 않던 그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하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혜주.”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며 내려다보는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갖고 놀아도 좋은데…….” 다음 말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심장이 조여 왔다. “너 다칠 짓은 안 해야지.” 무엇을 상상하든 언제나 그 이상을 보여 주는 사람의 목소리는 어느새 낮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미쳤다. 진짜. 사람이 어쩌면 저럴까. *** 배우 김성우는 10년 동안 이혜주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곁에서 혜주의 사랑과 이별을 지켜보며 묵묵히 곁을 지켰다. 그러던 중 혜주가 결혼을 약속한 이준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저 그런 이별인 줄 알았는데, 유독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성우는 곁을 지키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 헤어진 너를 위한 한 남자의 세상 가장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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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타락하는 여자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매일 밤 쾌락에 헐떡이는 여자, 릴리.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단 하나. 두 왕자의 손길에 매일 타락하는 것. “젠슨. 내 이름을 부르며 너밖에 없다고 사랑한다고 말해. 어서! 그럼 아래 박힌 걸 끝까지 처박고 흔들어 줄게.” 사랑을 구걸하는 목소리엔 간절함이 가득했다. 내가 뭐라고…… 대체 무엇 때문에 지체도 높아 보이는 귀족 남자가 이렇게 애원하는 걸까. 나는 그를 처음 보자마자 팔을 뻗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입술을 핥았다. ‘젠슨…… 사랑…….’이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 밖에서 문이 벌컥 열렸다. “안 돼. 릴리.” 문이 열린 곳엔 또 한 명의 남자가 다급한 숨을 헐떡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젠슨을 봤을 때와 똑같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마음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더 흘렀다. “타이밍 한번 죽이네. 오늘은 양보해. 내일 실컷 하게 해 줄 테니까.” 레이가 안타깝다는 듯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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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남자

치유할 수 없는 상처 속에서 살아가던 희주 앞에 소년이자, 제자였던 시현이 완벽한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보고 싶었어. 선생님.” 반말과 존대말을 섞어 가며 말하던 시현은 희주가 잊고 있었던 그녀의 이상형을 천천히 읊기 시작하는데....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 쪽빛 슈트가 잘 어울리는 사람, 모차르트를 좋아하면서도 랩을 들으며 플로우를 탈 줄 아는 사람,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횡단보도와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내려줄 줄 아는 사람.” “이러는 거 되게 웃기잖아.” 그를 외면하려는 그녀에게 시현은, “이제 내가 안아 줄게요.” 라는 말로 희주를 천천히 잠식하기 시작한다. 박시현은 김희주에게 준비 된 [최적의 남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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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남자

치유할 수 없는 상처 속에서 살아가던 희주 앞에 소년이자, 제자였던 시현이 완벽한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보고 싶었어. 선생님.” 반말과 존대말을 섞어 가며 말하던 시현은 희주가 잊고 있었던 그녀의 이상형을 천천히 읊기 시작하는데....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 쪽빛 슈트가 잘 어울리는 사람, 모차르트를 좋아하면서도 랩을 들으며 플로우를 탈 줄 아는 사람,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횡단보도와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내려줄 줄 아는 사람.” “이러는 거 되게 웃기잖아.” 그를 외면하려는 그녀에게 시현은, “이제 내가 안아 줄게요.” 라는 말로 희주를 천천히 잠식하기 시작한다. 박시현은 김희주에게 준비 된 [최적의 남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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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그림자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안도하며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너를 더 철저하게 속이겠다고. 사랑하는 척, 없으면 안 되는 척, 한 시도 떨어지기 싫은 척. 네가 나를 누군가의 대용품이라고 생각하듯 나도 너를 죄책감 없이 속이며 이용하겠다고 그렇게 결심했다. *** “한 걸음이라도 움직여 봐.” 잔뜩 억눌린 목소리에는 자비라곤 없었다. 금방이라도 얼음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발이 땅에 붙었다. “가, 갑자기 왜……?” 그는 내 앞을 몸으로 막아섰다. 지친 기색으로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고는 토하듯 말했다. “내가 아직은 믿는다고 내 곁에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분노가 극에 달한 것 같았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그를 이해시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눈을 감고 분노를 견뎌 내려 했다. “어떻게 나를 버려?” “버린…… 게 아니라.” 그는 내가 도망갔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닌데, 나는 도망갈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었는데. 그의 오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배신한 거야.” 그가 낚아채듯 내 어깨를 잡아끌고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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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인 비서

“내가 어떤 미친 여자한테 먹히는 꿈을 꿨거든?” 호텔, 유토피아의 대표 태우원. 주하경의 오랜 짝사랑 상대였다. 충동적인 하룻밤, 다행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태우원.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날 밤을 들키고 말았다. “그날 밤처럼 해 달라고 해 봐.” “……해 줘요.” “그리고?” 마음도 주세요. 하경의 속마음은 나른한 숨결과 함께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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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의 침대 (외전 선공개)

“좀 놀아 줬더니, 주제 파악이 안 돼요?” 피후견인의 주제 파악을 위해서 꿇으라고 하면 꿇고, 손톱을 세우지 말라고 하면 손을 웅크렸다. 그가 필요할 때마다 찾는 물건, 혹은 인형으로 지낸 1년을 대가로 서연이 얻은 것은, 삶과 꿈 자체였다. 그러니까 이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임신 8주 차입니다.” 사형 선고와도 같은 임신 선고를 듣고 감당할 수 없어 임신을 알리려던 그날, 강태하의 약혼 소식을 들었다. “이사님, 약혼하세요? 아니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본 서연에게 돌아온 것은. “설마, 내가 너와 결혼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어? 너와 내가 결혼이라니, 똑똑한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래.” 비수를 꽂는 말과, “네가 있을 자리는 저기야.” 침대를 가리키는 잔인한 손끝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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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너를 위한 송가

“오빠가 먼저 시작했잖아. 손가락 베였을 때 입술 갖다 댄 거. 할 생각 있어서 그랬던 거 아냐?” 정곡을 찔렸다는 듯 그의 어깨가 움찔했다. 조그만 것 하나도 숨기지 못하고 다 드러내 보일 정도로 착한 사람……. 그래서 놓아주려는 거였다. “탓하자는 건 아니고. 그때 좋던데?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갑자기 모든 생각이 다 날아가 버리는 거야. 다 잊어버리고 싶어서 그래.” 너를 회피의 수단이자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현이었다. 침묵 속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동도 하지 않고 숨 쉬는 소리조차 내지 않던 그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하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혜주.”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며 내려다보는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갖고 놀아도 좋은데…….” 다음 말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심장이 조여 왔다. “너 다칠 짓은 안 해야지.” 무엇을 상상하든 언제나 그 이상을 보여 주는 사람의 목소리는 어느새 낮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미쳤다. 진짜. 사람이 어쩌면 저럴까. *** 배우 김성우는 10년 동안 이혜주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곁에서 혜주의 사랑과 이별을 지켜보며 묵묵히 곁을 지켰다. 그러던 중 혜주가 결혼을 약속한 이준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저 그런 이별인 줄 알았는데, 유독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성우는 곁을 지키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 헤어진 너를 위한 한 남자의 세상 가장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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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의 침대

“옷 벗고 달려들기에 좀 놀아 줬더니, 주제 파악이 안 돼요?” 피후견인의 주제 파악을 위해서 꿇으라고 하면 꿇고, 손톱을 세우지 말라고 하면 손을 웅크렸다. 욕망을 느낄 때마다 찾는 물건, 혹은 인형으로 지낸 1년을 대가로 서연이 얻은 것은, 삶과 꿈 자체였다. 그러니까 이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임신 8주 차입니다.” 사형 선고와도 같은 임신 선고를 듣고 감당할 수 없어 임신을 알리려던 그날, 강태하의 약혼 소식을 들었다. “이사님, 약혼하세요? 아니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본 서연에게 돌아온 것은. “설마, 내가 너와 결혼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어? 너와 내가 결혼이라니, 똑똑한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래.” 비수를 꽂는 말과, “네가 있을 자리는 저기야.” 침대를 가리키는 잔인한 손끝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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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유통기한

전 애인의 계략으로 형사 사건의 피고가 되었을 땐 세상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잡시다. 나와.” 무섭기만 했던 전무님이 나타나 사건을 해결해 주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 왔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고 물었다. “같이 자면 복잡한 마음이 좀 수그러드나요?” “글쎄요?” 자든 말든 별 상관없다는 태도에 마음이 놓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잡하고 무거운 관계보다 실낱같이 가벼운 관계였다. “그러니까…… 섹스 한 번 하는 거로 너무 겁먹지 마.” 그렇게 시작된 관계였다. 이 남자를 만난 건 내 생애 가장 특별한 날일지도 몰랐다. 덕분에 전과자도 면했고, 전 남친에게서도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가벼워지지 못했다. 애초에 시작해선 안 되는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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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된 아내

“아내로서 의무는 해야지.” “제가 찾고 있는 사람은 내 품위를 손상하지 않을 호적 메이트입니다. 인격에 흠결이 없어야 하고, 바깥 생활에도 관심이 없어 집 안을 지키는 식물 같은 사람이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사랑 없는 결혼이란 걸 증명하듯 건네받은 계약서에도. 그를 받아들인 건 윤강현, 그가 제게 허락된 유일한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이제 그만해요.” 자신이 그를 사랑하니 괜찮을 줄 알았다. 그로부터 천박하단 말을 듣고, 시어머니로부터 밑도 끝도 없는 욕설을 들어도. 사랑 없는 관계로 생긴 아이를 두 번이나 잃어도. 다 괜찮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누군갈 아무리 사랑해도, 자기 자신보다 사랑할 수는 없다는걸요.” 어긋난 관계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아내의 의무를 버리자 남자가 서 있을 자리는 더 이상 없었다.

진새벽작가의 다른 작품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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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브륄레

카페 늘봄에 새로운 봄이 찾아왔다. “사장님, 오셨어요?” 20대 초반의 상큼함으로 무장한 사내가 칙칙한 계절감을 뚫고 알바생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봄은, 카페 밖에선 또 다른 앙큼함으로 맞이했다. “누나, 존나 맛있는 거 알죠.” 낮에는 사장님, 밤에는 누나. 낮사밤누에 정신 못 차리는 사이, 어느새 차위진이라는 계절에 휩쓸리고 말았다. * “잠시만…! 거길 왜…….” “왜긴요. 누나 구멍이 들어오라는 듯이 뻐끔거리잖아요.”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만큼은 아주 수준급이었다. “차위진, 너 진짜….” “변태라고 하려고 그러죠. 맞아요. 나 존나 변탠가 봐.” 먼저 선수 치는 놈의 언변에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는 건 아니죠?” “누가… 겁을 낸다고.” 너 같은 애송이한테. 인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이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환히 웃었다. “그럼 누나가 나 빨리 따먹어 줘요.” 놈은 껄떡대는 제 물건을 음순이 구겨지도록 거칠게 비비며 맑은 광인의 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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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음란한 뒷계정

꽃다운 26세, 홍도혜. 사랑만 담뿍 받고 살아온 막둥이 도혜에겐 인생의 큰 굴곡이랄 게 없었다. 그러나 입사 이후 권사우 팀장이라는 아주 커다랗고 뾰족한 가시가 등장하면서 그녀의 꽃길 같던 생활은 가시밭길로 변해 버렸다. “홍도혜 사원.” “……넵?” “내 핸드폰, 만졌습니까?” “네? 아니 제, 제가, 팀, 팀장님 핸드폰을 왜요. 그럴 리가요.” “각도가 1mm 정도 틀어져 있는데.” 1mm의 차이도 눈치채는 로봇 같은 인간. 그런 그의 핸드폰에서 발견한 건 바로 ‘트잇’이었다. (NEW) 30초 전 트잇 . @Xx_4woo ▶ (동영상) 11시 11분. 같은 시간에 업로드하고 홀연히 삭제되는 동영상.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눌러 본 동영상에 웬 크고 올곧은 심지와 끈적한 숨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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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무는 곳

#약SM #직진녀 #절륜남 #첫사랑 #독점욕 희대의 철벽남, 김진혁. 짝사랑 진행중, 유주하. 짝사랑하던 미대 선배의 그림 모델을 하게 된 주하. 그의 시선은 한여름 햇볕처럼 그녀를 갈증나게 만들었다. 그가 아니면, 결코 거둬지지 않을 끝없는 갈증을. 갈증을 해소할 방법은 단 하나였다. “선배. 나랑 자요.” 겁도 없이, 그를 도발했다. 그가 실은 어떤 짐승인 줄 모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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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죽어도, 겨울 외전

다소 민망하게 시작된 선진제약 부회장 강우와 선진제약 디자인 팀 신입 사원 정겨울의 인연. 어쩌다 보니 강우의 고양이 삼 남매인 봄, 여름, 가을이를 돌보게 된 겨울은 사사건건 잔소리하는 강우와 부딪치면서도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다. “가족들이랑 다 같이 캐나다로 갔다면서, 왜 굳이 혼자서 돌아온 건지 궁금해져서.” 강우의 물음에 겨울은 따뜻하게 남아 있는 유일한 기억 하나를 들려준다. 어느 추운 겨울날의 이름 모를 남자애와 점박이 고양이. “그래서 왔어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고,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혀 공포에 질려 있던 겨울. 다른 사람들보다도 유독 어둠을 무서워하던 그녀. 강우는 그 공포의 기저에 드리운 베일을 점점 벗겨 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잃어버린 겨울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얼어 죽어도, 겨울》. * * * “내가 아무한테나 이러는 거 같습니까?” 겨울은 눈조차 깜빡이지 못한 채로 그에게 시선이 붙들렸다. “여긴 내 집이고.” 그가 한 음절 한 음절 씹어 뱉듯 끊어 말했다. 그의 말이 귀에 박혀 들어왔다. “여길 매일같이, 겁도 없이 함부로 들어와서 무방비하게 잠까지 자고 가는 여자를.” 강우가 뻗은 손끝이 겨울의 턱에 닿았다. 감싸듯 쥐어 오는 그 손길은 여전히 홧홧했다. “내가 언제까지 곱게 보내 줄 거라고 생각합니까?” 터질 듯 뛰어 대는 심장은 그녀의 갈빗대를 둥둥 쳐 댔다. 겨울은 몸을 바짝 굳힌 채로 눈만 동그랗게 뜨고서 강우를 올려다보았다. 너무 가까워서 피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를 피해 그녀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등에 식탁의 유리 면이 닿았고, 그대로 등과 고개가 뒤로 휘어지듯 꺾였다. 그녀의 턱을 어루만지던 뜨거운 손길이 어느새 목 뒤로 가서 그녀의 상체를 단단히 받치고 있었다. “대답해 보세요. 정겨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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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이 체질이라

바람피운 어미의 죄를 대신하여 아버지 손에 감금당한 채 살아온 아주.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작은 세상이 부서졌다. “네 아빠 어딨니.” 들이닥친 아빠의 오른팔, 쑥대밭이 된 둥지, 곤죽이 된 오 부장까지. 그것들이 모이자 하나의 가정이 되었다. “아빠, 튀었어요?” * “후으. 어, 어떻게…….” 그의 성기를 보자마자 덜컥 겁이 났다. 너무 커서, 저 커다란 손으로도 다 휘감기지도 않는 게, 어떻게 제 안에 들어온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보지 쑤셔 달라더니, 왜.” 제 것을 손에 쥔 도률이 겁먹은 아주를 내려다보며 낮게 읊조렸다.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니.” 상체를 슬며시 내린 그가 아주의 귀에 가깝게 입술을 붙여 나직이 비웃었다. “깡패 새끼 좆받이 하겠다고 까불던 건 너야.” 가까이 붙어 선 도률의 눈에선 숨길 수 없는 집착과 집념이 번들거렸다. 아주는 숨을 죽인 채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강한 욕망에 몸을 떨었다. “넌 어디도 못 가, 아주야.” 어디도 안 가요, 난. 대답하듯 그의 두꺼운 목을 끌어당겨 그대로 입술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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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브륄레 외전

카페 늘봄에 새로운 봄이 찾아왔다. “사장님, 오셨어요?” 20대 초반의 상큼함으로 무장한 사내가 칙칙한 계절감을 뚫고 알바생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봄은, 카페 밖에선 또 다른 앙큼함으로 맞이했다. “누나, 좋아하는 거 알죠.” 낮에는 사장님, 밤에는 누나. 낮사밤누에 정신 못 차리는 사이, 어느새 차위진이라는 계절에 휩쓸리고 말았다. * “잠시만…! 거길 왜…….” “왜긴요. 다 누나 탓이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만큼은 아주 수준급이었다. “차위진, 너 진짜….” “변태라고 하려고 그러죠. 맞아요. 나 변탠가 봐.” 먼저 선수 치는 놈의 언변에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는 건 아니죠?” “누가… 겁을 낸다고.” 너 같은 애송이한테. 인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이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환히 웃었다. “누나 빨리요.” 놈은 껄떡대면서 맑은 광인의 눈을 했다. * 본 작품은 노골적인 표현 등 자극적인 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이용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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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러 버렸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눈앞에 지금 화면 속 그 남자가 있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남자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한 번만 보여 주세요.” “뭘요?” “몸요, 그쪽 몸이요. 보기만 할게요. 한 번만요.” 조각상이라도 된 듯이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손이 닿는 대로 가만히 있어 주던 그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그가 그대로 이솔을 끌어당겨 제 무릎 위에 앉혔다. “이게 다예요?” “…네에?” “다 끝났으면 이제 내 차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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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죽어도, 겨울

다소 민망하게 시작된 선진제약 부회장 강우와 선진제약 디자인 팀 신입 사원 정겨울의 인연. 어쩌다 보니 강우의 고양이 삼 남매인 봄, 여름, 가을이를 돌보게 된 겨울은 사사건건 잔소리하는 강우와 부딪치면서도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다. “가족들이랑 다 같이 캐나다로 갔다면서, 왜 굳이 혼자서 돌아온 건지 궁금해져서.” 강우의 물음에 겨울은 따뜻하게 남아 있는 유일한 기억 하나를 들려준다. 어느 추운 겨울날의 이름 모를 남자애와 점박이 고양이. “그래서 왔어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고,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혀 공포에 질려 있던 겨울. 다른 사람들보다도 유독 어둠을 무서워하던 그녀. 강우는 그 공포의 기저에 드리운 베일을 점점 벗겨 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잃어버린 겨울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얼어 죽어도, 겨울》. * * * “내가 아무한테나 이러는 거 같습니까?” 겨울은 눈조차 깜빡이지 못한 채로 그에게 시선이 붙들렸다. “여긴 내 집이고.” 그가 한 음절 한 음절 씹어 뱉듯 끊어 말했다. 그의 말이 귀에 박혀 들어왔다. “여길 매일같이, 겁도 없이 함부로 들어와서 무방비하게 잠까지 자고 가는 여자를.” 강우가 뻗은 손끝이 겨울의 턱에 닿았다. 감싸듯 쥐어 오는 그 손길은 여전히 홧홧했다. “내가 언제까지 곱게 보내 줄 거라고 생각합니까?” 터질 듯 뛰어 대는 심장은 그녀의 갈빗대를 둥둥 쳐 댔다. 겨울은 몸을 바짝 굳힌 채로 눈만 동그랗게 뜨고서 강우를 올려다보았다. 너무 가까워서 피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를 피해 그녀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등에 식탁의 유리 면이 닿았고, 그대로 등과 고개가 뒤로 휘어지듯 꺾였다. 그녀의 턱을 어루만지던 뜨거운 손길이 어느새 목 뒤로 가서 그녀의 상체를 단단히 받치고 있었다. “대답해 보세요. 정겨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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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 조율

“잘 지냈어요?” “……연희재, 너.” 번쩍이는 구두코가 움직이더니 점차 시야 가까이 들어찼다. 바로 목전에 연희재가 있을 게 분명했지만 윤서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틀어 주변을 바라보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취향이 소나무시네. 어째 하나도 변하질 않았지.” 비아냥과 감탄 사이 그 어디쯤을 맴도는 말투였다. 하늘하늘한 레이스 커튼에 달려있던 희재의 시선이 다시금 윤서에게 돌아왔다. “레이스 아직도 좋아해요? 지금도 입고 있으려나?” “……연희재.” 윤서는 씹어 뱉듯 희재의 이름을 조각조각 뱉어냈다. “지윤서 씨, 아니, 누나. 그쪽 취향도 여전해?” 윤서는 말짱한 얼굴로 음담패설을 뱉어내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자그마치 5년 만에 다시 만난 대학교 후배이자 이웃사촌 연희재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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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법

[15세개정판] “한유하. 무엇이 널 이렇게 변하게 한 거지?” 분을 참지 못한 성현이 그녀의 입술을 짓씹듯 삼켰다. 빨갛고 말캉한 그녀의 혀를 자신의 것으로 옭아매려는 순간, “……!” 급히 유하에게서 물러난 그가 퉤, 피가 섞인 타액을 뱉었다. “이제 상무님이 제게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 확신했던 여자가…… 변했다. “착각하지 마. 이 관계를 끝낼 수 있는 건 나야.” 차가운 성현의 말에 유하는 실소했다. 전부라 믿었던 사랑에 배신당한 순간, 유하는 삶을 놓아 버렸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땐 그날로부터 수개월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다. 이게 제 운명이라면, 엿 같았던 그와의 관계부터 깨부수기로.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가 당신 때문에 눈물 흘리는 건.”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제야 숨 막히는 을의 굴레를 벗어난 것 같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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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죽어도, 겨울

다소 민망하게 시작된 선진제약 부회장 강우와 선진제약 디자인 팀 신입 사원 정겨울의 인연. 어쩌다 보니 강우의 고양이 삼 남매인 봄, 여름, 가을이를 돌보게 된 겨울은 사사건건 잔소리하는 강우와 부딪치면서도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다. “가족들이랑 다 같이 캐나다로 갔다면서, 왜 굳이 혼자서 돌아온 건지 궁금해져서.” 강우의 물음에 겨울은 따뜻하게 남아 있는 유일한 기억 하나를 들려준다. 어느 추운 겨울날의 이름 모를 남자애와 점박이 고양이. “그래서 왔어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고,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혀 공포에 질려 있던 겨울. 다른 사람들보다도 유독 어둠을 무서워하던 그녀. 강우는 그 공포의 기저에 드리운 베일을 점점 벗겨 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잃어버린 겨울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얼어 죽어도, 겨울》. * * * “내가 아무한테나 이러는 거 같습니까?” 겨울은 눈조차 깜빡이지 못한 채로 그에게 시선이 붙들렸다. “여긴 내 집이고.” 그가 한 음절 한 음절 씹어 뱉듯 끊어 말했다. 그의 말이 귀에 박혀 들어왔다. “여길 매일같이, 겁도 없이 함부로 들어와서 무방비하게 잠까지 자고 가는 여자를.” 강우가 뻗은 손끝이 겨울의 턱에 닿았다. 감싸듯 쥐어 오는 그 손길은 여전히 홧홧했다. “내가 언제까지 곱게 보내 줄 거라고 생각합니까?” 터질 듯 뛰어 대는 심장은 그녀의 갈빗대를 둥둥 쳐 댔다. 겨울은 몸을 바짝 굳힌 채로 눈만 동그랗게 뜨고서 강우를 올려다보았다. 너무 가까워서 피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를 피해 그녀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등에 식탁의 유리 면이 닿았고, 그대로 등과 고개가 뒤로 휘어지듯 꺾였다. 그녀의 턱을 어루만지던 뜨거운 손길이 어느새 목 뒤로 가서 그녀의 상체를 단단히 받치고 있었다. “대답해 보세요. 정겨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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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 짝사랑 도피처

※ 본 작품은 여름, 여행, SEX 속 '짝사랑 도피처', 가을보다 짙은 속 '연습 고백', 야(夜)한동화 속 '금각 은각'의 단편을 모아 개정한 작품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1. 짝사랑 도피처 #현대물 #첫사랑 #소유욕 #짝사랑녀 #계략남 하연은 희망도, 답도 없는 짝사랑에서 도피한다. 찬우와 떨어지면 이 열병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마음도 언젠가는 사그라들고 말겠지. 하지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의 앞에 선 찬우는 과거보다 더한 떨림을 선사하는데…. “오빠가 너무 많이 참아서, 그래서…… 더 못 참을 것 같아. 미안해, 하연아.” “흐읏, 오빠……?” 2. 연습 고백 #친구연인 #츤데레남 #상처녀 #동정녀 #동정남 연호와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같은 학교, 같은 동네, 부모님끼리도 친구다. 가족 같고 남매 같았다. 남동생 같고 때로는 오빠 같았다. 그런데……. ‘키스해도 돼?’ 그 한 마디에 숨죽인 발걸음에도 버스럭거리며 부서지고 마는 낙엽처럼 온몸이 바스러졌다. 가족이랑 뭘 한 거야, 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지, 아무렇지 않게 눈을 마주치고 얘기할 수 있을지. ……또, 우리의 사이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지. 3. 금각 은각 #운명적사랑 #동양풍 #몸정맘정 #다정남 #순진녀 힘들여 온 시댁에는 치매 할머님과 병든 시아버님밖에 없고, 집을 나갔다는 지아비는 몇 달이 흐르도록 돌아오질 않는다. 어느 날, 할머님은 모령에게 정승을 본떠 만든 모양새의 조각상 하나를 준다. 조각상을 팔았다는 방물장수는 그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용해보란, 도통 알다가도 모를 사용법만 일러주는데…. “이 좆이 네 각좆이라고?” “네, 네. 필시 제가 여기 연못에 빠뜨린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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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새끼

“나 누나 좋아해.” 이마에서 비죽 솟은 땀이 굴곡진 관자놀이를 타고 내려가고, 나는 한동안 그 땀방울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작은 방울은 녀석의 살짝 상기된 볼을 지나, 헛소리를 뱉어낸 입꼬리를 지나, 유도복 사이로 드러난 우직한 목덜미로 똑 떨어져 사라졌다. 아, 사라졌다. 나는 철썩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달싹여 대답했다. “어린 놈이 어디서 자꾸 까불어. 너 관장님한테 다 이른다.” 푸르른 여름의 초입에 다다른 어느 날. 별안간 똑 떨어진 땀방울처럼, 정말로 뜬금없는 놈의 고백에 대한 내 감상은 아주 짧았다. 어린놈. 애새끼. 애송이. 취미 삼아 다니기 시작한 유도관 관장님의 아들내미. 산이에 대한 내 첫인상은……. ‘싸가지 없는 애새끼’였다. 그러니까,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 근데 너는 알까. 내가 네 이름을 부를 때마다 네 눈동자 흔들리는 거. 내가 생각하는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데 너는 마치 내가 우주라도 되는 것처럼 내 한 마디, 행동 하나에 그렇게 반응한다는 거. 그게 나를 엉망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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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브륄레

카페 늘봄에 새로운 봄이 찾아왔다. “사장님, 오셨어요?” 20대 초반의 상큼함으로 무장한 사내가 칙칙한 계절감을 뚫고 알바생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봄은, 카페 밖에선 또 다른 앙큼함으로 맞이했다. “누나, 존나 맛있는 거 알죠.” 낮에는 사장님, 밤에는 누나. 낮사밤누에 정신 못 차리는 사이, 어느새 차위진이라는 계절에 휩쓸리고 말았다. * “잠시만…! 거길 왜…….” “왜긴요. 누나 구멍이 들어오라는 듯이 뻐끔거리잖아요.”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만큼은 아주 수준급이었다. “차위진, 너 진짜….” “변태라고 하려고 그러죠. 맞아요. 나 존나 변탠가 봐.” 먼저 선수 치는 놈의 언변에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는 건 아니죠?” “누가… 겁을 낸다고.” 너 같은 애송이한테. 인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이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환히 웃었다. “그럼 누나가 나 빨리 따먹어 줘요.” 놈은 껄떡대는 제 물건을 음순이 구겨지도록 거칠게 비비며 맑은 광인의 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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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호러블

으스스하고 짜릿한 하루, 4인 4색의 야한 밤! 망사바가지, 모조, 서우진, 그리고 진새벽 작가가 전하는 달콤하고 야한 핼러윈 앤솔러지 * 1. 망사바가지 늑대와 함께 춤을 #현대물 #대형견남 #동정남 #페로몬 늑대 인간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우석.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보름달이 뜨는 밤,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여자와 밤을 보내야만 한다. 그러나 그의 앞에선 모든 여자가 기겁하며 도망가기 바쁜데. 막막한 우석의 앞에 기적처럼 맹수 사육사 아영이 나타났다. “난 맹수가 좋아. 멋있잖아.” 놓치면 안 돼. 우석의 본능이 아우성쳤다. 아우우우우우! 우석이 작정하고 내뿜는 페로몬에 아영은 질식할 지경이었다. 이대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서 사라진다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오빠 지금 뭐 하는.” “미안. 오빠가 많이 굶어서. 다음부턴 조절 잘할게.” 보름달이 뜬 밤은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솔직히 지금 우석에겐 보름달 같은 건 떠올릴 만한 이성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 2. 모조 다정한 나의 염라 #현대물 #동정남 #계략남 #첫사랑 차가운 벽과 차서진 사이에 윤아는 꼼짝없이 갇혔다. 윤아를 내려다보던 서진의 눈이 사납게 빛났다. “이윤아, 지금 나랑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내 연락을 왜 피했지?” 얼마 전, 윤아는 술김에 옆집 오빠 차서진과 섹스를 했다. 우물대던 윤아가 작게 입을 열었다. “피한 적 없어.” “맛을 봤으면 사야지. 안 그래?” 고개를 내린 서진이 윤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단정한 얼굴과 달리 그 내용이 무척 불온했다. “나를 따먹고 그냥 버릴 거야?” 졸지에 나쁜 여자가 된 윤아가 인상을 썼다.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가 자연스러웠다. 차서진은 지나치게 완벽해서 모두가 탐내는 남자였고, 그녀는 아직 연애 한 번 못 해 볼 만큼 평범했으니까.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그럼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랑 입 맞추고 섹스할 것 같아?” 고개를 든 차서진이 지독히도 낮고 허스키한 음성을 냈다. “내가 증명해 볼 테니까, 눈 감아.” * 3. 서우진 우리 사장님이 달라졌어요 #현대물 #원나잇 #인외존재 #존댓말남 #짝사랑녀 밤 깊은 핼러윈.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온 사무실에서 사장님과 마주치고 말았다. “사장님?” “하.” 또렷하게 반짝이는 붉은 눈, 살짝 벌어진 입술 새로 보이는 뾰족한 송곳니. 그리고 화장을 한 저보다도 더 창백하게 질린 피부. 새하얀 셔츠와 슈트 바지가 꼭 중세 시대 백작처럼 보이는 착각이 일었다. 하지만 착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한유이 씨가 나랑 같은 부류라면, 이런 짓을 해도 상관없겠지.”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나른한 숨결이 흩어졌다. “……사장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셔도 돼요.” 위험을 감지했음에도 유이는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짝사랑하던 사장님이 저를 덮치려 한다니. 오히려 좋았다. “얼른 빨아 주세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노골적이고도 당돌한 부탁을 할 만큼. * 4. 진새벽 저주 토끼 #현대물 #갑을관계 #재회물 #까칠남 #엉뚱녀 “대, 대표님……, 콜록! 갑자기 왜 이러시는……!” “아직도 모르겠어?” “네?” 한비의 푹 꺼진 눈두덩이 아래의 눈동자가 겁이라도 집어먹은 듯 하릴없이 흔들렸다. 바로 앞에 마주한 까만 동공 속에 저급한 욕망이 들끓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어서였다. 팔랑팔랑. 권지혁의 손에 들려 있던 종잇장 하나가 공중제비라도 하듯 빙글빙글 돌다 새하얀 시트 위에 툭, 떨어졌다. 저주 토끼 사용 설명서 “설명서, 끝까지 안 읽었나 보네.” 콜록! 한비는 대답 대신 침을 꼴깍 삼키려다 기침을 토해 냈다. 마치 면도날로 속을 긁는 것처럼 아프고 괴로웠다. 그런 한비의 얼굴을 커다란 손이 감싸듯 쥐어 왔다. “네가 내게 건 저주를 풀기 위해선…….” 묵직한 음성이 뜨거운 숨결과 함께 귓속을 파고들었다. “내 체액을, 네가 받아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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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은 아니야

8년 만에 이태경이 나타났다. “오랜만이다. 하은하.” 차분히 내려앉은 까만 눈과 그보다 더 어두운 눈빛. 고등학교 졸업식 이후 처음 만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20년 소꿉친구, 그 연결고리는 은하 저만이 간직해 왔던 것처럼. “등신처럼 굴지 말고 나 이용해. 네 약혼자 같은 쓰레기 따위나 만날 거면.” 하지만 별안간 나타난 태경은 지치고 상처받은 제 모습을 오래전부터 지켜본 것만 같이 말했고.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태경아.” “입 다물어. 이제 할 거니까.” 숨을 몰아쉬기 무섭게 그가 입술을 맞붙인 순간 우린 선을 넘어 버렸다.

차선희작가의 다른 작품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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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View)

“죽으면, 그때 생각해 볼게.” 끈덕지게 진동하던 휴대전화를 받아 든 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 공항. 쭈그려 앉아 얼굴을 묻고 울던 바로 그 여자. 한은 자신의 칵테일바에서 마주친 여자가 낯설지 않은 이유를 떠올렸다. “우리 그럼 같이 있을 수 있어?” 턱을 괸 채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한이 물었다. “글쎄.” 정원의 시선이 살짝 아래로 떨어지며 침이 넘어간다. 이건 칵테일 때문일까. 아니면 한의 입술 때문일까? 어쩌면 지난 시간은 너를 내 눈에 담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긴 외로움의 끝에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기까지, 치열했던 정원과 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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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보이지 않을 땐 그랬다. 나타나기만 해봐.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을 땐, 그랬다. 하지만 그랬던 마음은 이미 자취를 감춰버렸다. 지독하게 치솟던 분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스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그 언젠가처럼 그녀를 갖고 싶었다. 아직도 아무런 말없이 떠나버린 그날이 지독하게 원망스럽지만, 그것보다…… 끝끝내 사랑한다 말해주지 못했던 그 밤이 더 사무쳤다. 차선희 장편소설[박하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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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각(痛覺)

차가운 심장을 비집고 쩍쩍 균열을 만들며 흘러나오기 시작한 어떤 욕망 말이다. 대책도 없고, 경계도 없고, 그래서 가늠할 수조차 없는 그런 마음. 생전 처음 겪는 그 마음이 그는 일견 두렵기도 했다. - 사랑해. 그 두려움 탓에 이효가 제 품 안에서 했던 그 웅얼거림을 모른 척했다. 그 뜨거운 고백을, 절절하던 마음을 받지 못한 척 숨겼다.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 떨리던 고백이 거짓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어린 치기로 잡지 못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더 악독하게 증오했었는지도 모른다. 네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악다구니 썼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와 이런 식으로 밀려드는 기억들이 무슨 소용일까. 갑작스러운 폭우에 투둑 터져 버리는 둑처럼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쏟아져 나온들 이제 와 어쩐단 말인가. - 어. 그러네. 그렇게 담담해져 버린 너를 두고서. 탁! 쏟아지는 물줄기를 무기력하게 맞으며 그가 손바닥으로 욕실 벽을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물줄기가 흩어졌다. 두려운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속속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기억이다.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작은 것들까지 미친 듯이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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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View)

“죽으면, 그때 생각해 볼게.” 끈덕지게 진동하던 휴대전화를 받아 든 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 공항. 쭈그려 앉아 얼굴을 묻고 울던 바로 그 여자. 한은 자신의 칵테일바에서 마주친 여자가 낯설지 않은 이유를 떠올렸다. “우리 그럼 같이 있을 수 있어?” 턱을 괸 채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한이 물었다. “글쎄.” 정원의 시선이 살짝 아래로 떨어지며 침이 넘어간다. 이건 칵테일 때문일까. 아니면 한의 입술 때문일까? 어쩌면 지난 시간은 너를 내 눈에 담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긴 외로움의 끝에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기까지, 치열했던 정원과 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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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ness

티끌 하나 없는 하얀 운동화였다. 그 위로 검은 진은 스크래치가 과하다 싶을 만큼 무릎에선 사정없이 찢어진 모양이었다. 잠시 그 사이로 보이는 무릎 뼈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별 생각을 다하고 있지. 참. 옅게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굳어져버렸다. 마치 얼음처럼. 그 순간에도 문득 어릴 적 얼음땡 놀이를 하던 그때가 생각났다. 앉은뱅이가 된 어린 그녀는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에까지 그렇게 앉아있었더랬다. 땡 해줄 아이들은 그렇게 바보처럼 앉은뱅이로 그 자리를 지킬 자신은 안중에도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었다. 그렇게 누군가 자신을 건드려 깨워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얼마를 더 그 자리에 있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멍하니 굳어있던 눈빛이 하얀 티셔츠를 입은 상체를 지나 마침내 닿은 곳에는 절대로 볼 수 없을 것 같던 그 얼굴이 선명했다. 짙은 검은 눈이 차가운 빛을 마구 뿜어내며 저를 쏘아보고 있었다. 마치 꿈처럼. “딱 걸렸네. 주희재.”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붉은 입술을 또 멍하니 쳐다보았던가. 그제야 언 듯 굳어있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랜, 만이야.” 퓨즈가 나간 듯 암전 상태인 머릿속을 고려했을 때, 그나마 가장 그럴 듯한 인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나마 말을 건넸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깨닫기도 전에 그의 손에 일으켜졌다. 그는 그녀의 팔목을 아프게 부여잡은 채 뒤흔들 기세로 힘을 주어 들어올린다. 마치 레이저라도 쏠 듯 지독하게 사나운 눈빛이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졌다. 그래서 알았다. 그 인사가 사실은 아주 잘못된, 아주 못된 인사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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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부제 : 내 여자를 위하여)

같이 있을래? 물었을 땐 반반의 마음이었다. 이미 반쯤 취한 여자에게 신사답지 못한 행동인 건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시답지 않은 짓을 즐기는 이도 아니었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니면 말고 식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자가 맘에 들었고 함께 있고 싶었던 이유였다. 붉게 열이 오른 뺨을 만져보고 싶었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머금어보고 싶었다. 동물적인 본능이라고만 보기엔 가슴이 거세게 뛰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래서 그냥 보내버리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막 헤어져 각자의 객실로 들어가려던 참에 그녀를 불러 세웠던 거였다. “나랑? 당신?” 그 자리에 서서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싫어?” 당연한 거 아니야? 빽 쏘며 돌아설까 조금 조마조마해졌다. 이한조. 아주 골고루 한다. “글쎄….” 답을 늘이며 그녀가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망설이고 있는 거다. “같이 있자.” 툭 던졌다. 잠시 흔들리던 눈이 질끈 감겨버린 눈꺼풀에 가려졌다. 1초 2초 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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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해로운

사랑 같은 거, 믿지 않았다. 그런 건, 절대로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그래놓고 바보같이……. 나은은 명목상 남편일 뿐이었던 정을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이혼해요.” 어차피 정해진 끝,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 그래야 덜 비참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악마처럼 미소를 흘리며 그녀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나랑 연애하자, 류나은.” 표지 일러스트 : 엑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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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기는 남자

정유인 그때 그 펍, 그리고 그때 그 자리였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 15분가량을 걸어 기어이 와버린 그녀. 「여자가 있어? 만나는 여자라든가, 만날 예정인 여자라든가, 그러니까…… 특별한 여자가 진짜 없는 거야?」 데인 하디(씬 자비스) 참을 수 없고, 참기 힘들고, 참아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녀를 찾아 그녀를 데리고 온 그. 「한 번만 다시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만나고 싶은 여자, 만날 예정인 여자, 있어. 특별한 여자도 분명 있어. 그리고 그 세 여자는 바로 내 앞에 앉아 있군.」 -본문 중에서- 「세상에. 파파라치라니.」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녀가 기막히단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가만히 그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던 그에게서 큭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길. 파파라치.」 삐딱하게 중얼거린 그가 새하얀 이를 드러낸 채 시원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가 그를 따라 웃었다. 동그란 눈이 반으로 접히고, 콧등을 살짝 찡그린 채로 그녀는 꽃같이 웃었다. 부드럽게 열린 입술 사이로 핑크빛 혀가 시리게 그의 두 눈을 찔렀다. 어쩌면 그 탓이었던 게 맞나 보다고, 그는 생각했다. 여러 이유를 다 갖다 붙여도 어쩌면 그저 이 여자를 안고 싶었나 보다고. 그게 실은 더 먼저였던가 보다고. 「왜, 요?」 순식간에 변해 버린 눈빛에서 그녀는 위험을 감지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에게 잡혀 있던 손을 빼냈다. 그리고 그에게서 살짝 눈을 비낀다. 「그러지 마.」 자그마한 턱을 쥐었다. 까만 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차라리 그렇게 흔들려 주는 것이 더 고맙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뭐라고 말할까. 그제야 단호하게 그런 뜻이 아니라고 쏘아붙일지 모를 일이다. 「미안.」 그는 미리 사과했다. 「무슨…….」 참을 수 없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입술을 삼켜 버렸다. 동그랗게 커졌던 눈이 질끈 감김과 동시에 꼭 쥔 주먹을 펴고 그녀가 그의 허리를 감았다. 그렇게 키스했다. 돌아 버릴 것처럼 뜨겁고, 멈추고 싶지 않을 만큼 달콤한. 그런 키스였다. 바야흐로 그의 첫사랑이 시작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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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 페스트

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어느 순간, 딱 드는 생각이었어. 내내 신경을 쓰이게 만들더니만, 딱 그런 생각이 들어버리더라. 잡아야지. 저 여잘 잡아버려야지. 그러면서도 늘 무심하던 여자가 나에게만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왜 그딴 생각을 했을까. 내가 뭐라고. 내가 그렇다고, 원영이까지 그러리란 법은 없는데 말이야. 근데 그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인정이 안 된단 말이지. 나에게 이런 욕심이 있는 것이 놀라울 만큼 원영이, 티끌 하나까지 다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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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여신

“실은 겁났어. 너도 나를 떠날까 봐. 그래서 자꾸만 숨었어. 자꾸만 피했어. 이미 인정한 마음인데도 그거 숨기고 싶었어. 알면, 떠나 버릴 것 같았어. 그래서 겁났어. 무서웠어.” 사랑임을 알면서도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었을 만큼 상처가 컸던 그녀, 은주연. 그녀가 다시금 사랑을 말한다. “사람이…… 이상해져 버려. 정말 어이없잖아, 이러는 거. 근데 자꾸만 나도 모르게 그래. 앞뒤 잴 줄도 몰라. 그냥 막 달려. 멈추고 싶었던 적도 많았는데 그럴 수 없었어. 자꾸만 나를 밀어낼 때도 악착같이 끌어안고 싶었어. 놓으면 죽을 것 같았어, 내가. 온통 주연이야. 세상이 다 그 녀석이야. 이런 게…… 말이 돼?” 사랑이 뭔데? 하던 그, 이초황. 그가 사랑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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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의 연인

언젠가 너도 알게 되겠지만, 난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낼 생각 따윈 없어. 그러니까 날 설득하려고 들지 마. 난 너랑 있어. 그럴 거야. 너는 모르겠지. 내 시간과 네 시간이 함께 흐르지 않을 거란 걸. 그 언젠가 네 시간이 멈추고, 넌 내 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끔찍하겠지. “불쑥불쑥 내가 모르는 너의 그 10년에 화가 치밀어. 어여뻐 미치지, 싶다가도 죽도록 다그치고 싶어지지. 돌았나 싶게…… 정신이 산란해.” -본문 중에서- 젠장.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여기까지 겨 나왔지? 한 번만 더 제 앞에 나타난다면 단단히 경고를 해두어야 할 것 같다. 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바짝 말라 뽀득거리던 모래사장은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어느새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밟히기 시작했다. 제 발에 밟혀 서걱거리는 모래를 힐끗 쳐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순간 그는 우뚝 그 자리에 서버렸다. 저 여자를 알고 있다. 저런 칠흑 같은 머리칼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제 눈이 확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현실이라면 말이다.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의 뒤로 깊게 패인 발자국이 길게 그를 뒤따랐다. 서걱거리는 소리 따윈 느껴지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너……!” 팔을 홱 잡아 돌리자 놀란 듯 커진 눈이 그를 향했다. 빌어먹을. 이건 현실이어야만 한다. 수백 번 꾸었던 꿈이 절대로 아니어야 할 것이다. 사나워진 그의 눈이 그녀의 얼굴 위를 굴렀다. “너!” “오랜, 만이야.” 이보다 어색한 인사가 있을까. 환은 기가 막혀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이라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미친 듯이 뒤흔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년이야. 오랜만이야? 감쪽같이 사라진 주제가 오랜만? 애써 미소를 짓는 얼굴은 측은하기 그지없다. 춥지도 않으면서 딱딱 부딪치는 것 같은 제 이처럼. “변명 쯤 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꽉 쥐며 그가 그녀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변명이 먹힐 시간은 아니잖아.” “그럼 뭐가 먹힐 시간인데?” 사납게 쏘아보는 시선에 주눅이 들만도 한데 수연은 어느새 잔잔했고, 담담했고, 차분했다. 비위가 틀렸다. 고작 인간여자 따위가! 그의 손이 가녀린 목을 틀어쥐었다. 그제야 분위기 파악이 되는 건지 수연의 두 눈이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찾아서 죽여 버릴까…… 도 생각했었어. 변명이 먹힐 시간이 아니라고?” “그렇게 떠난 건 미안.” “그건 변명이 아니잖아.” 목을 틀어쥐었던 손이 스르륵 미끄러져 그녀의 어깨를 쥐었다.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자, 수연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뿐, 소리 한 번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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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愛(연애)

“주은아.” 그가 나지막이 그녀를 불렀다. 괜히 울컥 무언가 치밀었다. “주은아.” 또 그가 그녀를 불렀다. 주은은 버릇처럼 두 손을 맞잡고 이리저리 비틀어댔다. 후우. 태윤의 입에서 기다랗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모질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두 눈이 똑바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 “못하겠다. 이런 거.” 한숨 섞인 그의 음성이 가슴을 그었다. 꾸역꾸역 참았던 게 그어진 가슴에서 후드득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은은 물기가 어른어른 거리는 눈으로 태윤을 쏘아보았다. “하기 싫다. 이딴 거.” 기어이 흔들고 말지.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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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하게

6개월을 매달려 따낸 전시회, 누군가 그걸 가로챘다. 그리고 이어진 황당한 제안. 나더러 전시 컨설팅을 하라고? “안녕하세요, 전무님. 아트센터 드리움에서…….” “어서 와요. 유해이 씨.” 그다. 표현재. 11년 전, 그녀의 약혼자였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녀의 남편이어야 할 남자.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하면 너 감당 못 할 텐데? 일이든, 또 딴 거든.” 빡빡한 클라이언트처럼 굴던 그가 그녀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난 내 약혼녀를, 내가 원할 때 그 어느 때라도 만날 수 있어.” 그리고 밝혀지는 그녀만 몰랐던 진실. 해이는 현재의 말처럼 11년 동안 지속된 이 약혼을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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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의 조건

“나랑…… 잘래요?” 아버지의 강요에 의한 정략결혼에 내던져진 혜인은, 뉴욕으로 떠나는 짝사랑 태헌을 찾아가 제안한다. 그리고 둘은 그날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 5년 후, 혜인은 홀로 태헌의 아들을 키우고 있었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넌 내 아들의 엄마가 될 거야. 그리고 내 아내가 되겠지.”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된 태헌은 결혼을 강요하고, 혜인은 그의 제안을 믿을 수가 없다. “덜덜 떨면서, 눈도 제대로 못 맞추면서 자자고? 나랑?” 조부의 생일파티, 지루함에 지친 태헌을 도발하는 여자. 그녀는 바로 ‘강태헌 스토커’라 불리는 류혜인이었다. 그날, 그는 홀린 듯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 5년 후, 그는 우연히 혜인의 비밀을 알게 되고, 다시는 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를 찾아간다. “혹시 날, 사랑하나요?” 수시로 기억나 불면에 빠지게 했던 귀찮은 여자가 다시 그를 홀리기 시작했다. 일러스트 : 틈 키워드 : 현대물, 재회물, 첫사랑, 짝사랑, 소유/독점욕, 상처녀, 외유내강녀, 절륜남, 재벌남, 까칠남,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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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되는 밤

우연히 발견한 서류, 그리고 사진 한 장. 환하게 웃고 있는 어떤 여자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빛 가루에 목이 졸리는 것 같았다. 무료한 일상, 지루한 생활들 속에서 모처럼 만에 흥미로운 걸 발견한 느낌. 두 눈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목이 졸린 것 같은 숨 막힘의 이유가 무언지 알아야 했다. 그렇게 주우경의 미행이 시작되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커피. 그는 일정한 패턴을 가진 조용하고 예의바른 손님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그녀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그를 아주, 아주 잘못 봤다는 걸. 그는 그녀를 보기 위해 그 카페에 왔다. 그녀를 찾고, 그녀를 보고, 그녀를 만나려고. 유원은 그가 무서웠고, 그가 신경 쓰였으며, 이상하게도 그런 그가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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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No.19(Scene No. 19) 외전

이렇게 되어버릴 줄 몰랐다. ‘얼마나 더 안아야 만족할 수 있을까.’ 규원은 매 순간 그녀를 안을 때마다 그 생각으로 골몰했다. 안을수록 허기가 졌다. 점점 더 자제가 되지 않았다. 확실히 그는 요즘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럴 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프다. 차라리 사랑한다고 고백해버렸다면 달랐을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나는 당신과 헤어지고 싶은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약혼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고. ‘그래도 달라지지 않았겠지?’ 하연은 거울 속에서 가슴으로만 울고 있는 바보 같은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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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당하다

추방재판에 회부된 한국인 입양아 제이, 추방재판을 도와줄 수 있다는 준의 제안으로 그의 누드모델이 되다. “모델요?” 준은 제이에게 누드모델을 제안했다. “돈은, 원하는 대로 줄게요.” 우연히 받게 된 제안, 그렇게 그녀는 준의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랑해요.” 제이의 말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와아. 하하, 하하하. 알아요? 이번 건 좀 그럴듯했어. 깜빡 속을 뻔했잖아요.” 황당한 고백, 그는 제이의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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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한 결혼

“이혼해요.” “이혼은 없어. 네가 가진 지분은 별개로 치더라도 넌 꽤 쓸 만한 구석이 있잖아?” 이혼 따윈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 이하나로부터 시작된 욕망에 미쳐 갈 걸 몰랐던 것처럼. 「비쩍 마른 데다 화이트 태닝을 수백 번은 받은 것 같은, 여자.」 이하나는 그의 복수를 완성할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었다. 목원은 제 세상이 무너졌듯, 이하나의 세상 또한 철저히 망가뜨릴 작정이었다. 완벽한 준비, 그리고 접근. 결혼은 복수의 서막이었다. “단 한 순간도 나를, 사랑한 적은 없었나요?” “사랑? 아니. 설마. 그럴 리가.” 복수에 사랑 따윈 사치였다. 그가 원하는 건, 이하나가 제 곁에서 천천히 말라 죽어 가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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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치미는

#단독선공개 #재회물 #소유욕 #직진연하남 #집착남 #상처녀 모바일게임 회사 사옥 리모델링을 맡게 된 유은은 대표실에서 뜻밖의 인물과 재회한다. “하아, 이게…… 누구야?” 그는 바로, 11년 전 집안끼리의 악연으로 헤어졌던 정후였다. 유은은 친동생과도 같았던 그와의 재회가 반가운 한편 지난날 아버지가 저지른 죄가 떠올라 괴로운데……. “진짜…… 몰랐어?” “…….” “내 첫사랑이었다고, 네가.” 그런 그녀에게 그가 거침없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내가 너랑 하겠다는 건, 남자 여자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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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거기서

여자가 새빨개진 얼굴로 제 몸을 감싸 안았다. “부끄럽긴 좀 늦은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니라…….” “아니라?” “이건 좀 불공평하니까.” 여자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치곤 너무 빨갰고, 시선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아하?” “당신 옷은 너무 멀쩡하잖아.” 거기다, 목소리는 그걸 들킬 만큼 떨렸고. “그럼, 나도 공평하게 벗으면 되겠군.” 씩 웃은 태준이 셔츠를 벗기 시작했다. *** 어두운 조명, 이국이라는 특수, 거기다…… 10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까지. 그를 알아본 그녀가 비정상인 걸까? 기태준, 열여덟 납치된 저를 구하고 사라진 남자. 그를 다시 만난 순간 이루지 못한 채 동결된 감정이 깨어났다. 표지 일러스트 : 애옹 키워드 : 현대로맨스, 재회물, 능력남, 까칠남, 외유내강여주, 원나잇후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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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외전

2년간의 잠복기를 끝낸 장휘도. 드디어, 마리를 향한 그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이것저것 골치 아픈 인생,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겨버렸다. “내 어디가 장휘도 씨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시간 낭비예요.” “시간 낭비는 2년 동안 내가 한 짓이고.” 잠복기만 2년, 장휘도의 전투력이 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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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서한은 있는 힘껏 그를 밀쳐냈다. 하지만 그는 밀쳐진 다음에도 다시금 그녀의 입술을 삼킨다. 또 밀쳤다. 역시나 그는 다시 서한의 얼굴을 부여잡고 입을 맞추었다. 결국, 그녀가 포기해 버릴 때까지. “기억해 내. 받고 싶은 만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야.”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붉어진 얼굴로 그녀는 그의 발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차선희의 로맨스 장편 소설 『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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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유화물감 냄새가 지독한 작은 집에 머물면서 종일 그림만 그려대는 여자 라이. 어느 날, 그런 라이 앞에 그림을 사겠다는 남자가 나타났다. “네 그림이 좋아. 적나라하게 드러난 추악함과 다르게 잠깐씩 보이는 그 연약함이 맘에 들어. 네 그림은 진짜야. 난 내 돈을 허투루 쓰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남자는 그림만 사고 싶은 게 아니라고 했다. “당신 나한테 집적대는 거였어?” “어쩌면.”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어떤 그림에 매료된 남자 강도혁. 강렬한 그림과는 다르게 이리저리로 삐죽삐죽 솟은 까치집 머리를 한 소년 같은 여자를 만났다. “나랑 자고 싶어? 이렇게? 이런 식으로?” “이런 식은 모르겠고, 자고 싶은 건 맞아. 그래서?” 의식하지 못한 사이 여자는 그를 무섭도록 끌어당겼다. 여자가 밀어낸다. 다가오지 말라며 매번 매 순간. 같은 꿈을 꾸는 도혁과 라이. 둘은 그 꿈처럼 같은 곳을 볼 수 있을까. 일러스트 ⓒ 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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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한 결혼

“이혼해요.” “이혼은 없어. 네가 가진 지분은 별개로 치더라도 넌 꽤 쓸 만한 구석이 있잖아?” 이혼 따윈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 이하나로부터 시작된 욕망에 미쳐 갈 걸 몰랐던 것처럼. 「비쩍 마른 데다 화이트 태닝을 수백 번은 받은 것 같은, 여자.」 이하나는 그의 복수를 완성할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었다. 목원은 제 세상이 무너졌듯, 이하나의 세상 또한 철저히 망가뜨릴 작정이었다. 완벽한 준비, 그리고 접근. 결혼은 복수의 서막이었다. “단 한 순간도 나를, 사랑한 적은 없었나요?” “사랑? 아니. 설마. 그럴 리가.” 복수에 사랑 따윈 사치였다. 그가 원하는 건, 이하나가 제 곁에서 천천히 말라 죽어 가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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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협박

“이혼하고 싶다면 아기부터 낳아요.” 이혁의 제안은 빚을 담보로 한 결혼 협박이었다. “아이를 낳는 순간 서재인 씨는 자유가 될 겁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고, 또 어떤 것도 가질 수 있는 재력이 보장된 자유죠.” 하지만 재인은 그런 것들이 보장된 자유 따위는 바란 적도 없었다.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익숙지 않은 거절에 이혁의 눈빛은 순식간에 냉기를 내뿜고, 그 냉혹한 눈빛에서 재인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만다. 끝. 그 순간 머릿속으로 떠오른 건, 단 하나. 이 제안을 거절하면, 제 목숨 줄은 다시 사채업자에게 던져질 것이다. 차가운 눈빛에 담긴 무언의 협박. 견디지 못한 재인은 결국, 그가 내민 혼전 계약서에 사인하고 마는데. *** 원하는 걸 갖지 못한 적이 없는 남자 진이혁에게 서재인과의 결혼은 원하는 게 명확한 계약일뿐이었다. 그러나, “소리 내지 마. 내가 뭘 하든.” 진이혁이 서재인을 안은 순간, 그 명확했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표지 일러스트레이터 : 푸루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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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의 연인

언젠가 너도 알게 되겠지만, 난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낼 생각 따윈 없어. 그러니까 날 설득하려고 들지 마. 난 너랑 있어. 그럴 거야. 너는 모르겠지. 내 시간과 네 시간이 함께 흐르지 않을 거란 걸. 그 언젠가 네 시간이 멈추고, 넌 내 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끔찍하겠지. “불쑥불쑥 내가 모르는 너의 그 10년에 화가 치밀어. 어여뻐 미치지, 싶다가도 죽도록 다그치고 싶어지지. 돌았나 싶게…… 정신이 산란해.” -본문 중에서- 젠장.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여기까지 겨 나왔지? 한 번만 더 제 앞에 나타난다면 단단히 경고를 해두어야 할 것 같다. 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바짝 말라 뽀득거리던 모래사장은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어느새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밟히기 시작했다. 제 발에 밟혀 서걱거리는 모래를 힐끗 쳐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순간 그는 우뚝 그 자리에 서버렸다. 저 여자를 알고 있다. 저런 칠흑 같은 머리칼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제 눈이 확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현실이라면 말이다.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의 뒤로 깊게 패인 발자국이 길게 그를 뒤따랐다. 서걱거리는 소리 따윈 느껴지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너……!” 팔을 홱 잡아 돌리자 놀란 듯 커진 눈이 그를 향했다. 빌어먹을. 이건 현실이어야만 한다. 수백 번 꾸었던 꿈이 절대로 아니어야 할 것이다. 사나워진 그의 눈이 그녀의 얼굴 위를 굴렀다. “너!” “오랜, 만이야.” 이보다 어색한 인사가 있을까. 환은 기가 막혀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이라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미친 듯이 뒤흔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년이야. 오랜만이야? 감쪽같이 사라진 주제가 오랜만? 애써 미소를 짓는 얼굴은 측은하기 그지없다. 춥지도 않으면서 딱딱 부딪치는 것 같은 제 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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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휩쓸리다

“씹고 싶은 건, 이쪽인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우영을 지독히도 닮은 남자, 차진언. 그가 어이없는 소릴 지껄이며 인혜의 입술을 주시했다. 삐익! 그 순간 머릿속으로 찢어질 듯한 경고음이 울렸다. 깜짝 놀란 인혜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나 곧 벽에 막혔다. “신고하려면 해.” 다시 한 발짝 다가선 남자가 인혜의 턱을 쥔 채 그대로 입술을 집어삼켰다. 찰싹! 가까스로 남자를 밀어낸 인혜가 있는 힘껏 그의 뺨을 후려쳤다. 남자의 고개가 사정없이 옆으로 돌아갔다. “못할 것 같니?” “하라고, 그러니까.” 남자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꺾은 채, 인혜의 눈을 끈질기게 응시했다. “죽었던데, 그 자식.” 그의 입술이 목소리만큼이나 사납게 뒤틀렸다. 씩씩거리고 있던 인혜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출 만큼. 남자와 일탈 같은 밤을 보낸 인혜는 결국 그에게 휩쓸리고 만다. 인혜에게 그날이 다시는 없을 일탈이었다면, 진언에게 그날은 다시 없을 완벽한 밤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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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당하다 외전

추방재판에 회부된 한국인 입양아 제이, 추방재판을 도와줄 수 있다는 준의 제안으로 그의 누드모델이 되다. “모델요?” 준은 제이에게 누드모델을 제안했다. “돈은, 원하는 대로 줄게요.” 우연히 받게 된 제안, 그렇게 그녀는 준의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랑해요.” 제이의 말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와아. 하하, 하하하. 알아요? 이번 건 좀 그럴듯했어. 깜빡 속을 뻔했잖아요.” 황당한 고백, 그는 제이의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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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No.19(Scene No. 19)

이렇게 되어버릴 줄 몰랐다. ‘얼마나 더 안아야 만족할 수 있을까.’ 규원은 매 순간 그녀를 안을 때마다 그 생각으로 골몰했다. 안을수록 허기가 졌다. 점점 더 자제가 되지 않았다. 확실히 그는 요즘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럴 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프다. 차라리 사랑한다고 고백해버렸다면 달랐을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나는 당신과 헤어지고 싶은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약혼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고. ‘그래도 달라지지 않았겠지?’ 하연은 거울 속에서 가슴으로만 울고 있는 바보 같은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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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2년간의 잠복기를 끝낸 장휘도. 드디어, 마리를 향한 그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이것저것 골치 아픈 인생,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겨버렸다. “내 어디가 장휘도 씨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시간 낭비예요.” “시간 낭비는 2년 동안 내가 한 짓이고.” 잠복기만 2년, 장휘도의 전투력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럼, 잘래? 자고 나면 이래도 되는 거야? 그럼 자고.” “미쳤어요?” #그럼 잘래? #어그로 끄는 놈 #일반적이지 않은 연애 #대단한 여자 #나랑 하자, 그 결혼 #죽을 것 같던데 [미리보기] “맞아요. 성적 긴장감. 그거, 인정한다고. 그런데 거기에 뭔가 더 있을 것처럼 포장하지 말아요. 그건 좀… 웃기잖아.” “유마리.”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어요. 우린 일반적인 연애를 하는 게 아니니까.” 연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막상 자신의 입을 빌려 튀어나가는 그 말에 입이 썼다. 하지만 계속 만나 볼 생각이란 그 말을 일반적인 연애로 들을 만큼 그와 나눈 게 없다. 마리가 이 남자와 나눈 거라곤 그저… 몸뿐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맘이 좀 편해?” 그가 마리를 향해 차갑게 물었다. 말투만큼이나 서늘한 눈빛이었다. 편하고 편하지 않고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기대는 하지 않겠지. 또 처음으로 되돌아가기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이만큼도 그녀에겐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성적 긴장감이란 그 어이없는 것에 이끌리는 걸 인정하기 쉬운 여자가 어디 있을까? “적어도 당신 연애 중 이런 시작은 없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아무리 제멋대로라고 해도 나쁜 놈은 아니라고 들었으니까.” “뭐?” “하겠다고. 당신 말대로. 가다 보면 끝이 있겠죠. 지겨워지든가, 귀찮아지든가.” “내 연애에 대해 그딴 확신을 갖고 있는 줄은 몰랐군. 어쨌든 무슨 소린지 알겠어. 그래. 가보자. 가다 보면 끝이 있겠지. 완전히 끝내든가, 다시 시작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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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니스 (blindness)

티끌 하나 없는 하얀 운동화였다. 그 위로 검은 진은 스크래치가 과하다 싶을 만큼 무릎에선 사정없이 찢어진 모양이었다. 잠시 그 사이로 보이는 무릎 뼈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별 생각을 다하고 있지. 참. 옅게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굳어져버렸다. 마치 얼음처럼. 그 순간에도 문득 어릴 적 얼음땡 놀이를 하던 그때가 생각났다. 앉은뱅이가 된 어린 그녀는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에까지 그렇게 앉아있었더랬다. 땡 해줄 아이들은 그렇게 바보처럼 앉은뱅이로 그 자리를 지킬 자신은 안중에도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었다. 그렇게 누군가 자신을 건드려 깨워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얼마를 더 그 자리에 있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멍하니 굳어있던 눈빛이 하얀 티셔츠를 입은 상체를 지나 마침내 닿은 곳에는 절대로 볼 수 없을 것 같던 그 얼굴이 선명했다. 짙은 검은 눈이 차가운 빛을 마구 뿜어내며 저를 쏘아보고 있었다. 마치 꿈처럼. “딱 걸렸네. 주희재.”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붉은 입술을 또 멍하니 쳐다보았던가. 그제야 언 듯 굳어있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랜, 만이야.” 퓨즈가 나간 듯 암전 상태인 머릿속을 고려했을 때, 그나마 가장 그럴 듯한 인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나마 말을 건넸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깨닫기도 전에 그의 손에 일으켜졌다. 그는 그녀의 팔목을 아프게 부여잡은 채 뒤흔들 기세로 힘을 주어 들어올린다. 마치 레이저라도 쏠 듯 지독하게 사나운 눈빛이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졌다. 그래서 알았다. 그 인사가 사실은 아주 잘못된, 아주 못된 인사였다는 걸. “손님!” 소란에 뛰쳐나온 카페 주인이 그녀의 손목을 아프게 부여잡은 그의 손을 붙들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묻는다. “괜찮아요?” 괜찮지 않을 리 없었다. 이쯤,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었으니까. 시원하게 뺨을 한 대 얻어맞았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희재는 카페 주인을 향해 살짝 고개를 까딱했다. 조금 안심이 되는 눈빛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럼 빠져.”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말투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저런 투의 말을 이 남자에게서 들어본 적 없었다. 그는 항상 눈꼬리를 접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해사하게 웃던 남자였다. “이보세요!” “빠지라고. 뭣도 모르면서 껴들지 말고.” 슬쩍 카페 주인에게로 시선을 비꼈던 그의 눈이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이글이글 타는 눈이다. 화가 나 미칠 것 같은 그런 눈이다. 스물아홉. 8년 만에 마주하는 그 눈빛에 무채색으로 지나왔던 그 8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이미 소란해진 카페 안에 더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민폐라니. “죄송합니다.” 다시 고개 숙여 사과한 그녀는 의식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카페를 가로질렀다. 등 뒤로 살벌하게 이글거리는 석의 시선이 찌를 듯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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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강추!서한은 있는 힘껏 그를 밀쳐냈다. 하지만 그는 밀쳐진 다음에도 다시금 그녀의 입술을 삼킨다. 또 밀쳤다. 역시나 그는 다시 서한의 얼굴을 부여잡고 입을 맞추었다. 결국, 그녀가 포기해 버릴 때까지. “기억해 내. 받고 싶은 만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야.”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붉어진 얼굴로 그녀는 그의 발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차선희의 로맨스 장편 소설 『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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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대가 싫어.” 황제의 서자 루카스는 처음부터 적국의 왕녀였던 아드린느를 미워했다. 벙어리 왕녀, 아드린느가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 저는, 전하의 사람입니다. 그러나 루카스의 냉대에도 아드린느는 꿋꿋했다. 그녀는 성안의 모든 사람을 제 사람으로 만든 것처럼, 그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루카스는 이름뿐인 아내가 신경 쓰여 미칠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밤. 루카스는 피비린내를 풍기며 아드린느가 잠든 침실로 숨어들었다. “그대는 내 아내고, 원하면 언제든 난 그대를 안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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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戀愛)

“괜찮다니까.” 주은이 정우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괜찮긴. 택시 타는 것만 보고, 인마.” 벌겋게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정우가 주은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 “지금 네가 더 취했거든?” 취기가 오르긴 했지만, 주은의 정신은 말짱했다. 주은은 술을 즐기진 않았지만, 술에 금방 취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어허! 그래도 인마. 내가 남잔데!” 택시를 잡기 위해 휘휘 손을 흔들며 정우가 소리쳤다. “어련하시겠어요.” 주은이 피시식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아직 취하지 않은 건 분명했다. 하지만 곧 빙글 돌 것도 같다. 얼른 집에 가야지. 주은은 제 앞에서 긴 팔을 휘휘 젖는 정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타.” 새까만 승용차 한 대가 정우의 앞으로 섰다. 부드럽게 내려간 차창 너머로 태윤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어? 교수님. 가시게요?” “갈 거야.” “그럼 주은이 가다가 떨어뜨려 주세요.” 정우가 헤실거리며 태윤을 향해 말했다. “그러려는 거잖아.” “아니. 아니요.” 주은이 재빨리 그를 향해 거절했다. “주은아.” 비틀비틀 정우가 주은을 향해 걸어왔다. “싫어.” 인상을 쓰며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녀석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택시비 굳었다.” “타. 빨리. 피곤하다. 이주은.” “저기…….” “내가 내려서 태워?” 미간을 찌푸리며 태윤이 서늘하게 말했다. 주은의 시선이 그에게서 운전석으로 앉은 대리기사에게로 또 제 앞에서 비틀거리며 실실 웃어대고 있는 정우에게로 움직였다. 그리곤 이내 다시 태윤에게로 향한다. “타라고.” 그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주은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우리 주은이 잘 부탁드립니다.” 주은이 마지못해 차에 오르자, 정우가 꾸벅 인사하며 태윤을 향해 말했다. “갑시다.” 눈두덩을 꾹꾹 누르며 태윤이 의자 뒤로 고개를 젖혔다.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은은 허리를 꼿꼿이 퍼고 앉아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삼성동으로 갑니까?” 대리기사가 물었다. “아뇨.” 태윤이 주은을 쳐다보며 대리기사를 향해 답했다. “동대문구청요.” “들으셨죠?” “네. 동대문구청 쪽으로 먼저 가겠습니다.” 태윤이 다시 몸을 뒤로 젖혔다. 쿵덕쿵덕 심장이 뛰었다. 혹여 제 심장소리를 들을까 주은은 발끝에 힘을 꽉 준 채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옆으로 느껴지는 고른 호흡과 그 호흡을 따라 느껴지는 알싸한 술 냄새가 온몸이 따갑도록 인식되었다. “주은아.” 그가 나지막이 그녀를 불렀다. 괜히 울컥 무언가 치밀었다. “주은아.” 또 그가 그녀를 불렀다. 주은은 버릇처럼 두 손을 맞잡고 이리저리 비틀어댔다. 후우. 태윤의 입에서 기다랗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모질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두 눈이 똑바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 “못하겠다. 이런 거.” 한숨 섞인 그의 음성이 가슴을 그었다. 꾸역꾸역 참았던 게 그어진 가슴에서 후드득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은은 물기가 어른어른 거리는 눈으로 태윤을 쏘아보았다. “하기 싫다. 이딴 거.” 기어이 흔들고 말지.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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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의아하던 혜원의 시선이 엘리베이터 상단의 디지털 숫자가 바뀜과 동시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금도 가끔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그 눈이 생각나 미칠 것 같을 때가 있다.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양,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울컥 내려앉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자신의 앞에 서 있다. 서강우. 그가. 보름의 달빛이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방학이라 잠깐 다니러왔던 집이었고, 우연히 고교시절 어울렸던 친구 녀석들을 만났던 날이기도 했다. 술이 좀 과했다. 그렇다고 비틀비틀 정신이 없었던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난히도 어찔어찔 열이 올라 그 쪽으로 발길을 돌렸던 거였다. 열이 올라 짜증나는 신체와는 달리 머릿속은 차갑디 차가워져 그 괴리에 몸서리가 쳐졌으니까. “여기서 뭐해?” 수영장 난간에 앉아 달빛을 받아 하얀 다리를 물속에 담근 채 찰방찰방 물장구를 치고 있던 혜원은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굳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고요를 채우던 물소리가 사라졌다. “이 새벽에 잠 안자고 여기서 뭐하냐고.” 강우가 성큼성큼 그 곁으로 다가가는데도 혜원은 움직이지 못했다. “그냥, 잠이 안와서…….” 혜원이 그에게서 시선을 내려 이젠 잔잔해져버린 푸른 물을 쳐다보며 웅얼거리듯 말했다. 혜원의 시선을 따라 그의 시선 역시 혜원의 발목을 감싸고 있는 그 물에 가 닿았다. 강우는 못마땅한 듯 미간을 구긴 채 혜원의 옆으로 앉았다. 피부가 닿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옆자리로 앉음과 동시에 혜원이 움찔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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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휩쓸리다

“씹고 싶은 건, 이쪽인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우영을 지독히도 닮은 남자, 차진언. 그가 어이없는 소릴 지껄이며 인혜의 입술을 주시했다. 삐익! 그 순간 머릿속으로 찢어질 듯한 경고음이 울렸다. 깜짝 놀란 인혜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나 곧 벽에 막혔다. “신고하려면 해.” 다시 한 발짝 다가선 남자가 인혜의 턱을 쥔 채 그대로 입술을 집어삼켰다. 찰싹! 가까스로 남자를 밀어낸 인혜가 있는 힘껏 그의 뺨을 후려쳤다. 남자의 고개가 사정없이 옆으로 돌아갔다. “못할 것 같니?” “하라고, 그러니까.” 남자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꺾은 채, 인혜의 눈을 끈질기게 응시했다. “죽었던데, 그 자식.” 그의 입술이 목소리만큼이나 사납게 뒤틀렸다. 씩씩거리고 있던 인혜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출 만큼. 남자와 일탈 같은 밤을 보낸 인혜는 결국 그에게 휩쓸리고 만다. 인혜에게 그날이 다시는 없을 일탈이었다면, 진언에게 그날은 다시 없을 완벽한 밤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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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각(痛覺)

「 그날, 소파에 길게 누워 잠든 척 연기했던 거였다. 바스락거리는 이효의 뒤척임만큼이나 그도 떨렸던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어찌 그런 이효를 두고 잠이 들 수 있었을까. 얼마쯤 그렇게 쫑긋 귀를 세운 채 잠든 척 연기를 했던 걸까. 사라락 소리와 함께 이효가 침대에서 내려서는 게 느껴졌다. 그 소리에 바짝 긴장한 채로 두 눈을 질끈 감았었다. - 열아. 가느다랗고 여린 목소리였다. 행여 답해 버릴까 입술을 깨물었다. - 열아. 자? 팔이 멋대로 뻗어 버릴 것 같아 제 몸통을 더 꼭 쥐었던 것 같다. 거의 얼얼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렇게 이효의 그 목소리를 참았다. 그 숨결을 버텨내던 거였다. 제 앞에 쪼그리고 앉은 이효가 낮게 흘리는 한숨을, 그리고 어른어른 작은 움직임이 만드는 그림자를, 꾸역꾸역 참을 수밖에 없었던 건 처음 내몰린 뜨거운 어떤 욕망 때문이었다. 차가운 심장을 비집고 쩍쩍 균열을 만들며 흘러나오기 시작한 어떤 욕망 말이다. 대책도 없고, 경계도 없고, 그래서 가늠할 수조차 없는 그런 마음. 생전 처음 겪는 그 마음이 그는 일견 두렵기도 했다. - 사랑해. 그 두려움 탓에 이효가 제 품 안에서 했던 그 웅얼거림을 모른 척했다. 그 뜨거운 고백을, 절절하던 마음을 받지 못한 척 숨겼다.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 떨리던 고백이 거짓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어린 치기로 잡지 못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더 악독하게 증오했었는지도 모른다. 네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악다구니 썼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와 이런 식으로 밀려드는 기억들이 무슨 소용일까. 갑작스러운 폭우에 투둑 터져 버리는 둑처럼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쏟아져 나온들 이제 와 어쩐단 말인가. - 어. 그러네. 그렇게 담담해져 버린 너를 두고서. 탁! 쏟아지는 물줄기를 무기력하게 맞으며 그가 손바닥으로 욕실 벽을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물줄기가 흩어졌다. 두려운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속속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기억이다.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작은 것들까지 미친 듯이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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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의아하던 혜원의 시선이 엘리베이터 상단의 디지털 숫자가 바뀜과 동시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금도 가끔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그 눈이 생각나 미칠 것 같을 때가 있다.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양,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울컥 내려앉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자신의 앞에 서 있다. 서강우. 그가. <본문 중에서> 보름의 달빛이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방학이라 잠깐 다니러왔던 집이었고, 우연히 고교시절 어울렸던 친구 녀석들을 만났던 날이기도 했다. 술이 좀 과했다. 그렇다고 비틀비틀 정신이 없었던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난히도 어찔어찔 열이 올라 그 쪽으로 발길을 돌렸던 거였다. 열이 올라 짜증나는 신체와는 달리 머릿속은 차갑디 차가워져 그 괴리에 몸서리가 쳐졌으니까. “여기서 뭐해?” 수영장 난간에 앉아 달빛을 받아 하얀 다리를 물속에 담근 채 찰방찰방 물장구를 치고 있던 혜원은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굳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고요를 채우던 물소리가 사라졌다. “이 새벽에 잠 안자고 여기서 뭐하냐고.” 강우가 성큼성큼 그 곁으로 다가가는데도 혜원은 움직이지 못했다. “그냥, 잠이 안와서…….” 혜원이 그에게서 시선을 내려 이젠 잔잔해져버린 푸른 물을 쳐다보며 웅얼거리듯 말했다. 혜원의 시선을 따라 그의 시선 역시 혜원의 발목을 감싸고 있는 그 물에 가 닿았다. 강우는 못마땅한 듯 미간을 구긴 채 혜원의 옆으로 앉았다. 피부가 닿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옆자리로 앉음과 동시에 혜원이 움찔 몸을 떨었다. “어떻게 안 해.”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그렇게 좀…….” “죄송해요.” “떨지 좀 마라고. 어떻게 안하니까.” 강우가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물속으로 풍덩 몸을 던졌다. 고요하던 수영장이 찰박찰박 물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혜원의 종아리 아래로 물살이 사납게 일렁였다. 혜원은 멍하니 그 물살을 쳐다보다 더 앞으로 눈을 움직였다. 그가 물살을 가르며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날. 혜원은 한 동안 그렇게 강우가 수영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우는 혜원의 그 시선을 느끼며 한참을 그렇게 물살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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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마시다

“그럼 우리…… 잘래요?” 이서하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일탈이었다. 술기운이었고, 감정적으로 무너진 상태인 채로 저질러버린. “당신과 그날 한 번으로 끝낼 생각 없어, 난.” 서태림 인생에 처음 겪어보는 갈증이었다. 실수라 치부한 여자의 일탈에 그는 점점 타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잘래요? #맛있겠네요 #도망갈 작정이면 생각을 바꿔 #해버리고 싶은 사람 #그렇게 보지 마 #하고 싶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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